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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스페셜 - 글씨 따라 떠나는 여행, 캘리투어 in 전주 2부

등록일 : 2023-10-24 16:55:20.0
조회수 : 452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화가 신은미라고 합니다.
제가 7년 전쯤에 전주에서 2년 정도를 공방을 운영하면서 있었거든요.
-안녕하세요?
저는 여행작가 정태겸이라고 합니다.
-같이 여행 한번 떠나 보시죠.
-제 나름의 테마를 정해서 여행을 다니고 그걸 사람들한테 소개를 해 주는 그런...
-저는 안홍진이라는 배우고요.
여행을 좋아하는 이제 중년에 갓 입성한 남자.
-저거구나.
-그래, 그래, 그래.
-멋있다.
-글씨만 눈여겨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심지어는 딱 보자마자 누구 글씨인지 난 알아.
-여기도, 여기도 직접.
-그러네요.
-되게 자유로우신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글씨를 볼 때마다 하게 돼.
그런데 이걸 알고 나서 보면 여행 다니는 재미가...
-내가 여행하면서 여럿이 같이 여행을 와도 자기만의 여행의 시간을 가지는
부록처럼 이렇게 넣어서 다채롭게 여행 을만들고 싶었거든.
그거를 나는 오늘 해 봤으면 해.
-오케이.
-좋아요.
-그러면 각자 자기가 가고 싶은 데를 갔다가 다시 모이는 거로.
-형 어디 가고 싶어 했어?
-난 비밀이에요.
-비밀이에요?
-나 또 갔는데 똑같은 데 가는 거 아니야?
-저요?
같은 데서 모여.
이러면 의미가 없잖아.
-이동합시다.
하나, 둘, 셋.
-(함께) 뿅!
-옛날 사람.
-완판본문화관, 완판본은 전라도 옛 수도였던 전주에서 발간한 옛 책과 그 판본이라고 하네요.
엄청 커다란 책이 이렇게.
그런데 글씨가 되게 독특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게 이제 저희 문화관 대표적으로 이렇게 사진 찍으실 수 있는 공간 저희가 마련을 해뒀는데.
-포토존이었군요.
나무 냄새가 확 나네요.
-그렇죠.
완판본이라고 하는 게 조선 시대 때 전주에서 만들어졌던 책을 완판본이라고 합니다.
보시면 감영에서 출간됐던 책들인데요.
여기 보이시는 것처럼 완영이라는 게 전라감병을 의미를 합니다.
-그럼 전라감영에서 나온 책들은 다 이 모양이 있는 건가요?
-옆쪽에 보시면 형태는 조금 다르게 작성이 되어 있지만 완영개간이라고 되어
있어서 전라감영에서 출간된 책이구나, 이런 부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 완영이 중요한 거네요.
-그렇죠.
지금 전주 시민들이, 전주 시민 각수 분들이 천자문을 같이 새겨서 놓으신 작품이에요.
책을 간행해서 또 하나의 완판본, 이 시대의 완판본을 남겨 보고자 하는 그런 의지로 기획하게 됐습니다.
-정말 작은 글씨들이 많은데 진짜 이 리을 같은 거 어떻게 파셨을지 대단하시네요.
이게 지금 목판인 건가요?
-네, 만져 보시면 나무입니다.
-그러네요.
-완판본 한글 고전 소설 심청전의 한 부분입니다.
저희 문화관에서는 목판 인쇄를 직접 해 보실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같이 운영을 하고 있어요.
한번 해 보시겠어요?
-네.
-이렇게 먹을 발라서 먹솔을 문지르신 다음에 골고루 묻히시는 게 중요해요.
-이게 막 스며들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조금 빠르게 말라요.
-많이 묻힐까요?
그렇죠.
빨리 발라야겠네요.
-많이 묻히시면 안 되고 이렇게 골고루.
-생각보다 까다롭네요.
-그렇죠.
-먹솔의 도구는 밑이 돼지털로 만들어져 있어요.
옛날에 사용하던 도구와 아주 가깝게 구현해서 만들어 놓은 도구입니다.
여기 끝에 잡아 주세요.
-너무 예쁘게 잘 찍히는데요.
너무 글씨가 예쁘게 이렇게 마치 컴퓨터로 만든 것 같이 찍히네요.
-그렇죠.
생각보다 굉장히 인쇄가 잘되고요.
또 체험 통해서 이렇게 책이 만들어졌구나 알고 가시는 분들 굉장히 많이 계십니다.
-이거는 제가 가져가서 길이길이 보존해놓겠습니다.
-저 옆쪽으로 철길들이 이렇게 쫙 나 있구나.
여기 꽃이 펴면 그렇게 예쁘다고 했는데 저기인가 보다.
팔복예술공장.
굴뚝이 다 있네, 아직도 저런 굴뚝이 남아 있네.
이거 무슨 완전 비 내리는 거랑 똑같네.
이런 느낌.
차가워, 차가워.
전주산업단지의 역사.
1960년대를 기점으로 시작된 팔복동 공단의 역사는 대표적 기업으로는 문화 연필.
문화 연필.
코카콜라, 호남 식품, 전주 제지, 백양메리아스.
여기는 이제 카세트테이프 공장이었던 거잖아요.
이렇게.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카세트테이프 물어보니까 잘 모르는 친구들도 많더라고요.
이게 또 옛날에 미니 카세트 들고 다니면 테이프 이만큼씩 들고 다녔어요.
이 소리가 있어요, 또 이렇게.
탁.
여기는 르누아르.
좋다.
이거는 아는 그림 나왔다.
피리 부는 소년.
에두아르 마네.
딱 보면 소년의 얼굴인데 이 빨간 바지가 나는 기억에 제일 많이 남더라고요.
표정 봐.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
약간 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지친 듯하면서도 약간 안쪽에서 서빙하고
있으면서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한 듯한 이 눈빛.
어떻게 여기에 와서 르누아르, 마네, 모네, 세잔 마치 전주의 팔복예술공장
와 있지만 이 공간은 마치 파리에 온 것 같은 그런 느낌.
여기는 진짜 뭔가 데이트 코스 좋겠다.
여기에 또.
똑같이 생겼는데.
-이렇게도 해놓았구나.
요즘에 이런 게 되게 유행인가 봐요.
서울에도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특이한 게 이런 것도 다 손으로 써놓았네.
이거는 손으로 안 썼구나.
그분이 오시다.
대인배의 마음으로 살 것이다.
인색하지 말고 넉넉하게 베풀어서 혼자보다는 여럿이 힘과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형국을 지혜롭게 지나가라.
자수로 한 일은 빠지지 말고 앞장서서 우두머리가 되자.
오늘 촬영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현판이 진짜 멋들어집니다, 현판이.
전주 여행의 새로운 묘미가 이런 거겠구나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이 글씨가 진짜.
글씨가 술 취한 것 같아요.
흐느적, 술 취해서 흐느적 하는 것 같은.
그 과하게 취한 것 같은 느낌을 글씨로 정말 기가 막히게 표현했어요.
이거 진짜 재밌네요.
수을관.
발효시킨다는 의미의 수 자에 을 자를 결합해서.
수불.
수불이 수불, 수을, 수을 해서 술이 됐다.
이것도 재밌네.
소줏고리.
-가양주는 집 가 자, 빚을 양 자, 술 주 자인데요.
집집마다 그 집의 가정 제법처럼 빚던 비밀스러운 술이죠.
그래서 장손들한테만 알려주고 둘째, 셋째한테는 물려주지 않는 술인데
한 528가지 정도 이렇게 기록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술들이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거의 다 사라졌고.
-사실 전주에 오면 매번 모주라는 걸 늘 먹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모주가 전주를 대표하는 술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했는데 정확하게 모주가 뭔가요?
-모주는 이건 술이 아닙니다.
전주 지방은 원래는 송화백일주라든지 이강주라든지 죽력고라든지
호산춘이라든지 과하주라든지 이런 전라북도 전주 지방을 특색 있는 빛내는
술들이 있는데 이 모주는 술이 아니고 말 그대로 음료입니다.
원래 의미는 한 세 가지가 있는데요.
제주도의 모주는.
-제주도에도 모주가 있어요?
-인목대비 어머니가 광해군에 의해서 제주도로 귀향을 가게 돼서 술지계미에다
물을 넣어서 팔고 다녀서 대비의 어머니가 파는 술이라고 해서.
-그래서 모주.
-제주 모주는 그렇게 생겼는데 전주 모주는 그런 모주가 아니고 술을 많이
먹는 아들을 위해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돈은 없으니까 여덟 가지
그러니까 돈 안 들이는 약초들이죠.
이런 것들을 넣고 마지막에 술지계미를 거기다 넣고 8시간 푹 끓이면 혈액순환에 좋은 전통 음료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막사발에 한 잔씩 먹었던 게 전주의 문화였죠.
-해장을 위한 음료였던 것.
-그렇죠.
그게 전주 모주의 뜻이고요.
농부들이 해거름 녘에 술을 한 잔 먹는다, 해서 그 술을 모주라고도 부르는 게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일단 이걸 빚는 법을 소개해 드릴까요?
대추, 쑥잎, 칡뿌리, 이건 생강, 계피, 감초, 헛개 이런 거에다가 고와 놓은 겁니다.
참고로 한번 넣어 주시겠어요?
-이쪽에요?
-푹 끓이는 거니까요.
그다음에 술을 빚고 나면 지계미가 남는데.
-넣으면 되는 거죠?
-그렇죠.
이렇게 해서 푹 끓이면 이걸 걸러서 집에 가지고 가시는.
이게 저희가 하고 있는 모주 체험법인데요.
-올라온다, 올라온다.
-이제 모주를 한번 드셔보시죠.
-마셔보겠습니다.
얘는...
맛이 왜 이렇게 달라요?
여태까지 제가 먹었던 모주들도 분명히 똑같이 만든 거였을 텐데 왜 얘는 더 맛있지?
-이게 대추의 그 풍미라고 해야 할까, 그 맛도 좀 더 깊이 나는 것 같고요.
너무 맛있어요.
-맛있으니까 다행입니다.
-여기 오면 먹어볼 수 있는 거죠?
-그럼요.
언제든지.
-저 이거 그리워지면 다시 오겠습니다.
-그러시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처음인가?
여기.
오랜만에 온다.
여전히 멋있구먼.
좋다.
이 오빠들 왜 이렇게 안 와?
-은미야!
-왔어요?
-어디 갔다 왔어?
-저 완판본문화관.
완판본이라고 목판을 이렇게 만드는 곳인데 전주에서 만들어진 과거 목판을 완판본이라고 했대요.
앉아요, 여기, 여기.
-공장 갔다 왔어.
-어디 공장이요, 잘 어울리네요,
공장.
-성수동 같아.
성수동처럼 폐공장이지 문화 시설로 이렇게 바꿔놨는데.
-맞아요.
-작품 하나하나가 나에게 영감을 줬지.
태겸이는 아직 안 왔어?
-안 왔어요.
행동이 느려요.
-저기 오네.
-뭐 이렇게 빨라.
-어디 갔다 왔어?
-나 술 박물관.
-술 박물관?
감독님 제가 술 박물관 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술 톤인데 우리 오빠.
-먹었어?
-모주를 먹었지, 모주.
-모주를 먹었어?
-모주는.
-맛있지.
그런데 여기가 어디라고?
-여기 제가 알기로 객사라고 알고 있는데.
-전주 사람들은 객사라고 부르고.
-맞아요.
-풍패지환?
-풍패지관.
-풍패지관.
-여기 써 있는 글씨가 풍패지관이구나.
-객사 그거 아니야?
-죽는다고?
-미안합니다.
요즘 약간 무리수를 두는 습관이 좀 있어서.
-여기가 전주 사람들의 만남의 광장이에요.
우리 객사 앞에서 만나 이렇게 이야기 많이 하거든요.
-진짜?
-네, 진짜요.
그래서 신발을 벗고 기다리거나 쉴 수 있거든요.
-진짜?
-여기가 그러니까 그거구나.
강남역 뉴욕 제과.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풍패지관이 무슨 뜻이야?
-그걸 저희한테 물어보시면 어떻게 해요.
-들어오면서 읽었는데 풍패가 옛날 중국 한나라 고종의 고향이래.
그래서.
-고종?
-한나라 고종이.
-한나라 고종?
-고조.
-고조.
-적당히 잘 모르니까.
아무튼 그래서 국가를 창건한 자의 고향.
그게 풍패라고 한대.
-정말?
선생님.
-전문가 선생님 오셨다.
-맞는 이야기인가요, 이 이야기가?
-(함께)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맞는 이야기인가요?
-거의 비슷합니다.
한나라 고조가 풍현 패읍에 살았어요. -풍현 패읍.
-그래서 풍패라는 말이 생겼어요.
그래서 풍패라는 말은 나라를 창업한 사람의 고향 이렇게 쓰이는 거예요.
-대명사가 된 거군요.
-그렇죠.
-객사란 건 정확히 어떤 의미예요?
-객사라는 것은 여기에 벌패가 있습니다.
대궐 궐 자가 쓰여 있어요.
마치 왕이 있는 듯한 초하루와 보름에 여기 와서 이제
관찰사나 밑에 관리들이 와서 망궐례 예를 여기서 드리게 돼 있습니다.
-저희가 지금 전주를 여행하면서 공통적으로 지금 현판 글씨에 대한 것들을 눈여겨보고 있거든요.
-그래요, 현판.
-들어오면서 봤는데 범상치가 않아요.
-아마 지금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객사 현판 중에서 가장 큰 현판일 겁니다.
-그러니까요.
이렇게 큰 현판은 처음 봤어요.
-굉장히 크죠?
높이가 1m 80이에요.
굉장히 큽니다.
-제 키보다 크네요.
-그리고 옆으로는 4m 30.
-4m 30.
-4m 30이면.
-대단하죠?
현판이라는 것은 사람의 명찰과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이 건물을 상징하는 이름표입니다.
그런데 이 글씨는 중국의 사신이 우리나라에 오게 돼요.
주재관이라는 분인데
1604년에 사신으로 오게 돼서 전주 객사가 글씨가 없다 해서
하나를 써주세요 하니까 이렇게 엄청난 글씨로 썼습니다.
-크게 그냥.
-그분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중국에도 글씨가 많이 남아 있고 서울에도 남아 있고 남원에도 남아 있고 글씨가 많이 남아 있어요.
-명필이시구나.
-그중의 대표작 글씨입니다.
-그런데 중국 사신이 한양에 와서 글을 쓰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런데 여기까지 왔는가는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가.
-위에서 써서 보내줬을 수도 있구나.
-서울에 가면 명륜당이라는 성균관에.
-명륜당.
-명륜당이 있는데 그분이 글씨를 썼어요.
약간 얌전하게 썼죠.
그런데 약간 작습니다.
이렇게 써서 관찰사가 부탁할 수도 있어요.
부탁을 해서 주재관이라는 사람이 원래 남경 사람이에요.
그런데 북경에 와서 과거를 보니까 날마다 떨어져.
그러니까 자기 고향 갈 차비도 없어.
그러니까 못 가고 나무 집에 불을 때고 있어.
그런데 그 불 때는 방에 누가 갔냐.
표웅 송영구라는 분이 사신으로 갔어, 조선 사신. 표웅 송영구라는 분이 익산 분인데 어떤 놈이 불을 때면서
라마경을 외우고 있어 문장 옛날 중국의 경을 읽는 거야.
세상에 중국은 이렇게.
-불 때는 사람이.
-불 때는 놈도 이렇게 한문에 능통하구나.
그래서 불 때는 놈을 불렀어.
저는 과거 시험을 보러 와서 계속 떨어지니까 집에도 못 가고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불 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과거시험을 어떻게 봤냐.
그러니까 이렇게 이렇게 봤습니다.
그러면 날마다 떨어지지.
그래서 표웅 선생님이 과거시험 보는 법을 가르쳐 준 거예요.
-족집게 과외를 받았구나.
-족집게 과외를 받은 거예요.
-일타강사를 만난 거네.
-그리고 책도 사줬어, 이분이.
그리고 사제지간의 의를 맺었어.
그다음 다음에 이분이 장원급제를 해요.
-크게 성공한 다음에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그래서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조선 사신을 청해서.
-온 거구나.
-조선에 오게 된 거죠.
그래서 전 라도의 객사의 현판을 그런의미로 써주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이야기 좋아, 은혜 갚는 것.
-이런 스토리를 알고서 글씨를 보니까 또 이 안에 굉장히 정이 막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무판을 다 봐도 정감이 있잖아요.
-맞아요.
-오래됐으니까요.
그게 1604년에 만든 걸로 추정을 하는데.
그때의 못 자국.
못도 이렇게 보이고 구멍 난 곳도 있고, 그렇습니다.
-여행 다니면서 옛 고건물들은 현판을 살펴보고 거기 얽힌 이야기만 찾아도되게 재밌어지겠네요.
-그렇죠.
-한 번도 이런 여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생각을 못 하지.
-그러니까.
여태까지 전주 여행 헛했네, 내가.
-저 2년 살았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지금.
-그러면 글씨, 현판을 따라서 한번 오셨다고 하니까 전주에는 대단한 서예가 두 분이 계셨어요.
두 분이 쓴 현판이 한 건물에 글씨가 있거든요.
그곳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좋죠.
-한번 가시죠.
-가시죠, 가시죠.
-너무 예쁘네요.
-아름답죠?
-네.
-왼쪽 건물이 한벽당입니다.
-여기 있는 게 한벽당.
-한벽당.
-여기 옆에 조그마하게 있는 게.
-요월대.
-요월대.
-요월대.
-선생님, 작게 이렇게 두 군데로 나뉘어서 이름을 따로따로 짓고 그렇게 했을까요?
-정말 예리하시네요.
-진짜요?
-저런 사람이 아닌데.
-한벽당은 저희 남쪽에 있는 산, 고덕산.
저쪽에 뾰족한 산이 있죠?
저 산을 바라보고 전주천을 바라보는 용도예요.
-여기.
-남쪽에.
그런데 요월대는 동쪽을 바라보는 용도예요.
-동쪽.
-이쪽, 이쪽이.
-동쪽, 저쪽에, 기린봉, 기린봉.
저희 전주에는 완산 8경이 있는데
기린토월이 있어요, 기린토월.
기린봉에서 달이 뾰족하게 나오는 거.
그게 전주 8경이에요.
그래서 저 건물에서, 요월대에서 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서 따로 지은 거예요.
한벽당 저 글씨는 아까 말씀하셨듯이 강암 송성용 선생님의.
-호남제일문.
-들어보셨죠?
-네, 오늘 처음.
-호잠제일문 그 선생님이 예서로, 아담하게 하면서 아주 점잖으시게 한벽당 이렇게 글씨를 쓰셨습니다.
또 오른쪽의 요월대는 석전 황욱 선생님 글씨예요.
-어쩐지.
-저 글씨가 막 요동치는 듯한.
-맞아요, 맞아요.
-오른손에 이 선생님이 글씨를 쓰셨는데 마비가 왔어.
그러니까 왼손으로, 왼손으로.
-왼손으로.
-그리고 붓도 이렇게 잡아야 하는데 못 잡아.
그러니까.
-이렇게 잡고 통으로.
-통째로.
-이렇게 잡고 그냥.
-통째로 잡고 글씨를 쓰신 좌수필의 서예가, 석전 황욱 선생님, 요월대 편액입니다.
-그러니까 글을 쓰는 게 어떤 기술적인 그게 아니라.
-그렇죠.
-이 마음에서 나오는 내 몸이.
-손으로 쓰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거죠.
-마음으로, 마음으로.
-마음으로.
-그런데 여기 멀리서 봐서 그런지 왼손으로 썼다고 하는데.
-전혀 모르겠지?
-구성감이 되게 좋아요.
모양도 되게 예뻐 보여요.
-가서 한번, 가까이 가서 한번 보실까요?
-네.
-한번 가시죠.
조심하세요, 돌이 약간 미끄러워요.
-비 내릴 때는 올라갈 때 조심해야겠다.
-오래돼서.
-이 근방에서 나는 돌들이에요.
한번 들어가 볼까요, 안으로?
-안으로요?
-네.
들어가면 이 분위기가 다릅니다.
한번 들어오세요.
-만질만질하다.
이게, 이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이렇게 밟았을까.
-이 느낌이 너무 좋아요.
-그렇지.
-소리 하시는 분들도 여기 와서 소리하고.
시조창 하시는 분들 여기 와서 시조 하고.
-또 한국 화가거든요.
-여기 와서 화가 하시는 분들 여기 와서 그림도.
-그림 하나 딱 이렇게 그려 놓으면 멋있겠네요.
-그림 하시고.
여기서 이 용도가 뭐냐.
저쪽에 있는 고덕산입니다.
고덕산.
고덕산, 남고산성.
그다음에 이제 왼쪽에 있는 산은 승암산, 승암산 그다음에 기린봉.
그다음에 앞에 있는 천은 전주천이에요.
이걸 다 감상할 수 있는 곳 이 한벽당이에요.
-밤에 그...
-봐, 또, 또.
-약주 딱 놓고.
다예요.
-그렇지, 그렇지.
술 이야기하려고 그러지?
-또 술 톤 나온다, 술 톤.
-시가 그냥 딱.
그런 거 아니야?
-맞아요.
-좋다.
-한벽당에는 글씨, 강암 선생님 글씨도 있고 석전 황욱 선생님 글씨도 있는데
사실은 이 근방에서 활동하신 분이 창암 이삼만 선생님.
-이삼만 선생님?
-조선 후기에 3대 명필이 있어요.
서울에, 서울에 추사 김정희.
-추사 김정희.
-전라도의 최고의 명필 창암 이삼만. 그다음에 평양의 눌인 조광진이 살았어요.
그런데 이분이 여기에서 장사꾼이 부채를 팔고 있잖아요, 한벽당에서, 더우니까.
-나 뭔지 알 것 같다.
-부채를 팔다가 이 장사꾼이 잠이 들었어.
-여기 예쁜 벽화들 사이에 글씨가 있네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글씨가 되게 신기한 글씨다, 저것도.
뭘까요?
-여기는 기본적으로 다 이렇게 쓰시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 글씨는 진짜 잘 썼다.
-무슨 사연이 있는 그림 같은데?
-여기, 여기 뭐 적혀 있네.
-창암 이삼만.
글과 물아일체의 삶을 살았던 서예가.
배움이 늦고 친구 관계가 늦고 결혼이 늦어서 삼만.
그래서 삼만이야.
-되게 안타까운.
-앞으로 나를 사만이라고 불러줘.
-하나는 뭐야?
-그냥 다 늦은 것 같아서.
이게 그러니까 무슨.
아, 여기 위에 쓰여 있네.
그러니까 여기 자는 사람이 부채 상인이고.
-이분이.
-여기 그림 그리는 게 창암 선생님인데.
-(함께) 창암 이삼만 선생님.
-하얀 합죽선을 보니까 해가 들어오고 있어요.
그래서 잠자는 통에 부채가 있는데 막 써버린 거야.
행운유수체로.
-엄청난 가치가 생겼겠네요, 그 부채에.
-그러니까 잠에서 딱 깨어나 보니까 자기 부채가 다 먹으로 먹 글씨가 돼 있어.
-그림 그리듯이.
-부채 장수가 딱 일어나서 내 부채를 다 버려놨다고.
막 화를 냈어요.
-그랬겠군요.
-보는 눈도 없으셔라.
-어느 날 부채 장수가 이 중국 상인이 하나 지나가게 됐어요.
이걸 한꺼번에 싹 사간 거야.
-그러니까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니까.
-그래서 중국까지 창암 이삼만의 글씨가 팔려 나갔다.
그러니까 이 부채 장수가 다음에 창암 선생님한테 하나 써주세요, 하니까
그분이 안 써준 거예요, 이제.
-그렇죠.
-우리가 봤던 벽화가 그 내용이었던 거구나.
-그 내용, 그렇습니다.
창암 이삼만 선생님은 항상 하루에 1000자를 썼다 그래요.
매일 연습량이 대단했죠.
그래서 벼루를 3개를 구멍을 냈다.
-평생 동안?
-네, 돌 벼루.
돌 벼루를 3개를 구멍을.
-이건 먹 갈아본 사람만 알 것 같은데요.
-절대 안 갈리잖아요.
-절대 안 갈리지, 진짜.
그런데 이거를 3개를 구멍 냈다고요?
진짜 대단하다.
-대단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러니까 이름이 나 있는 거죠.
-반성하게 되네요.
-삼만이, 이삼만.
-무조건 해야 하는데.
-여기에 오르면 옛날 분들은 달을 보고 달을 흡입하는 거예요.
-달 기운을 이렇게.
-달의 온기를.
-달 기운을 마셔버리는 거지.
-이걸 또 이렇게 표현을 하시네.
-시적이시네요.
-그러니까.
-달의 기운을 마시러.
-술을 마시는 게 아니고.
-전주는 뭐 이렇게 가는 데마다 얽혀 있는 이야기가 많고 파면 팔수록 뭐가 계속 나와.
-그러니까.
-신기한 동네야, 이 동네.
-또 이렇게 물가 옆에 상을 딱 놓고 앉으니까.
-그렇지.
여기를 온 이유가 있는 거지.
-우리 아까 저기 위에 뭐라 그랬지?
-한벽당.
-한벽당.
거기서 먹자, 들어.
거기야.
-그런데 여기도 한벽당 못지않게.
-거기서 딱 내려다 보면서 쫙 술을.
-거기 문화재라고요.
밥 먹으면 안 돼요, 거기서.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이 사람들.
-그런데 여기도 한벽당 못지않게 너무 좋지 않아요?
-그러니까.
-평상과 이 물소리와 바람이 싹 들어오니까.
-그러니까 여기 처음 왔을 때 내가 이것에 반한 거야.
물가에 앉아서 이것을 먹는데, 그러니까 나는 전주 사람들이 왜 이런 걸 이야기 안 해줬는지 나는 그것도 궁금했었거든.
-여기 그러니까.
-오모가리가 무슨 뜻이다?
-오목하게 이렇게 큰 뚝배기.
-진짜 그거 맞네.
-가끔은 맞아야지 나도.
맞지?
-뚝배기.
-맞아, 맞아.
-그래.
-뚝배기의 전라북도 방언이 오모가리래.
그렇게 부르는데 뚝배기에 끓여 나오는 매운탕.
이게 전주에서 나는 매운탕이 이렇게까지 맛있을 일이야 싶었던 동네.
전라도스럽다는 느낌.
토실토실한 메기도 들어가고 우거지부터 해서 막 건더기 정말 엄청 많이 들어가는데 그 재료에서 우러나온 그맛이.
-진짜 진하게 생겼네요.
-맛있어, 맛있어.
-진짜 장난 아니다.
-안홍진 50세, 먹는 것에 집착하는 편.
-그러니까 전주천 바로 옆에서 한옥마을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여기까지 들어와서 이 매운탕을 추천도 잘 안 해주더라고.
-그렇지, 그렇지.
-그러니까 한옥마을 이렇게 유명해지기 전부터 아마 여기 몇 집이 꽤 있었나 봐.
-감사한 일이지, 맛있는 집이 남아있다는 건.
-나는 좀 오래된 가게들은 진짜 정말 오랫동안 봤으면 좋겠어.
-맞아요.
-그 집들 사라지면 그 맛이 없어지거든.
-맞아요.
-우리 은미부터.
-이게 지금 먹기 그래도 제일 편한 부위야.
-감사합니다.
-그리고 국물을.
국물이 걸쭉하다.
-그러니까요.
진짜 진국이다.
-이게 밑에 뭐지, 이거?
무청 시래기인가?
-시래기.
-고기가 생각보다 되게 듬뿍 들어 있다.
-양이 꽤 많다니까.
-그러네요.
-떠도 떠도 계속 있네.
-충분히 먹을 수 있겠다.
-감사합니다.
시래기도 들어가고 우거지도 들어가고.
-감사합니다.
-솥밥이다, 솥밥.
감사합니다.
-고슬고슬한 밥.
-그렇지.
왜 금방 한 솥밥 냄새 맡으면 입 안에 침이 확 고이잖아.
-고소한 냄새가 나네요, 진짜.
밥 냄새.
확실히 전기 솥밥으로 하는 거랑 달라요.
-다르지.
-다르지.
먹읍시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오늘의 피로가 확 가실 거야.
-진짜 진해.
-맛있지?
-너무 맛있네요, 냄새 하나도 안 나고.
-이거...
이걸 술 없이 먹는다고?
-진짜 맛있다.
왜 안 나오나 했어요.
-우거지 시래기를 넣고.
-메기도 엄청 실해.
맛있어, 야들야들하니.
-메기 살이 사르르르.
그러니까 내가 메기를, 이 메기 살 이거.
-진짜 생각보다 더 맛있는데요.
-그러니까.
이걸 흰밥에 이렇게 올려서 이렇게 떠서. 나는 이 집을 처음, 이쪽에 있는 이
가게들을 처음 발견했을 때 소개받고 왔을 때 전주의 보석을 발견했다
그랬거든.
-진짜.
-이 천변의 평상에서 오모가리 찌개에...
-생각나지?
-그건 인정, 솔직히.
여기는 인정이다, 진짜.
-그렇지?
-생각보다 많이 크네.
-밤에 보니까 더 멋있네요.
-저거 이제, 이제 글씨체 보니까 조금 알 것 같다.
-진짜?
-저도 알 것 같은데요.
-아까 그 자갈에 쓴.
-자갈의 겉에 쓴.
-석, 석.
-석전 선생님.
-석전 선생님.
-맞아요.
-석전 선생님.
맞지?
-석전 황욱 선생님.
-황욱 선생님.
-저기 쓰여 있네요.
제일 끝에.
석전 91세 황욱.
91세 저것을 쓰신 것 같아요.
그런데 진짜 글씨 대단하다.
-이제 현판이 보여.
-그러니까요.
우리가 이제는 보이네요.
-하루 사이에.
-신기하다.
그런데 정말 석전 선생님의 글씨는 너무 특별한 특징이 있어서 어딜 가서도 기억할 것 같아요.
-풍 왔다고 그러지 않으셨어요?
-그러니까.
-맞아요.
-그렇지.
-이렇게 왔다 갔다 삐뚤삐뚤하게 보인다고 했던 이유가 풍이 와서 그래서
오른손으로 글씨 쓸 수 없어서 왼손으로 붓을 잡고 이렇게 움켜쥐고.
-이렇게.
-이렇게 쓰는 바람에 이렇게 쓰였다고 하셨는데.
-흔들흔들거리면서.
-되게 멋있어.
-되게 멋있다.
-그 느낌에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이 글씨도 91세에 지금 보면 물론 어떤
노인이 쓴 어떤 그런 느낌도 있기는 한데 그럼에도 꼭.
-힘차게, 힘차게 느껴진다.
-꼿꼿하게 나가는.
-맞아요.
-붓의 느낌이 있잖아요.
-신기하다.
그리고 뭐라고 쓰여 있나?
오.
-오목대
-오목대.
-오목대.
-오목대.
-오목대.
-그런데 보고 있으니까 저는 되게 세련된 현대 예술 같아요.
그렇죠?
-일단.
-저 위의 풍경이 궁금하네요.
-올라가 보자.
-오케이.
-올라가 보자.
-오케이.
-가봅시다.
-그럴까요.
한옥 마을이 쭉 내려다보여요.
-시원하다.
-여기가 한옥 마을인가?
-맞아요.
-뭔가 그 너무 밝지도 않으면서 좋다.
포근한 느낌이라 그래야 되나?
-그러니까 지금 사실 불빛이 많이 꺼진 것 같은 느낌이기는 해.
-약간 그런 느낌은 있다.
막 환하지 않아서 진짜 저 끝에 보면 아파트들이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데.
-맞아요.
-여기서 보니까 듬성듬성 켜져 있으니까 좀.
-우리가 그거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거야.
-맞아요.
-그 밤에 켜져 있는 불빛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이게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거잖아.
-맞아요.
-나는 이게 좋아.
-너무 불빛이 적은 것 같고.
-그 왜 정말 은은하고 강요받지 않는 화려하지 않은 잔잔한 야경.
-이게 어쩌면 정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금처럼 화려하게
주말에 막 빛이 막 반짝반짝거리고 사람들 우와 다니고 여기 지금도 막
빵빵하게 다니는 그게 아니라 지금처럼 고요한 저녁이라는 게 보장되던 그런곳이 원래 전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그냥 문득 조금 들었어요, 보면서.
-지금도 사실 전주는 그런 고요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한옥 마을은 그 느낌이 있네.
그런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좋다.
화려하지 않아서 좋다.
-맞아요.
눈이 편안하죠, 뭔가.
-좋다.
-좋네 배도 부르고.
-역시 전주 하면 야경이죠.
-고즈넉한 게.
-사람도 없고.
-사람 없고.
일부러라도 좀 걷고 싶은 그.
-맞아요.
-왜 솔방솔방이라고 하잖아.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엄마랑 와도 좋고.
-맞아요.
-다른 이야기 하면서.
-우리 어머니 모시고 오고 싶네요.
-나도 그 생각했어.
뭔가 이 쫓기는 느낌이 안 들어서 좋다.
이게 또 한옥 마을로 돼 있는 곳들 이 또제법 있잖아.
-네.
-그런데 또 여기만의.
-여기만의 감성이 있어.
-맞아요.
-그게 있네.
-여기는 좀 정돈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이곳만의 무언가가 있다는 게 정립된 거의 유일한 한옥 마을인 것 같아.
-섞여 있어.
-어?
-섞여 있어.
그게.
-그런데 그게 시간이 또 오래 지나니까 이곳만의 무언가가 생긴 거지.
-맞아요.
-물소리 좋다.
-그렇지?
형도 여기서 시선을 뺏기고 귀도 뺏기고 지금 다 뺏기고 있지?
-귀를 뺏기다니 채우고 있네.
-그렇구먼.
-너무 예뻐요.
-우와.
-이게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르겠네.
-그렇지, 숲속이니까.
-밤이라서.
너무 예쁘다.
정원을 너무 예쁘게 꾸며줬다.
-양쪽에서 이야밖에 안 들려.
-어떻게 뭐라 설명을 못 하겠어.
-그렇지?
-이게 너무 잘해놓으셨으니까 너무너무 잘 돼 있는 것을 보면 이야 말고는 모르겠어.
-다른 말이 필요 없잖아요.
-그렇지, 그렇지.
-다른 말이 필요 없네.
-너무.
-진짜 예쁘다.
-소나무 분재.
-저쪽에도 백송.
-한옥의 딱 로망이 실현된 그런.
-그렇지.
-맞아요.
-이게 바깥에서는 안 보이잖아.
-전주 다시 내려오고 싶겠다.
-그러니까, 한옥 갖고 싶어요.
지금 한창 장미가 예쁠 때라.
-지금 피크지.
-너무 예쁘다.
-오죽도 이렇게 막 심어놓고.
-그러니까요.
-냄새, 냄새, 냄새.
-그러니까 한옥에서만 나는 냄새. 짐 풀자.
좋다, 좋다.
-누가 보면 원숭이들이 두드려주는 건 줄 알겠어.
-좋네, 편안하네.
-이 좀...
-좋다.
-예쁘다.
기분 좋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고생은요, 뭐.
-너무 좋았어요.
-진짜.
전주에서 힐링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그러니까요.
그렇게 전주를 다녀봤지만 이걸 또 생각 못 했네요.
-사실 살았었으니까.
-그러니까 2년을 살았었는데.
-그러니까요.
정말 헛살았나 싶어요.
-뭐 헛살았다고 그래.
-아니야, 그런데 산 사람이 오히려 더 모른다니까.
-맞아요.
원래 내 근처에 있는 것들 잘 안 지켜보잖아요.
-맞아.
-짤막하게 각자의 소감을 한 번씩만 들어봅시다.
-나는 정말 좋았어.
좋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하기도 했고 그랬는데 전주라는 데가 나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친해진 것 같고 알고 있던 친구인데 조금 더 친해져서 오늘은 얘랑 소주 한 잔 더 먹으면서 이야기 나눠볼까?
이런 마음이 드는 정도의 친근감? 그러니까 언젠가는 전주라는 친구랑
소주 한 잔 먹으러 또다시 오겠지.
-역시 마무리는 술로.
-어쨌든 비유잖아.
-아니야, 비유가 아니라 진짜 같아.
-맞아요.
-여기도 한번 들어봅시다.
-사실 저 혼자 하는 여행은 굉장히 정적이거든요.
너무 즐거운 에너지를 너무 받아서 좋았고, 전주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된 게 정말 뿌듯하고 감명 깊었던 것 같아요.
-우리 이번 여행이 기존에 우리가 해 오지 않았던 방식의 여행이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현판, 편액을 보고 이거를 주제로 삼아서
우리가 여행을 했단 말이야.
-고등학교까지는 미술 교육을 받았으니까 일단 교육은 받았었어, 한 번씩.
-맞아요.
-그런데 사실 일상생활에서 또 한 번 이렇게 리마인드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 사실 관심도 많지 않았던 것 같고.
호남제일문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현판들을 보면서 그래도 이제 선생님들
서체라든지 그런 것들이 의미가 있게 다가오니까 또다시 보게 되는 그런
부분이 또 있더라고, 그 재미가 또 있더라 그런 말씀 드리고 싶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이 글씨를 바라볼 때 사실글씨라는 뭔가 의미적인 거를 주로
봤다면 오늘 본 현판들은 조금 더 예술적인 의미에서 글씨를 바라봤던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화가니까.
-그래도 우리가 진짜 현판을 예술 작품으로써의 관점으로 볼 기회가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맞아요.
공부를 했던 게 정말 와닿았어요.
저는 정말 제가 좋아하는 서예가는 누구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누구?
-저는 석정 선생님 글씨가 너무 좋아서,
마음에.
-약간 사무쳐서.
-마음에 딱 이렇게 박히는 그런 글씨더라고요.
그 글씨가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오늘 본 모든 현판의 글씨들은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다 인정받는 분들이고.
-맞아요, 맞아요.
다 각각의 매력이 있어요.
-또 재미있었고 또 감동이었던 건 집마다 이름이 있다는 것.
-이름이 있다.
-그리고 그 사연이 있다는 것.
-맞아요.
-그런 어떤 의미들이 있다는 것도 오늘은 사실 처음 알았고 그것도 또 어떤 재미가 있다, 이런 느낌.
-맞아요.
-나도 똑같은 지점에서, 나는 사실 감동을 받았는데 우리나라 건축물은
모두가 각기 자기의 정체성과 개성이 있었고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존재였다는 걸 여기 와서 새삼 깨달은 것 같아.
전주에 대한 오해도 한 가지씩은 풀고 또 전주를 통해서 우리나라를 여행한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다른 시선을 느끼게 된 것 같은 그런 여행이 됐던 것 같아.
-너무 노련한 거 아니야?
-뭐가.
-그러니까 방송 MC인 줄.
-개그맨 티가 안 나게 해 보려고.
-피곤하지?
-피곤하지, 솔직히 나는 지금
이렇게 앉으면 이렇게 쓰러질 것 같거든,
지금?
진짜 생각보다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쓴 것 같아.
-맞아요.
배운 것도 많고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숙소로 들어온 이 공간이 너무너무 예뻐서 솔직히 조금 자기가 아깝다, 나는.
-맞아요, 저도 그 생각 했어요.
저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렇게 문 열어놓고 차 한 잔 마시면서
앞의 정원을 쭉 둘러보고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아무튼 오늘 우리 같이 여행할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고 꿀잠들 잘 수 있겠지?
-네.
-그래.
오늘 그러면 수고 많았으니까 들어가서 조금 꿀잠 자 봅시다.
-좋아요.
-진짜로?
잘 거야?
-그러면 카메라...
이 사람 이상한 사람이네.
-아쉽지만 모두 다 고생하셨으니까.
-그래요, 쉽시다.
-그만 자러 들어가 봅시다.
-좋은 밤 되세요.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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