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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페셜 - 안녕! 돌리네, 문경 돌리네 습지

등록일 : 2024-07-15 16:41:05.0
조회수 : 292
-(해설) 그곳과 만남은 아주 우연이었습니다.
습지와 지형에 대해서 배운 어느 날.
저는 조금 더 희귀한 습지, 돌리네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돌리네습지, 그곳은 어떤 신비한 비밀을 품고 있는 걸까요?
사람들이 모르는 저만의 비밀 공간이라도 생긴 냥 마음이 설렜던 그날.
이제는 그곳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푸르름이 가득한 돌리네습지.
하늘을 당기고 물기를 머금어 온갖 생명의 터전이 되는 곳.
안녕, 돌리네!
비가 내리면 돌리네는 생동할 준비를 합니다.
습지 생태계의 효자, 달팽이가 느릿느릿 움직이고요.
유리구슬이라도 뿌리는 듯 소란스러운 산속 풍경.
버드나무 새순도 봄 마중을 나왔어요.
맙소사, 벌써 수풀 사이에는 작은 생명이 있군요.
겨울잠을 자는 친구들에게 봄의 알람이라도 울리려나 봅니다.
작은 웅덩이들이 모여 있는 깊은 산속 옹달샘.
경북 문경시 산북면에 자리한 해발 400m의 굴봉산입니다.
이곳에 최고 수심 2.9m 지구 면적의 4%밖에 남지 않았다는 습지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오목렌즈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석회암 지대에 나타나는 오목한 접시 모양의 지형.
그곳에서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했다가 서서히 흘려보내고 동시에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하는 국내 유일의 석회암 지대 습지.
하지만 습지가 땅인지 물인지는 저도 아직 헷갈리는데요.
생각에 빠진 사이.
이게 누구인가요?
두꺼비 아닌가요?
-(해설) 정말 치열하죠?
산중에서 겨울을 난 두꺼비가 산란기가 돼 습지를 찾은 건데요.
짝을 이룬 두꺼비 한 쌍은 마침내 보금자리를 마련했어요.
그리고 물 안에서 콩을 엮어놓은 모양의 알을 낳는대요.
얼마나 흘렀을까요?
봄 하늘이 습지에 퐁당 빠진 날.
이내 올챙이들이 깨어났어요.
그곳에서 빠져나와 어느새 산으로 갈 준비를 하는 아기들.
이렇게 조그마한데 어쩜 그렇게 커질까요?
하지만 이 많은 새끼 중에 살아남는 건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옵니다.
너는 어쩜.
거기서 숨 고르기라도 하는 거니?
영차, 영차.
조금만 더 힘을 내.
두꺼비와 도롱뇽은 산란 시기가 비슷해서 알들이 합숙하기도 하는데요.
새봄, 바위 밑에 숨어 있던 도롱뇽이 옥녀샘이라는 이름의 샘물에 찾아듭니다.
바위틈 사이 알들이 보이시나요?
도롱뇽이 산다는 건 그만큼 습지가 때 묻지 않았다는 증거.
참 순하게도 생겼죠?
갈수록 위태롭고 불안한 물가지만 돌리네만큼은 안심하고 기댈 수 있습니다.
특히 야산에서 가까운 습지일수록 양서류들의 좋은 안식처가 되는데요.
하지만 이곳에 물이 고이고 습지가 된 이유를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해설) 돌리네는 석회암 지대가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만들어진
깔때기 모양의 웅덩이인데요.
보통은 물이 고이지 않아야 하지만 문경 돌리네는 석회암이 용해되고
남은 점토질 강물이 배수 구멍을 막아서 습지를 형성했습니다.
그런 돌리네의 꽃 잔치가 시작됐습니다.
봄꽃들이 앞다퉈 피기 시작하면 우리도 이 꽃, 저 꽃에 취하느라 벌처럼 바쁜데요.
우리 엄마처럼 좋아하는 사람은 많아도 잘 볼 수 없는 작약도 있고요.
꽃들에 기대 사는 이 녀석들.
여치나 무당벌레, 하늘소 같은 다양한 곤충도 만날 수 있습니다.
산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볼까요?
습지의 주인장 꼬리진단래입니다.
진달래에 웬 꼬리냐 하겠지만 가지 끝에 흰색의 자잘한 꽃이 모여 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인데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부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귀한 꽃.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아.
수수한 그 모습이 꼭 돌리네 습지 같습니다.
꼬리진달래가 피면 꼬리명주나비도 날갯짓을 시작합니다.
꼬리명주나비는 긴 꼬리가 있어서 붙은 이름으로 우리나라 고유종의 귀한 나비입니다.
검은 바탕에 담황색 무늬가 암컷이고요.
흰 바탕에 검은 띠무늬가 수컷이에요.
참 예쁘죠?
그런데 평소에는 종잇장처럼 낮게 날아다니던 나비가 분주합니다.
알을 낳으려는 건데요.
신기하게도 꼬리명주나비는 꼭 쥐방울덩굴에만 알을 낳습니다.
애벌레가 잎과 줄기를 먹고 자랄 수 있도록 말이죠.
알이 무슨 진주알 같죠?
쥐방울덩굴이 사라지면 꼬리명주나비도 살지 못하는 관계.
쥐방울덩굴을 먹고 자란 애벌레는 우화 과정을 거쳐 나비로써의 날갯짓을 하는데요.
잘 날아간 거겠죠?
돌리네 습지를 터전으로 삼은 건 야생 동식물만이 아닙니다.
한때 이곳에 집을 짓고 살던 사람들이 있는데요.
집터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마을 사람들은 돌리네에서 농사를 짓습니다.
-저 장갑 없는데.
-선생님, 선생님, 저 장갑 하나가 없어요.
-하나가 없어?
큰일났네.
-장갑이 없는데.
-흙이 붙어 있어, 안 돼.
-(해설) 논은 물을 채우고 작물을 재배하는 곳.
이곳이 돌리네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논농사가 가능한 건 습지 덕분입니다.
그래서 돌리네 습지의 논농사는 되도록 전통 방식.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게 습지를 지키고픈 사람들의 의지입니다.
부디 잘 자라주려무나.
올해도 돌리네에는 모가 심어질 겁니다.
라윤이의 일기.
꼬물꼬물 푸드덕.
돌리네 습지의 봄을 만났다.
-아름다운 세상~
-대박.
-(해설) 직접 마주한 습지는 책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품고 있었습니다.
운 좋게 풍이도 만났는데요.
날기도 하는 풍이는 참나무 진을 찾아 모여듭니다.
풍이랑 꽃이랑 습지 곳곳은 곤충들과 식물들이 자라나는 생명 발전소 같습니다.
꽃망울이 탕탕.
사탕 같고 팝콘 같은 초여름의 돌리네가 익어갑니다.
운이 좋았던 걸까요.
습지의 목수와도 같은 딱따구리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두 팔 벌려 반겨주던 엄마 품 같이 아늑한 돌리네 습지의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다시 찾아온 아침.
습지가 꽤나 분주한데요.
나뭇잎 수에 정비례하듯 곤충도, 새도 날로 늘어납니다.
그 사이 모가 자라난 논에는 마을 분들의 김매는 작업이 한창인데요.
마을 주민이면서 생태 해설사인 김한웅 할아버지.
어린 시절부터 습지가 놀이터였던 할아버지는 돌리네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해설) 근무가 없는 날에도 돌리네를 찾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에게 동물들도 경계심을 풉니다.
-탐방객들 스탬프 찍게끔 한 바퀴만 돌면서 찍게끔 집을 만들어 놨는데.
7, 8개가 새한테 다 뺏겨서 지금은 새끼를 다 쳐서 나갔습니다.
나가고.
-(해설) 할아버지의 애정 덕분일까요?
이번에는 곤줄박이가 한 집을 차지했습니다.
곤줄박이는 돌리네 습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인데요.
보통 5개에서 8개의 알을 낳는데 마침 이 곤줄박이는 7개의 알을 품고 있네요.
미리 만들어 놓길 잘한 것 같습니다.
이 속에서 이렇게나 안전하게 지내는 걸 보면요.
습지는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라 새들의 먹이 창고이면서 산후조리원.
다양한 새들이 이웃해서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곤줄박이가 알을 품기 시작하고 부화하는 데는 약 2주.
완전히 자라기까지 보름이면 충분한데요.
어미만 보면 새끼들은 마름모꼴로 부리를 쫙.
저도 모르긴 몰라도 비슷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겠죠.
아직 솜털이 남은 새끼지만 야생으로 갈 준비를 해야 하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엄마 새는 안쓰러운 마음에 부지런히 먹이를 배달하는데요.
작아도 암팡져 보이는 녀석들.
건강히 잘 자랄 수 있겠죠.
새들은 이렇게 돌리네 습지에서 태어나고 짝을 짓고 새끼를 키우며 살아가는데요.
알락할미새도 새끼가 떠나기 전 마지막 만찬을 준비합니다.
며칠 사이 곤줄박이가 훌쩍 자랐죠.
이제 마지막 녀석도 날아가네요.
첫 비상이 부디 날렵하고 경쾌하기를 그리고 안전하기를 바랍니다.
-포유류나 조류나 파충류나 양서류나 전체 여기가 자기네들한테는 최고의 보금자리예요.
지금도 살아 있는 돌리네 습지입니다.
여기는 죽어 있는 습지가 아니고요.
우리도 그런 것도 양보를 할 때는 해줘야 하잖아요, 그 집을.
그러니까 그냥 잘 길러서 다 나가고 그렇습니다, 여기에는.
또 누군가는 그만큼 또 살피고 우리 습지에 대해서 어떤 역사라든가 신기함이라든가
이런 걸 전달해줄 수 있고 이럴 때가 제일 행복해요, 또.
-(해설) 돌리네가 품은 자연의 신비로움은 나무에도 있습니다.
이 깊은 산속의 나무가 자란 건 누가 일부러 심었다기보다는
작은 새들이 뿌린 씨앗들로 자라고 또 자랐을 텐데요.
여름 해와 함께 그림처럼 어우러집니다.
그런 나무들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 녀석들을 보라죠.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사슴벌레는 모두 20여 종.
그 가운데 돌리네습지에는 왕사슴벌레와 넓적사슴벌레, 톱사슴벌레가 살고 있죠.
그중에서도 톱사슴벌레 수컷은 투지가 다소 강한 편.
상대가 누구든 일단 덤비고 보는데요.
복병이라도 만난 걸까요?
초반부터 기세가 대단하죠?
얘들아.
누가 이기든 좋으니 다치진 마.
그럼 그렇죠.
자연에서 수컷들의 싸움은 결국 암컷들을 차지하기 위함입니다.
한차례의 소란이 끝나고.
돌리네에 다시금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게 야생의 섭리지만 집단의 힘이 모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개미군단은 대개 몰려다니면서 몸집의 몇백 배 큰 먹이도 들어 올리는데요.
작고 온순해 보이지만 개미는 죽어가는 생명 앞에서는 냉정합니다.
개미들은 자신들의 먹잇감을 어떻게든 알고 달려드는데요.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의 냄새를 이용해 자기가 속한 무리의 개미들과 소통하는데.
이렇게 먹이를 발견했을 때는 냄새 길을 만들어 동료를 부릅니다.
그런 개미의 천적은 개미귀신.
명주잠자리의 유충입니다.
이 개미귀신은 땅속에서 때를 노리다가 작은 곤충을 끌고 들어가 체액을 빨아먹는데요.
운명을 거스르지 못한 개미.
이번에는 당하는 편이 됐습니다.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도 이곳에 있습니다.
돌리네습지에 다시 밤이 찾아왔습니다.
여름밤의 습지는 곤충들의 세상.
낮의 돌리네보다 밤의 돌리네가 더 자유로워 보이는데요.
아뿔싸!
그러다 위기를 맞기도 합니다.
다행이다.
이내 잘 헤쳐가는 곤충들입니다.
지구 별에서 가장 오래된 곤충인 잠자리도.
한 달 남짓 짧은 여름을 사는 매미도 자신만의 계절을 준비합니다.
한편에서는 청개구리가 신호를 보내는데요.
비가 오려나 봐요.
다음 날 새벽.
하늘이 심상치 않더니 이내 비가 내립니다.
여름 장마의 시작.
지독하게 퍼붓던 비가 그치면 숨어있던 생물들이 다시 나타납니다.
습지 탐방로가 모두 잠길 정도의 많은 비였지만 그 속에서 오랜만에 휴식을 즐기는 박새 가족도 보이네요.
이 물은 서서히 빠지게 되는데 원래 모습을 찾기까지는 짧게는 40일 가까이, 길게는 몇 달이 걸립니다.
비가 그친 습지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원앙입니다.
천연기념물 327호.
습지에 물이 가득 차니 귀한 손님도 다시 찾은 건데요.
암수의 구분은 다름 아닌 부리의 색으로.
다만 사이좋기로 소문난 원앙인데 해마다 짝꿍을 바꾼다니 재미있죠?
장마가 끝나면 색이 짙어진 매미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합니다.
짧은 한철을 뜨겁게 사는 게 매미만의 방식.
이제 돌리네습지의 먹이사슬은 더 치열해집니다.
막 활동을 시작한 잠자리가 이내 거미의 먹이가 되어 버렸는데요.
장마에 잔뜩 굶주렸던 거미는 이때를 놓칠 리 없습니다.
한편에서는 물속에 잠긴 버드나무 군락도 만날 수 있습니다.
버드나무는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로 습한 땅, 물가에 사는데요.
물속 정화 능력도 뛰어납니다.
꾸물꾸물 이 생명체들의 바통을 이제 누가 이어받을까요?
돌리네의 여름이 깊어져 갑니다.
낙지다리는 물에 강한 식물입니다.
열매가 옹기종기 붙은 모양이 낙지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7월쯤 황백색 꽃을 피웠다가 열매를 맺는 8월 말쯤에는 이렇게 붉은색으로 바뀝니다.
앗, 물방개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물에 넣고 수영 시합도 시켰다는 물방개를 저는 돌리네에서 처음 봤어요.
장구애비도 있네요.
참 대단한 돌리네예요.
그래서 습지는 더는 쓸모없는 땅이 아닙니다.
윤성택 교수님과 언니, 오빠들은 벌써 수년째 습지 변화를 연구하고 있는데요.
-(해설) 좀 어렵지만 석회암 지역에서 사방이 둘러싸인 규모가 큰 형태의 평야를 폴리예.
그런 폴리예에서 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구멍을 포노르라고 하는데요.
그 아래쪽에는 대개 동굴이 형성돼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질학자들은 인근 부곡리에 있는 동굴이 돌리네 습지의 포노르와
연결돼 있을 거로 보고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해설) 습지에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동굴까지.
돌리네, 너의 신비는 대체 어디까지니?
어둠에서 빛을, 과거에서 물의 흐름을 캐봅니다.
-이런 통로를 따라서 돌리네 습지 내의 물이 이동하는 길이 만들어지게 되는 거죠.
석회질 부분들이 용해돼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요.
석회질들이 용해되면서 녹아나가고 암석 내 아주 미세하게 있던
점토질들이 남으면서 붉은 흙으로 바뀌게 되죠.
이런 붉게 변한 흙들은 이 돌리네 습지를 만드는, 바닥을 만드는 그런 점토층을 만들게 되는 거죠.
-(해설) 동굴에서, 아니 습지로 할 수 있는 모든 상상을 돌리네에서 해봅니다.
라윤이의 그림일기.
갈대가 바람에 흔들흔들, 노랗게 벼가 익을 때는 어떤 동물 친구들이 나타날까?
돌리네 습지에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습지에는 먹을거리가 넘쳐나는데요.
작고 귀여운 생명체들도 넘쳐나죠.
어느새 개구리도 옷을 갈아입었어요.
보호색을 띤 메뚜기 한 쌍이 정답게 노닐고요.
먹이 사냥을 막 끝낸 듯한 사마귀도 방해하지 말라 노려봅니다.
호두의 겉껍질은 이렇게 생겼군요?
에구머니,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그래도 지천이 호두니 걱정 없는 청설모 친구들.
다른 곳 같으면 도둑 취급을 받았을 텐데 돌리네에서는 안심입니다.
그런데 하필 이때, 청설모의 수확을 방해하는 존재, 야생동물 2급 구렁이가 등장했습니다.
청설모가 벌벌 떨고 있어요.
더 가까이 오기 전에 도망가렴!
옳지, 잘했어, 청설모야.
구렁이는 미련이 남았던지 그 자리에서 한참을 아쉬워하네요.
습지가 산간에 터를 틀면서 더 많은 동물을 불러들였고요.
그러면서 멀리 외국에서까지 손님이 찾아 들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온 유학생 오드 빌라쥬 언니는 경북대 야생동물학 실험실에서 고라니를 연구합니다.
달의 주기에 따라 고라니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본다고 해요.
-(해설) 습지 연구를 위해 설치한 카메라에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경계심이 심한 동물들은 낮에는 깊은 산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나 이른 새벽 습지를 다녀갔습니다.
-노루도 볼 수 있고 멧돼지, 오소리, 삵 등도 볼 수 있어요.
-(해설) 멸종위기종인 야생동물들도 숱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중에서도 삵은 멸종위기종 2급으로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고양잇과 맹수.
물을 좋아하는 수달은 10km 밖에서도 물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여러 동물이 다녀간 끝.
드디어 고라니도 보이죠.
전 세계 고라니의 90%가 우리나라에만 서식할 정도로 고라니도 멸종위기종입니다.
-고라니는 유럽에선 볼 수 없는 종류라 관심이 생겼어요.
한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희귀한 동물이거든요.
-(해설) 언니는 올해 5월까지 돌리네 습지에서 연구를 이어간다고 합니다.
언니, 좋은 결과 얻기를 바랄게요.
한지처럼 퍼지는 돌리네의 새벽안개.
이 풍경도 매일 볼 수 있는 건 아닌데요.
새벽 동이 트기 직전 운 좋게 만나는 뜻밖의 선물입니다.
가을 아침, 메뚜기는 세수라도 하러 나온 걸까요?
논은 벌써 황금빛으로 변했습니다.
가을이 깊었다는 뜻인데요.
이 시기가 되면 돌리네는 다시금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오랜만에 해설사 할아버지도 뵙네요.
-눈도 깜빡하기 전에 잡아먹는 거예요.
-(해설) 사계절이 고루 깃드는 돌리네의 가을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계절.
이번 방문객들은 추수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낫이며, 빗처럼 생긴 홀태까지 전통 방식 그대로 추수하고요.
쌀의 일부는 습지의 야생동물들에게 돌려줍니다.
모두가 넉넉해지는 계절에 돌리네에도 수확의 기쁨이 감돕니다.
가을밤 습지는 야생동물이 월동 준비를 하는 시간.
청설모 사냥에 실패했던 구렁이가 다른 먹잇감을 찾았나 봐요.
개구리다!
색을 바꾸고 낙엽 사이에 몸을 숨겨도 개구리는 이미 구렁이의 사정권 안.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린 개구리.
어떡해.
개구리야!
어서 뛰어!
다행히 무사한 개구리.
습지의 찬 기운이 도움이 된 걸까요?
구렁이가 개구리를 감지하지 못합니다.
긴장감이 돌던 가을밤이 지나고 다시금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갈대가 조금씩 꽃을 피우고 돌리네도 완연한 가을로 물이 드는데요.
할머니 머리칼 같은 은빛이 돌리네 곳곳에 차오릅니다.
눈이 내립니다.
돌리네에도 마침내 겨울이 찾아왔는데요.
-(해설) 그 사이 짧은 생을 끝낸 곤충들도 깊은 산중으로 스며든 동물들도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난 새들도 있습니다.
나무 틈 사이 백설기 같은 눈 사이로 편지라도 써놓고 떠난 걸까요?
저마다 돌리네 습지와 잠시 멀어집니다.
-자연이라고 하는 게 이게 상당히 위대한 것이에요.
제가 앞으로 건강할 때까지 잘 걸어 다니고 해설도 전달해 드리고 이럴 때까지는 계속할 겁니다, 아마.
-(해설) 긴긴 겨울밤이 이어져 몇 번의 밤이 지났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득하고 찬란한 습지의 밤.
돌리네 습지를 가둔 얼음이 녹습니다.
다시 물기가 돌기 시작하는 습지.
다시 봄이 오고.
다시 꿈을 꾸는 습지에 생명의 변주곡이 울립니다.
그리고 저는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 돌리네.
그래서 습지는 땅일까요, 물일까요?
땅입니다.
그것도 숨을 쉬는 땅.
식물에도 동물에게도 그리고 사람에게마저 제 모든 걸 기꺼이 내어주는 이곳은 문경 돌리네 습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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