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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페셜 - 나의 아카이브!

등록일 : 2025-04-14 16:06:21.0
조회수 : 75
-(해설) 우리가 무심코 지났던 풍경, 그 장소, 그 시간.
그 순간들을 지금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미래에도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어느 공상 영화가 아닌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주제가 될 수 있는 아카이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진가이자 시민 아카이브 기획자인 이재복 씨.
그가 아카이브에 진심인 건 오늘의 기록이자 내일을 비출 거울이 되기 때문이죠.
-아카이브란 온갖 기록물들을 보관하는 기록 보관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민간 아카이브 영역인데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기억을 시작으로 역사적으로 남길 법한 중요한
기록까지 다양한 범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백과사전 등 인터넷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는데요.
그만큼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상황입니다.
-(해설)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주 긴 시간 끈기 있게 한 공간을 기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지금이 아니면 포착할 수 없는 모습을 담기도 했죠.
보통 사람들의 땀과 열정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당신의 아카이브.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의 내일이 될 보물. 아카이브입니다.
익히 알고 있는 곳이지만 최근 들어 더욱 눈여겨보는 곳이 있습니다.
이재복 씨가 종종 찾는 이곳은 청주 속의 다문화 동네로 불리는 봉명동입니다.
주민 4명 중 1명은 외국인.
일자리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한국으로 온 중앙아시아인이나 고려인 등이 밀집되어 있는 곳입니다.
시민 아카이브를 기록하는 이재복 씨는 자료 조사를 위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청주지만 이국적인 풍경이 익숙한 곳.
-커튼이 평소에 볼 수 없는 그런 특이한 모양이에요. 재미있네요, 이런 모양들이.
-여기에 우즈베키스탄 식당 있어요.
-고향이 우즈베크?
-네. 식사하러 여기까지.
-(해설) 이주민이 점점 늘면서 동네 분위기도 이국적 색채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뭐 하는 가게예요?
-리모델링해요.
-슈퍼?
-가게.
-마켓? 커피숍, 음식점?
-아니, 아니요. 음식.
-음식점? 무슨 음식점이에요?
-우즈베크.
-우즈베크?
-할랄, 할랄.
-할랄 음식.
-(해설) 이주민들이 대부분인 이 동네에서 외국어 간판은 일상적인 풍경이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사진 조금만 찍어도 되나요?
러시아 사람들 여기 산다고 그래서 와봤거든요.
제목이 무슨 뜻이에요, 간판이?
이름이 뭐였죠, 간판?
판.
-탄두르네.
-탄두르네.
-이거 빵.
-이거.
-화덕.
-화덕 이름이에요?
-네.
-(해설) 7년 전 청주로 이주했다는 가족.
매일 아침 고국에서의 방식 그대로 화덕에서 빵을 구워 판매하고 있습니다.
손님의 대부분은 고향의 맛을 찾아오는 이 동네 이주민들입니다.
-안 떨어지네. 일단 냄새 기가 막히네요.
-(해설) 낯선 땅 청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빵이 주식인 봉명동 이웃들의 일상이기도 하죠.
하루하루 맛있는 빵을 굽듯 청주에서 제2의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이거 매일 먹어요?
-네.
-이런 맛이구나. 생각보다 엄청 맛있네요. 향도 좋고. 정말 맛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갓 구워서 그런지 더 맛있어요.
-그냥 맛있어요, 같이.
-이 버터랑도 잘 어울려요.
-우리 한국에 와서 여기서 살아요. 청주에서 다른 데 안 가고 여기서 살아요, 7년.
-여기 좋아요, 좋아요.
-(해설) 누군가에게는 기록,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오늘. 청주 봉명동의 모습입니다.
-하나, 둘.
-(해설) 지역을 기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청주 토박이 사진가인 이재복 씨는 지역에서 기억되어야 할 풍경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부창고는 그의 기록 작업 중 하나였죠.
-이 작업들은 예전에 동부창고.
-(해설) 옛 청주 연초제조창 담뱃잎 보관 창고의 변화되는 모습을 5년간 카메라에 담았죠.
-이게 2016년 당시의 전경인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죠.
여기 시멘트도 다 제거하고 지금은 정원이 되어 있고 멀리 있는 현대미술관도
지금은 다 공사가 끝나서 이 원형은 다 사라져 있는 그런 상태죠.
-(해설) 시민 아카이브 기획자로 활동하는 이재복 씨는 지역의 가치 있는
풍경을 주목하고 시민기록가들과 함께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이런 산성, 토성, 읍성 이렇게 해서 청주의 성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
-(해설) 청주의 역사나 문화를 한 걸음 떨어져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고요.
-많은 사람이 와서 활용을. 성의 또 다른 용도였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청주 노포를 청년들이 주도해서 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거든요.
노포는 원래 오래된 가게...
-(해설) 오래된 풍경의 대명사. 노포의 미처 발견하지 못한 모습을 청년들의 감성으로 담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포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섭외해서 동네별로 대부분 노포는 다 원도심에 있었거든요.
지금 벌써 사라진 가게들도 있긴 한데 이렇게 가서 사진도 찍고 한 그릇씩
먹어보고 어떤 추억거리도 같이 얘기해 보고 이런 것들을 모아서 하나의 기록으로 만들어서.
보통 기록 아카이빙할 때 단순히 저장해서 모아두는 데 의미를 뒀다면
자료가 다시 타인에게 바로 재사용될 수 있게 그런 기능적인 역할을 추가했던 아카이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건물들, 사는 공간들, 사람들 이런 것들이 평소에 일부러 기록하지 않으면 남겨지지 않는데요.
수많은 도시 변화들이 대부분 기록 없이 사라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다
개인사와 연관돼 있어서 결국엔 우리의 삶이 그냥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요?
이런 부분들을 최대한 어떻게 의미 있게 지킬 수 있는 것들을 담아볼 수 있을까
이런 취지로 여태까지 작업을 하고 있고요.
이런 것들이 저 개인뿐만 아니고 다양한 사람이 동시대에 비슷한 의식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들이
연대가 되고 있어서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 흐름이 되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해설) 이재복 씨에게 아카이브는 시간에 묻혀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를 기억하고 지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기록을 써 내려가는 사람들이 지역 곳곳에 있습니다.
청주 도심 한복판.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당공원.
회색빛 건물과 도로 사이에서도 반세기 가까운 세월 청주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곳인데요.
이곳에서 만난 시민기록가가 있습니다.
식물문화기획자이자 도시조경연구가로 대학 강단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홍덕은 씨입니다.
-시하고 개발하면 좋은데.
-(해설) 8년 전부터 그녀는 식물과 나무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 나는 틈틈이 현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의 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따라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공원에 있는 나무들을 시민들이랑 같이 기록을 했었던 거고요.
지금 이 책 안에는 그 당시에 같이 기록했던 나무들 사진들이 모여 있어요.
서 있는 곳은 지금 여기 이 나무 앞쪽에 서 있는 거고요.
이게 전체적으로 상당공원에 어떤 나무들이 있었는지 조사를 했었던.
-(해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을 법한 나무지만 홍덕은 씨에게는 달라 보였던 나무.
-저기 지금 현재 저기 보이는.
-(해설) 이 나무는 언제 심었으며 왜 심었을까.
아는 것만큼 궁금증은 커졌고 기록으로 이어졌습니다.
도심 공원의 나무. 도심 속 향교에서 오랜 세월을 자리를 지킨 나무.
동네 골목길에 나무 한 그루, 식물 한 포기도 놓치지 않았죠.
-(해설) 어느 순간 사라진 나무도 있는데요.
충북도청 담장의 울타리를 이뤘던 수십 그루의 향나무는 공사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없어진 거죠.
지금은 현재 향나무들이 남아 있지 않고 지금 이 공간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작년부터 해서 원래 있던 향나무들은 지금 자리에 없는 모습입니다.
-촬영할 때만 해도 이렇게 변할 거라고 생각은 못 했었는데요.
-맞아요, 전혀 못 했어요. 전혀 못 했었고.
-(해설) 충북도청과 함께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켰던 향나무.
홍덕은 씨의 기록과 함께 나무가 무성했던 이 모습은 훗날에도 기억될 수 있겠죠?
-(해설) 누군가는 말했죠. 기록되지 않는 건 기억되지 않는다고.
도청의 사라진 향나무를 보며 기록의 의미를 더욱 생각하게 됐다는 홍덕은 씨.
그녀가 최근 관심을 갖는 곳이 있습니다.
청주의 동쪽에 자리하고 있어 동공원이라 불렸던 곳, 당산공원인데요.
걸어서 10분 정도만 오르면 도심 속에서도 아늑한 숲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원도심에 있던 공원들을 촬영하면서 그렇다면 청주에는
최초의 공원이 어디였을까라는 의문, 약간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러다가 청주에는 동공원과 서공원이라는 곳이 이전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 현재 저희가 있는 당산공원이 동공원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 공원을 찾아와 보기로 했고 그렇게 하면서 촬영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해설) 청주 최초의 공원이자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산신제가 열렸던 청주의 진산.
홍덕은 씨는 앞으로 이곳에 관한 기록을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오래된 나무들이 숲을 이뤄 다양한 생명들을 품고 있는 공원.
곳곳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근대 문화의 흔적들도 숨어 있죠.
도시 조경 연구가 홍덕은 씨가 기록할 당산공원의 새로운 오늘입니다.
-(해설) 묵묵히 흐르는 청주의 젖줄, 무심천.
청주 시민들과 함께해 온 삶의 물줄기이며 청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기억 하나쯤은 떠올리게 되는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죠.
이곳에도 기록가가 있습니다.
무심천을 기록하고 있는 시민기록가 김종출 씨입니다.
무심천 발원지부터 하류까지 80리 길을 안방 드나들 듯 다니며 다채로운 풍경을 담았습니다.
직장 생활 속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틈틈히 기록해 온 무심천의 풍경은
시간과 자료가 쌓여 김종출 씨의 소중한 아카이브가 됐죠.
지난 10여 년간 그가 담은 기록 속에서 무심천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시와 함께 공존하고 계절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청주의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무심천 변에서 살았던 그에게 이 물줄기는 가슴 한편을 차지하는 마음의 고향이죠.
-(해설) 무심천을 기록하면서 다시 보게 된 공간도 있습니다.
무심천 바로 옆 높은 건물들 사이에 낮게 자리한 지붕.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 수용소로 사용됐던 옛 운천동 피난민 마을입니다.
-여기 보시면 기둥 보이시죠?
이렇게,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건물 구조인데 지붕도 이렇게 옛날 건물처럼 돼 있죠.
저기서부터 여기까지가 건물 구조인데 살다가 가족이 늘고 그러다 보니까 식구가 늘더 보니까 넓혀야 하잖아요.
더 넓힐 수는 없고 앞으로 지붕을 이어서 앞으로 더 이렇게 넓혀서
집을 더 활용해서 그동안 기거를 하고 사셨던 거예요.
이 집들이 다 구조가 비슷해요, 똑같아요, 구조물은.
자기들이 안에 내부를 어떻게 구조를 바꾸고 하는 건 모르지만 지금까지
이것마저도 조만간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제복 선생님 모시고 온 거예요.
-지금도 사람 사는 흔적들이 다 있네요.
-살고 있어요. 지금 이 골조는 살아 있잖아요. 이게 당시 그 골조 그대로예요.
-(해설) 김종출 씨에게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았던 추억의 골목길이기도 한데요.
-어릴 적 초등학교 그 당시에는 국민학교 동창도 여기 초등학교 같이 다니면서
여기 마을에도 같이 그 친구하고 놀러 오고 얘네 방에서 이 작은 방에서 같이 숙제도 하고
그렇게 지냈던 곳인데 지금은 또 이렇게 나름.
-(해설) 사진을 찍고 동네 사연을 들으면서 다시 보게 된 곳입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과 비좁은 골목길.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인데요.
70여 년 전 120여 가구가 살았지만, 점점 줄어들어 현재는 10여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초창기 피난민은 80대 어르신 한 분만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쪽 방, 옛날 우리 시골로 말하면 안방, 윗방 그렇죠? 그렇게 되는 거네.
-여기서.
-여기까지가 방이고 여기는 부엌이었어요.
-부엌.
-8자, 8자. 4자에 4자. 이게 반 정도.
-이게 8자, 8자, 8자, 8자.
-그래서 저기서 여기까지가 12자야. 그런 데서 다 사는, 애들 낳고 다 사는 거야.
-이것도 한 집이었던 거잖아, 아저씨.
-그러니까 한 가구라니까.
-그렇지.
-한 가구야, 한 가구.
-옛날에 지었던 그 문틀 그대로. 이게 다. 옛날 문.
어머니, 건강하셔야 해요. 아저씨도 약 너무 많이 타는 거 아니시죠?
-(해설) 누군가에게는 떠날 수 없는 터전이 된 집.
기록이 아니라면 이곳이 기억될 수 있을까요?
-그래.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해설)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상황.
피난민이 떠난 자리에는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종출 씨가 기록한 피난민 마을의 오늘이죠.
-지금도 민간 아카이브 영역도 그렇고 공공 아카이브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다양한 기록을 하고 있고 이 마을조차도 아마 저희만 기록한 건 아닐 겁니다.
여러 사람들이 계속 기록하고 있는데 그게 한두 명, 한두 해에 걸쳐서
기록한다고 장기 보관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것들이 살아남을지 몰라서
하루하루 우리가 또 새롭게 기록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특히 기록 장소를 선정할 때 있어서.
-(해설) 이번에는 시장으로 발길을 옮겨봅니다.
청주의 전통시장 북부시장인데요.
오랜 세월 정겨움과 활기가 넘치는 시장으로 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50년 가까운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가 있습니다.
오래된 간판에서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데요.
삶들을 이어온 대물림 맛집입니다. 이 가게의 메뉴는 두 가지.
신선한 생족으로 생강과 마늘만 넣어도 고기 자체의 고소한 맛을 끌어낸다는 족발.
콩나물, 황태 등을 넣고 끓여낸 시원한 국물에 손으로 뜯는 방식이 아닌
칼이나 수저로 떠서 만드는 수제비는 칼칼한 맛이 일품이죠.
단출하지만 정겨운 조합. 수제비와 족발을 맛보기 위해 50년 가까운 세월 단골손님들이 노포를 찾고 있습니다.
-전국의 노포들.
-(해설) 지난해에 두 사람은 노포를 기록했는데요.
이재복 씨는 기획을 하고 전혜원 씨는 글을 썼죠.
-그때 먹고 가서 집 가서 쓴 거예요.
-(해설) 전혜원 씨는 지역에서 힙합 뮤지션으로 활동하는데요.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노포의 감성을 기록했습니다.
-족발, 콩나물국, 새우젓의 어울림을 유지하며 북부시장을 오랫동안 지켜온 가게.
족발과 수제비라는 간단한 메뉴 구성은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29년을 살면서 본 족발 중 가장 깨끗한 족발이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순수한 족발을 맛보고 싶다면 OO족발을 찾아야 한다.
수제비 역시 일품인데 양이 많기 때문에 족발을 한 접시 시킨다면 나눠 달라고 해도 좋겠다.
젊었을 때는 퇴근 후 족발과 술 한잔을 하다가 어느새 나이가 들어 잘 드시지도
못하지만 아들과 함께 가게를 찾은 후 다시는 보지 못했던 손님을 기억한다고
하실 만큼 손님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노포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맞아요.
-(해설) 단골의 진심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유난히 글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확실히 오래된 가게들은 이유가 있고 사람들이 다시 찾는 그 이유를 내가
모자라지만 많이 부족하지만 좀 압축된 표현들로 정리해 줘야겠다, 이런 생각들로 문장을 썼던 것 같습니다.
-맛있겠네요.
-(해설) 기록을 하면서 다시 맛보는 노포의 감성.
-푸짐하네요, 아주. 마늘.
-(해설) 두 사람이 함께한 노포 프로젝트는 세대와 세대를 잇는 노력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커서 다시 보니까 뭐 여기 앞에도 백년가게 또 하나 있고 다른 맛집들도
많은 게 그 시장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있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도 시장에 올 가치가 충분하다.
-우리 살았던 사람들은 정말 안 먹어본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이런 것들은 계속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 같아요.
-저희가 여기 온 거는 어머니가 77년에 오셨는데 79년부터 족발 장사를 하셨어요.
-새롭게 옮기실 계획도 있으세요?
-아직은 없는데.
-손님 입장에서는 이게 좋거든요, 사실은.
-(해설) 오랜 세월 속에서도 굳건하게 지켜온 맛.
이 맛이야말로 노포의 진정한 맛이죠.
기록이 조금 더 다양한 계층, 색다른 시선에서 이뤄진다면 함께 즐기는 맛도 더욱 다채롭지 않을까요?
-한 번만 찍을게요. 미소가 너무 좋으시네요. 좋아요.
하나, 둘.
사실 잘 차려입고 찍으면 더 예쁘게 나오기는 하는데 지금 현장에서의 모습이
기록적으로 훨씬 더 가치가 있어서 그렇거든요.
-(해설) 같은 가게지만 누군가는 인물을 찍고 누군가는 간판을 찍기도 하겠죠.
서로 다른 생각과 시선으로 기록은 더욱 풍성해집니다.
-(해설) 아카이브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에서 출발하기도 합니다.
도서관인지 책방인지 각양각색 책들로 가득한 공간.
이곳은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진 책을 소장하고 있는 지용철 씨의 집입니다.
-작가들을 몇몇이 보면 다 전국에 나뉘어 있죠. 여기도 귀한 거 많아요.
-(해설) 한 권 한 권이 소중하다는데요.
-이 책 같은 경우는 김아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님의 작품집인데요.
그분이 김석중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에 작품 활동을 하실 때 첫 번째 낸 사진집인데요.
정신병동을 찍었습니다.
정신병동을 찍었는데 처음에는 이 작품이 너무 좋아서 막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 책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해설) 전국을 수소문해 구한 사진집부터 지역 작가의 작품집까지.
다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데요.
도서관에도 없는 귀한 자료를 발품 팔아 모았다는 지용철 씨.
자료들로 가득한 그의 서재도 가치와 잠재력을 가진 미래의 아카이브입니다.
-이게 오늘 온 책인데요.
-(해설) 가장 설레는 순간은 새로 주문한 책을 확인하는 바로 지금.
-처음부터 출판된 지 한 1년 된 것 같은데 책값이 비싸니까 고민 고민하다가 너무 좋다.
-(해설) 애써 찾아낸 책을 소장하는 기쁨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는데요.
-마을 3부작인가. 그 책 외에 없어서 이게 도대체 무슨 책인가 해서.
그런데 제가 5000원 주고 샀거든요. 권태균 노마드 시리즈. 거기서.
-어록이네요.
-그런데 사진을 몇 장을 봤는데 내용이 너무 좋더라고요. 사진 내용이. 좋은데요.
-(해설) 개인의 열정과 관심은 아카이브를 키우는 씨앗이 되죠.
-포장을 보니까 오래된 책방에서 온 것 같아요. 그 당시의 매입가를 기준으로 판 게 아닐까.
-그런 것 같아요.
-지금 물가로 다시 산정하면 더 비쌀 것 같은데요.
-잠깐만, 이거 좋은데요. 몇 번 계속 보게 될 것 같아요. 가끔가다가 비 오면 차 한 잔 마시면서.
-득템이네요.
-득템이죠. 기분 좋잖아요. 좋은 사진을 다시 볼 수 있고. 그다음에 작가님 마음도 알 수 있고.
-(해설) 출발은 취미였고 소소한 관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즐거움에 이른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의미가 됩니다.
나만의 영역을 넘어 모두가 즐기는 아카이브가 되니까요.
기록은 때로 역사가 되기도 하지만 역사를 만들기도 합니다.
청주시 내수읍의 한 마을.
-혼자 사는 어르신들도 많기는 한데 그래도 마을 길이 조금 단합이 잘 되고 되게 따뜻한 동네거든요.
-(해설) 마을사를 기록하는 시민 기록가 안보화 씨가 이재복 씨와 함께 동네를 찾았습니다.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미래에 남긴다는 의미에서 마을사 기록은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이 우물은 조금 이런 이야기가 있다 보니까 이야기도 많이 해 주시고 재미있었어요.
-나무뿌리가 보이는 것 같아요.
-맞아요. 신기하죠.
-(해설) 동네 구석구석 소소한 풍경. 전해오는 이야기도 놓치지 않죠. 안보화 씨는 사계절 동네 풍경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해설) 마을사 기록에서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구술 채록인데요.
어르신들의 속 깊은 이야기부터 들어봅니다.
-그럼 이제 우리 어머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셔?
-정.
-정.
-옥.
-옥.
-자.
-자.
여기서 제가 성함만 물어보고 여기서 태어나셨는지 아닌지 물어보고 여기에 안
태어나셨으면 어디서 태어나시고 어디서 시집왔는지.
어머님은 고향이 어디세요?
-네?
-고향이 어디세요?
-북이면이요.
-(해설)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은 구술 채록의 첫 단계죠.
-20살에.
-왜 이렇게 시집을 일찍 보냈어?
-그때는 먹을 게 없으니까 배 부르라고 부잣집으로 보낸 거지.
-어머님 부잣집으로 시집오신 거예요?
-무슨 부자야 그냥 오는 거지.
-어머님은 여기 오셔서 젊으셔서 농사지으셨어요? 아니면 다른 일 하셨어요?
-평생 농사지었지.
-무슨 농사지으셨어?
-벼농사, 콩 농사짓고 다 지었지.
-이제 우리가 늙어서 마음 편하게 그냥 편하게 사는 거야. 옛날에 고생했어도.
-맞아.
-그게 제일로 알고 사는 거지, 뭐.
-맞아.
-(해설) 고된 농사일에 시집살이까지.
그 옛날 어머니들이 전하는 이야기들.
훗날 누군가에게 인생 길잡이가 되어 주지 않을까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긴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구술채록 과정.
마을 이장님을 만나 올해 일정도 들어봅니다.
-초중 말복인데 초복, 중복은 마을에서 삼계탕을 직접 만들어서 전체 가구에 똑같이 배달해 드리고.
-올해는 저번처럼.
-관광을 또 한 번 작년에는 두 번을 마을 어르신들이랑 갔다 왔는데 금년도에는 한 번 아마 갔다 올 거로 예상되고요.
-(해설)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모아 꾸준히 기록한다면 마을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을 텐데요.
저곡리 주민들의 이야기는 한 권의 마을 책이 됐습니다.
-골닥골이야, 골닥골.
-왜 골닥골이에요?
-왜냐 닥나무가 많았어, 닥나무가 옛날에는.
-애들 셋이 엄마 많이 고생 많이 했다고 효자야, 잘해.
-우리 클 때 친구들도 많았어요. 11명, 나이 또래만 해도.
-위로 올라가면?
-저 위에 올라가야 타래박 샘이 있잖아.
-타래박 샘 하나 있고.
-그거 이어다 먹었지.
-(해설) 구술채록을 하는 시민 기록가 안보화 씨에게 기억에 남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대학교 원룸촌에서 채록한 하숙집 이야기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기록지죠.
-이 길가에 이렇게 하숙이라고 쓰인 간판이 있었어요.
제가 그냥 문을 똑똑 두드리고 들어가서 이야기를 듣다가 어?
그런데 몇몇 하숙집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것도 약간 생활 문화고 주거
문화 양식이 변한 거니까 한번 조금 돌아보고 이야기를 들어보자 싶어서 콘셉트를 하숙으로 잡고.
-그 학생이 내가 하숙비를 안 받는다고 그래서 보내줬더니 그게 고마워서요.
눈이 올 때마다 눈을 쓸어주는 거야, 우리 집을.
우리가 눈이 마당이 좀 길어요.
그렇게 마음이 지금까지도 마음이 많이 아프고 그 학생이 잘되어야...
전화 없어요, 걔는. 잘됐나 그 생각을 해 보고.
-하숙집 이야기 들어보면 돈 벌려고 하신 건 아니더라고요.
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시면서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왔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 작업은.
-하숙집은 특히나 매년 찾아오는 손님이 달라지니까.
-맞아요.
-더더욱 이야기 풍성할 수밖에 없겠네요.
-맞아요, 맞아요.
-마을하고 또 다르네요.
-(해설) 우리 가까운 곳에도 구술채록으로 기록할 만한 이야기들이 충분히 있습니다.
-하숙집 명부라든지 아직도 위에 하숙집 이 모습을 간직하고 하나도 안 치우셨더라고요.
그런 것도 찾아보고 그리고 사실 어머님도 내가 하숙해서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었는데 인터뷰하고
이렇게 얘기를 하다 보니까 나 진짜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았어요, 하시면서 본인도
조금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풀어내시는 것도 있고 해서 어머님도.
-(해설) 소소한 이야기도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됩니다.
-진짜 맨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이렇게 밥했던 부엌이나 이런 것도 그릇도
아직도 하나도 안 버리고 다 갖고 계시더라고요.
-이게 하숙집의 거의 마지막 풍경이었겠네요.
-맞아요, 맞아요.
-(해설) 돌아온 작업실. 이재복 씨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지난 만남의 순간들은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았죠.
사라져가는 풍경을 기록하는 사진작가.
청주의 도심 속 변화가 시작된 공간.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연구하며 학문과 기록이 함께 이루어지는 현장까지.
정말 다채로운 여정이었죠.
단순히 개인의 기록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들의 아카이브 속에 수많은
기록이 있고 기대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파도를 이루듯 개인의 작은 기록이 모여 우리 사회를
이끄는 변화의 물결이 되지 않을까요?
-(해설) 나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의 이야기로 기록될 당신의 아카이브.
과거를 보존하고 현재를 기록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당신의 아카이브가 멈추지 않고 계속 채워지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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