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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페셜 - 풍정 라디오, 도전 AI
등록일 : 2025-04-28 17:35:02.0
조회수 : 20
-(해설) 세상에 2017년 첫 방송을 시작한 풍정라디오가 오늘도 이어지고 있네요.
-오늘 풍정라디오 방송 진행을 맡은 연출자 이상배입니다.
-풍정라디오 DJ 이장우입니다.
-풍정라디오 DJ 이명분입니다.
-정선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삼복더위에 이렇게 오셔서 방송 진행하느라고 고생 많습니다. 시집온 지 얼마나 됐나요?
-58년 되는가. 스물에 왔으니까.
-장가간 지는 몇 년?
-똑같아.
-58년.
-두 분이 똑같이 58년 됐네.
-한날 왔지, 뭐. 한날한시에 왔는데 그래.
-58년 전에 첫선 봤을 때 서로 기억을 하세요?
-선 안 봤어.
-중매로 해서 얼굴도 못 봤죠. 중매로 해서 결혼을 했어요.
-그래도 선은 첫날은 한 번은 만나고 결혼했지, 뭐.
-안 만났어.
-안 만났어요?
-안 만났어.
-엄마야, 세상에. 시집을 어찌 그리 옵니까?
-얼떨결에 왔지, 뭐. 나이도 스물하나.
-그래도 만나긴 만났을 거 아니에요?
-그래, 약혼 사진은 찍었지.
-그래, 약혼 사진 찍었잖아, 그러면 약혼 사진...
-그건 선본 게 아니야.
-약혼 사진 찍을 때 얘기.
-옛날에 약혼 사진 찍을 때 모습을 기억을 하냐 이 말이지.
-안 나지.
-그러면 제가 나게 해 줄까요?
-해 주면 좋지.
-좋지.
-해 줘봐.
-저를 보세요. 그때도 머리 까졌어요? 인공지능 가지고 58년 전의 얼굴을.
-만들어?
-만들어서 이제 보여줄 수도 있고. 이렇게. 그때 모습 맞아?
-그러네.
-세상에.
-비슷해요?
-응.
-세상에 되게 미남이셨네.
-시집 잘 왔네.
-얼마나 잘 왔다고.
-그러니까 시집올 때 뛰어왔지.
-그러니까.
-얼마나,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그것도 한복 치맛자락을 걷어붙이고.
-이렇게 됐어. 맞아요?
-네.
-내가 저렇게 예뻤다고?
-자네는 몇 년 됐어? 질부는 몇 년 되고?
-나도 아마 40년.
-40년 됐어요.
-40년 됐네.
-그러니까.
-내 얼굴도 기억이 안 나, 40년 전에 내 얼굴도.
-그러면 보여드릴까?
-한번 보여줘야지.
-기다려 봐.
-질부는 그때 참 멋쟁이지, 뭐.
-20대 때 결혼할 무렵에는 이랬습니다.
-나 저 얼굴을 나한테 갖다 붙이면 안 되나, 지금.
-지금?
-이제 90대 되면 이런 모습으로 변해.
-내가 90이 되면.
-세상에.
-세월이 가면 저렇게 되는구나.
-그래도 멋진 곱게 늙은 타입으로 가네.
-그러니까. 세상에.
-70이 아니고 80. 오늘 웃고 즐기면서 풍정라디오 진행을 했는데요.
이 방송을 어르신들께서 들으시고 나도 젊을 때 모습을 보고 싶다든지 아니면 참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서 나도 한번 웃고
싶다 이러하신 동네 어르신들이 계시면 풍정라디오 방송국으로 빨리 오세요.
빨리 오시면 제가 세월을 되돌려서 20대, 10대까지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 빨리 오세요.
-오세요. 오세요, 오세요.
-오세요, 오세요.
-감사합니다.
-오늘 진행은 여기까지입니다.
-(해설) 평균 나이 77세 노인들만 사는 마을에 라디오 방송국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다소 뚱딴지같던 풍정리의 도전은 햇수로 8년째 생방송 중.
풍정라디오는 이제 이곳 어르신들과 함께 장수하는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위에 올라가서 재어도 돼.
-여기. 됐어. 됐어, 잘하고 있어. 이렇게 하면 돼.
-힘들지 않았어?
-네.
(외국어)
-밥 먹고 하자.
-(해설) 풍정리의 막내 이장님은 여전히 부지런합니다.
농사 살림은 늘었는데 일손은 부족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힘을 빌리는 형편인데요.
다행히 스마트폰 인공지능 통역 앱 덕분에 한결 수월합니다.
-진은 나물 솎는 거 얼마나 솎았나?
-조금?
-오늘 작업 완료할 수 있나?
-못 해.
-못 해? 오케이.
-(외국어)
-무 솎는 작업을 퇴근 시간까지 작업 완료할 수 있나?
-(외국어)
-점심 많이 먹고 쉬었다가 작업하도록 하라.
-네.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알았어.
-(해설) 주경야독. 늦깎이 대학생 이장님은 농사도 열심히이지만 공부에는 더 열정적입니다.
배워서 마을 어르신들 나눠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해설) 그동안 젊은 동기생들에게 어깨 너머로 배운 인공지능 AI가 너무 궁금해서 이장님이 용기를 냈습니다.
-(해설) AI, 그거 참 들으면 들을수록 머릿속은 새하얗지만 우리 마을에 도움 될 만한 게 뭐가 있나.
몇 년 전 유튜브에 도전할 때만큼이나 이장님 가슴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가득 찼습니다.
-장비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거 갖다놨는데.
-전 세계.
-잘하려고 해야 하지. 그래서 언제 찾으려고.
-전 세계에서 실버 방송.
-하는 곳.
-하는 곳. 탁 치면.
-일본 있네.
-일본, 미국.
-미국도 있고.
-그러니까.
-일단 너무 멀리는 못 가니까 가까운 데 한번, 일본 한번 쳐봐.
-가까운 데, 일본을 한번 들어가볼까? 일본의 공영방송. 이건 NHK고.
너무 큰 데는 우리가 갈 수도 없잖아. 풍정라디오 명함 내밀고 도움받아줄까?
-우리 왜 그전에 언제 한번 줌으로 영상 통화 했던 거 아마쿠사TV.
-몇 해 전에?
-아마쿠사TV 거기를 가보면 어때?
-그래, 거기도 괜찮지. 아마. 나오네.
-딱 나오네, 대번 나오네. 저기는 방송 콘텐츠 봐봐.
지역 행사, 문화 활동, 관광 정보 등을 다루고 있는 프로그램도 한대.
그런데 내가 생각할 때 저기는 배울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우리는 솔직히 이거 지역의 문화 뭐라 그러나, 그런 거 홍보.
이런 거를 아직까지 생각도 안 해보고 있었는데 저것도, 지역 경제 살리는 것도 괜찮겠네, 맛집 소개도 하고.
-또 배워서 또 우리가 하면 되지, 뭐.
-(해설) 하여튼 부창부수. 일 벌이기 좋아하는 부부 아니랄까 봐 풍정라디오 이제 해외 진출까지 하는 건가요?
-총리가 이거를, 아마쿠사TV를 와보셨나 보네.
-(일본어)
-(일본어)
-(일본어)
-(일본어)
-(해설) 풍정라디오처럼 어르신들이 활약하는 일본 방송국 소식에 이장님은 단숨에 일본행을 결정하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우리 풍정라디오 마을 자랑을 해주세요.
-우리 동네는 자랑거리는 저 뒤에 거북바위가 아주 큰 게 있습니다. 젖샘도 있고요. 경로당도 있고 저기 라디오.
-우리 동네는 내가 시집오고 여태 이 자리에 살았는데 인심도 너무 좋고요.
친구도 친한 친구도 많고 정이 많아요. 그리고 친구는 항상 입의 거 서로 내먹을 정도고요.
아침 저녁으로 만나면 맨날 그날이 그날이고 맨날 행복합니다.
-반가워요.
-얼굴 보니 반갑습니다. 건강한 모습 보니까 좋습니다. 풍정 동네 자랑 좀 해주세요.
-자랑 뭐, 풍경 동네 인심 좋고 또 잘살고 있고 그러면 됐지, 뭐.
-잘 먹고 잘 지내면 그게 행복이에요.
-맞아요. 웃음이 살아있는 동네.
-웃음이 살아있는 동네. 이런 동네예요.
-맞아.
-웃으며 살며 서로 먹고 잘 놀고 잘 지내는 곳이 풍정 동네예요. 감사합니다.
-(해설) 조용한 산골마을 풍정리가 또다시 들썩입니다.
이번에도 기분 좋은 예감이 구름처럼 몰려드네요.
라디오로 시작해 유튜브로, 이곳 풍정리에 또 어떤 도전과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우리 동네 풍정리에 풍정리만의 노래는 없잖아요.
-없죠.
-풍정리에.
-그러니까 풍정리가. 여기에 풍정.
-뭐 하는데요, 지금?
-노래를 만들려면 가사를 작사를 해야 하잖아. 가사를 만들어야 하잖아, 일단.
-그럼 혼자 작사, 작곡을 다 한다고?
-그렇지.
-대단하시네, 진짜.
-그래서 이게 최첨단 기술 AI가 우리 동네로 와서 지금 나하고 노래 작사, 작곡을 하는 거야, 지금.
그래서 제일 우리 동네하고 분위기에 맞닿을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만들려고 해요.
-진짜.
-그러니까 일단 풍정리가 들어가야겠지.
-풍정리.
-풍정리를 쓰고 그다음에 또 뭐 어떤 게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나는요.
슬프고 우울한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도 더 행복하고 활발하게
사는 인생이 나는 200살까지도 살고 싶어요.
지금은. 너무너무 행복해서.
-그래도 꿈은 이루어져요.
-행복해요.
-여기 이제 행복한 삶이라는 게 들어갔어요. 그러면 또 뭐.
-나는 2019년 우리 행복마을 왜 콘테스트 나갔잖아.
나는 그 기분으로 뭐야, 내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 동네에 살고 싶어.
-좋다.
-가사는 조금 이따 만들어지면 갖다 붙일 텐데 어떤 작곡, 어떤 노래 음이 좋을까 봅시다. 이게 좋을까.
-세상 참 어떻게 이렇게 좋아졌어.
-이건 좀 경쾌하게 가죠.
-첫 번째.
-나는 네 번째나.
-첫 번째.
-첫 번째가 괜찮아요?
-첫 번째. 그러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들려줄까?
-안 들려줘.
-어떻게 해야 해?
-AI, 우리 방송 우리 노래를 부탁합니다.
-부탁해요.
-불러주세요.
-그래야 나오지, 그래야.
-불러주세요.
-귀 청소하고.
-눈 빠지게 봐야 해.
-갑니다. 처음 듣는 풍정라디오 노래입니다.
-좋다. 우리가 아까 지껄이던 말뜻으로.
-그렇지.
-노래를 지어서.
-참말로.
-그러면 작사, 작곡가는 뭐 먹고사는가.
-진짜.
-이거는 우리가 우리 동네에서 이렇게 작사, 작곡을 해서.
-얘 혼자. 그러게.
-우리끼리 만든 노래를 우리가 들으면서 손뼉치고 즐겁게 살면 되지.
-이걸 배워야겠다.
-어때요, 괜찮죠?
-괜찮고 말고.
-좋아요.
-진짜 참 너무 좋아요.
-그런데 제가 앞으로 조금 더 공부를 더 해서 예쁘고 경쾌하게 포장해서.
-살을 더 붙여서.
-우리 동네 하나만 있는 우리 동네 주제가를 만들 테니 한번 기대를 하시고.
어르신들요, 저기 맨 밑에 있는 거우 아재부터 저 위에 있는 청와대 엄외남
어른까지 제가 조금 더 다듬어서 조금 더 예쁘게 포장해서 만들어서 들려주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감사합니다.
-오늘은 풍정라디오 연출 겸 DJ 세 분과 노래를 만드는 영상을 시험 제작해 봤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해설) 이장님이 AI를 배운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마을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풍정리 노래가 뚝딱 완성됐습니다.
풍정 어르신들의 해외 연수라고 해야 할까요?
일본 아마쿠사TV 방문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핑계로 옷도 한 벌 사야죠.
-예뻐요? 괜찮아요?
-예쁘다.
-이리 와봐, 이리 와봐. 예뻐.
-예쁩니다. 굿, 굿. 일본 가는 옷을 사잖아.
내가 일본어로 말을 한번 해볼게. 칭찬을 한번 해볼게. 진짜 예쁩니다.
-모또이 가만히... 감사합니다.
-(해설) AI 덕분에 현지에서 말 안 통할 걱정 없으니 일본행 준비는 즐겁게 쇼핑만 하는 것으로.
-삼촌도 1개 사 드리세요.
-사줘야지.
-(해설) 우리 회장님 쌈짓돈도 술술 나오네요.
-고맙습니다.
-육십 평생에 처음일세. 육십 평생에 처음이네, 이거. 오늘이.
-(해설) 여행은 떠나기 전에 더 설레는 법이죠.
이게 어울릴까, 저게 좋을까 행복한 고민.
이런 소소한 일상의 기쁨이 풍정 어르신들이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튀는 것 한번 쓰고 가보세요. 이런 거.
-(해설) 우리 회장님 너무 잘 어울리세요.
-멋지다.
-이것도 써보셨어요?
-벙거지, 벙거지 모자는 안 되고.
-있어요. 이거 한번 써보세요.
-놔둬 봐요. 내가 사줄게.
-조카가 사준다는데 가만있어.
-여행 가시는데 내가 하나 사드릴게요.
-참.
-고맙네.
-조카한테 또 모자도 하나 얻어 쓰네요, 참.
-얼마예요?
-2만 2000원.
-2만 원.
-2만 원 주시면 돼요.
-일본 여행 간다고 또 2000원 깎아 줬다.
-잘 쓰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잘 다녀오세요.
-내 모자 챙겼지?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일본 갔다 오셨잖아요. 여행 갔다 왔잖아요.
-갔다 왔는데도 몰라요.
-일본은 그래도 갔다 왔으면 한마디는 할 줄 알았지.
-안녕하세요?
-곤니치와.
-곤니치와.
-한마디 할 수 있는 게 대단하단 말이에요.
그러면 지금 일본에 방문을 했어, 어느 가정을.
그러면 그 집에서 요리를 같이하고 같이 먹을 거 아닙니까?
그러면 인사를 하고 나와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잘 먹고 갑니다, 이렇게 할 때는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그럼 일본어로 하면 뭐 어떻게 나오나 봐요. 요쿠다데마시다.
-순분이 아주머니 금쪽같은 막내아들한테 전화했어요, 일본 간다고?
-그래.
-뭐라 그래?
-용돈을 좀 드려야 하는데 가지도 못하고.
-여기 아주머니 딸이 30만 원 보냈다고 그러잖아.
-있다는 게 돈뿐인데 뭐.
-그럼 더 달라고 해요.
-상정아.
-네.
-잘 지냈나?
-그냥 있어요.
-그냥 있어? 엄마 이번에 일본 여행 가는 거 알고 있나?
-네.
-여행 경비를 빚내서 갔다 와야 하나, 어떻게 하나.
-엄마 내가 땅콩 판 걸로 한번 갔다 오라 그랬어요.
-연락이 다 됐네.
-아까 네가 아가씨 하나 데려오라 그러더니.
-아가씨를 데려오려고 하니 만나서 커피도 한잔 사주고 꼬셔야 하는데 뭐가 있어야 꼬시지.
-알겠습니다.
-한 푼 부쳐라.
-네. 같이 가시는 어머니들 그냥, 절대 그냥 오시면 안 돼요.
-그러면?
-며느리 될 사람 하나는 꼭 데리고 와야 합니다.
-그래, 알았어.
-알았어요.
-우리 열심히 노력해서 꼭 한 분을 모셔 오도록 할게.
-갈 때는 여섯 분이 가시면 올 때는 일곱 사람이 와야 해요.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똑똑해라.
-그래서 아까 용돈 준 것도 거의 다 쓰고 올지도 몰라. 모자라면 내가 보태줄게.
-네.
-고마워.
-아가씨도 1명 데려와야 할 것 같고. 7명, 8명이 와야 하잖아요. 경비가 조금 더 필요하실 것 같아서.
-네가 좀 많이 줄래?
-네. 여기요. 어르신들이랑 맛있는 거 드시고요.
-고맙다.
-그리고 온천도 하시고 재미있게 잘 놀고 그렇게 하고 오세요.
-고마워.
-(해설) 자식들에게 용돈까지 두둑하게 받고 나니 마음은 이미 바다 건너 일본에 닿습니다.
풍정라디오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잠 못 드는 풍정리의 밤입니다. 꼭두새벽부터 온 동네가 시끌벅적하네요.
-아주머니, 설레서 잠은 잘 잤어?
-잠이 안 와요. 잠이 오는가.
-그런데...
-시간 맞춰 못 일어날까 봐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와서 꼴딱 세웠어, 진짜로.
-계속 1시간에 몇 번을 깨요.
-맞아요.
-3시 되면 깨어준다고 그래 놓고 안 깨워주고. 나 못 갈 뻔했어.
-여보세요. 나는 일어난 게 3시 반인데 어떻게 해요?
-똑같이 일어났네, 그러면.
-(해설) 동도 트기 전 난생처음 여행 가방을 끌고 또다시 도전에 나선 풍정 어르신들.
산골 마을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새롭게 배움의 여정을 떠납니다.
-안녕히 잘 갔다 오십시오.
-내일 아침에는 이 아침을 일본에서 맞이하겠지.
-그래, 진짜.
-살다 보니 일본도 다 가고 참. 죽어도 한이 없네, 이제는.
-참 죽어도 한이 없네.
-살다가 일본까지 갈 줄 누가 알았어?
-그래.
-(해설) 네, 어르신. 저희도 풍정라디오가 해외까지 갈 줄 몰랐어요.
모두 추진력 좋은 이장님과 도전을 즐기는 어르신들 덕분이죠.
설렘 가득 안고 기분 좋게 일본까지 날아왔습니다.
구마모토현 아마쿠사는 12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인구 8만 3000명의 도시입니다.
풍정 어르신들 소식에 아마쿠사TV에서 환영 인사를 왔습니다.
-곤니치와.
-안녕하세요? 곤니치와.
-곤니치와.
-(함께) 곤니치와.
-저는 풍정라디오 진행자 이상배입니다. 저는 1961년 65세입니다.
-이렇게 친구고 이렇게 친구고.
-대단하십니다.
-대단합니다.
-대단하세요.
-(함께) 감사합니다.
-진짜로 잘해봅시다.
-(해설) 늦은 나이에 방송에 도전한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첫 만남부터 화기애애하네요.
앞으로 왠지 잘 통할 것 같은 기분 좋은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2001년에 개국한 아마쿠사TV. 어르신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해서 지역 소식을 전하는데요.
오늘은 동화 구연을 하는 재능 봉사의 날입니다.
-(해설) 탄탄하게 자리 잡은 실버 방송. 그 노하우를 한 수 배우고 싶은 풍정 어르신들.
국경 넘어 아마쿠사TV의 문을 두드립니다.
-오케이.
-(해설) 오늘 공연의 효과음은 풍정 어르신들의 몫이 됐습니다.
일본 꼬맹이들 앞에서 행여나 실수라도 할까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합니다.
-(해설) 일단 파도 소리는 무사히 통과.
-(해설) 어르신들의 동화 구연은 순식간에 이목이 집중되고 풍정 어르신들은 부담 100배.
-(일본어)
-(해설) 다행히 제 역할을 잘해낸 풍정 어르신들.
덕분에 오늘 공연 반응이 유난히 좋았다고 하죠. 플레이.
-(해설) 바다 멀리 풍정리 마을 풍경을 담아온 이장님.
짐작만 했던 풍정리가 눈 안에 들어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해설) 우리 이장님, 이제 영상 촬영과 편집은 기본이고 AI 번역 앱까지 써서 친절하게 일본어 자막까지 넣으셨네요.
-(해설) 여기는 아마쿠사 아리아케마치 문어마을.
풍정 어르신들이 아마쿠사TV 실제 촬영 현장을 뒤따랐습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88세 쿠로 짱.
-마이크.
-마이크.
-(해설) 나이가 무색하게 NG 한 컷 없이 촬영을 마무리하는 베테랑 아나운서.
그 기세에 풍정 어르신들의 감탄이 이어집니다.
-(함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액션.
-(해설) 드디어 우리 풍정 어르신들 차례.
-(해설) 대표님, 우리 풍정 어르신들 솜씨도 만만치 않죠?
-최고다.
-오케이.
-수고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해설) 역시 우리 풍정 어르신들 일본 TV 첫 실습하지 완벽하게 마무리합니다.
유쾌하게 첫 촬영을 마치고 고맙게도 쿠로 짱이 풍정 어르신들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일본어)
-(일본어)
-(해설) 감사의 뜻으로 한국의 맛을 보여줄 참인데요.
우리나라 양념 없으니 평소 솜씨가 잘 발휘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성만큼은 듬뿍듬뿍 담아봅니다.
-(해설) 맛있는 정성에 정이 무르익는 시간.
아마쿠사 앞바다에서 갓 잡은 싱싱한 회가 한 상 가득. 한일 만찬이 차려졌습니다.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주시고 저희는 처음 맛보는 음식인데 계속 손이 갈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차린 건 많이 없지만 그래도 맛있게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멀리서 오셔서 오늘 마이크를 잡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셔서 멋지게 방송하시길 바라요.
내일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와서 진짜로 이런 음식 먹어볼 줄 누가 알았어요?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음식 해준 사람이 너무 고생 많았어요.
-먹기도 참 미안하고 너무 감사한데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겠습니다.
-(해설) 국경을 넘나드는 음식에 젓가락질이 바쁘고 비워진 그릇은 다시 칭찬과 웃음으로 채워집니다.
-저희가 며칠 방송하면서 표정이 되게 좋으신 것 같은데 우리 동네에서도 방송하면서 우울증도 완치됐어요.
아주머니 우울증도 완치가 됐잖아요.
-내가 있는 심정의 말을 방송실에 앉아서 울며불며 다 털어놓고 한순간에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우울증도 고치고 약도 끊고.
-전 농사를 지으면서 열심히 살았어요.
그만두고 싶었지만 이 집안을 지키기 위해서 일했죠.
뭐랄까, 너무 고민하지 않고 좋게 생각하며 여러 사람 도움을 받으면서 이렇게 나이 들었어요.
아나운서를 하면서 오늘이 가장 특별한 날인 것 같아요.
치매가 오기 전에 카네코 상과 함께 많이 활동하고 싶어요.
여러분을 만난 것이 살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해설) 나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이번 방문은 풍정라디오와 아마쿠사 TV,
두 방송국 어르신들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멀리 일본까지 왔으니 구경거리도 놓칠 수 없죠.
풍정 어르신들, 드넓은 일본 바다 위를 누빕니다.
-이리로 나와 봐, 이리 와봐요.
-어디, 어디, 어디.
-이리 와봐, 이리 와봐. 이리 와봐.
-봐봐.
-어디, 어디.
-(해설) 소풍 나온 아이마냥 들뜬 어르신들.
웃음소리가 돌고개 울음소리처럼 높아집니다.
-돌고래 한두 마리는 많이 봤지만 여기는 몇백 마리.
-이 넓은 바다에.
-저쪽 끝에 봐.
-사방.
-많다, 많아, 많아.
-(해설) 망망대해 돌고래 떼가 눈앞에서 춤을 추는 진풍경을 보고 있자니
이장님은 또 같이 못 온 어르신들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입니다.
-저 보여요?
-보여요.
-보여요.
-잘 보여요?
-잘 보여요.
-구경 좋은가요?
-다음에 한번 꼭 같이 와요. 그런데 여기 돌고개가 유명한데. 돌고개를 한번 보여드릴게요.
-돌고래 몇백 마리 보여요?
-펄떡펄떡 뛰네.
-그림으로 봐. 길로네 어머니, 여기 태평양 바다 위에서 돌고래 쇼를 한국에서 보는 게 기분이 어때요?
-좋아요.
-꿈만 같네.
-어떻게 좋아요?
-배도 보이고 좋은 구경하네.
-상춘 아버지하고 상춘이하고 식사를 잘하는지 나는 그게 궁금해서.
-잘 있어, 잘 있어.
-잘 있지.
-우리 집에 한번 갔다 오시오.
-오늘 봤어.
-오늘 봤어, 왔다 가는 거 봤어.
-오늘 봤어요? 그러면 됐습니다. 됐어요.
-다음에 건강하게 또다시 옵시다. 건강하세요.
-아주머니, 우리 다음에 아주머니하고 꼭 같이 와요. 건강하세요.
-고맙네.
-(함께) 고마워.
-잘 갔다 와.
-(함께) 한국에 가서 봐요.
-맛있는 점심 먹으러 가요.
-(해설) 꼭 다시 마을 어르신들 모두 모시고 올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길고도 짧은 5박 6일의 일정. 아쉬운 마지막 날이 됐습니다.
-풍정리 여러분, 고맹 많으셨어요. 수료증을 수여하도록 할게요. 수여는 쿠로 팡이 해주세요.
-수료증입니다.
여러분은 아마쿠사 TV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방송 제작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셨기에 수료증을 수여합니다.
2024년 9월 8일 아마쿠사 TV 대표 카네코 히로아키.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마음을 담은 티켓입니다. 아마쿠사 TV 슝 풍정라디오.
2025년 5월 4일 1시에서 2시 20분 비행기 표.
-감사합니다.
-많은 것 배워서 고마웠어요. 언제나 그리움 속에서 기다릴게요. 사랑합니다, 대표님.
쿠로 짱님 만나서 정말로 좋았습니다. 사랑해요.
한국에 꼭 오세요, 손순희. 기대해 주세요.
10년 후에 곱게 늙어서 쿠로 짱님같이 유명 인사가 되고 싶어요, 이명분.
-(해설) 아마쿠사 TV 덕분에 풍정 어르신들이 많이 배우고 자신감도 채울 수 있었던 시간.
꾹꾹 눌러쓴 편지로 못다 한 진심을 전해봅니다.
-고맙습니다.
-기분이 정말 좋네요. 나이가 많아서 어려울 수도 있지만 노력해 볼게요.
건강 잘 챙겨서 여러분 또 만나기를 바라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설) 방송과 노인, 도전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그새 정이 많이 들었나 보네요.
눈물까지 나누며 아주 특별한 인연이 됐습니다.
일본 방문을 계기로 풍정라디오가 촬영 반경을 동네에서 벗어나 지역으로 넓혔습니다.
-우리가 회룡포 왔으니까 회룡포 영상을 한번 찍어보자. AI한테 물어서.
-회룡포.
-포장을 잘해서.
-오프닝을 적어줘.
예천의 회룡포, 그 이름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강물은 마치 용이 하늘로 오르는 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을이면 여기 단풍도 들고 소나무는 푸르고 이러면 단풍도 곱게 물들고 이것까지 넣어줘야지.
-그렇지.
-다른 게 뭐 있어.
-(해설) 그럼요. 인공지능 AI에 우리 어르신들 삶의 지혜를 곁들이면 무슨 일인들 금상첨화.
천하무적이죠. 어르신들이 AI를 활용하는 그 자체만으로 아주 리스펙. 훌륭하십니다.
-그럼 나도 한번.
-계룡포 마을로 많이 많이 놀러 오세요.
-구경 오세요.
-(해설) 일본 아마쿠사 TV에 자극받고 AI의 도움을 받으면서 풍정한 이유가 이제 풍정TV로 거듭나는 걸까요?
갈수록 흥미진진. 풍정라디오의 변신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퐁퐁다리. 신문에 퐁퐁이라던데?
-(해설) 이장님이 판을 벌리면 철석같이 믿고 따라주는 풍정 어르신들.
도전은 이제 어르신들의 일상이 됐습니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고 여유롭게 한가위를 맞은 풍정리.
가가호호 자식들까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지금 저희가 어르신들하고 일본 현지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왔는지도
보시고 뮤직비디오 본다는 느낌으로 한번 보시고 기대하시라 보여드리겠습니다.
-큐.
-처음으로 갔던 거.
-좋다, 좋다.
-아이시떼루.
-저도 좋아해요.
-기분 좋다.
-아이시떼루.
-고래, 고래, 고래.
-(함께) 한국에서 봐요.
-점심 먹으러 가요.
-멋있습니다.
-순희야, 쌍둥이들 얼굴 보니 좋지?
-징그러워라.
-감동받지.
-(함께) 파이팅!
-(해설) 풍정리 어르신들의 도전이 노래가 됐습니다.
AI, 여전히 그 이름도 생소하고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서툴러도 설령 틀렸다 해도.
느려도, 설령 늦었다 해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풍정 어르신들의 과감한 도전.
그 유쾌한 이야기는 어르신들이 120살 되는 그날까지 풍정라디오는 계속됩니다.
-오늘 풍정라디오 방송 진행을 맡은 연출자 이상배입니다.
-풍정라디오 DJ 이장우입니다.
-풍정라디오 DJ 이명분입니다.
-정선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삼복더위에 이렇게 오셔서 방송 진행하느라고 고생 많습니다. 시집온 지 얼마나 됐나요?
-58년 되는가. 스물에 왔으니까.
-장가간 지는 몇 년?
-똑같아.
-58년.
-두 분이 똑같이 58년 됐네.
-한날 왔지, 뭐. 한날한시에 왔는데 그래.
-58년 전에 첫선 봤을 때 서로 기억을 하세요?
-선 안 봤어.
-중매로 해서 얼굴도 못 봤죠. 중매로 해서 결혼을 했어요.
-그래도 선은 첫날은 한 번은 만나고 결혼했지, 뭐.
-안 만났어.
-안 만났어요?
-안 만났어.
-엄마야, 세상에. 시집을 어찌 그리 옵니까?
-얼떨결에 왔지, 뭐. 나이도 스물하나.
-그래도 만나긴 만났을 거 아니에요?
-그래, 약혼 사진은 찍었지.
-그래, 약혼 사진 찍었잖아, 그러면 약혼 사진...
-그건 선본 게 아니야.
-약혼 사진 찍을 때 얘기.
-옛날에 약혼 사진 찍을 때 모습을 기억을 하냐 이 말이지.
-안 나지.
-그러면 제가 나게 해 줄까요?
-해 주면 좋지.
-좋지.
-해 줘봐.
-저를 보세요. 그때도 머리 까졌어요? 인공지능 가지고 58년 전의 얼굴을.
-만들어?
-만들어서 이제 보여줄 수도 있고. 이렇게. 그때 모습 맞아?
-그러네.
-세상에.
-비슷해요?
-응.
-세상에 되게 미남이셨네.
-시집 잘 왔네.
-얼마나 잘 왔다고.
-그러니까 시집올 때 뛰어왔지.
-그러니까.
-얼마나,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그것도 한복 치맛자락을 걷어붙이고.
-이렇게 됐어. 맞아요?
-네.
-내가 저렇게 예뻤다고?
-자네는 몇 년 됐어? 질부는 몇 년 되고?
-나도 아마 40년.
-40년 됐어요.
-40년 됐네.
-그러니까.
-내 얼굴도 기억이 안 나, 40년 전에 내 얼굴도.
-그러면 보여드릴까?
-한번 보여줘야지.
-기다려 봐.
-질부는 그때 참 멋쟁이지, 뭐.
-20대 때 결혼할 무렵에는 이랬습니다.
-나 저 얼굴을 나한테 갖다 붙이면 안 되나, 지금.
-지금?
-이제 90대 되면 이런 모습으로 변해.
-내가 90이 되면.
-세상에.
-세월이 가면 저렇게 되는구나.
-그래도 멋진 곱게 늙은 타입으로 가네.
-그러니까. 세상에.
-70이 아니고 80. 오늘 웃고 즐기면서 풍정라디오 진행을 했는데요.
이 방송을 어르신들께서 들으시고 나도 젊을 때 모습을 보고 싶다든지 아니면 참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서 나도 한번 웃고
싶다 이러하신 동네 어르신들이 계시면 풍정라디오 방송국으로 빨리 오세요.
빨리 오시면 제가 세월을 되돌려서 20대, 10대까지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 빨리 오세요.
-오세요. 오세요, 오세요.
-오세요, 오세요.
-감사합니다.
-오늘 진행은 여기까지입니다.
-(해설) 평균 나이 77세 노인들만 사는 마을에 라디오 방송국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다소 뚱딴지같던 풍정리의 도전은 햇수로 8년째 생방송 중.
풍정라디오는 이제 이곳 어르신들과 함께 장수하는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위에 올라가서 재어도 돼.
-여기. 됐어. 됐어, 잘하고 있어. 이렇게 하면 돼.
-힘들지 않았어?
-네.
(외국어)
-밥 먹고 하자.
-(해설) 풍정리의 막내 이장님은 여전히 부지런합니다.
농사 살림은 늘었는데 일손은 부족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힘을 빌리는 형편인데요.
다행히 스마트폰 인공지능 통역 앱 덕분에 한결 수월합니다.
-진은 나물 솎는 거 얼마나 솎았나?
-조금?
-오늘 작업 완료할 수 있나?
-못 해.
-못 해? 오케이.
-(외국어)
-무 솎는 작업을 퇴근 시간까지 작업 완료할 수 있나?
-(외국어)
-점심 많이 먹고 쉬었다가 작업하도록 하라.
-네.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알았어.
-(해설) 주경야독. 늦깎이 대학생 이장님은 농사도 열심히이지만 공부에는 더 열정적입니다.
배워서 마을 어르신들 나눠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해설) 그동안 젊은 동기생들에게 어깨 너머로 배운 인공지능 AI가 너무 궁금해서 이장님이 용기를 냈습니다.
-(해설) AI, 그거 참 들으면 들을수록 머릿속은 새하얗지만 우리 마을에 도움 될 만한 게 뭐가 있나.
몇 년 전 유튜브에 도전할 때만큼이나 이장님 가슴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가득 찼습니다.
-장비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거 갖다놨는데.
-전 세계.
-잘하려고 해야 하지. 그래서 언제 찾으려고.
-전 세계에서 실버 방송.
-하는 곳.
-하는 곳. 탁 치면.
-일본 있네.
-일본, 미국.
-미국도 있고.
-그러니까.
-일단 너무 멀리는 못 가니까 가까운 데 한번, 일본 한번 쳐봐.
-가까운 데, 일본을 한번 들어가볼까? 일본의 공영방송. 이건 NHK고.
너무 큰 데는 우리가 갈 수도 없잖아. 풍정라디오 명함 내밀고 도움받아줄까?
-우리 왜 그전에 언제 한번 줌으로 영상 통화 했던 거 아마쿠사TV.
-몇 해 전에?
-아마쿠사TV 거기를 가보면 어때?
-그래, 거기도 괜찮지. 아마. 나오네.
-딱 나오네, 대번 나오네. 저기는 방송 콘텐츠 봐봐.
지역 행사, 문화 활동, 관광 정보 등을 다루고 있는 프로그램도 한대.
그런데 내가 생각할 때 저기는 배울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우리는 솔직히 이거 지역의 문화 뭐라 그러나, 그런 거 홍보.
이런 거를 아직까지 생각도 안 해보고 있었는데 저것도, 지역 경제 살리는 것도 괜찮겠네, 맛집 소개도 하고.
-또 배워서 또 우리가 하면 되지, 뭐.
-(해설) 하여튼 부창부수. 일 벌이기 좋아하는 부부 아니랄까 봐 풍정라디오 이제 해외 진출까지 하는 건가요?
-총리가 이거를, 아마쿠사TV를 와보셨나 보네.
-(일본어)
-(일본어)
-(일본어)
-(일본어)
-(해설) 풍정라디오처럼 어르신들이 활약하는 일본 방송국 소식에 이장님은 단숨에 일본행을 결정하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우리 풍정라디오 마을 자랑을 해주세요.
-우리 동네는 자랑거리는 저 뒤에 거북바위가 아주 큰 게 있습니다. 젖샘도 있고요. 경로당도 있고 저기 라디오.
-우리 동네는 내가 시집오고 여태 이 자리에 살았는데 인심도 너무 좋고요.
친구도 친한 친구도 많고 정이 많아요. 그리고 친구는 항상 입의 거 서로 내먹을 정도고요.
아침 저녁으로 만나면 맨날 그날이 그날이고 맨날 행복합니다.
-반가워요.
-얼굴 보니 반갑습니다. 건강한 모습 보니까 좋습니다. 풍정 동네 자랑 좀 해주세요.
-자랑 뭐, 풍경 동네 인심 좋고 또 잘살고 있고 그러면 됐지, 뭐.
-잘 먹고 잘 지내면 그게 행복이에요.
-맞아요. 웃음이 살아있는 동네.
-웃음이 살아있는 동네. 이런 동네예요.
-맞아.
-웃으며 살며 서로 먹고 잘 놀고 잘 지내는 곳이 풍정 동네예요. 감사합니다.
-(해설) 조용한 산골마을 풍정리가 또다시 들썩입니다.
이번에도 기분 좋은 예감이 구름처럼 몰려드네요.
라디오로 시작해 유튜브로, 이곳 풍정리에 또 어떤 도전과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우리 동네 풍정리에 풍정리만의 노래는 없잖아요.
-없죠.
-풍정리에.
-그러니까 풍정리가. 여기에 풍정.
-뭐 하는데요, 지금?
-노래를 만들려면 가사를 작사를 해야 하잖아. 가사를 만들어야 하잖아, 일단.
-그럼 혼자 작사, 작곡을 다 한다고?
-그렇지.
-대단하시네, 진짜.
-그래서 이게 최첨단 기술 AI가 우리 동네로 와서 지금 나하고 노래 작사, 작곡을 하는 거야, 지금.
그래서 제일 우리 동네하고 분위기에 맞닿을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만들려고 해요.
-진짜.
-그러니까 일단 풍정리가 들어가야겠지.
-풍정리.
-풍정리를 쓰고 그다음에 또 뭐 어떤 게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나는요.
슬프고 우울한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도 더 행복하고 활발하게
사는 인생이 나는 200살까지도 살고 싶어요.
지금은. 너무너무 행복해서.
-그래도 꿈은 이루어져요.
-행복해요.
-여기 이제 행복한 삶이라는 게 들어갔어요. 그러면 또 뭐.
-나는 2019년 우리 행복마을 왜 콘테스트 나갔잖아.
나는 그 기분으로 뭐야, 내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 동네에 살고 싶어.
-좋다.
-가사는 조금 이따 만들어지면 갖다 붙일 텐데 어떤 작곡, 어떤 노래 음이 좋을까 봅시다. 이게 좋을까.
-세상 참 어떻게 이렇게 좋아졌어.
-이건 좀 경쾌하게 가죠.
-첫 번째.
-나는 네 번째나.
-첫 번째.
-첫 번째가 괜찮아요?
-첫 번째. 그러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들려줄까?
-안 들려줘.
-어떻게 해야 해?
-AI, 우리 방송 우리 노래를 부탁합니다.
-부탁해요.
-불러주세요.
-그래야 나오지, 그래야.
-불러주세요.
-귀 청소하고.
-눈 빠지게 봐야 해.
-갑니다. 처음 듣는 풍정라디오 노래입니다.
-좋다. 우리가 아까 지껄이던 말뜻으로.
-그렇지.
-노래를 지어서.
-참말로.
-그러면 작사, 작곡가는 뭐 먹고사는가.
-진짜.
-이거는 우리가 우리 동네에서 이렇게 작사, 작곡을 해서.
-얘 혼자. 그러게.
-우리끼리 만든 노래를 우리가 들으면서 손뼉치고 즐겁게 살면 되지.
-이걸 배워야겠다.
-어때요, 괜찮죠?
-괜찮고 말고.
-좋아요.
-진짜 참 너무 좋아요.
-그런데 제가 앞으로 조금 더 공부를 더 해서 예쁘고 경쾌하게 포장해서.
-살을 더 붙여서.
-우리 동네 하나만 있는 우리 동네 주제가를 만들 테니 한번 기대를 하시고.
어르신들요, 저기 맨 밑에 있는 거우 아재부터 저 위에 있는 청와대 엄외남
어른까지 제가 조금 더 다듬어서 조금 더 예쁘게 포장해서 만들어서 들려주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감사합니다.
-오늘은 풍정라디오 연출 겸 DJ 세 분과 노래를 만드는 영상을 시험 제작해 봤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해설) 이장님이 AI를 배운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마을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풍정리 노래가 뚝딱 완성됐습니다.
풍정 어르신들의 해외 연수라고 해야 할까요?
일본 아마쿠사TV 방문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핑계로 옷도 한 벌 사야죠.
-예뻐요? 괜찮아요?
-예쁘다.
-이리 와봐, 이리 와봐. 예뻐.
-예쁩니다. 굿, 굿. 일본 가는 옷을 사잖아.
내가 일본어로 말을 한번 해볼게. 칭찬을 한번 해볼게. 진짜 예쁩니다.
-모또이 가만히... 감사합니다.
-(해설) AI 덕분에 현지에서 말 안 통할 걱정 없으니 일본행 준비는 즐겁게 쇼핑만 하는 것으로.
-삼촌도 1개 사 드리세요.
-사줘야지.
-(해설) 우리 회장님 쌈짓돈도 술술 나오네요.
-고맙습니다.
-육십 평생에 처음일세. 육십 평생에 처음이네, 이거. 오늘이.
-(해설) 여행은 떠나기 전에 더 설레는 법이죠.
이게 어울릴까, 저게 좋을까 행복한 고민.
이런 소소한 일상의 기쁨이 풍정 어르신들이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튀는 것 한번 쓰고 가보세요. 이런 거.
-(해설) 우리 회장님 너무 잘 어울리세요.
-멋지다.
-이것도 써보셨어요?
-벙거지, 벙거지 모자는 안 되고.
-있어요. 이거 한번 써보세요.
-놔둬 봐요. 내가 사줄게.
-조카가 사준다는데 가만있어.
-여행 가시는데 내가 하나 사드릴게요.
-참.
-고맙네.
-조카한테 또 모자도 하나 얻어 쓰네요, 참.
-얼마예요?
-2만 2000원.
-2만 원.
-2만 원 주시면 돼요.
-일본 여행 간다고 또 2000원 깎아 줬다.
-잘 쓰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잘 다녀오세요.
-내 모자 챙겼지?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일본 갔다 오셨잖아요. 여행 갔다 왔잖아요.
-갔다 왔는데도 몰라요.
-일본은 그래도 갔다 왔으면 한마디는 할 줄 알았지.
-안녕하세요?
-곤니치와.
-곤니치와.
-한마디 할 수 있는 게 대단하단 말이에요.
그러면 지금 일본에 방문을 했어, 어느 가정을.
그러면 그 집에서 요리를 같이하고 같이 먹을 거 아닙니까?
그러면 인사를 하고 나와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잘 먹고 갑니다, 이렇게 할 때는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그럼 일본어로 하면 뭐 어떻게 나오나 봐요. 요쿠다데마시다.
-순분이 아주머니 금쪽같은 막내아들한테 전화했어요, 일본 간다고?
-그래.
-뭐라 그래?
-용돈을 좀 드려야 하는데 가지도 못하고.
-여기 아주머니 딸이 30만 원 보냈다고 그러잖아.
-있다는 게 돈뿐인데 뭐.
-그럼 더 달라고 해요.
-상정아.
-네.
-잘 지냈나?
-그냥 있어요.
-그냥 있어? 엄마 이번에 일본 여행 가는 거 알고 있나?
-네.
-여행 경비를 빚내서 갔다 와야 하나, 어떻게 하나.
-엄마 내가 땅콩 판 걸로 한번 갔다 오라 그랬어요.
-연락이 다 됐네.
-아까 네가 아가씨 하나 데려오라 그러더니.
-아가씨를 데려오려고 하니 만나서 커피도 한잔 사주고 꼬셔야 하는데 뭐가 있어야 꼬시지.
-알겠습니다.
-한 푼 부쳐라.
-네. 같이 가시는 어머니들 그냥, 절대 그냥 오시면 안 돼요.
-그러면?
-며느리 될 사람 하나는 꼭 데리고 와야 합니다.
-그래, 알았어.
-알았어요.
-우리 열심히 노력해서 꼭 한 분을 모셔 오도록 할게.
-갈 때는 여섯 분이 가시면 올 때는 일곱 사람이 와야 해요.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똑똑해라.
-그래서 아까 용돈 준 것도 거의 다 쓰고 올지도 몰라. 모자라면 내가 보태줄게.
-네.
-고마워.
-아가씨도 1명 데려와야 할 것 같고. 7명, 8명이 와야 하잖아요. 경비가 조금 더 필요하실 것 같아서.
-네가 좀 많이 줄래?
-네. 여기요. 어르신들이랑 맛있는 거 드시고요.
-고맙다.
-그리고 온천도 하시고 재미있게 잘 놀고 그렇게 하고 오세요.
-고마워.
-(해설) 자식들에게 용돈까지 두둑하게 받고 나니 마음은 이미 바다 건너 일본에 닿습니다.
풍정라디오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잠 못 드는 풍정리의 밤입니다. 꼭두새벽부터 온 동네가 시끌벅적하네요.
-아주머니, 설레서 잠은 잘 잤어?
-잠이 안 와요. 잠이 오는가.
-그런데...
-시간 맞춰 못 일어날까 봐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와서 꼴딱 세웠어, 진짜로.
-계속 1시간에 몇 번을 깨요.
-맞아요.
-3시 되면 깨어준다고 그래 놓고 안 깨워주고. 나 못 갈 뻔했어.
-여보세요. 나는 일어난 게 3시 반인데 어떻게 해요?
-똑같이 일어났네, 그러면.
-(해설) 동도 트기 전 난생처음 여행 가방을 끌고 또다시 도전에 나선 풍정 어르신들.
산골 마을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새롭게 배움의 여정을 떠납니다.
-안녕히 잘 갔다 오십시오.
-내일 아침에는 이 아침을 일본에서 맞이하겠지.
-그래, 진짜.
-살다 보니 일본도 다 가고 참. 죽어도 한이 없네, 이제는.
-참 죽어도 한이 없네.
-살다가 일본까지 갈 줄 누가 알았어?
-그래.
-(해설) 네, 어르신. 저희도 풍정라디오가 해외까지 갈 줄 몰랐어요.
모두 추진력 좋은 이장님과 도전을 즐기는 어르신들 덕분이죠.
설렘 가득 안고 기분 좋게 일본까지 날아왔습니다.
구마모토현 아마쿠사는 12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인구 8만 3000명의 도시입니다.
풍정 어르신들 소식에 아마쿠사TV에서 환영 인사를 왔습니다.
-곤니치와.
-안녕하세요? 곤니치와.
-곤니치와.
-(함께) 곤니치와.
-저는 풍정라디오 진행자 이상배입니다. 저는 1961년 65세입니다.
-이렇게 친구고 이렇게 친구고.
-대단하십니다.
-대단합니다.
-대단하세요.
-(함께) 감사합니다.
-진짜로 잘해봅시다.
-(해설) 늦은 나이에 방송에 도전한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첫 만남부터 화기애애하네요.
앞으로 왠지 잘 통할 것 같은 기분 좋은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2001년에 개국한 아마쿠사TV. 어르신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해서 지역 소식을 전하는데요.
오늘은 동화 구연을 하는 재능 봉사의 날입니다.
-(해설) 탄탄하게 자리 잡은 실버 방송. 그 노하우를 한 수 배우고 싶은 풍정 어르신들.
국경 넘어 아마쿠사TV의 문을 두드립니다.
-오케이.
-(해설) 오늘 공연의 효과음은 풍정 어르신들의 몫이 됐습니다.
일본 꼬맹이들 앞에서 행여나 실수라도 할까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합니다.
-(해설) 일단 파도 소리는 무사히 통과.
-(해설) 어르신들의 동화 구연은 순식간에 이목이 집중되고 풍정 어르신들은 부담 100배.
-(일본어)
-(해설) 다행히 제 역할을 잘해낸 풍정 어르신들.
덕분에 오늘 공연 반응이 유난히 좋았다고 하죠. 플레이.
-(해설) 바다 멀리 풍정리 마을 풍경을 담아온 이장님.
짐작만 했던 풍정리가 눈 안에 들어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해설) 우리 이장님, 이제 영상 촬영과 편집은 기본이고 AI 번역 앱까지 써서 친절하게 일본어 자막까지 넣으셨네요.
-(해설) 여기는 아마쿠사 아리아케마치 문어마을.
풍정 어르신들이 아마쿠사TV 실제 촬영 현장을 뒤따랐습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88세 쿠로 짱.
-마이크.
-마이크.
-(해설) 나이가 무색하게 NG 한 컷 없이 촬영을 마무리하는 베테랑 아나운서.
그 기세에 풍정 어르신들의 감탄이 이어집니다.
-(함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액션.
-(해설) 드디어 우리 풍정 어르신들 차례.
-(해설) 대표님, 우리 풍정 어르신들 솜씨도 만만치 않죠?
-최고다.
-오케이.
-수고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해설) 역시 우리 풍정 어르신들 일본 TV 첫 실습하지 완벽하게 마무리합니다.
유쾌하게 첫 촬영을 마치고 고맙게도 쿠로 짱이 풍정 어르신들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일본어)
-(일본어)
-(해설) 감사의 뜻으로 한국의 맛을 보여줄 참인데요.
우리나라 양념 없으니 평소 솜씨가 잘 발휘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성만큼은 듬뿍듬뿍 담아봅니다.
-(해설) 맛있는 정성에 정이 무르익는 시간.
아마쿠사 앞바다에서 갓 잡은 싱싱한 회가 한 상 가득. 한일 만찬이 차려졌습니다.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주시고 저희는 처음 맛보는 음식인데 계속 손이 갈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차린 건 많이 없지만 그래도 맛있게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멀리서 오셔서 오늘 마이크를 잡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셔서 멋지게 방송하시길 바라요.
내일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와서 진짜로 이런 음식 먹어볼 줄 누가 알았어요?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음식 해준 사람이 너무 고생 많았어요.
-먹기도 참 미안하고 너무 감사한데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겠습니다.
-(해설) 국경을 넘나드는 음식에 젓가락질이 바쁘고 비워진 그릇은 다시 칭찬과 웃음으로 채워집니다.
-저희가 며칠 방송하면서 표정이 되게 좋으신 것 같은데 우리 동네에서도 방송하면서 우울증도 완치됐어요.
아주머니 우울증도 완치가 됐잖아요.
-내가 있는 심정의 말을 방송실에 앉아서 울며불며 다 털어놓고 한순간에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우울증도 고치고 약도 끊고.
-전 농사를 지으면서 열심히 살았어요.
그만두고 싶었지만 이 집안을 지키기 위해서 일했죠.
뭐랄까, 너무 고민하지 않고 좋게 생각하며 여러 사람 도움을 받으면서 이렇게 나이 들었어요.
아나운서를 하면서 오늘이 가장 특별한 날인 것 같아요.
치매가 오기 전에 카네코 상과 함께 많이 활동하고 싶어요.
여러분을 만난 것이 살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해설) 나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이번 방문은 풍정라디오와 아마쿠사 TV,
두 방송국 어르신들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멀리 일본까지 왔으니 구경거리도 놓칠 수 없죠.
풍정 어르신들, 드넓은 일본 바다 위를 누빕니다.
-이리로 나와 봐, 이리 와봐요.
-어디, 어디, 어디.
-이리 와봐, 이리 와봐. 이리 와봐.
-봐봐.
-어디, 어디.
-(해설) 소풍 나온 아이마냥 들뜬 어르신들.
웃음소리가 돌고개 울음소리처럼 높아집니다.
-돌고래 한두 마리는 많이 봤지만 여기는 몇백 마리.
-이 넓은 바다에.
-저쪽 끝에 봐.
-사방.
-많다, 많아, 많아.
-(해설) 망망대해 돌고래 떼가 눈앞에서 춤을 추는 진풍경을 보고 있자니
이장님은 또 같이 못 온 어르신들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입니다.
-저 보여요?
-보여요.
-보여요.
-잘 보여요?
-잘 보여요.
-구경 좋은가요?
-다음에 한번 꼭 같이 와요. 그런데 여기 돌고개가 유명한데. 돌고개를 한번 보여드릴게요.
-돌고래 몇백 마리 보여요?
-펄떡펄떡 뛰네.
-그림으로 봐. 길로네 어머니, 여기 태평양 바다 위에서 돌고래 쇼를 한국에서 보는 게 기분이 어때요?
-좋아요.
-꿈만 같네.
-어떻게 좋아요?
-배도 보이고 좋은 구경하네.
-상춘 아버지하고 상춘이하고 식사를 잘하는지 나는 그게 궁금해서.
-잘 있어, 잘 있어.
-잘 있지.
-우리 집에 한번 갔다 오시오.
-오늘 봤어.
-오늘 봤어, 왔다 가는 거 봤어.
-오늘 봤어요? 그러면 됐습니다. 됐어요.
-다음에 건강하게 또다시 옵시다. 건강하세요.
-아주머니, 우리 다음에 아주머니하고 꼭 같이 와요. 건강하세요.
-고맙네.
-(함께) 고마워.
-잘 갔다 와.
-(함께) 한국에 가서 봐요.
-맛있는 점심 먹으러 가요.
-(해설) 꼭 다시 마을 어르신들 모두 모시고 올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길고도 짧은 5박 6일의 일정. 아쉬운 마지막 날이 됐습니다.
-풍정리 여러분, 고맹 많으셨어요. 수료증을 수여하도록 할게요. 수여는 쿠로 팡이 해주세요.
-수료증입니다.
여러분은 아마쿠사 TV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방송 제작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셨기에 수료증을 수여합니다.
2024년 9월 8일 아마쿠사 TV 대표 카네코 히로아키.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마음을 담은 티켓입니다. 아마쿠사 TV 슝 풍정라디오.
2025년 5월 4일 1시에서 2시 20분 비행기 표.
-감사합니다.
-많은 것 배워서 고마웠어요. 언제나 그리움 속에서 기다릴게요. 사랑합니다, 대표님.
쿠로 짱님 만나서 정말로 좋았습니다. 사랑해요.
한국에 꼭 오세요, 손순희. 기대해 주세요.
10년 후에 곱게 늙어서 쿠로 짱님같이 유명 인사가 되고 싶어요, 이명분.
-(해설) 아마쿠사 TV 덕분에 풍정 어르신들이 많이 배우고 자신감도 채울 수 있었던 시간.
꾹꾹 눌러쓴 편지로 못다 한 진심을 전해봅니다.
-고맙습니다.
-기분이 정말 좋네요. 나이가 많아서 어려울 수도 있지만 노력해 볼게요.
건강 잘 챙겨서 여러분 또 만나기를 바라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설) 방송과 노인, 도전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그새 정이 많이 들었나 보네요.
눈물까지 나누며 아주 특별한 인연이 됐습니다.
일본 방문을 계기로 풍정라디오가 촬영 반경을 동네에서 벗어나 지역으로 넓혔습니다.
-우리가 회룡포 왔으니까 회룡포 영상을 한번 찍어보자. AI한테 물어서.
-회룡포.
-포장을 잘해서.
-오프닝을 적어줘.
예천의 회룡포, 그 이름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강물은 마치 용이 하늘로 오르는 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을이면 여기 단풍도 들고 소나무는 푸르고 이러면 단풍도 곱게 물들고 이것까지 넣어줘야지.
-그렇지.
-다른 게 뭐 있어.
-(해설) 그럼요. 인공지능 AI에 우리 어르신들 삶의 지혜를 곁들이면 무슨 일인들 금상첨화.
천하무적이죠. 어르신들이 AI를 활용하는 그 자체만으로 아주 리스펙. 훌륭하십니다.
-그럼 나도 한번.
-계룡포 마을로 많이 많이 놀러 오세요.
-구경 오세요.
-(해설) 일본 아마쿠사 TV에 자극받고 AI의 도움을 받으면서 풍정한 이유가 이제 풍정TV로 거듭나는 걸까요?
갈수록 흥미진진. 풍정라디오의 변신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퐁퐁다리. 신문에 퐁퐁이라던데?
-(해설) 이장님이 판을 벌리면 철석같이 믿고 따라주는 풍정 어르신들.
도전은 이제 어르신들의 일상이 됐습니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고 여유롭게 한가위를 맞은 풍정리.
가가호호 자식들까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지금 저희가 어르신들하고 일본 현지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왔는지도
보시고 뮤직비디오 본다는 느낌으로 한번 보시고 기대하시라 보여드리겠습니다.
-큐.
-처음으로 갔던 거.
-좋다, 좋다.
-아이시떼루.
-저도 좋아해요.
-기분 좋다.
-아이시떼루.
-고래, 고래, 고래.
-(함께) 한국에서 봐요.
-점심 먹으러 가요.
-멋있습니다.
-순희야, 쌍둥이들 얼굴 보니 좋지?
-징그러워라.
-감동받지.
-(함께) 파이팅!
-(해설) 풍정리 어르신들의 도전이 노래가 됐습니다.
AI, 여전히 그 이름도 생소하고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서툴러도 설령 틀렸다 해도.
느려도, 설령 늦었다 해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풍정 어르신들의 과감한 도전.
그 유쾌한 이야기는 어르신들이 120살 되는 그날까지 풍정라디오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