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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페셜 - 취향의 발견, 춘천
등록일 : 2025-10-27 16:11:08.0
조회수 : 55
-(노래)
-(해설) 좋아하는 마음이 시작이었습니다.
-(해설) 좋아하는 게 생기니 함께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해설)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고요.
-(해설) 뜻밖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해설) 당신은 지금 어떤 취향을 따라가고 있나요? 이른 아침 이들의 하루는 집이 아닌 거리에서 시작됩니다.
갑자기 불어온 러닝 열풍, 도시는 왜 이렇게 달리기 시작한 걸까요?
최근 5년 사이 국내 마라톤 대회 수는 약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달리기를 중심으로 한 축제도 늘고 도시도 움직이기 시작했죠.
러닝은 지금 가장 손쉬운 취향이자 도시를 바꾸는 새로운 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너무 좋죠, 여기. 여기 진짜 사랑스러워.
-물고기.
-봤어? 저기, 그렇지?
-이런 걸. 그러니까 고개를 들어.
-그때 저번에 저기 공지천 다리 밑에서 수달 봤잖아.
-그래, 그래, 맞아.
-저거 지금.
-이거 봐 둘이 똑같아.
-지금 브런치 타임이야.
-안 그래도 나는 우수사원이라 그랬어.
-(해설) 러닝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뛰고 걷던 시간 위로 커피 한 잔과 이야기가 덧대어지는 곳입니다.
누군가의 취향에 이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는데요. 춘천의 매력에 빠져 남편과 함께 무작정 정착한 정혜 씨.
그리고 어느 날 달리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 그들은 러너들을 위한 공간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뛰고 마시니까 너무 시원하긴 하다.
-맛있어.
-(해설) 2016년 작은 굿즈숍으로 시작해 스테이를 지나 지금의 러닝 카페까지.
공간마다 담긴 건 춘천 고유의 매력과 정혜 씨 부부의 취향이었습니다.
그들의 취향을 닮은 공간은 지금도 하나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대박나자.
-아예 바꿔서 끼는 건데.
-맞아 그거로 하던데.
-(해설) 달리고 머무는 방식 속에는 누군가의 취향이 담겨 있고 그 일상은 이 도시의 콘텐츠가 되기도 합니다.
몇 년 새 양양 바다 위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해설) 지난 10여 년간 서핑 산업을 적극 육성한 결과 양양은 이제 서핑의 성지로 불리며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해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지명조차 낯설었던 작은 도시 양양.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아는 대한민국 서핑의 성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서핑을 좋아하는 마음이 도시의 이미지를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인구 2만 8000명의 작은 해변 도시.
하지만 파도를 타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그 숫자의 15배를 훌쩍 넘습니다. 강문해변 근처 골목에 자리한 작은 공방.
이곳에서 그의 하루는 파도보다 섬세한 손길로 나무를 다듬고 취향을 새기는 시간으로 채워집니다.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 기계가 아닌 손. 조금은 낯선 생김새의 서프보드인데요.
-(해설) 고된 서울살이 후 주말이면 매번 달려가던 동해.
붉은 일출 아래 파도를 탄 사람들의 실루엣은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렇게 양양의 작은 컨테이너에서 시작한 우드 서프보드 공방.
컨테이너에서 시작한 취향이 이제는 어느덧 제법 형태를 갖춘 일이 되었습니다.
-(해설) 스티로폼 대신 나무, 접착제 대신 시간.
못 하나 없이 만들다 보니 하나의 보드를 완성하는 데는 무려 약 2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해설) 영월군 무릉도원면 산자락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서점이 있습니다.
오직 자신의 취향으로 꾸며진 작은 독립 서점. 이곳의 주인이자 책방지기인 태원 씨는 기획자이자 작가, 독립 출판 제작자인데요.
-(해설) 그는 왜 산속 깊은 곳에 서점을 열었을까요?
-(해설)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찾기 힘든 독립 출판물들이 가득한 이곳.
책방지기의 취향과 손길이 더해져 이곳만의 색깔이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요즘에 한겨레 문학상...
-(해설) 아직은 팔로워가 많지는 않지만 산속까지 오기 힘든 이들을 위해 온라인에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조용히 문을 두드리던 서점. 어느새 입소문은 산을 넘어 퍼져나갔고 함께하는 이들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해설) 그중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프로젝트는 유명 작가들과 함께 진행한 영월 한 달 살기 출판 프로젝트.
-(해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습니다. 사람들이 영월로 모여들기 시작했는데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바라본 영월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였죠. 그 모든 시작에는 윤태원 대표의 조용하지만 집요한 섭외가 있었습니다.
-(해설) 작가들은 한 달 동안 영월에 머물며 이 도시를 걷고 만나고 기록했는데요.
그 시간은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다시 영월로 돌아왔습니다.
-(해설) 그 모든 만남은 한 권, 한 권의 책으로 남았습니다.
서점의 선반 위에 놓인 이 기록들은 누군가의 취향이 만든 가장 영월다운 이야기입니다.
-(해설) 도시는 누군가의 취향을 따라가야만 할까요?
원주시는 음악이라는 취향을 먼저 꺼내 들었습니다.
-(노래) 세월이 흘러가는 사랑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해설) 다른 팀의 공연 소리에 긴장감은 점점 커져가는데요.
-(해설) 1박 2일간 이어지는 원주 전국 밴드 페스티벌.
전국 각지에서 모인 팀들은 이틀 동안 원주에 머물며 축제를 즐기게 됩니다.
단순히 경연 참가만이 도시 전체를 경험하게 되는 시간인데요.
일상을 즐기듯 원주의 곳곳을 경험하고 이는 자연스레 관광객 유치와 경제적 파급 효과로 이어집니다.
지역 축제가 열린 뒤 관광객 수는 약 20% 가까이 늘었고 숙박, 관광 소비 역시 상승했습니다.
지역 축제가 불러온 변화는 도시 전체의 리듬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해설) 이 축제를 위해 7년 만에 다시 뭉친 특별한 밴드가 있습니다.
바로 음악 하는 가족 밴드, 원주민 밴드인데요. 오랜만에 서는 무대 준비에 긴장과 설렘이 교차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랑 사랑~
-다음이신 건가요?
-이 다음이죠.
-백지 상태로 지금 나가는 거야.
-이게.
-그러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조금 높게 세팅이 돼서 갑자기 앰플이 확 세지니까.
-이거 빼도 돼요?
-빼도 됩니다.
-(노래)
-(노래)
-박수와 함성 보내주세요. 고맙습니다.
정말 많은 분이 일당백의 마음으로 함께하고 계시면서 자리를 또 빛내주고 계시고 또 분위기도 더해주시는데
계속해서 원주 전국 밴드 페스티벌 참가 번호 15번, 원주민 밴드를 무대 위로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수로 모셔보도록 하죠.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원주에서 거주하고 있는 주민 가족으로 구성된 원주민 밴드입니다.
-가족분들이 팀원을 구성해서 이렇게.
-(해설) 드디어 7년 만의 재결성 무대 시작입니다.
-(노래) 우리는 음악하는 가족 원주민 밴드 원주에 사는 원주민 밴드
-(해설) 긴 공백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멋진 합으로 무대를 가득 채웁니다.
-(노래) 원주민 밴드 사랑이 넘치는 패밀리 밴드 원주민 심사위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우리는 원주민 밴드~
-어렸을 때는 그냥 밴드 한다고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드럼 쳤었는데 오랜만에 또 치니까 감각이 다르고 좀 더 재밌어진 것 같아요.
-저는 되게 좋았어요.
예전에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걸 잠깐 중단했다가 다시 하는 거라서 이번 계기로 해서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 저희 음악 서로 토론하면서 가족과 같이 하는 취미로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해설) 오랜만의 무대였지만 그동안 쌓여온 가족의 시간과 음악이 다시 하나로 연결된 순간이었습니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이 무대가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다는 사실이겠죠.
-(노래) 우리는 음악 하는 가족 원주민 밴드
-조금씩 틀린 게 있어서 아쉬워요.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까.
-열심히 준비한 만큼은 나온 것 같아요.
-힘든데도.
-내일도 남아 있기는 해요.
-물론 내일도 있지만.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 동안 해왔던 것처럼 우리 이렇게 행복하게 열심히 합시다.
-이런 기회가 있어서 우리한테 되게 좋은 추억이 남는 것 같고 같이 그래도 흔쾌히 도전해 준다고 했을 때
흔쾌히 허락해 줘서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너무너무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꼭 이제 뽑히지 않으셨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단지 지금 여기에서 잠깐 조금 저희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지
여러분의 음악이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니까. 여러분의 색깔을 잘 유지하시면서 멋지게 음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설) 음악이라는 취향 하나가 누군가의 발걸음을 이끌고 또 하나의 도시를 기억하게 만듭니다.
원주는 지금 취향으로 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취향이 또 다른 사람의 취향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매번 올라와도 적응이 안 되네요. 어이가 없네.
-얼음이 없어서.
-고맙습니다.
-따뜻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따뜻한 마음.
-(해설) 태원 씨와 오랜 시간 협업을 이어온 영월군청 이현 팀장님. 이 둘의 만남은 영월이라는 도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왔습니다.
-저희 집 앞에 작가님이 어느 날 문을 열었잖아요. 코로나 직전에, 터지기 직전에.
-맞아요, 19년도에.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일단. 이 청년 뭐지? 이 발랄한 자영업자 이거 뭐지? 난 낭만적이다. 나는 낭만적이다.
-너무 낭만만 있었어요. 너무.
-진짜.
-너무 낭만만 있었다.
-그걸 저를 뭔가 자극한 것 같아요. 이 사람, 이 사람 날 뭘 긁네.
-그래도 어쨌든 그렇게 알아봐 주시고 결국 협업을 함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신 것.
그리고 지지, 되게 내부에서 좀 반대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팀장님께서 맞서 싸워주셔서 진행을 하게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기존의 공공에서 하던 마케팅 사업하고 달랐던 건 사실이죠.
달랐던 건 사실이고 이런 류의 시도를 한 번도 안 했고 또 우리 조직은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는 늘 항상 보수적이고 두려워하니까.
그랬는데 또 마케팅팀 입장에서는 이 사업의 제안이 그냥 막상 시작하고 나서는
순조롭게 계속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까지 계속 이어졌던 것으로.
왜냐하면 그 첫 번째 프로젝트의 신선한 파급 효과가.
-그때는 저도.
-기억나시죠?
-작가님께도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고요. 너무, 너무 잘됐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마케팅 배웠다고 할까? 그런 거죠. 저희가 뭘 발굴하고 이렇게 이런 게 아니고.
일단 공공에서는 잘 만들어진 그림을 봐주기를.
그리고 방문객들이 가장 아름다울 때 방문해 주기를 이런 관점에서 공공 홍보를 해왔다고 하면
지금 이 프로젝트는 영월이라는 곳이 어떻든지 그것은 상관없이 방문하는 사람의 마음을 작가의 눈을 빌려서
방문 동기를 만드는 이런 프로젝트여서 기존의 저희가 하던 방법하고는 완전히 달랐고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좀 잘 진행되게 하기 위해서 특별히 그 당시 신경 썼던 것은 기획자가 계속 쥐고
갈 수 있게 하고 행정은 최대한 그에 대한 서포트를 하는 뭐 이제 터무니없는 예산 낭비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사실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이 기획은 저희가 처음부터 관이 주도적으로 의도하고 요청해서 만든 기획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관이 주도적으로 개입할 여지도 없었지만 여러 명의 작가를 섭외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작가님의 의도대로 진행하게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뭐라고 쓰셨냐면 두 번 다시 이런 글을 쓸 자신이 없다. 저는 이 코멘트가 너무 웃겨요.
자신의 어떤 초기 작품에 대해서 작가가 이런 코멘트를 남기는 게 굉장히 공감이 되거든요.
저는 똑같은 심정을 저의 첫 책에 대해서.
-(해설) 한 사람의 취향이 한 도시를 바꿉니다. 그리고 그 도시의 변화가 또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불러옵니다.
가만히 앉아서 손님이 가져오는 책에 얼마입니다 하고 계산만 할 거면 서점을 하지 않았을 거다.
나는 내 취향으로 공간을 채우기 위해 서점을 시작했다.
책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개인의 취향을 많이 타는 물건이다.
누군가에게는 재미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 재미가 없는 책.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 아무거나 대충 골라드릴 생각은 없다.
-(해설) 다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 그들을 끌어당기는 건 우리가 좋아하는 걸 오래도록 좋아한 그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춘천을 사랑하는 최정혜, 강승용 부부는 최근 자신들이 푹 빠진 러닝 기념 소품을 제작하려합니다.
이 부부 역시 함께 서울에서 광고 제작자로 일하다 춘천의 매력에 이끌려 이주한 사람들이죠.
-발을 지금 걷는 거에서 달리는 걸로? 티셔츠가 많은 것 같아.
그래서 성수는 붕어빵을 런 이래서 붕어 모양이고 어디는 또 무슨 모양이고 그래서.
저희가 보니까 숙소를 운영하면서 매년 마라톤 때문에 꾸준히 오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거의 그날 제가 알기로는 2만 명 정도가 하루 동안에 춘천에 다녀간대요.
그게 꼭 참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을 응원하기 위한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오시고
겸사겸사 춘천이 그렇게 먼 곳이 아니니까 여행하듯 이렇게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때
특히 참여하신 참여자분들이 물론 대회에서 주는 공식 굿즈나 티셔츠나 이런 것도 있겠지만
좀 더 약간 휴대도 가능하고 일상 속에서 이렇게 자주 보거나 혹은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굿즈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해설) 굿즈를 향한 애정은 이 공간을 시작하게 만든 가장 첫 번째 마음이었습니다.
춘천에 없던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일이었죠.
-솔직히 저희가 춘천일기를 시작했던 것 자체가 사실은 취향에서 시작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는 게 저는 진짜 굿즈 마니아거든요.
그래서 굿즈를 막 줄 서서 사고 그다음에 예를 들면 저희는 여행을 간다고 그러면
기념품 가게를 진짜 제일 먼저 가고 제일 마지막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첫날 가서 쭉 둘러보고 마지막 날 누구한테 뭘 줄지 이름을 쫙 적어서, 예를 들면 캄보디아다,
그러면 후추를 사고 약간 먹는 것, 굿즈부터 시작해서 인형, 엽서, 자석, 이런 걸 워낙 좋아하니까
춘천에 와서 살기 시작했을 때도 춘천 되게 매력적인데 왜 춘천은 굿즈가 없지? 사실 거기서 출발한 거거든요.
-(해설) 하지만 좋아하는 일만으로는 모든 삶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취향은 계속 움직이지만 생활은 멈춰 설 수 없기 때문이죠.
좋아하는 마음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지켜내기 위해 이들은 시스템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걸 인수한 그대로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한 지 한 6개월 만에 코로나가 왔어요.
그래서 그때, 그러면 나의 취향을 조금 반영해서 공간을 리모델링하면 코로나가 끝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안 끝나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나하나 공간을 바꾸게 됐던 저의 취향은 사실 취향이라는 게 제가 새로운 것들도 추구하지만
그 새로움 안에서 너무 유행을 타지 않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었거든요.
-(해설) 처음에는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방명록 속 한 문장, 조용히 남겨진 기억들이 조금씩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같은 취향을 공유했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감동이 찾아온 겁니다.
-각자의 고민을 남에게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정말 이렇게 깊숙이, 안에 있는 고민은 사실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고민을 여과 없이 쓰고 가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 방명록이 저한테는 한편으로는 또 같이 동질감 같은 것도 느낄 때도 있고.
그래서 한 문장이라기보다는 그런 전체적인 톤이 저에게 주는 감동이 더 큰 것 같아요.
-게스트 하우스 오시는 분들이 춘천을 여행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거잖아요.
예를 들면 맛집을 찾아갈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유명한 관광지에 가실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저희의 취향이 담긴 추천 리스트를 보시고 그다음에 제가 또 달리기를 하고 있으니까
같이 또 달리기를 하시고 그러면서 그 취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모여드는,
그러다 보면 또 그런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이 알려지고 그러면서 저도 이 일을 하는 게 거기서 오는 피드백과 만족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같이 달리기하신 분들이, 너무 좋았어요, 춘천에서 달리기했던 기억이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하고 말씀해 주시는 게
저한테도 되게 큰 기쁨이거든요.
-오늘 바다에는 무슨 일 없었어요?
-오늘은 보드를 테스트 좀 해 보려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서핑 숍 사장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해설) 나무로 만든 보드는 이제 흔치 않은 선택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에는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는데요.
-서핑의 최초로 돌아가면 사실은 다 나무거든요.
그래서 원래 서프보드는 나무였다, 그리고 지금은 소재가 개발돼서 저런 플라스틱 소재들을 쓰고 있는데
결국 서퍼들은 환경 보호와 바다를 사랑한다고 외치지만 실제로 서퍼들이 사용하는 제품들은
다 석유 화학제품들을 쓰고 있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나무 보드를 계속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은 서프보드의 원래의 원료를 계속 기억하자는 마음도 있고요.
그리고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그런 일반적인 서프보드와는 또 다른 느낌의 보드가 존재한다는 것도 또 새로운 측면에서 볼 수 있고.
그래서 현재로서는 서프보드의 원형이지만 유니크하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설) 동근 씨에게 바다란 취향을 시험하는 실험실이기도 합니다.
-완전히 위까지 가야 하는데 이러면 패들이 안 되는 거야. 좀 더 앞쪽으로, 조금만 더 앞으로 가봐.
-들어가고.
-거기서 가슴을 조금 더 들어서 노즈가 살짝 나올 때가 제일 편할 텐데 이게 너무 평평하니까 여기가 안 올라오는 거야.
-(해설) 파도 위에서의 감각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 불안전함 속에서 동근 씨는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갑니다.
작은 공방에서 시작된 취향은 누군가의 작품을 거쳐 새로운 작업의 세계로 확장됩니다.
낯선 시선은 동근 씨의 작업에 색다른 결을 더해줍니다.
-(해설) 손으로 깎아낸 시간은 다른 이의 손끝으로 이어집니다.
취향은 혼자만의 세계를 넘어 그렇게 또 하나의 작업으로 확장됐는데요.
-(해설) 동근 씨는 꾸준히 자신과 같은 취향의 사람들과 교류합니다.
지금 이곳의 작업도 그 과정에서 얻어진 결과인데요.
-앞으로도 지금 제가 하는 활동들, 목공이라든지 가구를 만드는 일 그리고 제 메시지나 철학을 전하는
이런 아트퍼니처 같은 작품 활동, 이런 것들을 오래 하고 싶은 게 제 목표입니다.
그리고 더불어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제가 지금 강원도에서 전통 가구 헤리티지에 관심이 좀 많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제가 좀 깊게 탐구하고 그다음에 원형도 복원하고 그래서 강원도에서 내려오는 없어진 그런 가구들을
제가 개발하고 원형 복원하고 그것들이 기술이 된다면 또 다른 분들한테도 이렇게 전수해 주고, 그런 활동들을 좀 하고 싶습니다.
-(해설) 힘들었던 서울 생활을 접고 바다로 왔습니다. 어느덧 10년.
서핑이 좋아 시작했던 일이 다시 서핑으로 이어지는 순간.
이제는 누군가의 파도를 기념하는 트로피를 직접 깎고 이름을 새깁니다.
-경기 시작합니다.
-취향에 대해서 고민을 좀 많이 해봤어요. 저를 반영하는 그것 자체가 사실 저를 나타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냥 기계적으로 뭘 만들고 뭐 납품을 하고 이런 것보다는 저 자신을 지켜가면서 아끼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그거는 꼭 지켜가고 싶습니다.
-뭔가 내가 어떤 취향을 갖겠다고 하고 갖는 경우보다는 정신 차려 보니까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약간 저는 취향이라고 했을 때 뭔가 나를 또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를
되려 지나고 나서 발견하는, 절대 못 뛸 줄 알았거든요, 실은.
그리고 제가 뛰면 진짜.
-온 세상이 다 뛰어.
-온 세상이 다 뛴다고. 그 정도로 못 뛰던 애였는데 또 뛰는 거 보니까.
또 안 해본 것도 해볼 수 있고 또 돌아서서 좋아하는 걸 발견할 수 있는, 결국에 그게 약간 뭔가 취향과의 접점?
나를 알아가는 거랑 또 비슷하지 않나, 그런 생각 해 봅니다.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인생을 즐겁게 끌어가는 그런 축이 되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점점 중년과 시니어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
-사실 저는 제 취향이 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제 취향이 뭔지 모르겠는데 그냥 내 마음에 드는 것들, 그래서 사실 하나씩 살펴보면 좀 두서가 없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그 두서없는 것들이 어쩌다 보니까 잘 모여서 시너지를 지금 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짬뽕?
-(해설) 취향은 개인적인 것 같지만 결국 우리 모두를 연결합니다.
그리고 그 연결 속에서 도시는 새로운 꿈을 꿉니다.
지금 당신의 취향은 어떤 도시를 그려 가고 있나요?
-(해설) 좋아하는 마음이 시작이었습니다.
-(해설) 좋아하는 게 생기니 함께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해설)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고요.
-(해설) 뜻밖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해설) 당신은 지금 어떤 취향을 따라가고 있나요? 이른 아침 이들의 하루는 집이 아닌 거리에서 시작됩니다.
갑자기 불어온 러닝 열풍, 도시는 왜 이렇게 달리기 시작한 걸까요?
최근 5년 사이 국내 마라톤 대회 수는 약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달리기를 중심으로 한 축제도 늘고 도시도 움직이기 시작했죠.
러닝은 지금 가장 손쉬운 취향이자 도시를 바꾸는 새로운 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너무 좋죠, 여기. 여기 진짜 사랑스러워.
-물고기.
-봤어? 저기, 그렇지?
-이런 걸. 그러니까 고개를 들어.
-그때 저번에 저기 공지천 다리 밑에서 수달 봤잖아.
-그래, 그래, 맞아.
-저거 지금.
-이거 봐 둘이 똑같아.
-지금 브런치 타임이야.
-안 그래도 나는 우수사원이라 그랬어.
-(해설) 러닝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뛰고 걷던 시간 위로 커피 한 잔과 이야기가 덧대어지는 곳입니다.
누군가의 취향에 이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는데요. 춘천의 매력에 빠져 남편과 함께 무작정 정착한 정혜 씨.
그리고 어느 날 달리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 그들은 러너들을 위한 공간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뛰고 마시니까 너무 시원하긴 하다.
-맛있어.
-(해설) 2016년 작은 굿즈숍으로 시작해 스테이를 지나 지금의 러닝 카페까지.
공간마다 담긴 건 춘천 고유의 매력과 정혜 씨 부부의 취향이었습니다.
그들의 취향을 닮은 공간은 지금도 하나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대박나자.
-아예 바꿔서 끼는 건데.
-맞아 그거로 하던데.
-(해설) 달리고 머무는 방식 속에는 누군가의 취향이 담겨 있고 그 일상은 이 도시의 콘텐츠가 되기도 합니다.
몇 년 새 양양 바다 위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해설) 지난 10여 년간 서핑 산업을 적극 육성한 결과 양양은 이제 서핑의 성지로 불리며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해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지명조차 낯설었던 작은 도시 양양.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아는 대한민국 서핑의 성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서핑을 좋아하는 마음이 도시의 이미지를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인구 2만 8000명의 작은 해변 도시.
하지만 파도를 타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그 숫자의 15배를 훌쩍 넘습니다. 강문해변 근처 골목에 자리한 작은 공방.
이곳에서 그의 하루는 파도보다 섬세한 손길로 나무를 다듬고 취향을 새기는 시간으로 채워집니다.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 기계가 아닌 손. 조금은 낯선 생김새의 서프보드인데요.
-(해설) 고된 서울살이 후 주말이면 매번 달려가던 동해.
붉은 일출 아래 파도를 탄 사람들의 실루엣은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렇게 양양의 작은 컨테이너에서 시작한 우드 서프보드 공방.
컨테이너에서 시작한 취향이 이제는 어느덧 제법 형태를 갖춘 일이 되었습니다.
-(해설) 스티로폼 대신 나무, 접착제 대신 시간.
못 하나 없이 만들다 보니 하나의 보드를 완성하는 데는 무려 약 2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해설) 영월군 무릉도원면 산자락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서점이 있습니다.
오직 자신의 취향으로 꾸며진 작은 독립 서점. 이곳의 주인이자 책방지기인 태원 씨는 기획자이자 작가, 독립 출판 제작자인데요.
-(해설) 그는 왜 산속 깊은 곳에 서점을 열었을까요?
-(해설)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찾기 힘든 독립 출판물들이 가득한 이곳.
책방지기의 취향과 손길이 더해져 이곳만의 색깔이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요즘에 한겨레 문학상...
-(해설) 아직은 팔로워가 많지는 않지만 산속까지 오기 힘든 이들을 위해 온라인에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조용히 문을 두드리던 서점. 어느새 입소문은 산을 넘어 퍼져나갔고 함께하는 이들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해설) 그중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프로젝트는 유명 작가들과 함께 진행한 영월 한 달 살기 출판 프로젝트.
-(해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습니다. 사람들이 영월로 모여들기 시작했는데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바라본 영월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였죠. 그 모든 시작에는 윤태원 대표의 조용하지만 집요한 섭외가 있었습니다.
-(해설) 작가들은 한 달 동안 영월에 머물며 이 도시를 걷고 만나고 기록했는데요.
그 시간은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다시 영월로 돌아왔습니다.
-(해설) 그 모든 만남은 한 권, 한 권의 책으로 남았습니다.
서점의 선반 위에 놓인 이 기록들은 누군가의 취향이 만든 가장 영월다운 이야기입니다.
-(해설) 도시는 누군가의 취향을 따라가야만 할까요?
원주시는 음악이라는 취향을 먼저 꺼내 들었습니다.
-(노래) 세월이 흘러가는 사랑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해설) 다른 팀의 공연 소리에 긴장감은 점점 커져가는데요.
-(해설) 1박 2일간 이어지는 원주 전국 밴드 페스티벌.
전국 각지에서 모인 팀들은 이틀 동안 원주에 머물며 축제를 즐기게 됩니다.
단순히 경연 참가만이 도시 전체를 경험하게 되는 시간인데요.
일상을 즐기듯 원주의 곳곳을 경험하고 이는 자연스레 관광객 유치와 경제적 파급 효과로 이어집니다.
지역 축제가 열린 뒤 관광객 수는 약 20% 가까이 늘었고 숙박, 관광 소비 역시 상승했습니다.
지역 축제가 불러온 변화는 도시 전체의 리듬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해설) 이 축제를 위해 7년 만에 다시 뭉친 특별한 밴드가 있습니다.
바로 음악 하는 가족 밴드, 원주민 밴드인데요. 오랜만에 서는 무대 준비에 긴장과 설렘이 교차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랑 사랑~
-다음이신 건가요?
-이 다음이죠.
-백지 상태로 지금 나가는 거야.
-이게.
-그러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조금 높게 세팅이 돼서 갑자기 앰플이 확 세지니까.
-이거 빼도 돼요?
-빼도 됩니다.
-(노래)
-(노래)
-박수와 함성 보내주세요. 고맙습니다.
정말 많은 분이 일당백의 마음으로 함께하고 계시면서 자리를 또 빛내주고 계시고 또 분위기도 더해주시는데
계속해서 원주 전국 밴드 페스티벌 참가 번호 15번, 원주민 밴드를 무대 위로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수로 모셔보도록 하죠.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원주에서 거주하고 있는 주민 가족으로 구성된 원주민 밴드입니다.
-가족분들이 팀원을 구성해서 이렇게.
-(해설) 드디어 7년 만의 재결성 무대 시작입니다.
-(노래) 우리는 음악하는 가족 원주민 밴드 원주에 사는 원주민 밴드
-(해설) 긴 공백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멋진 합으로 무대를 가득 채웁니다.
-(노래) 원주민 밴드 사랑이 넘치는 패밀리 밴드 원주민 심사위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우리는 원주민 밴드~
-어렸을 때는 그냥 밴드 한다고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드럼 쳤었는데 오랜만에 또 치니까 감각이 다르고 좀 더 재밌어진 것 같아요.
-저는 되게 좋았어요.
예전에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걸 잠깐 중단했다가 다시 하는 거라서 이번 계기로 해서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 저희 음악 서로 토론하면서 가족과 같이 하는 취미로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해설) 오랜만의 무대였지만 그동안 쌓여온 가족의 시간과 음악이 다시 하나로 연결된 순간이었습니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이 무대가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다는 사실이겠죠.
-(노래) 우리는 음악 하는 가족 원주민 밴드
-조금씩 틀린 게 있어서 아쉬워요.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까.
-열심히 준비한 만큼은 나온 것 같아요.
-힘든데도.
-내일도 남아 있기는 해요.
-물론 내일도 있지만.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 동안 해왔던 것처럼 우리 이렇게 행복하게 열심히 합시다.
-이런 기회가 있어서 우리한테 되게 좋은 추억이 남는 것 같고 같이 그래도 흔쾌히 도전해 준다고 했을 때
흔쾌히 허락해 줘서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너무너무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꼭 이제 뽑히지 않으셨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단지 지금 여기에서 잠깐 조금 저희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지
여러분의 음악이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니까. 여러분의 색깔을 잘 유지하시면서 멋지게 음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설) 음악이라는 취향 하나가 누군가의 발걸음을 이끌고 또 하나의 도시를 기억하게 만듭니다.
원주는 지금 취향으로 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취향이 또 다른 사람의 취향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매번 올라와도 적응이 안 되네요. 어이가 없네.
-얼음이 없어서.
-고맙습니다.
-따뜻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따뜻한 마음.
-(해설) 태원 씨와 오랜 시간 협업을 이어온 영월군청 이현 팀장님. 이 둘의 만남은 영월이라는 도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왔습니다.
-저희 집 앞에 작가님이 어느 날 문을 열었잖아요. 코로나 직전에, 터지기 직전에.
-맞아요, 19년도에.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일단. 이 청년 뭐지? 이 발랄한 자영업자 이거 뭐지? 난 낭만적이다. 나는 낭만적이다.
-너무 낭만만 있었어요. 너무.
-진짜.
-너무 낭만만 있었다.
-그걸 저를 뭔가 자극한 것 같아요. 이 사람, 이 사람 날 뭘 긁네.
-그래도 어쨌든 그렇게 알아봐 주시고 결국 협업을 함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신 것.
그리고 지지, 되게 내부에서 좀 반대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팀장님께서 맞서 싸워주셔서 진행을 하게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기존의 공공에서 하던 마케팅 사업하고 달랐던 건 사실이죠.
달랐던 건 사실이고 이런 류의 시도를 한 번도 안 했고 또 우리 조직은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는 늘 항상 보수적이고 두려워하니까.
그랬는데 또 마케팅팀 입장에서는 이 사업의 제안이 그냥 막상 시작하고 나서는
순조롭게 계속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까지 계속 이어졌던 것으로.
왜냐하면 그 첫 번째 프로젝트의 신선한 파급 효과가.
-그때는 저도.
-기억나시죠?
-작가님께도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고요. 너무, 너무 잘됐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마케팅 배웠다고 할까? 그런 거죠. 저희가 뭘 발굴하고 이렇게 이런 게 아니고.
일단 공공에서는 잘 만들어진 그림을 봐주기를.
그리고 방문객들이 가장 아름다울 때 방문해 주기를 이런 관점에서 공공 홍보를 해왔다고 하면
지금 이 프로젝트는 영월이라는 곳이 어떻든지 그것은 상관없이 방문하는 사람의 마음을 작가의 눈을 빌려서
방문 동기를 만드는 이런 프로젝트여서 기존의 저희가 하던 방법하고는 완전히 달랐고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좀 잘 진행되게 하기 위해서 특별히 그 당시 신경 썼던 것은 기획자가 계속 쥐고
갈 수 있게 하고 행정은 최대한 그에 대한 서포트를 하는 뭐 이제 터무니없는 예산 낭비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사실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이 기획은 저희가 처음부터 관이 주도적으로 의도하고 요청해서 만든 기획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관이 주도적으로 개입할 여지도 없었지만 여러 명의 작가를 섭외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작가님의 의도대로 진행하게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뭐라고 쓰셨냐면 두 번 다시 이런 글을 쓸 자신이 없다. 저는 이 코멘트가 너무 웃겨요.
자신의 어떤 초기 작품에 대해서 작가가 이런 코멘트를 남기는 게 굉장히 공감이 되거든요.
저는 똑같은 심정을 저의 첫 책에 대해서.
-(해설) 한 사람의 취향이 한 도시를 바꿉니다. 그리고 그 도시의 변화가 또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불러옵니다.
가만히 앉아서 손님이 가져오는 책에 얼마입니다 하고 계산만 할 거면 서점을 하지 않았을 거다.
나는 내 취향으로 공간을 채우기 위해 서점을 시작했다.
책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개인의 취향을 많이 타는 물건이다.
누군가에게는 재미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 재미가 없는 책.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 아무거나 대충 골라드릴 생각은 없다.
-(해설) 다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 그들을 끌어당기는 건 우리가 좋아하는 걸 오래도록 좋아한 그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춘천을 사랑하는 최정혜, 강승용 부부는 최근 자신들이 푹 빠진 러닝 기념 소품을 제작하려합니다.
이 부부 역시 함께 서울에서 광고 제작자로 일하다 춘천의 매력에 이끌려 이주한 사람들이죠.
-발을 지금 걷는 거에서 달리는 걸로? 티셔츠가 많은 것 같아.
그래서 성수는 붕어빵을 런 이래서 붕어 모양이고 어디는 또 무슨 모양이고 그래서.
저희가 보니까 숙소를 운영하면서 매년 마라톤 때문에 꾸준히 오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거의 그날 제가 알기로는 2만 명 정도가 하루 동안에 춘천에 다녀간대요.
그게 꼭 참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을 응원하기 위한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오시고
겸사겸사 춘천이 그렇게 먼 곳이 아니니까 여행하듯 이렇게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때
특히 참여하신 참여자분들이 물론 대회에서 주는 공식 굿즈나 티셔츠나 이런 것도 있겠지만
좀 더 약간 휴대도 가능하고 일상 속에서 이렇게 자주 보거나 혹은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굿즈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해설) 굿즈를 향한 애정은 이 공간을 시작하게 만든 가장 첫 번째 마음이었습니다.
춘천에 없던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일이었죠.
-솔직히 저희가 춘천일기를 시작했던 것 자체가 사실은 취향에서 시작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는 게 저는 진짜 굿즈 마니아거든요.
그래서 굿즈를 막 줄 서서 사고 그다음에 예를 들면 저희는 여행을 간다고 그러면
기념품 가게를 진짜 제일 먼저 가고 제일 마지막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첫날 가서 쭉 둘러보고 마지막 날 누구한테 뭘 줄지 이름을 쫙 적어서, 예를 들면 캄보디아다,
그러면 후추를 사고 약간 먹는 것, 굿즈부터 시작해서 인형, 엽서, 자석, 이런 걸 워낙 좋아하니까
춘천에 와서 살기 시작했을 때도 춘천 되게 매력적인데 왜 춘천은 굿즈가 없지? 사실 거기서 출발한 거거든요.
-(해설) 하지만 좋아하는 일만으로는 모든 삶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취향은 계속 움직이지만 생활은 멈춰 설 수 없기 때문이죠.
좋아하는 마음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지켜내기 위해 이들은 시스템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걸 인수한 그대로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한 지 한 6개월 만에 코로나가 왔어요.
그래서 그때, 그러면 나의 취향을 조금 반영해서 공간을 리모델링하면 코로나가 끝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안 끝나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나하나 공간을 바꾸게 됐던 저의 취향은 사실 취향이라는 게 제가 새로운 것들도 추구하지만
그 새로움 안에서 너무 유행을 타지 않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었거든요.
-(해설) 처음에는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방명록 속 한 문장, 조용히 남겨진 기억들이 조금씩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같은 취향을 공유했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감동이 찾아온 겁니다.
-각자의 고민을 남에게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정말 이렇게 깊숙이, 안에 있는 고민은 사실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고민을 여과 없이 쓰고 가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 방명록이 저한테는 한편으로는 또 같이 동질감 같은 것도 느낄 때도 있고.
그래서 한 문장이라기보다는 그런 전체적인 톤이 저에게 주는 감동이 더 큰 것 같아요.
-게스트 하우스 오시는 분들이 춘천을 여행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거잖아요.
예를 들면 맛집을 찾아갈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유명한 관광지에 가실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저희의 취향이 담긴 추천 리스트를 보시고 그다음에 제가 또 달리기를 하고 있으니까
같이 또 달리기를 하시고 그러면서 그 취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모여드는,
그러다 보면 또 그런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이 알려지고 그러면서 저도 이 일을 하는 게 거기서 오는 피드백과 만족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같이 달리기하신 분들이, 너무 좋았어요, 춘천에서 달리기했던 기억이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하고 말씀해 주시는 게
저한테도 되게 큰 기쁨이거든요.
-오늘 바다에는 무슨 일 없었어요?
-오늘은 보드를 테스트 좀 해 보려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서핑 숍 사장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해설) 나무로 만든 보드는 이제 흔치 않은 선택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에는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는데요.
-서핑의 최초로 돌아가면 사실은 다 나무거든요.
그래서 원래 서프보드는 나무였다, 그리고 지금은 소재가 개발돼서 저런 플라스틱 소재들을 쓰고 있는데
결국 서퍼들은 환경 보호와 바다를 사랑한다고 외치지만 실제로 서퍼들이 사용하는 제품들은
다 석유 화학제품들을 쓰고 있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나무 보드를 계속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은 서프보드의 원래의 원료를 계속 기억하자는 마음도 있고요.
그리고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그런 일반적인 서프보드와는 또 다른 느낌의 보드가 존재한다는 것도 또 새로운 측면에서 볼 수 있고.
그래서 현재로서는 서프보드의 원형이지만 유니크하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설) 동근 씨에게 바다란 취향을 시험하는 실험실이기도 합니다.
-완전히 위까지 가야 하는데 이러면 패들이 안 되는 거야. 좀 더 앞쪽으로, 조금만 더 앞으로 가봐.
-들어가고.
-거기서 가슴을 조금 더 들어서 노즈가 살짝 나올 때가 제일 편할 텐데 이게 너무 평평하니까 여기가 안 올라오는 거야.
-(해설) 파도 위에서의 감각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 불안전함 속에서 동근 씨는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갑니다.
작은 공방에서 시작된 취향은 누군가의 작품을 거쳐 새로운 작업의 세계로 확장됩니다.
낯선 시선은 동근 씨의 작업에 색다른 결을 더해줍니다.
-(해설) 손으로 깎아낸 시간은 다른 이의 손끝으로 이어집니다.
취향은 혼자만의 세계를 넘어 그렇게 또 하나의 작업으로 확장됐는데요.
-(해설) 동근 씨는 꾸준히 자신과 같은 취향의 사람들과 교류합니다.
지금 이곳의 작업도 그 과정에서 얻어진 결과인데요.
-앞으로도 지금 제가 하는 활동들, 목공이라든지 가구를 만드는 일 그리고 제 메시지나 철학을 전하는
이런 아트퍼니처 같은 작품 활동, 이런 것들을 오래 하고 싶은 게 제 목표입니다.
그리고 더불어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제가 지금 강원도에서 전통 가구 헤리티지에 관심이 좀 많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제가 좀 깊게 탐구하고 그다음에 원형도 복원하고 그래서 강원도에서 내려오는 없어진 그런 가구들을
제가 개발하고 원형 복원하고 그것들이 기술이 된다면 또 다른 분들한테도 이렇게 전수해 주고, 그런 활동들을 좀 하고 싶습니다.
-(해설) 힘들었던 서울 생활을 접고 바다로 왔습니다. 어느덧 10년.
서핑이 좋아 시작했던 일이 다시 서핑으로 이어지는 순간.
이제는 누군가의 파도를 기념하는 트로피를 직접 깎고 이름을 새깁니다.
-경기 시작합니다.
-취향에 대해서 고민을 좀 많이 해봤어요. 저를 반영하는 그것 자체가 사실 저를 나타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냥 기계적으로 뭘 만들고 뭐 납품을 하고 이런 것보다는 저 자신을 지켜가면서 아끼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그거는 꼭 지켜가고 싶습니다.
-뭔가 내가 어떤 취향을 갖겠다고 하고 갖는 경우보다는 정신 차려 보니까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약간 저는 취향이라고 했을 때 뭔가 나를 또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를
되려 지나고 나서 발견하는, 절대 못 뛸 줄 알았거든요, 실은.
그리고 제가 뛰면 진짜.
-온 세상이 다 뛰어.
-온 세상이 다 뛴다고. 그 정도로 못 뛰던 애였는데 또 뛰는 거 보니까.
또 안 해본 것도 해볼 수 있고 또 돌아서서 좋아하는 걸 발견할 수 있는, 결국에 그게 약간 뭔가 취향과의 접점?
나를 알아가는 거랑 또 비슷하지 않나, 그런 생각 해 봅니다.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인생을 즐겁게 끌어가는 그런 축이 되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점점 중년과 시니어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
-사실 저는 제 취향이 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제 취향이 뭔지 모르겠는데 그냥 내 마음에 드는 것들, 그래서 사실 하나씩 살펴보면 좀 두서가 없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그 두서없는 것들이 어쩌다 보니까 잘 모여서 시너지를 지금 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짬뽕?
-(해설) 취향은 개인적인 것 같지만 결국 우리 모두를 연결합니다.
그리고 그 연결 속에서 도시는 새로운 꿈을 꿉니다.
지금 당신의 취향은 어떤 도시를 그려 가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