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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페셜 - 나는 해녀다

등록일 : 2025-12-31 13:54:16.0
조회수 : 122
바다의 숨으로 이어온 삶…제주 해녀, 세대를 건너 다시 빛나다


제주 신산리 바다에서 해녀들은 파도가 잦아들 때까지 물질을 멈추고 바다를 기다립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전유경 해녀는 테왁과 돌 허리띠, 빗창과 호미를 챙겨 보말을 캐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녀들은 바다가 허락하는 만큼만 거둔다는 원칙을 지키며 작은 보말 하나에도 삶의 의미를 담습니다.

물질을 마친 뒤 나누는 국수 한 그릇과 보말 손질은 해녀들 사이의 동료애를 깊게 합니다.

금능리 바다에는 수십 명의 해녀들이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물질을 이어갑니다.

홍준희 어촌계장을 중심으로 마을의 일꾼들이 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며느리 해녀는 리사무소 사무장 일을 병행하며 ‘투 잡’의 하루를 살아갑니다.

고산리에서는 해녀소리보존회가 물질과 노래로 해녀의 삶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계리에서는 종패 공동 작업과 해남의 동참으로 바다를 다시 살리는 작업이 이어집니다.

제주 해녀의 삶은 공존과 연대로 세대를 넘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설) 땅이 끝나는 곳에는 푸른 바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세대를 이어온 사람들.
숨비소리로 고단함을 이겨내고 손끝으로 희망을 건져 올리며 바다를 지켜온 제주 해녀입니다.
세대를 넘어 전해져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 제주 해녀.
오늘 우리는 바다와 함께 이어온 해녀들의 위대한 여정을 만나봅니다.
제주의 동쪽, 돌고래도 쉬어간다는 깊고 푸른 바다 신산리입니다.
단정하게 걸린 고무 옷과 테왁 등이 보이는 이곳은 어디일까요?
이른 아침부터 면을 삶고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바로 신산리 해녀들이 머무는 집입니다. 나이 지긋한 해녀들 사이 유독 젊은 얼굴이 눈에 띕니다.
엄마뻘 되는 해녀들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살가운 딸 같은데요.
-(해설) 10년 전 서울의 아스팔트를 벗어나 바다의 부름에 응답한 해녀 전유경입니다.
분주하고 차가운 도시를 떠나온 그녀를 제주의 바다가 품어주었고 이곳에서 유경 씨는 해녀로서 신산리의 가족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는데요.
-(해설) 바다는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높은 파도 앞에 해녀들은 물질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릅니다.
-앞에서 왔어.
-바다가.
-물살이 세.
-이 앞에.
-바다에 물질 안 가시고 왜 다들 여기 계신 거예요?
-(해설) 기다림조차 오랜 세월 바다에서 터득한 지혜죠. 신산리에 남은 해녀는 10명 남짓.
늘 그래왔듯 손때 묻은 고무 옷을 고치며 바다가 순해지기를 기다립니다.
-얼마 없어.
-안 된다, 여기.
-다 가져와.
-이거, 이거.
-(해설) 누구에게나 첫 물질은 쉽지 않습니다. 바다는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신산리 해녀 엄마들의 도움이 있었죠.
-(해설) 파도가 잠잠해지자 해녀들이 분주해졌습니다. 고무 옷만 입었다고 바다로 갈 수는 없죠.
반드시 챙겨야 할 물질 도구들이 있습니다. 잡은 해산물을 잡아두는 테왁.
바다 깊이 가라앉기 위한 돌 허리띠. 점복을 떼는 빗창과 해산물을 캐는 호미는 물질의 필수품입니다.
-(해설) 보말을 잡으러 바다로 가는 길. 유경 씨에게는 언제나 설레는 순간입니다.
수백 년 이어온 물질의 길. 그녀 역시 해녀 공동체 일원으로 이 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0여 년을 서울에서 살았지만 이제는 신산리 바다가 새로운 고향이 된 거죠.
-물에 들어갈 때 늘 다짐합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내는 해녀다. 이제 물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저도 신산리 상군 해녀거든요.
-(해설) 파도는 조금 높지만 이내 바다로 들어갑니다. 보말을 잡기 위해 먼 바다로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파도가 세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요. 바다는 예측할 수 없는 곳.
이럴 때 해녀들은 감각으로 바다를 읽어냅니다. 숨을 참고 바닷속으로 들어간 틈에서 작은 보말이 반짝입니다.
-이런 거 1개, 2개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 겁니다.
-(해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것을 바다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때로는 거친 파도에도, 때로는 물질하면서 만나는 바다 생물에게도 허락을 구해야 하죠.
수백 년 동안 예측할 수 없는 바다의 변덕과 위험 속에서 억척같이 바다의 삶을 지켜낸 여인들이 바로 제주 해녀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번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숨비소리를 토해냅니다.
해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족을 지키고 제주를 키워왔습니다.
3시간 동안 힘든 물질을 마치고 마침내 해녀들이 물 위로 올라옵니다.
바람과 파도 그리고 거센 물살과 맞선 시간. 망사리 속 보말에는 오늘도 이어가는 삶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해설) 바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환경이 허락하는 만큼, 흘린 땀의 무게만큼 되돌려줍니다.
정직한 품삯이죠. 그것이 바다가 전하는 가르침입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까 저기...
-(해설) 바다 날씨가 좋지 못한 탓에 오늘의 품삯은 만족스럽지는 못한 편입니다.
-(해설) 고된 물질을 마친 뒤 먹는 뜨끈한 국수. 해녀들에게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는 구수한 간식인데요.
-엄마, 그거 국물. 엄마, 국물. 아니, 국물하고.
-(해설)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한 그릇. 그 안에는 진한 동료애가 있습니다.
-국물이 많아야 맛 좋아.
-(해설) 오늘 잡은 보말을 삶는데요. 삶은 보말은 대부분 판매를 하지만 일부는 저녁상에 오를 겁니다.
보말을 다듬는 일은 단순해 보여도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고도의 작업입니다.
혼자라면 지루하지만 함께라면 금세 끝이 납니다.
-엄마들 이거 우리 어떻게 먹어야 맛 좋아요, 어머니?
-칼국수도 끓여 먹고 미역국도 끓이고.
-전도 부쳐 먹고.
-전이 최고.
-보말전.
-보말전.
-어쨌든 보말칼국수 유명하잖아요, 제주도에.
이거 육지에서 진짜 먹어볼 수 없는 보말이니까 칼국수, 지금 시대에는 어쨌든 칼국수가 최고, 최고. 최고입니다, 최고.
-(해설) 하얀 속살을 드러낸 보말. 신산리 바다가 내어준 선물입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해녀 전유경.
그 길은 험난하지만 이제는 진짜 해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바다가 부르면 언제든 응답할 수 있는 상군 해녀로 말이죠.
-처음 이곳 신산리에 왔을 때는 많이 두렵고 걱정했어요, 낯설어서.
-(해설) 원담이 길게 펼쳐진 금능리 바다. 동이 튼 이른 아침부터 해녀들이 모여듭니다.
오늘은 신산리 해녀 유경 씨가 이곳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금능리 어촌길을 찾았는데요.
-제가 오늘은 저희 바다가 아닌 금능 바다에 왔거든요.
해녀라고 해서 아무나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각자 바다만 갈 수 있는데 금능바다는 처음이라서 너무 설레고 기대됩니다.
제가 알기로 금능 바다는 모래가 많아서 모래가 넓게 펼쳐져 있어서 저희랑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들었거든요.
거기다가 비앙도까지 있어서 경관까지 예쁘다고 하는데 어디 금능바다 어떨지 한번 확인해 보려고 하는데 저기 계시네요.
-(해설) 해가 뜨면 해녀의 하루는 분주하게 시작됩니다.
어느새 물질을 위한 해녀복을 갈아입고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요.
-어머니, 안녕하세요?
-우리 딸 왔구나. 우리 딸. 반가워.
-정말 많네요. 몇 명 왔어요?
-한 40명 나왔나. 다 나오지도 않았어.
-40명 넘었어.
-40명 넘어.
-육십몇 명.
-육십몇 명.
-다 하면 다 나오면.
-그런데 보니까 고무옷 입으신 분도 있고.
-더워서 고무 못 입어.
-덥구나. 그러면 청바지 입은 분도 있고 밭으로 밭일 하러 가는 줄 았어. 청바지 입었네요.
-더워서, 더워서. 고무 옷 입기만 해도 열이나니까.
-덥구나. 이렇게 다니면 해녀인 줄 모르겠어요.
-여름이라서. 더운 사람은 이렇게 입고 우리는 그러다가 추울까 해서 하나 입고. 우리는.
-여기도 위에는 고무옷인데 아래는 너무 화려해.
-춤추는 거.
-그래요?
-앗싸, 앗싸.
-여기 해녀들은 다 고무옷인데 여기는 패션리더가 많네요.
-아니야, 지금 다른 데도 다 마찬가지야. 다른 지역도 다 이렇게 입을걸.
-봄에는.
-(해설) 폭염에 고무옷을 입고 하는 물질은 해녀들에게 무척 힘든 고통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물질복도 저마다 개성이 넘치죠. 오랜 세월 함께한 옷에는 해녀들만의 인생 노하우가 숨어 있습니다.
-안 모일 거예요? 빨리 오세요. 저기 저 할머니 누굽니까, 저기?
-(해설) 이 마을에는 바다보다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여인이 있는데요. 바로 홍준희 어촌계장입니다.
-그냥 가져오지 말고 물 한 번 빼서 가져오세요.
-계장님, 안녕하세요?
-유경이 왔어. 오랜만이네.
-자주 못 오는데 제가 듣기로 여기 워낙 인원이 많으니까 가족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가족이야 시어머니 하고 며느리. 그런데도 한 두 군 데 있고 딸하고 엄마.
-저희 신산리 바다도 딸하고 엄마는 있는데.
-며느리.
-며느리하고.
-요새, 요새. 여기 언니하고.
-안녕하세요?
-(함께) 안녕하세요?
-시어머니랑 어머니예요? 죄송한데 물질 한 지 몇 년 됐어요?
-5년 됐어요.
-5년. 어머니, 며느리하고 물질하니까 좋아요?
-그럼 좋죠.
-어떻게 물질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
-나 하기도 힘드니까. 그러니까.
-그러면 지금은 괜찮아요?
-좋아요.
-해녀가 마을 사무장도 하면서 물질을 해요. 오늘 아침 일찍 나오고.
-투 잡 뛰었구나.
-투 잡, 투 잡.
-(해설) 바다에서는 해녀로 마을에서는 리사무소 사무장으로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노진영 해녀.
힘겹지만 바다도 마을도 살뜰하게 지켜내고 있습니다.
-오늘 그러면 금능바다 들어가는데 같이 일도 하고 구경도 해도 될까요?
-네, 같이. 같이 가게. 같이 옷 갈아 입고.
-저도 준비하려고 왔습니다, 여기.
-(해설) 어촌계장의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해녀 삼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요.
마치 바다로 향하는 군인들의 행렬처럼 든든하고 힘차 보입니다.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푸른 바다. 해녀들은 태왁을 이고 물질을 하러 나섭니다.
돌담을 넘어야만 알게 되는 금능리 바다. 수십 년을 해온 바다임에도 내 예측할 수는 없죠.
시어머니에게 물질을 배운 노진영 해녀도 물질 준비를 하는데요.
오늘 만큼은 신산리의 전유경 해녀도 금능리의 딸이 되어 보기로 합니다.
-어머니 제가 신산리만 갔다가 여기는 처음이잖아요. 여기 바다가 더 좋아요?
-좋아요, 여기가. 얕고.
-얕아요? 금능리 바다의 매력이 뭐가 있어요?
-옛날에는 많이 잡았는데 이제는 별로 없어요.
-그래도 오늘 많지 않을까요?
-모르겠네, 가봐야 알지.
-그러면 가서 확인해 보죠.
-가보지.
-가볼까요?
-다 챙겼니?
-다 챙겼어요.
-아니, 아니.
-나는 나한테 물어보는 줄 알았는데 며느리만 챙기네.
-따라와.
-나는 보지도 않고 오라고 하고 며느리는 얼굴 보고 챙겨 주고 서럽네.
-(해설) 네, 유경 해녀가 섭섭했나 보네요. 6월부터 8월까지는 출하 금채 기간.
이 시기에 제주 해녀들은 가까운 바다에서 보말을 정성껏 채취하죠.
바다와 해녀가 함께 지켜온 오래된 공존의 법칙입니다.
그 덕분에 오늘도 바다 위에는 태왁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물결을 가르고 보물을 찾듯 보말을 찾아 나선 해녀들.
파도로 모래가 일어난 바닷속에서도 보말을 쉽게 찾아냅니다.
호이호이, 깊은 숨을 몰아쉬며 내뱉는 숨비소리는 마치 돌림 노래처럼 바다 곳곳에 울려퍼집니다.
-어머니.
-고마워.
-(해설) 유경 씨가 잡은 보말을 시어머니 진명자 해녀에게 살포시 건네는데요.
공들여 잡은 수확도 기꺼이 건네는 마음도 이 바다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켜져 온 따뜻한 삶의 가르침입니다.
-저희 바다에서 물질을 하다가 금능 와서 물질을 하니까 감회가 새롭긴 한데 너무 낮아요.
왜냐하면 물 색깔이 좋을 수 없는 게 원담 위에 모래예요.
모래가 일어서 모래가 올라와서 시야 확보는 안 되고 돌은 계속 있고 이런 상태에서 돌 사이, 모래 사이사이를 차서 보말만 쏙쏙 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제가 생각했던 금능바다와는 약간 다른 게 원담이 아니었으면 좋았을걸.
원담이라고 해서 조금 나랑 아쉽지만 대신에 물 위로 올라와서 싹 보면 비앙도가 싹 보입니다. 그러면 또 힐링이 되고.
-(해설) 비앙도를 품은 금능바다.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사계절 내내 바다는 언제나 해녀들에게 살아갈 이유를 건넵니다.
3시간 동안 물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 길에는 기분 좋은 묵직함이 있습니다.
울퉁불퉁한 돌담길을 걷는 길에는 오늘 하루 힘겨운 대가를 기대하게 만드는데요.
-보말 많이 잡았어요?
-보말? 보말 많이 잡았지.
-어디, 어디?
-여기.
-잡았어요? 많이 잡았네요.
-많기는 500g도 안 돼.
-그러면 이거 팔아서 뭐 해요?
-뭐 해. 맛있는 거 사먹고 그러지.
-그래요?
-오늘도 고생하섰어요.
-(해설) 마침 물질을 마친 며느리 노진영 초보 해녀가 서둘러 바다에서 나옵니다. 보말을 많이 잡았을까요?
-며느님 아니에요, 지금? 잠깐만. 아까 분명히 어머니랑 같이 계셨는데 어머니 어디에 두고 벌써 나오셨어요?
-출근해야 해요.
-어디로? 출근을 바다로 하는 데 또 어디로 하시려고?
-리사무소.
-리사무소, 아까 말한 리사무소.
-투 잡, 투 잡.
-투 잡. 아니 그래도 보말 많이 잡았어요?
-아니, 아니. 이거, 이거, 이거. 많이 못 잡았어요.
-투 잡 해야겠네요.
-해야 해요.
-투 잡, 보말 때문에 투 잡 해야하겠네.
-더 해야해.
-그러면 이거 삶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요?
-나는 얼마 안 돼.
-제가 사실 잡은 거를 시어머니 드렸거든요. 우리 며느리를 줘야 할 건데 하면서 자기가 챙기시면 될 걸 며느리 주려고 하시더라고.
좋으시겠어요. 잘 챙겨 주니까.
-(해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데 며느리 사랑은 시어머니인가요?
금능리 마을에는 해녀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마을협동조합이 있습니다.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을 활용해서 다양한 로컬 푸드 상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바다의 정성과 마을의 손맛을 전국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죠.
특히 뿔소라를 이용해 만든 소시지빵은 금능리 해수욕장에서도 인기만점입니다.
바다에서 흘린 수고만큼 정당한 값으로 돌아오는 시간. 물질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700이네, 700.
-(해설) 각자 손질한 보말을 삶아오면 무게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데요.
오늘 바다에서 힘겹게 버티며 건져낸 보말 값은 비교적 만족스럽습니다.
바다와 함께 살아온 세월. 금능리 해녀들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갑니다.
오늘 그리고 내일도. 이 바다는 또다시 숨비소리를 토해내며 세대를 이어가는 삶을 힘차게 품어낼 것입니다.
-제주 바다는 확실히 제주 해녀의 삶의 터전이라고 느꼈고 낯선 금능 해녀분들과 함께하면서
확실히 공동체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귀한지 깨닫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계속 명맥이 끊어져 가는데 어머니와 며느리가 같이 물질하시는 것을 보면서 해녀의 내일도 흐르는 바다와 함께 계속되기를 소망합니다.
-(해설) 바람의 언덕 수월봉과 차귀도를 품은 한경면 고산리.
바다와 맞닿은 이곳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해녀들의 삶의 터전이자 땀과 노래가 스며든 무대이기도 합니다.
-(노래) 너영나영 두리둥실 놀구요 낮이낮이나 밤이밤이나 참사랑이로구나
너영나영 두리둥실 놀구요 낮이낮이나 밤이밤이나 참사랑이로구나
-실례합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잠시 실례차 찾왔는데요. 오늘 해녀분들이 여기 특별한 공연이 있다고 해서 왔거든요.
-여기 우리 해녀들은 17년도에 이거 시작해서 물질도 하고 노래 연습, 저녁에는 연습도 하고.
이제 공연도 가고 이제 밭에 일도 하고 우리 일본 공연 앞두고 15일 일본 가잖아. 막 이제 열심히 공연하고.
-일본 가시는 거예요, 이제? 그래서 이렇게 모이신 거예요?
-(해설) 2018년 고산 차귀도 해녀소리보존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잠시 물 밖을 벗어난 해녀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해녀의 삶과 제주의 민요를 전하고 있죠.
바다에서 길어올린 삶의 기록이자 공동체의 소중한 자부심입니다.
-(해설) 어린 시절부터 물질을 해야 했던 해녀들.
차갑고 깊은 물속에서 버텨야 했던 시간들은 고단함의 연속이었습니다.
거친 바다에 순응하며 서로의 손을 잡고 견뎠기에 오늘의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해설) 노랫소리는 이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알게 해 주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하여튼 이런 공연은 어머니에게 어떤 존재, 가치가 있어요?
-이거 스트레스 풀고 하면 좋지.
-(해설) 노랫가락이 흥겨운 고산리에 신산리의 해녀가 찾아왔습니다.
-여기서 연습하시는구나. 삼촌 저기 계시네.
-(해설) 광복 80주년을 맞아 고산리 해녀들이 공연 준비로 바빠졌습니다.
민요가락에 맞춰 무용단의 춤사위가 이어지고 무속과 연극까지 더해지면서 무대는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갑니다.
-얘들아.
-할머니...
-(해설) 이번 공연은 해녀들만의 무대가 아닙니다.
무용단, 연극팀, 무속까지 하나의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동선 하나, 노랫소리 한 소절도 소홀히 할 수가 없죠.
-그렇습니까? 그러면 이번에는 어디로 갈 겁니까?
-이번에는 일본.
-일본.
-기분.
-(노래)
-(해설) 신산리 해녀 유경 씨도 제주 민요에 도전해 보는데요.
해녀 삼촌들의 박자에 맞추는 일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너영나~ 어떻게 좀 안 돼.
-잘하고 있어, 다시 해봐.
-너무 빨라.
-그렇구나. 나 급해, 빨리 배우려고 하니까.
-(해설) 해외에서 선보이는 공연인 만큼 허투루 준비할 수는 없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연습은 오후까지 장시간 이어지는데요.
제주 해녀들의 삶을 알려주고 싶기에 힘든 내색은 잠시 접어두고 서로가 묵묵히 연습에 집중합니다.
그 진심어린 열정이 무대를 완성해 가죠.
-어머니 너무 잘하시던데 힘들지 않으세요?
-아니요, 전혀 안 힘들고 너무너무 기분 좋아요.
-진짜요? 아니, 막 젊은 사람도 하면 지칠 것 같은데.
-연습 중간에 먹는 꽈배기 맛은 어떠세요?
-안 지쳐.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해설) 오랜 연습은 끝이 나고 이제 남은 건 최종 리허설.
오늘 이 소식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체육관을 찾았습니다.
칠성판을 지고 살아온 해녀들에게 바다에서의 길흉화복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노래)
-(해설) 파도에 모든 것을 맡겨야 했던 그들의 삶.
그 속에서 비념은 신앙이 되었고 그 믿음이 힘이 되어 평생을 버텨왔습니다.
제주의 해녀들은 고단한 삶을 딸에게 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늘 세대를 이어 어머니에서 딸로, 또 그 딸에서 다시 다음 세대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공연은 바로 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찬 바다 속에서 견뎌낸 시간들.
그리고 서로의 손을 잡고 버텨온 공동체의 힘.
-안 한다니까.
-(해설) 결국 해녀들의 삶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였지만 그 속에서 노래를 만들고 함께 의지하며 살아온 제주 여인들의 이야기입니다.
-(해설) 해녀의 삶은 곧 노래였고 그 노래는 다시 꿈이 되었습니다.
고산리 해녀들은 오늘도 바다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월을 넘어 전해지는 삶의 노래. 그 속에서 제주 해녀들의 꿈과 숨결이 살아 있습니다.
-(노래)
-(해설) 사계리의 새벽은 고요합니다. 그 고요를 깨우는 건 해녀들의 발걸음이죠.
그녀들은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도구를 챙기는 손길마다 나지막한 웃음소리에도 세월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준비는 늘 그렇듯 긴 세월 바다의 문을 여는 순간이자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신호입니다.
-어째 우리 사람 많이 모였는데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
-우리 바다에 공동 작업 옆에.
-공동 작업은 어떤 걸 하나요?
-종패에다가 여기 바다.
-그럼 저쪽으로 가서 소라를.
-잡아다가 여기 채취.
-(해설) 올해로 벌써 50년째 이어지는 종패 공동 작업.
바다에서 얻은 만큼 다시 바다에 돌려주며 상생의 길을 이어왔습니다.
그래서 사계 바다는 지금도 맑고 푸릅니다. 그런데 해녀들 사이로 조금은 낯선 풍경이 보이는데요.
바로 바다를 함께 지키는 해남. 사계에는 2명의 해남이 있습니다.
80대 고령의 해남과 40대 젊은 해남이 함께 있는 곳은 사계리가 유일하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어떻게 나이가 좀 있으셔 보이시는데 어떻게 해남 일을 하고 계시네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나 지금 88. 와 할 거 아니라 나이가 많지. 제주도 많았어 그때 시절에는. 우리 배울 시절에는. 제주도 총 6명이 있더라.
-제주도 최고.
-1등.
-최고.
-젊었을 때는 상군이지 지금 나이가 많으니까 꼴등.
-지금도 1등이야.
-60년 됐습니다.
-처음 우리 다닐 때는 바다 깊이 17m, 18m 다녔어. 물어봐 이 상군들. 최고 상군이야, 이분들.
-(해설) 상군 출신 해남 삼촌의 뒤를 이어 지금은 이훈탁 해남이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바다가 저의 놀이터였고요.
계속 바다에 들어가면 너무 행복했던 게 어른이 되어서도 뭔가 위로받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바다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게 뭔가 고민하다가 저희 주변에 삼춘들이 해녀들이 많기 때문에
어촌계 찾아가서 허락을 받고 해남을 하게 됐습니다.
-(해설) 바다에서 해녀들은 언제나 담대합니다. 늘 그래왔듯 거침없이 바다로 몸을 던지죠.
오늘의 물질은 내일을 위한 약속. 소라 종패 작업입니다.
해마다 어린 소라를 다시 바다에 심고 어장을 깨끗하게 가꾸어 온 사계 해녀들의 전통이죠.
바다에서 얻은 만큼 다시 돌려주며 공동체 삶을 지켜낸 해녀들.
그 손길마다 바다를 살리려는 마음이 묻어납니다. 은빛 바다에서 울려 퍼지는 숨비 소리.
그 소리는 내일을 여는 희망이 되고 물결 위 윤슬처럼 반짝입니다.
2시간 가까운 노고 끝에 어린 소라 종패들이 하나둘 올려집니다.
턱까지 차올랐던 숨을 참아낸 해녀 삼촌들도 하나둘씩 배 위로 오릅니다.
사계 해녀와 해남들의 깊은 마음이 전해져 이 바다는 오늘도 살아 숨을 쉽니다.
-어떻게 바닷속은 어때요?
-종패 작업할 때 만족스럽게 됐나요?
-네, 만족스럽게 됐어요.
-(해설) 어린 소라 종패를 잡아 올렸다고 일이 끝난 건 아닙니다.
이제는 종패를 하나하나 분리하는 작업이 이어지는데요.
물속에서도 배 위에서도 해녀들의 손길은 잠시도 멈추지 않습니다.
이 작은 소라들이 몇 달 후면 더욱 알차게 자라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주겠죠.
-어머니, 어떤 게 종패 작업에 들어가는 거예요?
-(해설) 물질만큼이나 사계 해녀들의 손발도 척척 맞아 갑니다. 그 많았던 소라가 하나둘씩 분리되는데요.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좋다.
-좋다.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해설) 일할 때 흥이 더해지면 힘도 덜 드는 법. 바다 위에는 해녀 삼촌들의 노랫가락이 풍겼습니다.
이제 잡아올린 어린 소라들을 다시 바다에 뿌릴 차례. 바다는 그냥 내어주기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사람이 정성껏 가꾸고 보살펴야 더 큰 보답을 안겨주는 법이죠.
오늘의 이 작은 정성이 내일은 더 넉넉한 바다로 돌아올 겁니다.
두 달 뒤 다시 찾은 사계 바다. 오늘은 신산리의 전유경 해녀가 함께했습니다.
늘 와보고 싶었던 사계리 바다여서 그런지 전유경 해녀의 발걸음도 가벼운데요.
사계리의 상징 용머리 해안가로 향해봅니다. 유명 관광지답게 관광객들로 가득 찹니다.
젊은 해녀 전유경과 젊은 해남 이훈탁이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오다 제주 바다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죠.
서로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벗이죠. 사계리의 이훈탁 해남이 순산리 해녀를 초대했습니다.
해녀 삼촌들이 직접 잡은 뿔소라와 전복, 해삼입니다.
바다가 내어준 귀한 음식을 함께 나누는 이 순간은 사계리의 또 하나의 매력이 되어 갑니다.
-이게 다 뭔가요?
-사계에서 잡은 소라입니다.
-이게 다.
-이거 보세요, 이훈탁. 내가 잡은 거.
-먹어볼까요?
-이거 먼저 먹어야 합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죠.
-여기는 부드럽고 꼬독꼬독하면서 쫄깃쫄깃하네.
-나도 한번 먹어볼까.
-새콤달콤. 맛 좋다.
-맛있기는 맛있네.
-맨날 먹는 소라라도 님이 잡아주니 더 맛있네요.
-맛있다.
-(해설) 매일 먹던 해산물인데도 사계리의 해산물에 푹 빠졌네요.
-오늘 나보다 못 잡으면 알아서 해요.
-물질 선배로서 보여줄게요.
-알겠습니다, 선배님.
-저 별명이 신산리 바다코끼리입니다.
-(해설) 마침내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합니다. 몇 달 전 뿌린 소라 동패를 건져 올릴 시간.
신산리의 전유경 해녀가 사계리 해녀들과 작업에 동참합니다.
-섬이 있어야 좋아, 역시.
-(해설) 바다에서 올린 수확은 곧장 공동 어장으로 모이고 다시 고르게 나뉘어 공동체 살림을 지탱합니다.
금채기를 끝내고 그동안 기다렸던 소라를 수확할 시간. 모두가 기대하며 바다로 몸을 내던집니다.
바다 진짜 예뻐요. 진짜로.
-(해설) 물질의 기쁨은 수확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바닷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의 움직임과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죠.
-누가 몸을 툭툭 쳐서 보니까 물고기 떼들이 저를 반겨주네요. 보셨어요?
-(해설) 바다는 고단하지만 그만큼 아름답습니다.
사계리 바다는 해녀들의 오랜 정성과 손길 덕분에 다양하고 풍성한 생명력을 품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몸을 숨긴 소라들도 긴 숨을 참고 찾아온 해녀, 삼촌들의 손에 잡히고 맙니다.
이 한 줌의 소라는 사계리 해녀들의 삶을 이어가게 만들죠.
해녀 유경 씨도 해남 훈탁 씨도 선배 해녀들이 일궈온 이 바다에서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법을 배우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공존의 길을 터득해 가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배운 물질의 지혜는 함께 살아갈 마음을 나누는 귀한 자산입니다.
마침내 긴 시간 동안 잡은 소라를 걷어 올릴 시간. 어떻게 소라가 커졌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사계 바다 어때요?
-진짜 너무 좋은데.
-너무 좋죠.
-깨끗하고 이렇게 큰 소라 요즘 드문데 주먹만 한 소라가 다 주먹만 해. 다 커요.
그런데 깨끗하니까 깊은 줄 모르고 계속 들어가.
-맞지. 깊은 줄 모르고.
-다 맛 좋은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만큼 저희가 관리를 잘하고 있습니다.
-역시 다시 한번 바다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딱 들었습니다. 진짜 좋네.
-열심히 지키겠습니다, 앞으로도.
-(해설) 사계리의 바다는 해녀들의 땀과 숨비소리로 지켜온 삶의 역사입니다.
이 바다에서 해녀들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길을 찾아갑니다.
오늘 우리가 만난 사계리 바다는 공존과 희망을 이어가는 소중한 삶의 무대이자 해녀들의 꿈이 숨 쉬는 곳으로 만들어줄 겁니다.
-(해설) 어머니의 숨을 이어받은 딸. 그리고 그 딸의 삶 속에서 다시 바다가 피어납니다.
해녀의 길은 누구의 강요가 아닌 바다가 곁에 있기에 이어져 온 삶의 방식입니다.
이제 해녀는 잊혀질 그림자가 아니라 다시 새롭게 빛이 되어 바다로 퍼져 나갈 것입니다. 나는 해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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