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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클래스 - 붓끝에 전통을 잇다 박경수, 좋은 붓을 향한 끝없는 탐구

등록일 : 2026-10-07 15:39:11.0
조회수 : 57
-성공은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다.
성공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탑클래스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황현희고요.
-안녕하세요.
저는 신아림 아나운서입니다.
-손끝으로 대화하는 것이 자유로워진 시대죠.
펜을 드는 일이 점점 드물어지고 손글씨가 좀 낯설어지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이 한 획, 한 획에 마음을 담아 붓을 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한 획이 아름답게 살아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생 붓을 만들어온 장인이 계시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좋은 붓 한 자루가 탄생하기까지 필요한 손길은 무려 100번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그 100번의 손길로 전통 붓을 지켜나가고 있는 대한민국 명인이자 강원도 무형유산의 박경수 필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필장님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시청자 여러분께 인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무형문화재 우겸 박경수입니다.
-(같이)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호칭을 필장이라고 소개를 해 드렸는데 필장의 의미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붓을 만드는 사람을 필장이라고 부르죠.
-그렇군요.
붓을 만드는 사람을 필장이다. 옛날부터 그렇게 불려졌던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그렇군요.
-여기서 말하는 붓이라는 게 제가 생각하는 서예에 사용하는 그 전통 붓이 맞나요?
-네, 전통 붓에서 서예, 그림 그리는 거 여러 가지가 많이 있습니다.
-그럼 필장님처럼 직접 붓을 만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지금?
-저희 강원도에는 저하고 우리 애들뿐이고요.
대한민국에 대략 제가 74년도부터 붓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한 500명이 됐는데 지금은 20명 이내예요.
-많이 줄어들었네요.
-중국에서 붓을 만들어 들어오니까 우리나라에서 견뎌내지를 못해요.
붓 만들어 가지고는. 그러니 힘듭니다.
-예전에는 직접 손으로, 수작업으로 다 붓을 만드셨던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다 붓은 기계로 하나도 못 만들고 전부 다 수공입니다. 손으로 만듭니다.
-중국에서도 다 수공업으로 만든 붓이 들어오는 거예요?
-그분들은 필기도구가 일단 붓이잖아요.
물론 펜이나 그런 것도 많이 쓰지만. 근데 그분들도 대단하세요.
근데 그분들하고 우리하고 붓 만드는 차이가 있어요.
그분들은 물로 많이 사용을 하고 만들지만 저희들은 마지막에 물끝보고 마무리할 때 물만 씁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만드는 거의 차이점은 좀 있다라고 봐야겠네요?
-있죠.
-1974년도 부터라니까 거의 반세기 동안 붓을 만들어오신 건데 붓을 처음에 만드신 계기는 필장님의 아버님부터 붓을 만드셨다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우리 형제가 많아요.
큰형님, 작은형님은 관심이 없었는데 저, 셋째만 관심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몸이 약해서 붓 만들기 시작했는데 붓을 만들면 재미가 있는 거예요.
-재밌어요.
-그래서 아버님이 이리 만들어 저리 만들어봐도 제가 궁금한 걸 아버님한테 여쭙는 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나한테 식사를 하면서 하는 말이 그래요.
우리 아버님은 왜 칭찬 안 해 주세요? 그래요.
아차 싶은 게 우리 아버님도 저한테 칭찬 안 해 주셨어요.
그걸 내가 닮았던 거예요. 그래서 지금 칭찬을 해 주고.
-칭찬 많이 해 주고 계십니까?
-네.
-선친께서도 정말 손꼽히는 필장이셨다고 들었는데 좀 기준도 엄격하셨을 것 같아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근데 그 당시에는 아버님들께서 우리 큰아버님은 대일을 하셨어요, 대나무 일을.
그리고 아버님이 붓을 좀 만드셨는데.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예전에 어르신 분들은
붓을 만들 분들이 많았었어요.
어디에서 족제비가 죽으면 족제비 꼬리로 붓을 만들어드리고 그걸로 글을 써보고 그런 식인데.
전문가 집안에 가서 전문가한테 배워라 해서 더 배운 거죠.
아까 말씀을 드렸지만 붓은 절대 기계로 못 만들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손이에요. 그러니까 만들기 힘들어요.
-그렇군요.
필장님의 고향이 전라도 화순이시라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근데 여기까지 오신 것도 붓을 잘 만들기 위함이다라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왜 그러면 이쪽 강원도 쪽이 붓을 잘 만드는 겁니까?
-만드는 게 아니고요.
재료예요, 재료.
-(같이) 재료.
-예전에 저희들 어렸을 적에 보면 김을 채취하시는 분들이 제 상식에는 모르겠어요.
근데 김을 채취하시는 분들이 하얀 염소 고기를 먹으면, 하얀 염소 고기를 먹으면
추위를 안 탔답니다.
들판에 보면 하얀 염소가 많았었어요.
근데 지금은 김을 채취할 때 기계로 해 버리잖아요.
이제 염소 고기를 안 먹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하얀 염소가 없어져요.
근데 처음에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꼭 그러시는 거예요.
붓 만들기 털은 강원도 털이 좋은데라고 자주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커가면서 생각을 한 거예요.
왜, 저희들이 털을 사용을 하면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털만 채취를 하고 써요.
그전엔 털을 안 써요. 한여름이나 봄이 지나버리면 털끝이 죽어버려요.
그러니까 강원도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춥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그러니까 털들이 착 펴는 거예요, 끝이.
그러니까 그 털을 사용해 보니까 좋은 거예요.
-털이 겨울이니까 더 두껍고 억세고 이런 털들이 많군요?
-근데 보세요.
사람은 추우면 옷을 많이 껴입는데 동물은 껴입을 수가 없으니까 털끝이 착 펴는 거예요.
그러니까 쓰기 좋은 털이 되는 거죠.
-그것도 적당히 춥고 덥고를 반복해야지 너무 추워도 좋지는 않은 거군요?
-그렇죠, 그렇죠.
털은 기가 막히면 탄력이 없죠.
그러니까 저희들이 흑염소도 마찬가지예요.
흑염소로는 붓을 안 만들잖아요. 왜, 알래스카나 몽골지방같이 털이 확 피어버리니까.
그러니까 흑염소 붓은 없잖아요. 하얀 염소만 써주잖아요.
-털이 확 핀다라는 게 어떤 의미인 거죠?
-끝이 탄력이 없단 말이죠.
그러니까 너무 좋으니까. 붓이 털이 적당히 좋아서 착 펴주면 끝이 살아나는데
처음부터 너무 추운 지방에서나 흑염소 같은 경우에는 날카로우니, 날카롭고 쫙 피어버리니까
그러니까 탄력이 없죠.
-탄력이 없다?
-그렇습니다.
-이건 진짜 오늘 모르는 내용들이었네요.
-우리 지방에서 나온 털들은 그러니까 탄력을 안 넣어도 털이 이런 식으로 두꺼워져요.
거기는 그 사람들 추운 지방 털은 어느 정도에서 착 피어버리니까 탄력이 없고요.
그러다 보니까 탄력을, 힘을 거기다 심을 안 박아놔도 힘을 안 넣어줘도 탄력이 있단 말이죠,
여러 개가 모이면.
-원래대로 이렇게 붓이 돌아온다라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죠.
-붓글씨를 쓸 때.
쫙 뻗으면 쫙 펴버리면 이게 돌아오지도 않고 그냥 그냥 쭉 나가버리니까.
-숙여버리죠, 붓이.
-숙여지니 이게 꺾어지잖아요.
그 말씀을 하신 거였군요.
-그 좋은 재료 하나만 보시고 사실 저기 전라도에서 또 강원도까지 오신 거잖아요.
아내분께서는 말리거나 막 화를 내지는 않으셨어요?
어디 가냐고 대체.
-다행히 제가 85년도에 결혼했는데 애 엄마 고향이, 처갓집이 가평이에요.
-근처에 또.
-경기도 가평.
-결혼식 해서 85년도에 저희들이 춘천으로 왔죠.
그래서 춘천에서 우리 큰놈도 낳고 작은놈도 낳고 그랬어요.
-다행히 근처시네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정말.
-조금만 더 가면
이제 가평이잖아요, 춘천에서.
춘천에서도 산골을 찾아 들어가셨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춘천에 어떻게 좀 살 만하셨습니까?
-그때 힘들었죠, 저희들.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그리고 우리 애 엄마하고는 제가 중매로 결혼했는데 애 엄마는 그러는 거예요.
붓을 다 기계로 만들 줄 알았나 봐요.
근데 모든 붓을 만들 때 어느 붓이 나오든 내 입을 빨려야지 모양을 보고 나와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옆에도 안 오는 거예요.
왜, 어떤 붓을 만들어도 전부 다 수공으로 만들기 때문에 입으로 빨아가지고 모양을 보고 끝을 보고 하니까.
-입으로도 또 넣었다가?
-입으로 다 빨아야 해요, 붓을.
그래서 모양을 봐야 해요. 그러니까 애 엄마가 놀랄 거 아닙니까?
기계로 안 만들고 또 손이니까.
-계속 붓을 먹고 있는 것처럼 보였겠네요, 그러면?
-그렇게도 느끼겠죠.
근데 물 한 방울도 안 먹지만 그런 식으로 우리가 물을 넣어서 모양을 보고 탄력을 보고
만드는 거예요.
-근데 그 모습이 좀 별로.
-안 좋았던 거죠.
-그렇죠, 강원도까지 와서 붓을 먹고 있으니까.
-아니 그래도 이렇게 먹고 있으면 진짜 먹는 건가 하지는 않았을 거 아니에요?
-근데 뭐 하나 싶을 것 같기는 하거든요, 사실.
-그렇군요, 그렇군요.
-제대로 하는 게 맞나.
-근데 전통 붓을 만들려면 그 자세에 빠지면 안 돼요.
그냥 어설프게는 만들 수가 있겠지만 그 모양도 보고 하려면 그 모습, 그 행동을 꼭 해야 돼요.
-침을 좀 묻혀야 하는 건가요?
-침을 좀 안으로 넣고 그래가지고 봐줘야 돼요.
-침을 안에 넣고 이렇게 좀 돌려가면서 하는 거군요.
-그리고 붓 만드는 게, 붓 만드는 사람들 보면요.
좀 뭐랄까요. 깨끗하지가 못해요. 붓 만들 때마다 쌀겨 있죠, 쌀겨.
쌀겨를 태워가지고 재를, 털 손질해놓고 재를 뿌리고 다리미로 눌러가지고 기름기를 제거를 시켜야 돼요.
그래야 되기 때문에 힘들죠.
-그 털의 기름기를 제거해야 되는 거군요.
-그럼 내가 손으로 손질할 때마다 재가 날릴 거 아닙니까?
다행히 태운 재라서 몸 건강에는 이상은 없는데 그걸 항시 사용을 해 줘야 해요.
-옛날 방식으로 아직도 하고 계시는 거군요?
-네, 똑같아야 돼요.
-똑같아야 된다.
아니 근데 추운 곳을 찾아서 춘천에 오셨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재료를 만나지는 못하셨던 것 같아요.
재료를 찾아서 강원도 전역을 찾아서 돌아다니셨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춘천만이 아니라.
-돌아다녀 보기고 하고 제가 부탁을 해놔요.
예전에는 다 수집상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수집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리저리하고 제가 붓을 만드는 사람이고 털이 필요하니까 있으면 좀 모아주십시오 하면 저한테 다 연락이 와요.
근데 강원도 족제비 털도 참 너무너무 좋았어요.
근데 지금 많이는 없지만 그걸 소중히 간직하고는 있어요.
-그 오래된 족제비 털을 계속 보관 중이시군요.
그게 털이 삭는다거나 그러지는 않습니까?
-그러니까 손질을 잘하면 안 삭아요.
제가 너무 강원도 족제비 털은 좋은데 탄력이 좀 너무 세요, 내가 보니까.
그래서 재작년에 제가 중국을, 그분들은 경진대회라고 그러대요.
거기를 심사위원 차원에서 내가 초청받아서 간 적이 있는데 왔다고 고맙다고 그분들이 여우 털을 주시더라고요.
그분들은 여우를 또 사육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여우 털하고 족제비 털하고 섞어서 붓을 만들어놓으니까 여우 털은 탄력이 없잖아요.
근데 털은 좋아요. 섞어서 만들어놓으니까 힘이 너무 좋아요.
-좋던가요?
-강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고.
-섞어서 쓰니까.
-그래가지고 서울 분들이 많이 하고 찾아간 적이 있어요.
-그렇게 털도 약간 좀 혼합과 배합도 중요한 거겠네요?
그 100% 족제비 털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적당하게 탄력이나 이런 것을 위해서
분배를 잘 하는 것도 명장님의 약간 어떻게 보면 능력이시겠네요?
-근데 우리 아이들한테도 하는 말이 털을 2분의 1이고 3분의 1이고 어떻게 섞는 것이 아니고 이건 감이에요, 기술은.
모든 기술은 서른 전에 배워야 된다.
왜, 서른이 넘어버리면 늦어요. 내가 기억하는 것도 까먹어요.
그래서 항시. 우리 작은아이고 큰아이고 어렸을 때부터 우리 일이 바쁘면 한 달에 한 20일씩 날을 샜어요.
그 사람들한테 수급을 맞춰주기 위해서. 그래서 바쁘면 못을 들고 망치로 때리라고 하면 제 손 안 때리고 3시간을 놀고 있어요, 어떤 아이는.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큰놈이고 작은놈이고 배는 고파도 붓을 만들겠구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붓 만드는 것도 피지컬이 중요하네요.
-그런가 봐요.
-이렇게 미리 배워놓는 게 굉장히 좀 도움이 많이 되겠군요.
-어렸을 때부터 눈만 뜨면 아빠랑 삼촌이랑 붓 만드는 것만 보고 있으니까 저거 뭐야라고 그랬을 거 아닙니까?
-쳐다보고.
-또 어깨너머로 배운다라는 게 도제 방식으로 배우는 게 사실 그게 무시 못 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운 게 많이 도움이 됐다라고 생각이 되어지네요.
-아까 또 강원도로 아내분이랑 같이 오셔서 또 여기에서 가정을 꾸리신 거잖아요.
근데 재료를 찾아서 막 돌아다니시는 동안 그러면 생계는 어떻게 해결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저는 그걸 굉장히 철저히 지켜요.
그래서 우리 집에서 힘들었던 게, 정말 힘들었던 게 우리가 아무리 한 달에 20일씩 날을
새가면서 작업을 하더라도 서울의 A필방에다 물건을 대주면 A필방 물건이 되지 춘천의 박경수가 만들어낸 붓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서울, 대구, 마산, 부산까지 저희들이 물건을 대줬어요.
그래서 나중에 우리 애 엄마가 여러 가지 내가 생활할 거니까 당신은 전통 붓만 만드시오 해서
우리 집에서 배냇머리붓도 만들고 조류 털 있잖아요.
조류털 붓도 만들고 해 나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주문품만 저희들이 받지 절대 어디 가서 팔아주십시오는 안 합니다.
-어떻게 보면 브랜드를 만드신 거네요.
아내분께서 도움을 주셔서.
-지원을 해 주셨네요.
-선생님만의 약간 좀 어떤 가치를 더 만들어내는 일까지 하셨던 거네요.
-그러니까 제일 억울했던 게 나는 기르던 앵무새가 죽으면 앵무새가 엄청 털이 예쁘잖아요.
그래가지고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하고 저하고 한 35년 전부터 만나서 이외수 선생님께 그걸 만들어 드렸어요.
근데 이외수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그런 거예요.
붓이 털이 너무너무 예쁜데 좀 짧습니다, 그래요.
춘천 하면 닭갈비잖아요. 그래서 닭 털을 또 이용을 해 본 거예요, 제가. 닭 털은 길고 좋잖아요.
그래서 닭 털에 미쳐서 하얀 닭을, 장닭만 200마리를 또 산에다 풀어놨네요.
우리 산에 살 때. 그러니까 온통 산이 하얘요.
-닭 때문에요?
-네.
닭을 그 당시에 2만 원씩 주고 사 갖고 와서 털은 내가 쓰고 고기를 5000원씩 파는 거예요.
별짓을 다 해 봤습니다.
-닭 털도 어떻게 붓을 만드는 데 쓰이고 그러기도 합니까?
-닭 털은 더 예민한 거예요.
우리나라고 전 세계적으로 닭털 붓을, 조류털 붓을 저 혼자 만들어요.
왜 그러냐면 다른 털도 물론 아까 내가 기름기 빼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닭 털은 미세하잖아요.
미세하기 때문에 기름기를 많이 빼버리면 수명이 짧아서 잘 못 써요.
기름기를 안 빼면 먹물이 안 묻어요. 거기에 노하우가 있는 거예요.
제가 3년을 거쳐서 한 푼도 돈벌이도 안 되고 3년을 거쳐서 닭털 붓을 만들어놨는데 나중에 닭 깃이 또 날카롭잖아요.
그거에 또 빠지기 시작한 거예요. 전통으로 한 건 우리가 밀랍도 사용하고 아교도 사용하는데 그게 약하잖아요.
다행히 요즘에는 본드가 있잖아요. 본드를 이용해가지고 하니까 완제품이 그렇게 나왔어요.
정약용 선생님 문헌에 보면 머리 위에 하얀 닭털 붓을 모아놨다 그런 게 나오는데요.
우리 아이들한테 그랬다니까요. 배냇머리가 됐든 닭털 붓이 됐든 그러니까 조류털 붓이죠.
조류털 붓이 됐든 만들어졌다는 걸 나는 내가 한 줄 알았는데 문헌에 나와 있으니까 억울하다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내가.
-이걸 독자적으로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이미 예전에 문헌에 있었으면 쓰던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겠네요.
-그 지혜를 다시 발견하신 거네요, 사실?
-끊겨졌던 걸 다시 재현시키신 거네요.
-재현했죠, 제가.
-문화를 다시 이어가시는 역할을 해 주신 거네요.
그렇게 생각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에 서예부였습니다, 초등학교 때. 그래서 집에 가면 옛날에 뭐 일심 이런 거 엄청 많이 써놓고.
-하나 여러 번 쓰시고 그러셨어요?
-그럼요.
일심 거의 색칠이죠. 초등학교 때 막 이렇게 큰 획을 긋는 게 아니라.
-뭐 쓰는지도 모르고 그냥.
-그러니까 선생님이 시키니까 이렇게 막 하긴 했는데.
그래서 그때 당시 저희 때 거의 문방사우라고 하죠.
그게 막 대중화되고 좀 보급화된 서예가 그런 일이 있어서.
붓도 좀 저렴하게 털이 많이 빠지고 이런 붓을 썼던 기억이 좀 나요.
그래서 붓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구나.
-저도 붓은 거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좀 들긴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오늘 붓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저희가 준비를 해 봤거든요.
붓에 대한 OX 퀴즈고요. 우리 필장님께서는 OX판으로 답변을 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드릴게요. 붓대를 만들 때 가장 선호하는 나무는 대나무다?
OX 하나 둘 셋.
-O입니다, 대나무군요.
-2번 갑니다.
신생아의 첫 머리카락 배냇머리로도 붓을 만든다?
하나 둘 셋.
-O입니다.
아까 잠깐 말씀을 하셨는데 배냇머리로도 붓을 만드는군요.
-3번 갑니다.
붓털의 기름기를 빼기 위해서 필장은 주방세제를 즐겨 사용한다?
하나 둘 셋.
-X입니다.
아까 잠깐 이것도 말씀해 주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힌트가 있었어요.
마지막 가겠습니다. 전통 붓의 털 중에서 황모는 황구의 털을 주재료로 한다?
-O.
-근데 지금은 많이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1번부터 차례대로 한번 좀 가보죠.
붓대를 만드실 때 가장 선호하시는 나무는 역시 대나무군요.
-그렇죠.
-왜 대나무일까요?
-대나무는 가볍고 안에 구멍이 뚫려 있잖아요.
나무는 구멍이 없기 때문에 작업하기가 힘들잖아요.
-파야죠.
-그래서 대나무고.
그리고 이쪽 지방에는 오죽대가 많은데 저 아랫지방에는 신우대라고 있어요.
예전에 붓대를 신우대로 많이 썼고요.
그리고 제가 많이 안 쓰는 이유는 대나무는 아무리 둥그러워도 타원이 약간 져 있고 끝에는 마디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붓을 잡고 쓰신 분들이 거기만, 한 군데만 편하게 잡고 쓰니까 붓이 한쪽으로 갈 수가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나무를 잘 안 쓰고 요즘에는 깎아서 씁니다, 나무를.
-그렇군요.
대나무를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엔 다른 나무를 깎아서 쓰기도 한다.
두 번째 질문은 신생아의 첫 머리카락 배냇머리로도 붓을 만든다라고 질문을 드렸는데 O라고 대답을 하셨습니다.
-우리 작은아이가 지금 서른여섯 먹었는데 그 아이 걸 내가 배냇머리 해놨어요.
-아직도 있군요.
-근데 그것도 문헌에 보니까 예전에 사대부 집안에서는 아이의 배냇머리로 붓을 만들어가지고 아이한테 줬대요.
그럼 그 아이가 장원급제도 하고 오래 살고 그런 게 문헌에 나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얼마나 억울합니까, 제가. 나는 아무 이유도 없이 붓을 만드는 사람이라서
우리 아이 머리카락을 보니까 우리도 처음에는 이해가 가시려는가 모르겠습니다만
처음에 뚫고 나온, 처음에 나온 머리카락은 전부 호가 있어요, 끝이. 어떤 털들이든지.
근데 우리가 한 번 자르니까 영원히 없는 거야, 호는.
-그러네요.
-근데 아이 머리카락 보니까 너무너무 예쁜 거예요.
-점점 가늘어지면서 이렇게.
-그게 호예요, 호.
그래서 우리 애 엄마한테 여보, 아이 머리카락 갖고 빨리 붓을 만들어놓자 그랬더니 얘 엄마 깜짝 놀라는 거야.
미쳤냐고. 그래서 만들어놓으니까 지금도 소중해요.
그리고 엄청 좋은 게 그 머리카락 하나면 그 아이의 유전자 DNA는 기본이고 건강이 지금 나오잖아요.
그 머리카락 하나면 그 애의 건강이. 이게 얼마나 소중합니까?
그래서 나는 우리 어머니 돌아가실 때 추모필, 아버님 돌아가실 때 추모필, 장모님 추모필. 추모필도 다 해놨어요.
-돌아가실 때의 머리카락으로도 붓을 만들어놓으셨군요.
-그래서 입관 때 잘라서 위의 단 띠를 또 해 줘요, 띠를.
그럼 나중에 애들도 보면 우리 할머니가 쥐띠였구나 할아버지가 무슨 띠였구나 띠를 알 수 있잖아요.
-그렇죠.
근데 아기 배냇머리로 붓 만들어주면 굉장히 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배냇머리를 깎아서 버리려니까 이만하게 깎아서 버리는,
바로 낳자마자 깎아서 버리는 사람이 막 있어요.
그러지 말고 적당히 제일로 좋은 것은 5cm 정도, 5cm 정도 자란 애들이 얘네들을 깎아 보내면 좋고 양이 많으면 더 예뻐요.
그리고 사람들이 꼭 질문으로 그래요.
그럼 몇 개월 때 잘라서 보내면 좋습니까라고 하는데 절대 그 말을 못 하는 게 어떤 아이는 짧게 어떤 아이는 길게 나와요, 태어날 때.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할 수 없잖아요.
-그러네요, 그냥 길이를 보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언제나 그 이야기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돌 한 달 전에 깎아라.
그래서 돌상에다 올려놓으면 좋다.
-이거 굉장히 의미 있는데요.
-엄청 소중하죠.
-알겠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붓털의 기름기를 빼기 위해서 필장은 주방세제를 즐겨 사용한다는데 이건 X라고 하셨고 이것의 설명은 저희가 들었던 것 같아요.
아까 쌀겨를 태워서.
-근데 붓을 쓰다가 예를 들어서 퍽퍽하다고 너무 먹물이 많이 꼈다고 예를 들어서 주방세제나 다른 샴푸나 뭘로 빨아버리잖아요.
그럼 먹물이 안 묻어요.
-무슨 막이 생기나요, 그러면?
-막이 생기는 게 아니라 여기 다 퍼져버리는 거예요.
-털이요?
-털이 퍼져버리는군요.
-그렇기 때문에 절대 주방세제나 털이 뻣뻣할 경우에도 절대 그걸 쓰면 안 돼요.
그냥 해가지고 미지근한 물로 손으로 해서 빨아주는 건 몰라도 절대 주방세제나 세제 들어가면 붓은 망가지는 거예요.
-그렇군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 보면요.
붓이 닳아지면 끝이 삐쭉빼죽해지잖아요.
그러니까 쓰기 안 좋다고 가위로 잘라버려요.
가위로 잘라버리면 또 아웃이에요.
-안 되죠, 안 되죠.
-그럼 안 될 것 같은데.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데 이렇게 뾰족하게 되게끔. 글씨에 그 선이 살아있게 만드신 거잖아요.
-붓을 쓰다 보면 붓의 끝이 닳잖아요.
그럼 언제나 예서나 육주 쓸 때 좋아요.
하나를 끝까지 쓰지 말고 그런 붓은 아껴놨다가 그런 글을 쓰면 좋아요.
-그렇군요.
그러니까 좀 중요한 글을 쓰는 거, 연습 때 쓰는 거
이렇게 좀 나눠서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군요.
알겠습니다. 네 번째 질문은 전통 붓의 털 중에 황모는 황구의 털을 주재료로 한다라고 질문을 드렸었는데 맞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황모가.
-족제비 꼬리.
-족제비 꼬리를 황모라고 하죠.
황구의 털을 주재료로 한다는 황구는 뭡니까?
-황구는 강아지 털, 강아지 털.
-누런 강아지, 황구.
-근데 강아지 털은, 족제비 털은 구멍이 없어요.
강아지들은 안에 보면, 밑에 보면 구멍이 있어요. 약해요.
그래서 황구는 잘 안 써요.
-요즘엔 잘 사용 안 하는 겁니까?
-네.
-예전에는 많이 사용했습니까?
-예전에는 털이 없을 때는 했죠.
근데 이제 털이 있으니까 절대 안 쓰고. 왜, 황구나 노루 털은 붓에다 꼭 아교나 그걸 칠을 해야만 돼요.
그렇지 않으면 털이 약하니까 싹 빠져요. 그러니까 쓸 수가 없어요.
-그럼 최고의 동물의 털은 족제비가 1등입니까?
-족제비가 1등인데 우리가 족제비 털로 쓴 것은 붓이 작잖아요, 꼬리가 짧으니까.
그러니까 큰 글씨를 쓰기 위해서 우리가 염소 털을 썼던 거예요.
양모라지만 염소 털을 양모라고 하지 일반 양은 쓸 수가 없어요.
-염소는 가능하군요.
-네, 염소는.
염소한테 미안한 이야기지만 죽을 때 벗겨놓은 털을 쓰는 거예요.
양은 그냥 살았을 때 털을 밀어가지고 원단 같은 거 쓰고 그러잖아요.
그렇지만 이건 절대 죽을 때만 털을 벗겨가지고 쓰는 거예요, 염소 털은.
그러니까 없어지죠, 염소가.
-근데 또 동물의 털 중에 제가 봤을 때 필장님이 모든 동물의 털을 다 한 번씩 사용해 보셨을 것 같아요. 좋은 털을 찾기 위해서?
-그럼요.
-근데 이게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이 동물의 털은 정말 괜찮다, 하는 게 있나요?
-내가 자부를 느낀 것도 그거예요.
우리나라에 붓을 만드는 보유자들이, 무형문화재들이 대략 한 10명 이내예요.
저는 2013년도에 지정을 받았습니다마는 참 모든 작가님들이요.
저한테 전화를 해요. 꼭 같은 붓을 쓴 게 아니고 다른 붓을 요구를 해요.
그럼 저는 식물성인 띠풀 붓까지 다 만들어놔요.
어떤 작가님들이 써보시고 박 선생님 붓으로 만들었더니 이런 효과를 보고 제가 어디
출전해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대리만족을 하는 거예요.
-그렇죠, 그렇죠.
-그럼 저 선생님이 분명히 시간이 되면 또 와요.
어떤 붓을 또 요구를 하시나. 그래가지고 재밌어요.
그런 분들하고 대화를 해 보고. 상장까지 갖고 온다니까요.
-새로운 요구를 또 하시는군요.
이번엔 이런 붓이 필요하다. 이번엔 거친 표현을 더 거칠게 하고 싶은데 거친 동물의 털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붓이 필요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 거군요?
-그럼요.
닭털 붓 같은 경우에도 그러니까 대히트를 치는 거예요.
일반 붓이야 거칠게 아니라 부드럽게 획 좋게 나오지만 닭털 붓 같은 경우에는
조류털 붓 같은 경우에는 엄청나게 거칠게 나오잖아요.
머릿속에 한번 그려보세요. 찍으면 찍은 대로 거칠어지잖아요.
일반 붓은 그렇게 하려고 해도 못 해요.
그리고 예전에 퍼포먼스하실 때는 말꼬리털로 무겁게 막 했는데.
-맞네요, 말의 꼬리털도.
-지금은 제가 또 개발한 게 있어요.
공작 깃털을 이만큼 해가지고 그러면 가볍잖아요.
말꼬리털은 무겁잖아요. 그러니까 너무너무 좋아하세요. 공작 깃털로 해놓으면
-공작새의 깃털.
-그럼 일단 동물을 보시면 저걸 일단 뽑아가지고.
-그러게요, 직업병처럼.
-이걸 한번 붓으로 만들어봐야겠단 생각을 하시겠네요, 그러면?
-그 말씀이 지금 우스운 소리지만요.
-맞는 말이죠, 사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양복 세탁소의 세탁소 주인들은 저 바지의 주름을 어떻게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지금 우리 선생님 말씀대로 붓을 만드는 사람들은 저걸 보면 그런 생각이 나는 거예요. 맞아요.
-근데 그러실 것 같아요.
왜냐하면 워낙 또 필장님이 오랫동안 붓을 만드셨고 더 좋은 붓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하시다 보니까 새로운 재료들도 계속 나올 것이고 새로운 동물들도
이렇게 보게 되면 저걸로 만들어보면 또 새로운 붓이 탄생하겠다라는 아이디어를 발상을 하시니까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한번 여쭤봤고. 동물원 가면 재밌을 것 같아요.
동물원 가면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미안한 이야기지만 우리 집에 닭을 길러요.
제가 털을 쓰려고. 고기를 먹으려고 기르는 게 아니고 털을 쓰려고.
-그리고 또 그 닭 털은 쓰시고 닭은 또 파세요?
-아니요.
사람들 먹으라고 주는데. 우리 부화기가 다 있어요. 부화기가 부화를 다 시켜요.
-그렇군요.
어쨌든 닭 털로도 이렇게 붓을 만드시니까 또 그런 아이디어들,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계속 구상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필장님과 잠깐 이야기 나눠봤는데 이 붓 하나를 만드는 데도 얼마나 이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피부로서 좀 느껴집니다.
붓 하나를 만드는 데도 몇백 번의 손길이 간다라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게 맞습니까?
-근데 공정은 비슷한데 제가 크게 보면 한 100번은 한 것 같아요.
-100번을 갈아요?
-과정이 다 비슷비슷하는데 100번 정도 해야만이 전통 붓 한 자루가 나오는 거예요.
한 달에 몇 자루 만들어요?
그러면 우리가 한 자루 만드나 열 자루 만드나 시간은 비슷해요.
왜, 같은 비슷하니까 하루에 말리지도 못하고 물에 빨고 말리고 그러려면 하루에 만들 수가 없어요. 최소한도 빨라봐야 한 4일.
-붓 한 자루 만드는 데 4일 정도 걸리는 겁니까?
-말리고 건조하고 과정이 그렇죠.
-진짜 정성스럽게 만드는 거군요.
-그러게요.
정말 좋은 붓을 만드는 데 시간도 노력도 많이 쏟으시는 것 같은데.
-그럼요.
그래야만이 돼요, 붓이. 붓을 아까 내가 말씀을 드렸지만 100여 번 손질을 한다고 하지만 50번도 할 수 있고 20번도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 과정이 빠져버리면 아까 선생님 말씀하셨지만 털이 빠지고 어쩌고 하는 건 다 그런 문제예요. 그런 공정을 빠져버리면 안 돼요.
-하나라도 빼먹으면 안 되는군요.
-전통 붓을 만들 때는 꼭 그 과정을 다 거쳐야 돼요.
-좋은 붓이란 정성과 좋은 재료와 시간과 이런 거가 다 포함된 결정체라고 봐야겠군요.
-근데 또 궁금한 게 그럼 필장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붓.
이거 잘 만들었다라고 하는 건 글을 쓰면 너무 잘 써지는 붓인가요?
-아니죠.
-어떤 붓이에요, 그러면?
-글을 쓴다고 그러면 작가님들이 있으면 더 좋게요.
근데 내가 정성껏 만들어봐도 나는 100% 만족한 붓을 못 만들어봤어요, 지금까지.
내가 50년 넘게 붓을 만들어봤어도. 그리고 내가 붓을 만들어놓으면 꼭 그래요.
여기가 부족했으면 다음에는 꼭 거기를 보완을 시켜놔요. 나중에 보면 또 똑같아요.
다른 데가 그래요. 그러니까 내가 우리 아이들한테 그랬다니까요.
아빠는 죽을 때까지 만족한 붓을 못 만들 것 같아.
너희들이 그걸 채워줘야 돼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렇군요.
붓을 딱 처음에 만드실 때, 만들고 나서 글이 잘 써지는지 안 써지는지는 써봐야 알지 않습니까?
근데 사용을 못 하시잖아요.
-저희들이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입으로 빨면서 모양을 뺀다고.
-침을 묻히면서.
-근데 우리 붓은
처음에는 탄력이 없어요. 근데 나중에 먹똥이 차요.
붓 3분의 1이 안을 깨끗이 안 씻어놓으면 안에가 먹똥이 차잖아요.
먹똥이 차면 그 붓은 일어서지 말라고 해도 일어서요.
전통 붓은 그래요. 털도 중요하겠지만 기름기 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아버지 손에서 털이 거의 그냥 노는 것 같아요.
그거 만약에 하는 걸 좀 과정을 자세히 옆에서 보면.
그냥 털이 날리지 않고 딱 한 가닥, 한 가닥이지만 그게 다 같이 모여서 노는,
통으로 노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거 잘해야 됩니다.
붓이 이제 모양을 일단 보죠. 약간 층이 져야지 좋은 붓이라고 애들한테 설명하면 그걸 내가 검수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후계자도 생각을 하셔야 되는데 그런 걱정 안 하시잖아요?
아드님들이 손수 먼저 나서서 아버님의 뜻을 받아들이겠다라고 열심히 또. 그 엄청난 복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반갑죠.
속으로 좋죠. 내 주변분들 보면 거의 문화재들이 후계자를 안 이으려고 해요.
-안 하죠.
-안 이으려고 해요.
-조금 더 편한 길을 가라는 마음에서 그런가요?
-부모들도 안 가르치고.
-맞아요, 힘드니까.
-이 힘든 작업을 누가 가르칩니까?
근데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적성에 맞나 봐요.
-그건 엄청나게 큰 복이시죠.
아드님이 아버님, 할아버지님의 그 일들을 이어받아서 하신다라는 건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고 되게 뿌듯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뿌듯하지만 속으로는 걱정을 하죠, 힘드니까.
-그렇죠.
어떠세요, 아드님들 보실 때 많이 노력하고 잘한다라는 생각도 좀 드실 것 같은데
그래도 기술보다 좀 중요하게 강조하시는 게 있다고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저는 그래요.
끝까지 가더라도 전통은 아무리 일이 바쁘고 돈이 보여도 전통을 벗어나면 안 된다.
-전통을 벗어나면 안 된다?
-아까 내가 말씀드렸잖아요.
100여 번 손질하고 붓이 한 자루 나오면 전통인데 50번 해도, 20번 해도 나올 수는 있다고.
그렇지만 20번, 50번 하면 나중에 수명이 끊겨요.
-티가 나죠?
-나요.
-결국.
-써보신 분들이 대번에 그래요.
예를 들어서 내가 바쁘다고 빨리해서 만들어주면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선생님 뛰어왔어요? 그래요. 알아요.
-바로 아시는구나.
-바로 이렇게 써보면 그 감이 바로 오는 건가 보네요.
전통을 지켜야 된다. 그러니까 그 순서와 그 시간과 그 정성을 그대로 반영시켜야지
뭔가 좀 빨리 만들려고 한다거나 시간을 단축하려고 한다거나 뭔가 잔머리를 써서 기술을
발휘한다거나 그러면 전혀 안 된다라는 걸 좀 강조하고 싶으신 거군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을 드렸지만 정말 감이 엄청 중요합니다.
예전에 우리가 숯을 올려가지고 다리미를 사용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다리미를
아예 맞췄어요, 저희들이. 가로세로 25cm, 두께가 한 5cm 정도 됩니다.
거기다가 이제 열을 가열해서, 열을 가열해서 털을 손질해놓고 재를 뿌려놓고.
-기름기를?
-신문을 한 장을 깔아야 되나 두 장을 깔아야 되나 알 거 아니에요.
열 받은 걸 갖다가 거기다 올려놓으면 털이 다 녹아버리죠.
그 감으로, 손을 여기다 대보면 신문이 몇 장이 필요하겠다는 걸 저희들이 알아요.
그런 감으로 하니까요. 어때요?
잘못하면 털 다 녹아버리고 기름기를 많이 빼면 수명이 짧아서 안 되고 안 빼면 또 먹물이 안 먹고. 엄청 소중한 거예요.
-그것도 오랜 시간과 경험이 있어야지 감도 생기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요, 그럼요.
-저 지금 당장 배워서 못 하겠네요, 절대.
-못 하죠.
-절대 못 하겠어요.
-이게 최소한 10년 이상은 경험이 있어야 하지.
-그래서 내가 그러잖아요.
붓은, 다른 기술도 물론 마찬가지겠지만 붓 기술은 30대 전에 배워야지 우리 쓰는 빗을 치게라고 해요.
치게로 털을 빗기면 여기 다 아작 나지.
실로 초가리라 하거든요.
붓 초가리를 묶으면 터져가지고 여기가 찢어지지.
아휴... 아까 말씀드린 입으로 빨면 한 모금도 안 삼키지만 삼킨 것처럼 보이지.
-입안에도 상처가, 붓이 거칠잖아요.
-그런 게 전혀 없죠.
오래하다 보니까 아무거나 먹고.
-안에가 엄청 단련되셨겠네요.
음식을 씹으실 때나 이럴 때도.
-그러니까 이제 감으로, 그것도 감으로 하니까.
-그러시군요.
이게 역시 어떤 일이든 단순하게 쉽게 뭔가 이루어내고 되는 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정말 쉽게 그 경지에 오를 수 없는 거죠.
-그럼요.
손을 이렇게 뜨거운 거에 대고 신문지가 몇 장 필요하다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가 10년이에요.
제가 봤을 때 최소.
-정말.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0년도 저는.
-그럼요, 그럼요.
어떤 직군이든 어떤 일이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시간을 들여야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라고 생각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저번에 우리 전수자들을 두게 됐어요, 저희들이.
나한테 그러시는 거야, 심사위원들이 오셔가지고.
전수자들 어떻게 전수를 잘 하고 있냐고 그래요.
붓 만들어가지고 돈을 많이 못 주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전수자를 둬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돈이 결부가 되니까 저 기술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나머지들 주변에 보면 월급을 그 당시 모르겠네요.
한 5000원씩 그랬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무슨 붓을 만들라고 돈벌이를 많이 해야만 월급을 줄 수가 있지 나도 힘든데 어떤 전수자를 두면서 그래요.
그래서 내가 직업 있는 사람들을 지금 쓰고 있어요.
-그러시군요.
-필장님께서 박물관을 운영을 하시는데 이게 또 전국 유일의 붓박물관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어쩌다가 만들게 되신 거예요?
-그게 문화재라서 그런 게 아니고 향토문화사업이 있었어요, 10년 전에.
그래서 저희들이 신청을 해서 최초로 박물관을 지어주신 거예요.
-붓박물관을 만들었군요,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고 중국에도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거기에는 그럼 붓들이 전시가 되어 있는 건가요?
-네.
-너무 의미 있는데요.
어디에, 춘천에 있습니까?
-춘천 서면에 있습니다.
붓이야기박물관 치면 돼요. 근데 보면 정말 좋은 붓들은, 내가 만들었어도 희한한 작품들 많이 해놨어요.
저는 그러니까 붓 만들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 같아요.
왜 그러냐면 붓을 만들고 있으면 날을 새워도 피곤하지가 않아요.
-천직이신가 보다.
-근데 다른 일을 하면 피곤하거든요.
근데 우리 엄마도 그래요. 나는 싸우고요. 부부싸움을 하잖아요.
부부싸움을 하고 작업장에 가서 작업을 해요. 그럼 이제.
-풀리시죠?
-아니 밥 먹을 시간 되면 배가 고프잖아요.
아까 싸웠던 거 잊어버리고 가서 여보 밥 먹어야지 그러고 있어요.
-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그런가.
아까 당신 뭔 일이 있었냐고.
-다 잊어버리시고 지금 열중하시느라.
-그 일을 하시면서도 이 일이 너무 즐겁고 스트레스도 풀리시고 집중할 수 있고.
진짜 천직이다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붓 만들기 위해서, 붓 만들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 같다고.
-너무 좋습니다.
저도 이렇게 말씀 들어보니까 붓박물관을 꼭 한번 춘천에 내려갔을 때 찾아가야겠다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거의 저는 붓박물관을 본 적은 없어요.
-저도 없어요.
-박물관에 사실 붓을 조명하지는 않아요.
박물관은 그림이나 서예나 글씨나 이런 거에 집중하지 사실 붓에 집중하지는 않죠.
-도구를 그렇죠?
-너무너무 예뻐서 붓을 만들었어요.
닭털 붓, 닭털 붓 하다가 닭털 붓을 만들어서 이외수 선생님 그때는 붓을 만든 게 아니고
털을 묶어서 꼬리털이랑 묶어서 산발된 걸 묶었어요.
그럼 이제 우리 아들들도 연결이 되고. 그렇게 해 주신 분들이 있기 때문에 너무너무 고맙다고 그래요.
그래서 저희들이 입장료도 없고 체험을 많이 할 수 있게끔 해놨어요.
컵도 만들고 붓도 만들고 백도 만들고 할 수 있게끔. 그리고 박물관에도 전시장을 또 돈 들여서 해놨어요. 사람들 오셔서 전시하라고.
-전시할 수도 있는 공간도 있고.
혹시 실례지만 오늘 입고 오신 그 한복도.
-이것도 선생님이 그려주신 거예요.
-직접 그 선생님의 붓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주신 거군요. 이것도 의미 있는 옷이네요.
요즘 세대가 붓을 접할 기회가 예전보다 많이 없어요.
저희 때는 특별활동 이런 시간에 서예부도 많이 있고 그랬거든요.
근데 요즘에 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서 이 붓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서 많이 좀 노력하셔야 된다라고도 생각이 들기는 하거든요.
우리도 같이 노력을 해야 되는 부분이고요.
어떤 노력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근데 나는 그래요.
우리 아이들이 핸드폰이나 컴퓨터 갖고 놀지 글 안 쓰려고 하잖아요.
-안 쓰려고 하죠, 잘.
-지금 물로 쓰는 화선지가 있어요,
저희 집에 오면. 반성문도 거기다 써보고 계획도 거기다 써보고 하라는 거예요.
붓글씨는 우리 칸이 쳐져 있어야 돼, 그게. 칸에서 글씨 쓸 때는 절대 칸이 안 넘어가게 써라.
그래야 집중을 해서 쓸 거 아닙니까?
-그렇죠.
-안 그러면 어영부영 쓰려면 왜 붓을 잡아요?
그래서 거기다 네 계획표도 세우고 한번 해 보라는 거야.
그러면 아이들이 확실히 다르다고 이야기를 해요.
-마음을 잡기 위한 뭔가 좀 집중하고 약간 이런 능력도 키울 수 있는 게 붓을 쓰는 글씨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네요.
-근데 야속하게도 마르면 없어져요, 그게. 물로 쓰니까.
-근데 그 물로 쓰면 불 이렇게 붙이면 좀 색깔 나고 옛날에 그 마술하지 않았어요?
-아니아니 그러니까 물로 쓰면 지금도.
그리고 쓰는 순간에 한 5분이나 10분 지나면 없어져요.
그러면 인생이 끝까지 가도 결국에는 없어지잖아요.
그런 식으로 붓글씨 써도 그 생각으로 써라.
여하튼 네 계획도 세워보고. 그래서 너무 애들이 너무 기 빠지는가 봐요.
내가, 내가 힘들게 하니까.
-뭔가 깨우침을 얻기를 또 바라시면서.
물로 이렇게 또 글도 쓰는 거군요.
-필장님이 또 반세기, 50년 동안 붓을 만들어 오셨잖아요.
붓 만들기 위해서 태어난 것 같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럼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그때도 붓을 만드실 건가요?
-그때도 붓 만들 것 같아요.
왜, 아까 내가 말씀드린 게 대리만족을 한 거예요, 저는.
모든 분들한테. 우와, 그걸 보면요.
잘 썼다 못 썼다가 아니고 써 있는 것만 봐도 고맙고 우리 집에 오시면 사람들이 그래요.
붓이 너무 예쁘니까 우리 가게에 걸어놓으려고 가져간다고 그래요.
그럼 생각 하지 말라고 그랬어요. 붓은 쓰라고 해놓은 거지 멋으로 걸어놓는 거 아니다.
-혹시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붓펜이나 이런 거 기억나십니까?
-붓펜은 전부 다 인조 털이고.
-그건 다 인조 털로 하는 거고.
-인조 털이고.
-그런 거에 파생되는 그러니까 실생활에서 좀 쓸 수 있게 파생되는 붓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그래서 황모필을 만들어놨어요.
안에다가 붓을 제작해서 넣어놨어요.
그럼 절대 안 말라요. 필요할 때만 넣게끔 내가 특허 낸 거야. 특허 내놓은 게 하나 있어요.
-실제로도 이렇게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게끔 권하고 계시는 거군요.
-그래서 바쁘면 잠가놓고 또 쓰고 싶을 때 쓰고 또 잠가놓고.
먹물만 리필하게끔 해놨어요.
-만년필같이 그렇게 쓸 수 있는 펜도 만들고 계시는 거군요.
-인조 아까 붓펜처럼, 붓펜은 안 눕잖아요.
이건 실제로 붓이니까 누워요. 그러니까 세워서 쓰면 재밌어요.
-그렇군요.
이게 또 계속해서 붓펜도 현대 시대에 맞게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 좀 있는지가 궁금했었는데
또 그렇게 변형시켜나가고 계시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좀 질문드릴게요.
필장님에게 있어 붓이란 과연 무엇인지 좀 정의를 내려주실 수 있습니까?
-붓이란 내 인생이라니까요.
-인생!
-나는 그래요.
아까 내가 말씀드렸잖아요. 붓 만들기 위해서 태어나니까 붓은 나의 인생이라고 나는 이야기를 해요.
-근데 진짜 이렇게 선생님이랑 대화 나눠보니까 되게 즐거워하시는 게 느껴집니다.
-나는 즐거워요, 붓 이야기는. 다른 건 전혀 모릅니다.
-그러니까요.
이렇게 붓 이야기하실 때 그다음에 붓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고 붓이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하실 때도 붓을 만드는 상상만 하셔도 굉장히 좀 즐거워하시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이다 보니까 굉장히 좀 부럽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뭔가를 할 때
즐겁고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라는 걸 좀 느끼게 된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니요, 지금 가시면 안 되고요.
조금 더 이야기하시다가. 이 붓 한 자루가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100번의 손길을 거쳐야 되고 최소한 4일 이상 걸린다,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생각해 보면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한 번의 성공보다 수없이 반복하고 노력하고 실패하고 또 그걸 이겨내고 또 노력하는.
다시 일어서는 그 시간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준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만난 또 박경수 필장님의 붓. 단순히 좋은 붓이 아니라요.
정말 필장님의 삶 자체가 녹아 있는 그런 붓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오신 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렇습니다.
필장님의 손에서 탄생한 이 귀한 붓.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삶의 가치를 선사하길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귀한 이야기 들려주신 필장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준비한 탑클래스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다음 이 시간 또 다른 성공 스토리로 찾아뵙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같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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