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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지도 - 찬란한 멸종 이야기 (이정모 / 과학 커뮤니케이터)
등록일 : 2024-12-03 09:41:33.0
조회수 : 321
-보물이 되는 지식을 찾아 떠납니다. 펼쳐라.
-(함께) 보물지도.
-두 분은 왜 지구멸망을 생각해 보면 입에 올리기도 무섭지만 지구멸망에 관한 영화도 진짜 많잖아요,
재난 영화.
-많죠, 많죠.
-두 분이 생각하는 지구멸망의 모습은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요.
-저는 모습이라기보다도 그냥 우주에서 봤을 때 팡 터지면서 아예 없어지는?
-이렇게 없어지는?
-아예 사라지는.
-한순간에 갑자기 지구가 펑 하고 사라질 것 같아요?
-영화처럼 폐허가 있고 그런 게 아니고 아예 박살 나서. 그 정도는 돼야 멸망 아닌가요?
-진짜 지구멸망이네요.
-멸망은 그 정도는 돼야 한다.
-그렇죠.
-알겠습니다.
경환 선생님이 생각했을 때 지구멸망 하면 어떤 모습으로 망하게 될까요?
-저는 되게 인간의 입장에서는 사실 지구는 그대로 있고 사람만 다 죽어도
지구멸망이라고 생각했는데 되게 짧게 생각했네요.
저는 사실 핵폭발이나 핵전쟁이나 이런 걸 상상해 봤는데 이게 더 멸망이 아닌가.
-제가 더 너무 멸망시켜서.
-정말 강력하네요.
-경환 씨는 그거죠.
인간들이 무기 이런 것들이 막 폭발하면서 망하게 될 것 같다.
-인간들이 자멸하는 게 멸망이지 않을까 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인간들이 망하는 게 지구 입장에서는.
-사실 더 좋은 걸 수도.
-수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그렇죠.
-맞네.
-좋습니다.
과연 오늘 모실 분께서는 지구멸망을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계실지 궁금한데요.
바로 모셔볼게요. 선장님.
-(함께) 나와 주세요.
-반갑습니다.
-선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선장님, 선장님께서는 재난 영화 좋아하십니까?
-좋아합니다. 특히 재난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그게 뭔가 긴박하고 과학적인 요소도 있고 싸우고 이런 것보다 사람들 칼,
톱 이런 거는 무섭거든요.
-톱. 톱은 너무 옛날 거 아닌가요?
-지진, 이 정도가 제일 적당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 같아요.
-지구 망하는 꼴을 보고 싶은 그런 건.
-결국 다 살아남잖아요.
-알겠습니다.
사실 그러면 궁금한 게 선장님이 생각했을 때 재난 영화에서 본 이런 장면들,
내가 생각한 지구 멸망과 비슷하다고 했던 것 있으세요?
-가장 가까운 게 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가 지구가 사막화되면서 외계 지구를 찾으러 가는 거잖아요, 행성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게, 될까? 그다음에 마션.
지구 재난은 아니지만 거기 지구에 문제가 있어서
화성에 살아보려고 했더니 낙오되고 그런 거잖아요.
다 환경과 관련된 거예요.
지구 환경이 어떻게 되니까 다른 데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보려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그런 영화들이었죠.
부산의 해운대.
-해운대.
-쓰나미.
뭔가 내가 어려움을 당하는 건 싫어하는데 영화 속에
누가 어려움을 당하고 극복하는 건 되게 좋더라고요.
-간접 경험을.
-간접 경험을. 직접 하는 건 싫습니다.
-이야기를 갑자기 들어 보니까 인류가 망할 수 있는 방법이 참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늘의 지식 항해도 궁금해집니다.
선장님과 함께하는 지식 항해 박수로 시작해 볼게요.
-저는 막 이런 이야기 많이 해요. 사람들이 우리 지구를 살려주세요,
지구가 아파요. 막 이런 이야기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과연 정말 지구가 아플까? 우리가 지구를 살려줘야 할까?
막 그런 생각 하거든요.
저는 인류가 망하는 것은 50억 년쯤 지난 다음에 태양이
격세 거성이 돼서 태양이 엄청나게 커지는 거예요.
태양이 커져서 이거 다 집어삼킬 때.
그전까지는 지구는 멀쩡하게 있을 것 같거든요.
우리가 지구 걱정할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지구가 아니라
거기에 살고 있는 우리 걱정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같이해 보고 싶습니다. UN이 2015년에 이런 걸 발표했어요.
지속 가능 발전 목표.
이게 뭐냐 하면 지구인들이 지속 가능하게 발전을 하려면 어떤 목표를 정하고 노력을 해야 할까?
첫 번째가 빈곤 퇴치였습니다. 그렇죠.
누가 가난한데 어떻게 팔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다음에 기아 종식.
먹지도 못하는데 다른 거를 우리가 낭비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이때 기후 변화와 대응은 13번째 목표였어요.
그런데 과연 2015년이니까 불과 9년 전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UN이 17개 목표를 정한다면 기후 변화의 대응을 지금도 13번째 둘까요?
-1번으로 둘 것 같아요.
-앞으로 당기겠죠?
-저는 4, 5, 6번 안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요? 1번 해 주세요.
-이런 생각을 하는 건데 우리가 그 이야기는 뭐냐 하면 불과 8년 전,
9년 전만 해도 지구를 걱정하는 UN도 기후 변화가
이렇게 빨리 심각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거죠.
그만큼 우리가 지금 닥친 문제가 크다라는 것 같아요.
지구, 여러분 보기에 아름답습니까?
-네.
-여러분이 보기에 지구가 왜 아름다운 것 같아요?
-지구가 왜 아름답냐고요?
-물과 공기가 있어서.
-색깔 조합이 예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음이 고운 분들은 뭐라고 얘기하냐면 지구 아름답죠.
거기는 생명이 있잖아요라고 말씀하세요. 맞죠, 지구에 생명이 있어요.
우리가 알아요, 우리 생명이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야 생명 보이나?
생명 하나도 안 보이죠.
-안 보이죠.
-우리가 지구가 아름다운 이유는요. 색깔이 예쁜 겁니다.
파란 색깔과 하얀 색깔이 잘 조합이 된 거예요.
그런데 우리만 그들을 볼까요? 그들도 지구를 볼 거 아니에요, 우리를.
그런데 그들이 지구를 볼 때 지구가 저렇게 아름답게 보일까요?
그들이 볼 때는요. 지구는 태양 앞을 지나가는 까만 점으로만 보일 겁니다.
저렇게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그들이 지구의 스펙트럼을 딱 찍어보면 유난히 1개의 피크가 삐죽 튀어나온 걸 볼 거예요.
그게 뭘까? 바로 물일 겁니다.
-물?
-저기 파란색이 뭐예요?
-바다.
-지구 표면의 71%를 덮고 있는 바다입니다. 우리가 그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잖아요.
저 하얀 구름은 뭡니까?
-수증기.
-구름.
-물이 있다는 증거죠.
-그러니까 어디를 봐도 물만 보이는 거예요, 그렇죠?
그러니까 외계인이 보면 여기는 무슨 물주머니가 있나 봐?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지구가 아름다운 이유, 물이 있어서.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는 이유, 물이 있어서입니다.
-물이 있어서.
-그런데 태양계는 지구 말고도 아름다운 행성들이 많아요.
우리는 보통 커다란 걸 아름답게 생각하잖아. 목성, 토성, 천왕성 행성이 훨씬 아름다워요.
저기는 생명이 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명이 살려면 어떻게 해요.
발을 디딜 수 있는 땅이 있든지.
-땅이 있어야 해요.
-헤엄을 칠 수 있는 물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목, 토, 천, 해는 기체 행성이에요.
그러니까 저기 생명이 살 수가 있는 게 아니에요.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살면 되지.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겠지만 알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뭔가 생명이 있으려면 땅이 있어야 해.
그런데 우리는 지구를 그러면 지구는 되게 작은 행성이라고 생각하잖아요.
땅만 생각하면요. 지구는 작은 행성이 아닙니다.
태양계에 있는 모든 땅을 모으면 이 정도 크기예요.
지구가 얼마나 커요. 태양계 있는 땅 가운데 3분의 1를 차지하잖아요.
그러면 밑에 달 조그마해요.
달보다 조금 더 큰 수성, 화성, 금성, 태양 위쪽으로는 목성의 달들이에요.
지구가 제법 큰 땅입니다.
그런데 거기다 지구는 땅만 있는 게 아니라 그 땅 위에 뭐가 있어요?
바다가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 지구에는 살기 좋은 거죠.
지구에 생명이 살게 된 진화하게 된 또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뭐냐 하면 달입니다.
-달.
-달이 왜 필요했을까요, 생명의 진화에.
-달이 있어야 그걸 하잖아요. 밀물 썰물 같은 거.
-맞습니다. 달이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생명이 바다에 생겼어요.
생명이 깊은 바다에 사는 거 아니잖아요. 깊은 바다는 지나가는 거죠.
다 대부분의 생명들은 200m, 400m 이렇게 낮은 데 삽니다.
그런데 밀물과 썰물이 없으면 어떻게 돼요.
생명이 저기 있어, 양분 저기 있고 에너지 여기 있고 다른 성분 여기 있어,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잖아요.
-순환이 안 되겠네요.
-하루에 두 차례씩 있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힘으로 막 뒤집히면서
생명들의 요소들이 마주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달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재밌어요.
태양 중심으로 2개의 천체가 아슬아슬하게 비껴 돌고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2개가 꽝 충돌해 버린 거야.
-부딪혔어.
-부딪혔어. 그게 하나가 이아 또는 가이아라고 그러고요.
다른 하나가 테이아예요. 그러니까 이아, 가이아는 원시 지구고 테이아는 화성만 한 행성이에요.
2개가 꽝 충돌해서 합쳐져서 만들어진 게 지구예요.
꽝 하고 부딪히면 어떻게 돼요. 부스러기들이 튀어 나가겠죠.
부스러기들이 처음에는 토성처럼 토성에 고리를 이루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가 중력에 의해서 자기가 쭉 합쳐져요.
그런데 이게 이렇게 만드는 달이 지구에게는 엄청난 선물을 줬어요.
바로 계절을 준 겁니다. 왜 계절이 생겼을까. 꽝 부딪히면서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버려.
지구가 기울어지니까 어떻게 해요.
여름에는 해가 내 머리 위까지 뜨고 겨울에는 비스듬하게 뜨잖아요.
대구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요. 더울 때랑 추울 때 60도 정도 차이가 나잖아요.
-연중 가장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죠. 그러니까 그 60도만큼의 생태계가 형성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대부분이 그래요. 한 60도 정도 차이가 납니다.
생태계가 단순하지 않고 되게 복잡해질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 덕분에 어쨌든 지구가 충돌하면서 만들어져서 지구는 생명이 살게 좋게 된 거예요.
-그런데 이게 엄청난 우연들이 다 합쳐져서 지구라는 게 만들어졌네요.
-그렇죠.
거기에 지구의 생명이 계속 살 수 있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지구 내부에 숨어있습니다.
지구는 양파처럼 생겼어요, 내부 구조가. 여러 겹으로 되어 있잖아요. 학교에서 배운 거 기억나죠.
-지각, 멘틀.
-한가운데.
-외핵, 내핵.
-내핵.
-그렇죠. 한가운데 내핵 그다음에.
-(함께) 외핵.
-그 위에.
-멘틀.
-멘틀, 그 위에.
-지각.
-지각이 있단 말이에요. 내핵, 외핵, 멘틀, 지각 이런 식으로 있어요.
그런데 내핵과 외핵은 철과 니켈이라고 하는 무거운 원소로 이루어졌어요.
무거운 원소들이 밑에 쫙 가라앉았어. 이 뜻은 뭘까요?
지구는 만들어지고서 오랫동안 식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굳지 않고 액체 상태야. 그러니까 무거운 게 믿으로 내려갈 수 있다.
-그렇죠.
-흙탕물 생각해 봐요. 흙탕물이 물의 상태니까 가라앉잖아요. 그러니까 섞으면 가라앉지 못하겠죠.
-유체 상태였다는 거네요.
-유체 상태였다는 거죠. 무거운 게 가라앉죠.
그런데 내핵은 한가운데서 고체가 됐는데 한가운데서 엄청난 열을 내요.
이 열이 어떻게 바깥으로 전달되겠죠. 그러니까 멘틀까지 와야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외핵은 여전히 액체예요. 액체니까 열을 받아서 어떻게, 대류가 일어나, 계속.
-움직이는구나.
-계속 돌아. 중학교 때 배웠거든요. 금속 주변에 금속이 빙글빙글 돌면 뭐가 생긴다?
-자기장.
-자기장.
-자기장, 중학교 졸업한 지 꽤 되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얼마 안 돼서.
-얼마 안 됐어요.
-얼마 안 됐어요?
-생생하네요.
-그러니까... 생생하게 기억나시는구나. 지구는 자기장이 생기는 거예요.
지구가 사실 거대한 자석이 된 거예요.
-자석.
-이 자기장이 지구에 생명을 살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예요.
지구에, 태양에서는 지구로 빛만 오는 게 아닙니다.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만 오는 게 아니라 방사선도 오고 태양풍이라고 하는 우주 입자들이 날아와요.
그 우주 입자들은 생명의 분자를 다 쪼개버려.
물도 쪼개고 DNA도 쪼개고 RNA 쪼개고 단백질도 쪼개버려요.
생명이 살 수가 없어요. 그런데 지구에는 뭐가 있어? 자기장이 있잖아요.
자기장이 있으니까 태양풍을 자기장이 다 쳐내는 거예요, 이렇게. 다 쳐내는 거죠.
-보호막 역할을 하는 거네요.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멋있어. 멋있어요.
-대단한 수호자를 갖고 있는 거죠. 만약에 자기장이 사라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요.
우리는 낮에는 신라 고분 같은 집을 짓고 숨어 살다가 밤에만 활동해야 할 거예요.
태양과 반대쪽에 있을 때.
우리는 그런다지만 다른 미생물, 곤충, 식물, 동물들은 그럴 수 없잖아요.
그들이 사라지면 우리도 살 수 없겠죠.
지구는 그 자기장이 있어서 내부 구조 때문에 우리가 살고 버틸 수 있는 거죠. 너무나 고마운 거예요.
40억 년 전으로 한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구 그러면 어떤 색 생각납니까?
-파란색.
-파랑.
-맞습니다. 지구 그러면 파랑.
-초록.
-초록을 생각해요. 누구나 그래요. 40억 년 전의 모습이에요. 저기 초록색, 파랑색 보이나요?
-없네요.
-아니요.
-초록색 없고요, 파란색도 없어요. 하늘도 빨간색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대기 중에 산소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지구에는 가장 많은 원자가 산소 원자가 제일 많아요.
산소 원자는 많은데 산소 분자 O2가 없었던 거예요. 공기 중에.
숨쉬는 산소 분자 있잖아요. 그거 원래 지구에 없었고 다 생명들이 만들어낸 거예요.
바닷속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 시아노 박테리아, 바닷말,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거죠.
그러니까 지구의 색깔은 빨간색, 검은색이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지구라고 생각하는 초록색, 파란색은 누가 만들어준 거야?
생명이 만들어준 거예요. 그런데 하늘에 보면 꼬리가 달린 천체가 막 지구와 충돌하고 있습니다.
저 꼬리가 달린 천체가 뭘까요?
-혜성?
-소행성?
-혜성입니다.
-혜성.
-혜성이 뭐냐 하면 혜성에 꼬리가 있잖아요.
혜성은 지금은 수십 년에 한 번 보지만 저 당시에는 하루도 수십 개,
수백 개 이상이 막 지구와 충돌하고 있었어요.
저 꼬리의 정체가 뭐냐 하면 물이에요. 혜성은 암석하고 얼음이 뭉쳐져 있는 거예요.
멀리 있을 때는 그냥 암석하고 물이 뭉쳐 있는 덩어리였어요.
다 태양을 쓱 한 바퀴 돌고 가잖아요. 쭉 돌 때 태양에 영향을 받아서 얼음이 증발하는 거야.
증발해서 태양 바깥으로 밀려, 뒤로. 혜성의 꼬리 하면 꼬리는 태양과 반대 방향으로 있어요.
이렇게 돌다가 돌아갈 때는 자기 앞을 향해 가겠죠.
그런데 혜성의 꼬리의 정체가 뭐냐 하면 물이라 그랬잖아요.
그런데 아직 꼬리가 다 증발하지 않았어. 그럼 그 혜성 안에는 얼음이 잔뜩 있을 거 아니에요.
혜성이 계속 지구와 충돌해. 그럼 지구에 뭘 가져다줄까?
-물을 가져다줘요.
-물.
-물을 가져다줘요. 혜성이 지구에 가져다주는 게 바로 바다입니다.
-혜성이 바다를 줬구나.
-거기다 혜성이 그냥 온 게 아니에요. 혜성은 오면서 생명의 분자들을 가지고 옵니다.
-생명의 분자들.
-작은 아미노산, 메탄 그다음에 암모니아 이런 게 있는 거예요.
그런 게 바닷속에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것들이 다 서로 연결되겠죠.
작은 분자들이 연결되어야지 RNA 같은 커다란 분자가 될 거잖아요.
그럼 뭔가 연결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죠.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태양의 에너지를 받았겠지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쿠버를 해보니까 바닷속에 에너지원이 있는 거예요.
바다에서 열수분출공이라는 게 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화산이 막 터지고 있는 거예요.
육지에는 화산이 별로 안 터지지만 바닷속에 계속 터지고 있거든요.
거기에 뜨거운 열이 다 에너지가 바깥으로 나와요.
요즘은 안 되지만 예전에 등산 가면 꼭 등산 가서 밥해 먹고 했어요.
옛날에 밥해 먹을 때 어떻게 했냐 하면 꼭 냄비 위에 돌덩어리를 얹어놨어요. 왜 얹었을까요?
-뜨거우면 팔팔.
-기압이 낮아지니까?
-날아가라고?
-기압이 낮으니까 10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는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밥이 제대로 익지 않아. 온도가 중요한데.
돌덩이를 얹어서 압력을 높인 거죠, 압력밥솥처럼.
그런데 반대로 바닷속에 들어갈 때보다 압력이 높아지잖아요.
깊은 바다에는 수백 도의 물이 있는 거예요, 끓지 않고.
그런데 수백 도의 물 안에 그 생명의 분자들이 있으니까 얘네들이 쫙 연결되는 거죠.
그러면서 최초의 생명체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최초의 생명체는 뭐냐 하면 어떤 기름 주머니 안에 어떤 분자가 들어가는 거예요.
이게 뭘까.
그리고 학교에서는 DNA가 RNA로 정사되고 RNA가 단백질로 번역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기름 주머니 안에 뭐가 들어있었을까. 단백질이 있었겠죠, 단백질이.
효소가 있어야 생명 작용을 하니까. 그런데 그 단백질은 누기 만들어?
설계도가 있어야 하잖아. 설계도는 DNA지.
그러면 세포 안에 DNA가 들어있었겠네.
그러면 말이 되지만 DNA밖에 없으면 활동을 못 하잖아.
단백질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러니까 과학자들이 미치는 거야.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야?
-그런데 나중에 1980년 중반에 기가 막힌 것을 찾아냅니다.
DNA가 RNA가 된다 그랬잖아요.
그런데 작은 RNA 조각이 있는데 작은 RNA 조각은 당연히 RNA니까 유전 정보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스스로 자르고 붙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 RNA가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과학자들이 아이디를 얻죠. 첫 번째 생명은 기름 주머니 안에,
세포막 안에 작은 RNA가 들어있었겠구나. 그럼 얘는 이 친구는 어떻게?
유전 정보도 갖고 있고 효소 작용도 할 수 있는 게 되는 거죠.
나중에 유전 정보를 잘 보관하기 위해서 단일 가닥이 아니라 이중 가닥을 해서
DNA를 만들고 또 여기에서는 계속 단백질을 번역해 낼 수가 있는 거예요.
그러면 최초의 생명체가 생겼겠구나 생각한 거예요.
최초의 생명체가 생긴 게 약 38억 년 전이에요.
-38억 년 전.
-그러니까 지구의 나이가 46억 년인데 최초의 생명체가 생길 때까지 8억 년이 걸린 거예요.
-8억 년.
-그 시점을 1월 1일 0시라고 해보자.
-해보자.
-최초의 생명체가 생긴 것을 1월 1일 0시라 그러고
우리가 같이 보물지도를 갖고 보물선을 타고 가고 있잖아요.
이 시간을 12월 31일 자정이라고 해보는 거예요.
그럼 생명의 역사를 1년이라고 해보면 어떤 식으로 그려질까.
-생명의 역사.
-그럼 당연히 1월 1일 0시에 최초의 생명체가 생겼습니다. 이것을 루카라고 불러요.
-(함께) 루카.
-루카.
-루카.
-최초의 생명체, 모든 생명들의 조상인 거죠.
그 세포가 1월 1일 0시에 생겼어요. 그런데 그다음부터 지구에는 별 다름이 없어요.
2월, 3월, 4월인데 별 변화가 없어요.
5월 되니까 시아노박테리아는 그 당시 살던 박테리아가 엄청나게 많은 산소를 만들어내기 시작해요.
-박테리아가.
-이 박테리아가 광합성을 하는 거예요. 광합성을 해서 엄청 많은 산소를 뿜어내요.
그러니까 어떻게 돼요? 그 산소들이 처음에 바닷속에 온갖 금속이 떠다닐 것 아니에요?
바다의 금속과 산소가 결합해서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바다도 투명해지고 점점 깨끗해지고 나머지 산소가 어떻게 돼요?
공기 중으로 날아와서 공기 중에 산소가 퍼지니까 하늘도 파란색으로 변하기 시작하죠.
-그러면 우리가 아는.
-색깔.
-투명하고 파란 바다는 저 때 만들어진 거예요?
-저 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거죠.
저 때 시작하니까 오래 걸리니까 한 달이 거의 3억 년쯤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처음에 만들어서 10여 년까지도 단단했던 거예요.
그다음이 돼서야 조금씩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계속 바닷속에는 박테리아만 있는 거예요.
어떤 박테리아는 산소를 사용하고 어떤 박테리아는 산소를 사용하지 못해요.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산소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어.
그런데 산소 농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잖아요.
산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박테리아는 산소가 독인 거예요.
힘들어. 그런데 그 옆에 마침 산소를 잘 활용하는 박테리아들이 있었어요.
산소를 사용하는 박테리아는 에너지 효율이 17배나 높습니다.
잘 사는 거예요. 그런데 산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박테리아는 좋아.
얘네가 다 산소를 처리해 주고 있으니까.
그런데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겁도 없이 산소를 사용하는 박테리아를 집어삼켜 버렸어요.
-누가요?
-산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박테리아가.
-왜요?
-모르겠어요. 왜 그랬는지. 삼켰어요. 삼켰는데 소화하지 않고 같이 살아.
-기괴한데요?
-같이 살게 된 거예요. 삼켜서 같이 살아.
-공생 관계가 되어 버렸네.
-최초의 공생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면서 산소를 사용하던 박테리아가
산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박테리아의 몸속에 들어가서,
세포에 들어가서 뭐가 되냐면 미토콘드리아가 됩니다.
-미토콘드리아.
-그게 미토콘드리아.
-학교에서 배웠죠? 학교에서 뭐라고 배웠습니까,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발전소라고 가르쳐줍니다.
-세포 발전소.
-그렇죠.
-엄청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거든. 그러니까 산소가 계속 들어와도 산소를 계속 생성해 주는 거예요.
에너지를 계속 생산해 주는 거죠. 그러면서 진핵세포라는 게 생깁니다.
원핵세포와 진핵세포가 있는데 원핵세포는 뭐냐 하면 원시적인 세포라고 생각하면 돼요.
세포 안에 그냥 유전자가 둥둥 떠다니는 거야.
진핵세포는 뭐냐 하면 유전자가 있는 염색체가 방이 따로 있어요.
그러고 있다가 9월쯤 돼서 처음으로 유성생식이 생깁니다.
-암, 수.
-암, 수가 생긴 거예요.
암, 수가 생기는 게 왜 그러냐 하면 산소 농도가 계속 높아졌잖아요.
되게 많은 생명이 산소는 독이야. 자꾸만 없어져요.
그런데 유성생식이 생기면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죽음도 생깁니다. 유성생식 때부터.
-그전까지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었군요.
-없죠. 유성생식 전에는 뭐예요? 무성생식, 복제잖아요. 그러니까 죽었다고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네요.
그대로 있으니까.
-그런데 유성생식은 뭐야? 암컷과 수컷에서 각각 유전자를 받았잖아요. 전혀 새로운 생명체예요.
-새로운 게 생겼네요.
-조금 다르니까.
그런데 유전자가 섞이면서 꼬이고 그러면서 돌연변이가 일어나요.
평상시에 돌연변이는 보통 좋은 일은 아니에요.
환경이 막 바뀔 때는 이 돌연변이 덕분에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거예요.
-그럼 저 때부터는 뭔가 종이 다양화됐나요?
-생명이 다양해질 수 있어요. 훨씬 다양해질 수 있고 죽음이라는 것도 생기고
다양해지고 조금 더 진화 속도도 빨라지죠.
그런데 그때가 9월인데 그 9월은 우리의 시간으로 치면 10억 년쯤 전이 되는 겁니다.
10월쯤 되니까 다세포 생명이 생깁니다.
세포가 여러 개 모여서 한 개의 생물을 이루는 거예요.
-진화를 하고 있네요.
-심지어 더 고급화가 되는 거죠. 손가락 끝에 있는 세포와 눈알에 있는 세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같을까요, 다를까요?
-같아요.
-다르군요. 다릅니다.
-같습니다.
-같습니다.
-달라요.
-같습니까, 다릅니까?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기능도 다르고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거다 보니까 똑같은 놈들끼리
굳이 모이지 않고 다양하게 있지 않을까요? 기능에 따라서.
-그러니까 모든 세포는 유전자를 갖고 있잖아요.
엄마랑 아빠한테 받은 유전자를.
그렇다면 만약에 다르다면 이 손가락 끝에 있는 유전자는 우리 아빠한테 왔고
눈알에 있는 세포는 307호 아저씨한테 왔을까요? 그럴 리는 없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데.
-다 똑같이 엄마와 아빠한테 왔잖아요. 그러니까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유전자는 같다.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위치에 따라서 역할이 다르니까
다른 형태의 모습을 갖고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이게 세포가 고도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는 거예요.
어떤 거는 보는 거, 어떤 거는 냄새를 맡고 어떤 거는 운동을 하고
다양한 세포의 구조를 가지고 세포가 조직이 되고
조직이 기관이 되고 이러면서 고급화가 되는 거죠. 그때가 10월쯤 되는 겁니다.
산소는 끊임없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항상 산소가 높아지는 게 문제잖아요?
유성 생식이 생겨야 하는 이유도 산소가 높아졌기 때문이야.
다세포 생명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로 산소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에요.
산소 농도가 더 높아졌어, 11월쯤 되니까.
-괴로워, 괴로워.
-15%가 높아졌어요. 지금 산소 농도가 21%예요.
15%는 산소량으로 치면 저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밖에 안 될 거예요.
산소량이 지금으로 치면 너무 적은 건데 그 당시 생명에게는 너무나 높은 거예요.
힘들어요. 위기에 빠졌어. 이때 생명들이 기가 막힌 장치를 발견합니다.
바로 단단한 껍데기예요.
-삼엽충.
-삼엽충 이런 거예요. 단단한 껍데기가 생기니까 어떻게 해요.
산소가 마음대로 투과하지 못해요. 확산이 마음대로 안 되는 거예요.
원하는 통로로만 전달되게 되는 거죠. 단단한 껍데기가 생기니까 갑자기 생명의 종류들이 많아져요.
-그렇겠네요.
-눈 커지고 갑자기 많이 나타나는 거예요. 그전에 지층 보면 그전에는 다 말랑말랑한 거 있잖아요.
말랑말랑한 거는 커질 수가 없잖아요. 물컹물컹하고.
그러니까 바로 그 이래 지층까지는 생명이 거의 없어요. 지층에.
그런데 딱 그 지층부터 엄청나게 많은 생명들이 있는 거예요.
대폭발한 것처럼, 빅뱅 한 것처럼. 그 지층을 보고 찰스 다윈이 깜짝 놀라요.
도대체 이때 무슨 일이 생겼길래 갑자기 폭발을 하는가.
자기는 진화가 이런 거야, 조금씩 조금씩 점진적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무슨 폭발이 일어났어.
혹시 내가 잘못 안 게 아닐까, 생각했단 말이에요.
이때가 생명의 역사를 1년으로 치면 11월 4일쯤 되는 순간입니다.
생명의 역사 1년인데 11월 4일쯤 돼서야 덩어리가 생기는 거야.
그때를 고생대의 시작이라고 하는 거예요.
지구의 역사를 지질시대로 표현하거든요. 지질시대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눕니다.
옛날 생명의 시대, 중간 생물의, 새로운 생물의 시대, 왜 이렇게 나누었을까요?
살고 있는 생명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에요.
예전에는 초등학교 졸업했다고 다 중학교 갔나요? 그거 아니잖아요.
초등학교 6년 했어? 수고했다, 졸업하자. 그런데 중학교 가야 하는데 중학교 자리가 없어,
반만 가자, 미안해. 중학교 3년 했어? 수고했어, 졸업하자.
왜냐하면 고등학교 자리가 없어, 반만 고등학교 가자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어떻게, 초등학교 입학하면 무조건 고등학교 가야 하잖아요.
12년 의무 교육이에요. 어차피 끝까지 가야 할 거 한 번에 졸업시키면 되잖아요.
왜 6년, 3년, 3년 나눠서 귀찮게 졸업식을 세 번이나 하게 하냐는 말이에요. 그 이유가 있죠.
각 나이에 따라 배워야 할 내용과 학습 체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곳에서 같은 선생님께 배울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나눠야 했던 거예요.
그만큼 생명도 완전히 다르거든. 그런데 고생대의 시작점이 약 5억 4100만 년 전이에요.
38억 년 전부터 생명이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33년은 뭐 하다가 5억 4100만 년부터 고생대인데?
이때 지구에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눈이 생긴 거예요.
-눈?
-eye?
-눈?
-eye. 주로 이거예요. 삼엽충 같은 애들이에요. 눈이 없을 때는 생명에게 목표가 없었어.
누구를 쫓아갈지 누구를 도망갈지 몰라. 입으로 아, 벌리고 몸에 여러 개 구멍 뚫고 있으면
누가 내 입이나 구멍에 들어오면 내가 맛있게 먹고 내가 재수 없게 누구의 입나
구멍에 들어가면 재수 없게 죽고 그런 거였어요.
-굉장히 수동적이었네요.
-그렇죠. 그런데 눈이 딱 생기니까 어떻게 해? 삶의 목표가 생기는 거예요.
내가 누구를 쫓아가야 할지, 누구를 또 도망가야 할지를 알게 된 거죠.
헤엄을 쳐야 해, 헤엄을 치려고 하니까 어떻게 해.
지느러미가 어떤 부속도 생기고 색깔과 모양도 다양해지고 점점 커지기 시작한 거죠.
눈은 정말로 모든 것을 바꿔버렸어요. 동물들이 빛에 반응하기 시작했잖아요.
벌레 같은 물컹물컹한 동물들이 갑옷을 둘렀고 경고색을 갖고 위장을 하기 시작했던 거예요.
바로 이때부터 엄청나게 다양한 생명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옛날에 캄브리아기 갑자기 나타나서 다윈을 곤혹하게 했던 화산의 대폭발이 뭐였냐,
눈의 탄생부터 촉발된 거라는 거죠.
-눈 때문이겠네요.
-눈이 없었으면 보이지 않으니까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을 거야. 다를 필요도 없는 거예요.
그런데 눈의 유전자가 갑자기 생겼냐, 그렇지는 않거든요. 이미 유전자는 있었습니다.
옛날에 눈을 만드는 스위치가 켜지지 않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스위치를 딱 켰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모든 생명이 눈을 갖게 되죠.
-그런데 저 스위치는 어떻게 켜지는 거예요?
-우연히 켜지는 거예요. 진화가 목표가 없어요. 목표가 없이 우연히 그렇게 되는 거예요,
우연히. 다시 지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구의 한 가운데에 내핵 있고 외 있고 맨틀, 지각이잖아요.
맨틀이 고체예요, 고체인데 움직여요. 그런데 맨틀 위에 뭐가 있어요.
-지각.
-지각 있잖아요. 맨틀이 이럴 때 그 위에 있는 대륙들도 같이 움직이겠죠.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 대륙의 분포가 바뀝니다.
오늘날의 대륙 분포, 3억 년 전의 대륙 분포, 5억 년 전의 대륙 분포예요.
대륙의 분포가 바뀌니까 어떻게? 바닷물의 흐름이 달라지겠죠.
바닷물의 흐름이 달라지니까 기후가 바뀌는 거예요.
기후는 생명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존 조건이에요. 그러니까 기후가 바뀌었어.
거기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가장 중요한 생존 조건이 바뀌었으니까 어떻게 해요?
살고 있는 생명들이 달라지는 거예요. 새로운 생명이 생기는 거예요.
새로운 생명이 생기는 걸 뭐라고 그러죠?
-교체, 세대교체?
-진화.
-진화.
-진화.
-진화라고 하는 거예요, 진화.
-진화.
-새로운 생명이 생긴 게 진화예요. 그러면 진화가 일어나려면 그전에 어떤 사건이 있어야 할까요?
-멸종을 해야죠.
-중요한 말입니다.
-없어져야 나온다.
-없어져야 해.
저는 스스로 자부하기를 대한민국을 비롯해서 겸손하게 표현하면
저는 아시아 최고의 과학관 관장이었다고 생각해요.
서대문자연사박물관 5년. 한 다음에 하루도 안 쉬고 서울시립과학 관장 4년 또 하고
하루도 안 쉬고 3년 동안 국립과천과학 관장을 했겠어요.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 나밖에, 아시아에 나밖에 없어요.
-아니에요. 그 말은 틀렸어요. 세계 최고의 관장님이세요.
-겸손하게 표현했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그거는 제 자부심이지 제 동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잖아요.
동료들은 다른 분을 관장으로 모시고 싶었어, 그분 자격도 있어. 관장이 못 왔어요.
왜 못 왔을까요?
-떡하니 버티고 계셨으니까.
-맞아요, 그 이유예요.
내가 떡하니 버티고 있거든. 그러니까 못 모시고 와. 그런데 내가 나가자마자 다 모시고 오는 거예요.
-지금 관장님이 멸종을 해야 새로 들어올 수 있다, 이 말이네.
-맞습니다, 맞습니다. 생명이,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진화가 되려면 그전에 무슨 일이 있어야 하냐.
멸종을 해야 하는 거예요, 멸종. 멸종이 나쁜 게 아니에요.
멸종을 해야, 누군가 자리를 지켜줘야 생명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가끔가다가 대멸종이라는 게 있어요.
-대멸종.
-대멸종은 뭐냐 하면 단체로 멸종하는 거예요.
-다 죽었네.
-다.
-그렇죠. 오르도비스기가 지난 다음에 갑자기 생명들이 한 85%가 멸종합니다.
-85%.
-뭔 일이 일어났을까? 이때 지구가 얼음덩어리가 되어 버려요.
어차피 생명들은 다 바닷속에만 살고 있었거든요.
지구 육상에는 아무도 안 살고 있는 거야.
그런데 왜 바다가 얼었기로서니 속까지 다 얼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위에만 얼었을 거 아니야? 왜 생명의 85%가 멸종할까.
-햇빛 차단?
-맞아, 반사.
-햇빛 차단? 생각해 봅시다. 바다가 이렇게 있었어요.
얕은 바다, 대륙봉에 깊은 바다 있단 말이에요. 주로 바다 생명들은 대륙봉에 사는 거예요.
그런데 원래 이렇게 잘 있었는데 갑자기
지구가 어떻게 돼요? 얼음덩어리가 되어 버렸어. 그러면 어떻게 해요?
바다로 내려가야 할 물이 내려가지 못하고 육지 위에 빙하로 있는 거잖아요.
바닷물이 높이가 어떻게 되겠어요?
-내려가겠죠.
-낮아지잖아요. 그러니까 살 수 있는 지역이 서식지가 확 줄어든 거예요.
그러니까 옛날에 30평짜리 아파트에 10명이 살고 있었어, 바글바글 대면서.
충분히 살 수 있죠. 그런데 갑자기 집이 13평으로 줄어들었어. 다 살 수는 없는 거예요.
몇 명 나가야 하잖아요.
-좁죠.
-딱 그런 상황이 된 거예요. 이때, 오르도비스기 때.
그러면서 생명들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지금도 북극의 빙산이 줄어드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남극의 빙하가 녹는 게 커다란 문제거든요.
고생대 끝에는 무려 세 번째 대멸종이 있었는데 그때는 생명의 95%가 멸종합니다.
-거의 다 죽었구나.
-페름기 대멸종.
-95%나 멸종했다는 뜻은 100마리 가운데 5마리가 살아남았다는 뜻이 아니에요.
-종이 사라졌다는.
-그렇죠, 맞아요. 100마리 가운데 95마리가 죽은 게 아니라 100종류 가운데 95종류는
1마리도 살아 남지 못하고 싹 다 죽어서 멸종을 했고 나머지 다섯 종류가 남았는데
잘 살아남은 게 아니라 거의 다 죽었지만 멸종만 당하지 않은 상태예요.
-목숨만 붙어 있네요.
-이게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고 종이 그만큼 없어졌다는 거는.
-그렇죠. 위기에 빠진 거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95%가 멸종했나.
딱 세 번째 대멸종 첫 번째 이유가 이거예요. 판게아 초대륙이 만들어졌습니다.
-대륙.
-대륙이 만들어졌는데 왜 살기 어려운데?
-화산이 폭발해서.
-대륙이 다 모이니까요. 살기 좋은 해안선이 줄어든 거예요.
-물과 땅이 맞닿은 선들이 줄어든다는.
-대륙이 커지니까.
-주로 바닷가는, 해안선은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먹을 게 많은 데예요.
그런데 대륙이 합쳐지니까 어떻게 해. 해안선이 줄어들었어.
절대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 줄어들었잖아요.
그다음에 주로 내륙 한가운데가 늘어났는데 내륙 한가운데 주로 뭐가 많습니까?
사막이 많잖아요. 살기 좋은 해안선은 줄고 사막이 늘어났어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지금 산소 농도가 21%잖아요.
그런데 고생대에서 중생대로 넘어갈 때는 한때 산소 농도가 33%였어요.
-엄청 높네요.
-산소 농도가 엄청 높아서 생명들 너무 좋았던 거야.
조금만 먹어도 막 달려도 지치지 않고 산소 많으니까 조금만 먹어도 무럭무럭 자라고 그랬어요.
이때는 잠자리가 메가네우라는 잠자리가 있었는데요.
날개 펼치면 1m 50이에요. 70, 70, 60cm.
그다음에 아르트로플레우라라는 노래기가 있어요.
-노래기?
-노래기가 뭐냐 하면.
-지네 비슷하게 생긴 거, 조그마한 거.
-지네 비슷하게 생긴 거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두께 10cm, 폭 30, 40cm. 길이 3m, 5m야.
-뱀이지 뱀.
-뱀보다 더 커요. 머릿속으로 생각해 봐요. 머리 위로 1m 50짜리 잠자리 날아가고
가랑이 사이로 3m, 5m짜리 지나가고.
-가랑이 사이.
-굳이 이쪽으로. 무섭네요.
-우리 쪽에서 뭐야, 하겠지만 그 당시 생명에게는 천국인 거예요. 살기 너무 좋아.
산소 농도가 지금보다 낮은 20%까지, 20% 떨어진 거야. 살 수가 없죠.
35%에 적응했던 생명체가. 점점점 생명들이 바뀌어 가게 되는 거야.
멸종하고 진화하고, 멸종하고 진화해야 하는데. 이게 또 다가 아니었어요.
화산이 터집니다. 그림에서 오렌지색 부분이 시베리아 트랩이라는 건데 트랩이 뭐냐 하면
지질학에서 말하는 트랩은 현무암덩어리예요.
현무암 보려면 어디 가야 합니까?
-(함께) 제주도.
-제주도 가면 시커먼 돌, 다 현무암덩어리예요, 화산암이에요.
그런데 시베리아에 현무암덩어리는 크기가 유럽 크기만해.
그러니까 두께는 평균 두께가 한라산 높이가 1950m인데 그 정도 되는 거예요.
한라산 높이의 현무암덩어리가 유럽만큼 있는 거예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화산이 터졌을까요?
저기 뭐 판교 아래쪽에 사는 친구들은 위쪽에 무슨 일이 났는지 몰라.
하지만 슬금슬금 슬금 자기들이 동료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죠.
왜냐하면 화산에서 화산재가 나오면서 햇빛을 가리고 광합성 안 되고 추워지는 거예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거기에서는 이산화황, 염소, 불소, 이산화탄소 같은 게 막 나오는 거예요.
그게 산성 물질이잖아요. 바다를 산성화시켜요. 토양도 산성화해. 거기에 이산화탄소는 또 뭐예요?
-온실.
-온실가스잖아요. 더워지는 거예요. 생명이 죽으면 썩잖아요.
썩을 때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되고 산소가 없는 환경 있잖아요,
바다 깊은 곳, 땅 깊은 곳에서 죽으면 메탄이 돼요, 썩으면.
바다 깊은 데는 메탄이 많은 거야.
그런데 화산에서 이산화탄소가 계속 나오니까 어때요, 지구가 더워지잖아요.
더워지니까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메탄아이스가 떠올라요.
떠올라서 공기 중에 메탄이 나와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구는 점점 더워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쪽으로는 지구는 산성화되고 지구는 더워지고 있는 거예요.
이런 게 다 모여서 세 번째 대멸종이 온 거예요.
-다 죽여버리는.
-그러면서 고생대에서 중생대로 바뀌는 거예요. 이때 본격적으로 공룡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공룡도 결국 멸종하고 말잖아요. 그때 공룡이 멸종하는 게 다섯 번째 대멸종이에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공룡의 멸종에 관한 이론이 100가지도 넘었어요.
이게 뭐냐 하면 쓸 만한 이론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에요.
100가지 중에 뭐냐 하면 공룡들이 상사병에 걸렸어요.
-상사병.
-공룡들이 미쳤나 봐요도 있고 아무도 거기 신뢰를 갖지 않았어요.
-귀엽다.
-지금 초등학생들도 다 알아요. 공룡이 왜 멸종했냐. 또 쳐다보면서 그거를 질문이라고 하신다 이래요.
-질문이라고.
-6600만 년 전에요.
지름 10km짜리 거대한 운석이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에 꽝 부딪혔잖아요.
그러면서 멸종한 거죠. 다 알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그게 단순하게 일어난 것이 아니었던 거예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공룡의 멸종은 2단계로 나뉘는데 그전에 먼저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인도의 데칸권에서 화산이 터져요.
이때 공룡이 확 멸종합니다. 그런데 끝장 나지는 않았어.
-조금 남아 있었어요.
-조금 남아 있었어. 그런데 이때 운석이 부딪히니까 끝장 나 버리는 거예요.
-아예 명줄을 다 끊어버렸군요.
-그렇죠.
그런데 재미있는 게 뭐냐 하면 화산이 터지기 전이나 화산이 터져서 멸종이 시작된 다음이나
공룡의 생물량은 그대로예요.
-생물량은 그대로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만약에 이때 공룡이 10억 마리 살고 있었다면
공룡의 멸종이 시작된 다음에는 여전히 10억 마리 살고 있는 거예요.
10억 마리가 그대로 10억 마리야. 그게 뭐가 멸종이야. 멸종 맞아요.
-종이 없어잖아요.
-그렇죠. 멸종이라는 게 뭐예요. 마릿수가 줄어든 게 아니잖아요.
종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거예요. 종의 다양성이 떨어진 생태계는 어떤 생태계예요?
아픈 생태계. 비실비실한 생태계, 허약한 생태계잖아요.
이렇게 허약할 때 운석이 부딪히니까 끝장 나고 말았던 거죠.
만약에 이때 화산이 터졌을 때 종의 다양성을 조금 더 많이 유지하고 있었다면
운석이 부딪혀도 끝장 나지 않고 좀 남아 있겠죠, 그렇겠죠.
-다 죽지는 않았을 거다.
-그렇죠. 그렇다면 우리한테는 재앙이죠. 우리는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공룡들이 다 멸종해 주셨기 때문에 우리가 등장할 수 있었던 거예요.
공룡의 멸종은 내가 아무리 공룡을 좋아해도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던 거죠.
생명의 역사 38억 년을 1년여라 한다고 그랬잖아요.
1년 중에 사람이 등장한 시점은 12월 31일 오전 10시였습니다.
700년 전에.
-마지막 날이네요.
-진짜 조금밖에 안 되네요.
-그렇죠.
-너무 작다.
-오전 10시에 한 공통 조상에서 한 새끼는 침팬지 조상이 되고 다른 새끼는 인류의 조상이 된 거야.
또 오후 4시가 되니까 직립을 했어, 사람이. 두 발로 걷기 시작했어.
밤 11시 40분이 되니까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했어. 이미 다른 이유들도 많이 있었던 거죠.
-진짜 얼마 안 됐는데.
-11시 50분에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바깥으로 나왔어.
나왔더니 다양한 인류들이 있어. 그걸 다 죽여.
-다 죽여, 다 죽여.
-얼마 만에? 5분 만에.
-5분 만에.
-그러고서 그 5분 후인 자정에 보물선을 탄 거죠. 봅시다.
지금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겪고 있습니다.
-겪고 있다고요?
-네, 여섯 번째 대멸종은 대략 1950년부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인류세라고 그래요, 우리는.
-인류세.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된 거예요. 멸종 속도가 이렇게 엄청 빨라지고 있어요.
-선장님 의견이십니까?
-아니에요. 이거 과학적인 거죠. 내가 뭐 어떻게 뭘 어떻게 해.
-그러면 지금 이제 진행되고 있다는 거는 인간의 멸종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 인간만 멸종되는 게 아니라 종이 단순히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있잖아요. 한 25년 전부터 멸종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때 과학자들이 뭐라 하면 여섯 번째 대멸종은 짧으면 500년 길면 1만 년쯤 걸릴 것 같아, 이랬어요.
그런데 그때도 제가 보기에는 1만 년은 좀 터무니없이 긴 것 같고.
500년은, 500년은 말이야. 과학자들이 시민들.
-(함께) 겁주려고.
-너무 짧게 잡은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어쩌면 500년도 충분히 긴 거 아니야라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놀랍다.
-왜 온도가 오르는 게 과학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최근에 한 18개월 동안 확 올랐어요.
생각보다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래도 또 생각해 보니까 있죠.
지난 다섯 차례 대멸종을 보니까 세 번째 대멸종이 가장 심각했잖아요.
그때도 5%는 살아남았잖아요. 이번에도, 이번에도 뭐 5% 살아남을 때 인간만 끼면 되지.
그게 뭐가 걱정이야.
-그걸 우리 마음대로 못 하니까.
-괜찮아, 우리는 굉장히 멋진 장면을 볼 거야. 다른 생명들은 다 사라졌어.
거기에 새로운 생명들 막 생겨날 거 아니에요. 우리 되게 멋진 파노라마를 볼 거예요.
그런데 역사가 가르쳐 준 게 있더라고요.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보니까 그 당시의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어.
또 생물 양이 가장 많은 생물도 반드시 멸종했어. 그런데 지금 최고 포식자가 누구야?
-(함께) 인간.
-인간이에요. 생물 양이 가장 많은 생물도 누구야?
-(함께) 인간.
-인간이에요. 그러니까 역사가 가르쳐준 데,
자연사가 가르쳐준 데에 따르면 우리는 이 여섯 번째 대멸종을 통과할 수.
-없다.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걱정을 하는 거죠. 우리가 달팽이, 지렁이, 풍뎅이,
직박구리가 걱정돼서 여섯 번째 대멸종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문제 때문에 걱정을 하라는 거예요. 이제 인류사로 갑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려면 흔히 두 가지가 있었어요.
기원전 1만 년에 일어났던 농업 혁명과 증기 기관까지 시작된.
-산업 혁명.
-산업 혁명이 있었어요.
만약에 산업혁명이 없었다면 지구 인구는 기껏해야 10억 명에 불과했을 거예요.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에 인구가 80억이나 늘어난 거예요.
그러니까 산업혁명이 정말 대단한 거죠. 산업혁명이라는 게 뭘까.
한 줄로 요약한다면 산업혁명이란 석탄과 석유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강력한
에너지원을 마음껏 쓰게 된 거예요.
덕분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 됐는데 그 결과가 뭐냐면 이산화 탄소예요.
한 1억 6000만 년 동안 지구 대기의 이산화 탄소 양은 0.02% 정도였는데
최근에 한 100년 사이에 우리가 좀 만든 거예요.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 거예요.
1억 6000만 년 동안 꼼짝도 안 한 것을 확 바꿔버렸어요.
-대단하다.
-대단한 거죠. 그러니까 문제도 일으켰으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노력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숫자가 중요해요. 많은 분들이 종의 다양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달라고 하는데요.
동물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안 그래요.
동물들은 농사짓기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구성이 바뀌었을 뿐이에요.
만 년 전에는 척추동물의 99.9%가 야생동물이었어요. 0.1%만 인간, 가축이었어요.
그런데 99.9%였던 야생동물이 3%로 줄어들고 0.1%밖에 안 됐던 인간과 가축이
97%이 된 거예요. 97% 가운데 32%가 인간이고 65%가 가축이에요.
32%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 몇 종류입니까?
-한 종류요.
-한 종류예요. 세 종류라고 하시면 큰일 나요. 한 종류예요.
65%를 차지하는 가축 몇 종류입니까? 세볼까요?
소, 염소, 양, 말, 돼지 다섯 종류 있어요. 개, 고양이는 아시죠.
그리고 또 뭐 있습니까? 알파카, 라마.
-낙타.
-낙타, 뭐 하여튼 뭐 있죠. 토끼, 오리 뭐 10여 종 되는 거잖아요. 수십 종밖에 안 되는 거예요.
이 이야기는 뭐냐면 1만 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동물의 다양성이 엄청나게 떨어진 거예요.
종의 다양성이 떨어졌어요. 허약한 생태계, 아픈 생태계, 비실비실한 생태계예요.
마지막 한 방, 마지막 한 방이 이산화탄소였는데 너무나도 떨어지니까
마지막에 살짝 부딪혀도 끝난 겁니다.
-위기네요.
-지난 5차례 대멸종을 보니까 그 대멸종이 왜 생겼냐면 기후 변화 때문에 왔어요.
그런데 이 기후 변화의 원인은 뭐냐면 자연적인 거였어요.
화산이 터지든지 운석이 부딪히든지 대륙이 합쳐지는 거예요.
그 당시 생명들이 할 수 있는 게 있었을까요?
-없었죠.
-없었죠.
-속수무책이에요. 그들의 책임도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의 원인도 마찬가지로 기후 변화야.
그런데 이 기후 변화의 원인은 누구죠?
-인간.
-인간에게 있죠.
-인간이에요. 그러니까 너무나 좋은 거야.
-그러네요.
-그렇죠?
-이게 우리가 노력만 하면 바꿀 수 있는 거잖아요.
-맞아요. 만약에 지금도 원인이 뭐 자연적인 거다. 우리가 할 게 없어.
우리가 운석을 막겠어요.
-기도만 해야지.
-터지고 있는 화산을 밀어내겠어요. 인간이 문제니까 너무나 간단한 문제인 거예요.
우리만 변하면 되는 거예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속도가 중요해요.
빨리 해야 해요. 많은 분들이 지구가 멸망했어, 지구가 아파요, 지구 좀 고쳐주세요,
지구를 살립시다.
하는데 지난 5차례 대멸종을 보니까 지구는 아파 본 적이 없어, 지구는 망한 적이 없어.
거기에 살고 있던 생명들이 문제지.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지구가 아플까요?
-아니요. 우리가 아프죠.
-그렇죠. 우리가 아픈 거예요. 지구는 걱정할 게 없어요.
지구는 앞으로 50억 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있을 겁니다.
거기에 살고 있는 생명이 달라질 거지. 50억 년 지나면 태양이 커져서 지구를 삼킬 거예요.
그전까지 지구는 안녕해요. 우리는 지구 걱정할 게 아니라 누구 걱정할 때야?
-내 걱정.
-우리 걱정할 때야. 그런데 나만 혼자 걱정하면 되는 게 아니야.
다른 생명도 종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하니까 다른 생명들도 같이 지켜야 하죠.
왜 다른 생명을 왜 지키냐? 우리가 사회 동포 주위를 지키는 게 아니라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것.
-그런데 진짜 오늘 선장님 말을 들으니까 그냥 마저 지구 온도 안 올라가게
환경 보호 힘써야지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가 이렇게 대멸종 시기를 가르쳐주면서
말씀을 하시니까 확 와닿는 것 같아요.
-좀 더 발등에 불똥 떨어진 느낌이 납니다.
-좋습니다. 오늘의 강의 또 한마디로 정리를 해 주신다면요?
-우리는 이미 보물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도를 가지고 있는데 망설일 게 뭐예요?
저기에 있다는 거를 아는데 거기를 항해하면 됩니다. 지금 당장.
-라잇 나우.
-라잇 나우.
-행동하자. 지금 당장.
-출발.
-당장.
-알겠습니다. 오늘 두 분도 느낀 거 많았을 것 같아요.
-들으면서 어찌 됐건 나 하나쯤이야 이런 생각도 가지고 많이 살았고. 빨리 내가 차를 바꿔야겠다.
기름 드는 차 말고. 전기차로.
-중요합니다.
-와이프랑 빨리 잘 상의해서 차를 빨리 바꿀 수 있도록.
-이거 약간 차 바꾸고 싶어서. 약간 이용해 먹는 것 같은데.
-일석이조입니다. 일석이조입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아까 맨 처음에 우리가 지구의 멸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때 인욱 씨가 지구가
다 부서지는 거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지구 걱정할 때가 아니고
입주자인 우리를 먼저 걱정해야겠구나.
그래서 저는 선장님이 말씀해 주셨듯이 지구를 걱정하기보다 우리를 위해서 조금 더 이기적으로
생각해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 조금 더 빨리 움직여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한번 더 해봤습니다.
-저는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 이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어.
-다 죽어. 다 죽어.
-이 유명한 대사가 바로 떠오르더라고요. 여섯 번째 대멸종, 이미 시작됐습니다.
-진행 중이에요.
-아름다운 지구에 오래오래 함께 우리가 살려면 행동, 라잇 나우.
지금부터 시작을 진짜 해야 할 때는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지식항해 여기에서 마무리 해보고요.
외치면서 끝내 보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찾아라.
-(함께) 보물지도.
-라잇 나우.
-선장님, 그러면 이탈리아에서 날아오신 건가요?
-네.
남편은 가이드로 바빴고 저는 이탈리아에서 처음 겪는 모든 육아의 상황이 다 힘들었어요.
못하겠다. 엄마가 너무 보고싶다고. 아이가 저의 말에 대답하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슬퍼하지 말라고 엄마의 엄마를 대신해서 내가 온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되게 약간 이탈리아적인 표현인 것 같은데.
-맞아요.
조금 놀라실 것 같은데 초등학교 5년이라고 그랬잖아요. 5년간 반과 선생님이 같아요.
-그냥 한 반에서?
-한 반에서 5년을 가요.
이탈리아 도착해서 지금 두 아이와 함께 이탈리아에 살아가고 있는
19년 동안 과정들을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 보물지도.
-두 분은 왜 지구멸망을 생각해 보면 입에 올리기도 무섭지만 지구멸망에 관한 영화도 진짜 많잖아요,
재난 영화.
-많죠, 많죠.
-두 분이 생각하는 지구멸망의 모습은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요.
-저는 모습이라기보다도 그냥 우주에서 봤을 때 팡 터지면서 아예 없어지는?
-이렇게 없어지는?
-아예 사라지는.
-한순간에 갑자기 지구가 펑 하고 사라질 것 같아요?
-영화처럼 폐허가 있고 그런 게 아니고 아예 박살 나서. 그 정도는 돼야 멸망 아닌가요?
-진짜 지구멸망이네요.
-멸망은 그 정도는 돼야 한다.
-그렇죠.
-알겠습니다.
경환 선생님이 생각했을 때 지구멸망 하면 어떤 모습으로 망하게 될까요?
-저는 되게 인간의 입장에서는 사실 지구는 그대로 있고 사람만 다 죽어도
지구멸망이라고 생각했는데 되게 짧게 생각했네요.
저는 사실 핵폭발이나 핵전쟁이나 이런 걸 상상해 봤는데 이게 더 멸망이 아닌가.
-제가 더 너무 멸망시켜서.
-정말 강력하네요.
-경환 씨는 그거죠.
인간들이 무기 이런 것들이 막 폭발하면서 망하게 될 것 같다.
-인간들이 자멸하는 게 멸망이지 않을까 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인간들이 망하는 게 지구 입장에서는.
-사실 더 좋은 걸 수도.
-수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그렇죠.
-맞네.
-좋습니다.
과연 오늘 모실 분께서는 지구멸망을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계실지 궁금한데요.
바로 모셔볼게요. 선장님.
-(함께) 나와 주세요.
-반갑습니다.
-선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선장님, 선장님께서는 재난 영화 좋아하십니까?
-좋아합니다. 특히 재난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그게 뭔가 긴박하고 과학적인 요소도 있고 싸우고 이런 것보다 사람들 칼,
톱 이런 거는 무섭거든요.
-톱. 톱은 너무 옛날 거 아닌가요?
-지진, 이 정도가 제일 적당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 같아요.
-지구 망하는 꼴을 보고 싶은 그런 건.
-결국 다 살아남잖아요.
-알겠습니다.
사실 그러면 궁금한 게 선장님이 생각했을 때 재난 영화에서 본 이런 장면들,
내가 생각한 지구 멸망과 비슷하다고 했던 것 있으세요?
-가장 가까운 게 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가 지구가 사막화되면서 외계 지구를 찾으러 가는 거잖아요, 행성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게, 될까? 그다음에 마션.
지구 재난은 아니지만 거기 지구에 문제가 있어서
화성에 살아보려고 했더니 낙오되고 그런 거잖아요.
다 환경과 관련된 거예요.
지구 환경이 어떻게 되니까 다른 데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보려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그런 영화들이었죠.
부산의 해운대.
-해운대.
-쓰나미.
뭔가 내가 어려움을 당하는 건 싫어하는데 영화 속에
누가 어려움을 당하고 극복하는 건 되게 좋더라고요.
-간접 경험을.
-간접 경험을. 직접 하는 건 싫습니다.
-이야기를 갑자기 들어 보니까 인류가 망할 수 있는 방법이 참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늘의 지식 항해도 궁금해집니다.
선장님과 함께하는 지식 항해 박수로 시작해 볼게요.
-저는 막 이런 이야기 많이 해요. 사람들이 우리 지구를 살려주세요,
지구가 아파요. 막 이런 이야기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과연 정말 지구가 아플까? 우리가 지구를 살려줘야 할까?
막 그런 생각 하거든요.
저는 인류가 망하는 것은 50억 년쯤 지난 다음에 태양이
격세 거성이 돼서 태양이 엄청나게 커지는 거예요.
태양이 커져서 이거 다 집어삼킬 때.
그전까지는 지구는 멀쩡하게 있을 것 같거든요.
우리가 지구 걱정할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지구가 아니라
거기에 살고 있는 우리 걱정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같이해 보고 싶습니다. UN이 2015년에 이런 걸 발표했어요.
지속 가능 발전 목표.
이게 뭐냐 하면 지구인들이 지속 가능하게 발전을 하려면 어떤 목표를 정하고 노력을 해야 할까?
첫 번째가 빈곤 퇴치였습니다. 그렇죠.
누가 가난한데 어떻게 팔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다음에 기아 종식.
먹지도 못하는데 다른 거를 우리가 낭비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이때 기후 변화와 대응은 13번째 목표였어요.
그런데 과연 2015년이니까 불과 9년 전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UN이 17개 목표를 정한다면 기후 변화의 대응을 지금도 13번째 둘까요?
-1번으로 둘 것 같아요.
-앞으로 당기겠죠?
-저는 4, 5, 6번 안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요? 1번 해 주세요.
-이런 생각을 하는 건데 우리가 그 이야기는 뭐냐 하면 불과 8년 전,
9년 전만 해도 지구를 걱정하는 UN도 기후 변화가
이렇게 빨리 심각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거죠.
그만큼 우리가 지금 닥친 문제가 크다라는 것 같아요.
지구, 여러분 보기에 아름답습니까?
-네.
-여러분이 보기에 지구가 왜 아름다운 것 같아요?
-지구가 왜 아름답냐고요?
-물과 공기가 있어서.
-색깔 조합이 예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음이 고운 분들은 뭐라고 얘기하냐면 지구 아름답죠.
거기는 생명이 있잖아요라고 말씀하세요. 맞죠, 지구에 생명이 있어요.
우리가 알아요, 우리 생명이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야 생명 보이나?
생명 하나도 안 보이죠.
-안 보이죠.
-우리가 지구가 아름다운 이유는요. 색깔이 예쁜 겁니다.
파란 색깔과 하얀 색깔이 잘 조합이 된 거예요.
그런데 우리만 그들을 볼까요? 그들도 지구를 볼 거 아니에요, 우리를.
그런데 그들이 지구를 볼 때 지구가 저렇게 아름답게 보일까요?
그들이 볼 때는요. 지구는 태양 앞을 지나가는 까만 점으로만 보일 겁니다.
저렇게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그들이 지구의 스펙트럼을 딱 찍어보면 유난히 1개의 피크가 삐죽 튀어나온 걸 볼 거예요.
그게 뭘까? 바로 물일 겁니다.
-물?
-저기 파란색이 뭐예요?
-바다.
-지구 표면의 71%를 덮고 있는 바다입니다. 우리가 그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잖아요.
저 하얀 구름은 뭡니까?
-수증기.
-구름.
-물이 있다는 증거죠.
-그러니까 어디를 봐도 물만 보이는 거예요, 그렇죠?
그러니까 외계인이 보면 여기는 무슨 물주머니가 있나 봐?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지구가 아름다운 이유, 물이 있어서.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는 이유, 물이 있어서입니다.
-물이 있어서.
-그런데 태양계는 지구 말고도 아름다운 행성들이 많아요.
우리는 보통 커다란 걸 아름답게 생각하잖아. 목성, 토성, 천왕성 행성이 훨씬 아름다워요.
저기는 생명이 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명이 살려면 어떻게 해요.
발을 디딜 수 있는 땅이 있든지.
-땅이 있어야 해요.
-헤엄을 칠 수 있는 물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목, 토, 천, 해는 기체 행성이에요.
그러니까 저기 생명이 살 수가 있는 게 아니에요.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살면 되지.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겠지만 알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뭔가 생명이 있으려면 땅이 있어야 해.
그런데 우리는 지구를 그러면 지구는 되게 작은 행성이라고 생각하잖아요.
땅만 생각하면요. 지구는 작은 행성이 아닙니다.
태양계에 있는 모든 땅을 모으면 이 정도 크기예요.
지구가 얼마나 커요. 태양계 있는 땅 가운데 3분의 1를 차지하잖아요.
그러면 밑에 달 조그마해요.
달보다 조금 더 큰 수성, 화성, 금성, 태양 위쪽으로는 목성의 달들이에요.
지구가 제법 큰 땅입니다.
그런데 거기다 지구는 땅만 있는 게 아니라 그 땅 위에 뭐가 있어요?
바다가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 지구에는 살기 좋은 거죠.
지구에 생명이 살게 된 진화하게 된 또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뭐냐 하면 달입니다.
-달.
-달이 왜 필요했을까요, 생명의 진화에.
-달이 있어야 그걸 하잖아요. 밀물 썰물 같은 거.
-맞습니다. 달이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생명이 바다에 생겼어요.
생명이 깊은 바다에 사는 거 아니잖아요. 깊은 바다는 지나가는 거죠.
다 대부분의 생명들은 200m, 400m 이렇게 낮은 데 삽니다.
그런데 밀물과 썰물이 없으면 어떻게 돼요.
생명이 저기 있어, 양분 저기 있고 에너지 여기 있고 다른 성분 여기 있어,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잖아요.
-순환이 안 되겠네요.
-하루에 두 차례씩 있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힘으로 막 뒤집히면서
생명들의 요소들이 마주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달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재밌어요.
태양 중심으로 2개의 천체가 아슬아슬하게 비껴 돌고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2개가 꽝 충돌해 버린 거야.
-부딪혔어.
-부딪혔어. 그게 하나가 이아 또는 가이아라고 그러고요.
다른 하나가 테이아예요. 그러니까 이아, 가이아는 원시 지구고 테이아는 화성만 한 행성이에요.
2개가 꽝 충돌해서 합쳐져서 만들어진 게 지구예요.
꽝 하고 부딪히면 어떻게 돼요. 부스러기들이 튀어 나가겠죠.
부스러기들이 처음에는 토성처럼 토성에 고리를 이루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가 중력에 의해서 자기가 쭉 합쳐져요.
그런데 이게 이렇게 만드는 달이 지구에게는 엄청난 선물을 줬어요.
바로 계절을 준 겁니다. 왜 계절이 생겼을까. 꽝 부딪히면서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버려.
지구가 기울어지니까 어떻게 해요.
여름에는 해가 내 머리 위까지 뜨고 겨울에는 비스듬하게 뜨잖아요.
대구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요. 더울 때랑 추울 때 60도 정도 차이가 나잖아요.
-연중 가장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죠. 그러니까 그 60도만큼의 생태계가 형성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대부분이 그래요. 한 60도 정도 차이가 납니다.
생태계가 단순하지 않고 되게 복잡해질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 덕분에 어쨌든 지구가 충돌하면서 만들어져서 지구는 생명이 살게 좋게 된 거예요.
-그런데 이게 엄청난 우연들이 다 합쳐져서 지구라는 게 만들어졌네요.
-그렇죠.
거기에 지구의 생명이 계속 살 수 있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지구 내부에 숨어있습니다.
지구는 양파처럼 생겼어요, 내부 구조가. 여러 겹으로 되어 있잖아요. 학교에서 배운 거 기억나죠.
-지각, 멘틀.
-한가운데.
-외핵, 내핵.
-내핵.
-그렇죠. 한가운데 내핵 그다음에.
-(함께) 외핵.
-그 위에.
-멘틀.
-멘틀, 그 위에.
-지각.
-지각이 있단 말이에요. 내핵, 외핵, 멘틀, 지각 이런 식으로 있어요.
그런데 내핵과 외핵은 철과 니켈이라고 하는 무거운 원소로 이루어졌어요.
무거운 원소들이 밑에 쫙 가라앉았어. 이 뜻은 뭘까요?
지구는 만들어지고서 오랫동안 식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굳지 않고 액체 상태야. 그러니까 무거운 게 믿으로 내려갈 수 있다.
-그렇죠.
-흙탕물 생각해 봐요. 흙탕물이 물의 상태니까 가라앉잖아요. 그러니까 섞으면 가라앉지 못하겠죠.
-유체 상태였다는 거네요.
-유체 상태였다는 거죠. 무거운 게 가라앉죠.
그런데 내핵은 한가운데서 고체가 됐는데 한가운데서 엄청난 열을 내요.
이 열이 어떻게 바깥으로 전달되겠죠. 그러니까 멘틀까지 와야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외핵은 여전히 액체예요. 액체니까 열을 받아서 어떻게, 대류가 일어나, 계속.
-움직이는구나.
-계속 돌아. 중학교 때 배웠거든요. 금속 주변에 금속이 빙글빙글 돌면 뭐가 생긴다?
-자기장.
-자기장.
-자기장, 중학교 졸업한 지 꽤 되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얼마 안 돼서.
-얼마 안 됐어요.
-얼마 안 됐어요?
-생생하네요.
-그러니까... 생생하게 기억나시는구나. 지구는 자기장이 생기는 거예요.
지구가 사실 거대한 자석이 된 거예요.
-자석.
-이 자기장이 지구에 생명을 살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예요.
지구에, 태양에서는 지구로 빛만 오는 게 아닙니다.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만 오는 게 아니라 방사선도 오고 태양풍이라고 하는 우주 입자들이 날아와요.
그 우주 입자들은 생명의 분자를 다 쪼개버려.
물도 쪼개고 DNA도 쪼개고 RNA 쪼개고 단백질도 쪼개버려요.
생명이 살 수가 없어요. 그런데 지구에는 뭐가 있어? 자기장이 있잖아요.
자기장이 있으니까 태양풍을 자기장이 다 쳐내는 거예요, 이렇게. 다 쳐내는 거죠.
-보호막 역할을 하는 거네요.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멋있어. 멋있어요.
-대단한 수호자를 갖고 있는 거죠. 만약에 자기장이 사라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요.
우리는 낮에는 신라 고분 같은 집을 짓고 숨어 살다가 밤에만 활동해야 할 거예요.
태양과 반대쪽에 있을 때.
우리는 그런다지만 다른 미생물, 곤충, 식물, 동물들은 그럴 수 없잖아요.
그들이 사라지면 우리도 살 수 없겠죠.
지구는 그 자기장이 있어서 내부 구조 때문에 우리가 살고 버틸 수 있는 거죠. 너무나 고마운 거예요.
40억 년 전으로 한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구 그러면 어떤 색 생각납니까?
-파란색.
-파랑.
-맞습니다. 지구 그러면 파랑.
-초록.
-초록을 생각해요. 누구나 그래요. 40억 년 전의 모습이에요. 저기 초록색, 파랑색 보이나요?
-없네요.
-아니요.
-초록색 없고요, 파란색도 없어요. 하늘도 빨간색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대기 중에 산소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지구에는 가장 많은 원자가 산소 원자가 제일 많아요.
산소 원자는 많은데 산소 분자 O2가 없었던 거예요. 공기 중에.
숨쉬는 산소 분자 있잖아요. 그거 원래 지구에 없었고 다 생명들이 만들어낸 거예요.
바닷속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 시아노 박테리아, 바닷말,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거죠.
그러니까 지구의 색깔은 빨간색, 검은색이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지구라고 생각하는 초록색, 파란색은 누가 만들어준 거야?
생명이 만들어준 거예요. 그런데 하늘에 보면 꼬리가 달린 천체가 막 지구와 충돌하고 있습니다.
저 꼬리가 달린 천체가 뭘까요?
-혜성?
-소행성?
-혜성입니다.
-혜성.
-혜성이 뭐냐 하면 혜성에 꼬리가 있잖아요.
혜성은 지금은 수십 년에 한 번 보지만 저 당시에는 하루도 수십 개,
수백 개 이상이 막 지구와 충돌하고 있었어요.
저 꼬리의 정체가 뭐냐 하면 물이에요. 혜성은 암석하고 얼음이 뭉쳐져 있는 거예요.
멀리 있을 때는 그냥 암석하고 물이 뭉쳐 있는 덩어리였어요.
다 태양을 쓱 한 바퀴 돌고 가잖아요. 쭉 돌 때 태양에 영향을 받아서 얼음이 증발하는 거야.
증발해서 태양 바깥으로 밀려, 뒤로. 혜성의 꼬리 하면 꼬리는 태양과 반대 방향으로 있어요.
이렇게 돌다가 돌아갈 때는 자기 앞을 향해 가겠죠.
그런데 혜성의 꼬리의 정체가 뭐냐 하면 물이라 그랬잖아요.
그런데 아직 꼬리가 다 증발하지 않았어. 그럼 그 혜성 안에는 얼음이 잔뜩 있을 거 아니에요.
혜성이 계속 지구와 충돌해. 그럼 지구에 뭘 가져다줄까?
-물을 가져다줘요.
-물.
-물을 가져다줘요. 혜성이 지구에 가져다주는 게 바로 바다입니다.
-혜성이 바다를 줬구나.
-거기다 혜성이 그냥 온 게 아니에요. 혜성은 오면서 생명의 분자들을 가지고 옵니다.
-생명의 분자들.
-작은 아미노산, 메탄 그다음에 암모니아 이런 게 있는 거예요.
그런 게 바닷속에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것들이 다 서로 연결되겠죠.
작은 분자들이 연결되어야지 RNA 같은 커다란 분자가 될 거잖아요.
그럼 뭔가 연결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죠.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태양의 에너지를 받았겠지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쿠버를 해보니까 바닷속에 에너지원이 있는 거예요.
바다에서 열수분출공이라는 게 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화산이 막 터지고 있는 거예요.
육지에는 화산이 별로 안 터지지만 바닷속에 계속 터지고 있거든요.
거기에 뜨거운 열이 다 에너지가 바깥으로 나와요.
요즘은 안 되지만 예전에 등산 가면 꼭 등산 가서 밥해 먹고 했어요.
옛날에 밥해 먹을 때 어떻게 했냐 하면 꼭 냄비 위에 돌덩어리를 얹어놨어요. 왜 얹었을까요?
-뜨거우면 팔팔.
-기압이 낮아지니까?
-날아가라고?
-기압이 낮으니까 10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는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밥이 제대로 익지 않아. 온도가 중요한데.
돌덩이를 얹어서 압력을 높인 거죠, 압력밥솥처럼.
그런데 반대로 바닷속에 들어갈 때보다 압력이 높아지잖아요.
깊은 바다에는 수백 도의 물이 있는 거예요, 끓지 않고.
그런데 수백 도의 물 안에 그 생명의 분자들이 있으니까 얘네들이 쫙 연결되는 거죠.
그러면서 최초의 생명체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최초의 생명체는 뭐냐 하면 어떤 기름 주머니 안에 어떤 분자가 들어가는 거예요.
이게 뭘까.
그리고 학교에서는 DNA가 RNA로 정사되고 RNA가 단백질로 번역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기름 주머니 안에 뭐가 들어있었을까. 단백질이 있었겠죠, 단백질이.
효소가 있어야 생명 작용을 하니까. 그런데 그 단백질은 누기 만들어?
설계도가 있어야 하잖아. 설계도는 DNA지.
그러면 세포 안에 DNA가 들어있었겠네.
그러면 말이 되지만 DNA밖에 없으면 활동을 못 하잖아.
단백질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러니까 과학자들이 미치는 거야.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야?
-그런데 나중에 1980년 중반에 기가 막힌 것을 찾아냅니다.
DNA가 RNA가 된다 그랬잖아요.
그런데 작은 RNA 조각이 있는데 작은 RNA 조각은 당연히 RNA니까 유전 정보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스스로 자르고 붙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 RNA가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과학자들이 아이디를 얻죠. 첫 번째 생명은 기름 주머니 안에,
세포막 안에 작은 RNA가 들어있었겠구나. 그럼 얘는 이 친구는 어떻게?
유전 정보도 갖고 있고 효소 작용도 할 수 있는 게 되는 거죠.
나중에 유전 정보를 잘 보관하기 위해서 단일 가닥이 아니라 이중 가닥을 해서
DNA를 만들고 또 여기에서는 계속 단백질을 번역해 낼 수가 있는 거예요.
그러면 최초의 생명체가 생겼겠구나 생각한 거예요.
최초의 생명체가 생긴 게 약 38억 년 전이에요.
-38억 년 전.
-그러니까 지구의 나이가 46억 년인데 최초의 생명체가 생길 때까지 8억 년이 걸린 거예요.
-8억 년.
-그 시점을 1월 1일 0시라고 해보자.
-해보자.
-최초의 생명체가 생긴 것을 1월 1일 0시라 그러고
우리가 같이 보물지도를 갖고 보물선을 타고 가고 있잖아요.
이 시간을 12월 31일 자정이라고 해보는 거예요.
그럼 생명의 역사를 1년이라고 해보면 어떤 식으로 그려질까.
-생명의 역사.
-그럼 당연히 1월 1일 0시에 최초의 생명체가 생겼습니다. 이것을 루카라고 불러요.
-(함께) 루카.
-루카.
-루카.
-최초의 생명체, 모든 생명들의 조상인 거죠.
그 세포가 1월 1일 0시에 생겼어요. 그런데 그다음부터 지구에는 별 다름이 없어요.
2월, 3월, 4월인데 별 변화가 없어요.
5월 되니까 시아노박테리아는 그 당시 살던 박테리아가 엄청나게 많은 산소를 만들어내기 시작해요.
-박테리아가.
-이 박테리아가 광합성을 하는 거예요. 광합성을 해서 엄청 많은 산소를 뿜어내요.
그러니까 어떻게 돼요? 그 산소들이 처음에 바닷속에 온갖 금속이 떠다닐 것 아니에요?
바다의 금속과 산소가 결합해서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바다도 투명해지고 점점 깨끗해지고 나머지 산소가 어떻게 돼요?
공기 중으로 날아와서 공기 중에 산소가 퍼지니까 하늘도 파란색으로 변하기 시작하죠.
-그러면 우리가 아는.
-색깔.
-투명하고 파란 바다는 저 때 만들어진 거예요?
-저 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거죠.
저 때 시작하니까 오래 걸리니까 한 달이 거의 3억 년쯤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처음에 만들어서 10여 년까지도 단단했던 거예요.
그다음이 돼서야 조금씩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계속 바닷속에는 박테리아만 있는 거예요.
어떤 박테리아는 산소를 사용하고 어떤 박테리아는 산소를 사용하지 못해요.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산소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어.
그런데 산소 농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잖아요.
산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박테리아는 산소가 독인 거예요.
힘들어. 그런데 그 옆에 마침 산소를 잘 활용하는 박테리아들이 있었어요.
산소를 사용하는 박테리아는 에너지 효율이 17배나 높습니다.
잘 사는 거예요. 그런데 산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박테리아는 좋아.
얘네가 다 산소를 처리해 주고 있으니까.
그런데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겁도 없이 산소를 사용하는 박테리아를 집어삼켜 버렸어요.
-누가요?
-산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박테리아가.
-왜요?
-모르겠어요. 왜 그랬는지. 삼켰어요. 삼켰는데 소화하지 않고 같이 살아.
-기괴한데요?
-같이 살게 된 거예요. 삼켜서 같이 살아.
-공생 관계가 되어 버렸네.
-최초의 공생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면서 산소를 사용하던 박테리아가
산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박테리아의 몸속에 들어가서,
세포에 들어가서 뭐가 되냐면 미토콘드리아가 됩니다.
-미토콘드리아.
-그게 미토콘드리아.
-학교에서 배웠죠? 학교에서 뭐라고 배웠습니까,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발전소라고 가르쳐줍니다.
-세포 발전소.
-그렇죠.
-엄청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거든. 그러니까 산소가 계속 들어와도 산소를 계속 생성해 주는 거예요.
에너지를 계속 생산해 주는 거죠. 그러면서 진핵세포라는 게 생깁니다.
원핵세포와 진핵세포가 있는데 원핵세포는 뭐냐 하면 원시적인 세포라고 생각하면 돼요.
세포 안에 그냥 유전자가 둥둥 떠다니는 거야.
진핵세포는 뭐냐 하면 유전자가 있는 염색체가 방이 따로 있어요.
그러고 있다가 9월쯤 돼서 처음으로 유성생식이 생깁니다.
-암, 수.
-암, 수가 생긴 거예요.
암, 수가 생기는 게 왜 그러냐 하면 산소 농도가 계속 높아졌잖아요.
되게 많은 생명이 산소는 독이야. 자꾸만 없어져요.
그런데 유성생식이 생기면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죽음도 생깁니다. 유성생식 때부터.
-그전까지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었군요.
-없죠. 유성생식 전에는 뭐예요? 무성생식, 복제잖아요. 그러니까 죽었다고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네요.
그대로 있으니까.
-그런데 유성생식은 뭐야? 암컷과 수컷에서 각각 유전자를 받았잖아요. 전혀 새로운 생명체예요.
-새로운 게 생겼네요.
-조금 다르니까.
그런데 유전자가 섞이면서 꼬이고 그러면서 돌연변이가 일어나요.
평상시에 돌연변이는 보통 좋은 일은 아니에요.
환경이 막 바뀔 때는 이 돌연변이 덕분에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거예요.
-그럼 저 때부터는 뭔가 종이 다양화됐나요?
-생명이 다양해질 수 있어요. 훨씬 다양해질 수 있고 죽음이라는 것도 생기고
다양해지고 조금 더 진화 속도도 빨라지죠.
그런데 그때가 9월인데 그 9월은 우리의 시간으로 치면 10억 년쯤 전이 되는 겁니다.
10월쯤 되니까 다세포 생명이 생깁니다.
세포가 여러 개 모여서 한 개의 생물을 이루는 거예요.
-진화를 하고 있네요.
-심지어 더 고급화가 되는 거죠. 손가락 끝에 있는 세포와 눈알에 있는 세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같을까요, 다를까요?
-같아요.
-다르군요. 다릅니다.
-같습니다.
-같습니다.
-달라요.
-같습니까, 다릅니까?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기능도 다르고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거다 보니까 똑같은 놈들끼리
굳이 모이지 않고 다양하게 있지 않을까요? 기능에 따라서.
-그러니까 모든 세포는 유전자를 갖고 있잖아요.
엄마랑 아빠한테 받은 유전자를.
그렇다면 만약에 다르다면 이 손가락 끝에 있는 유전자는 우리 아빠한테 왔고
눈알에 있는 세포는 307호 아저씨한테 왔을까요? 그럴 리는 없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데.
-다 똑같이 엄마와 아빠한테 왔잖아요. 그러니까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유전자는 같다.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위치에 따라서 역할이 다르니까
다른 형태의 모습을 갖고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이게 세포가 고도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는 거예요.
어떤 거는 보는 거, 어떤 거는 냄새를 맡고 어떤 거는 운동을 하고
다양한 세포의 구조를 가지고 세포가 조직이 되고
조직이 기관이 되고 이러면서 고급화가 되는 거죠. 그때가 10월쯤 되는 겁니다.
산소는 끊임없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항상 산소가 높아지는 게 문제잖아요?
유성 생식이 생겨야 하는 이유도 산소가 높아졌기 때문이야.
다세포 생명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로 산소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에요.
산소 농도가 더 높아졌어, 11월쯤 되니까.
-괴로워, 괴로워.
-15%가 높아졌어요. 지금 산소 농도가 21%예요.
15%는 산소량으로 치면 저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밖에 안 될 거예요.
산소량이 지금으로 치면 너무 적은 건데 그 당시 생명에게는 너무나 높은 거예요.
힘들어요. 위기에 빠졌어. 이때 생명들이 기가 막힌 장치를 발견합니다.
바로 단단한 껍데기예요.
-삼엽충.
-삼엽충 이런 거예요. 단단한 껍데기가 생기니까 어떻게 해요.
산소가 마음대로 투과하지 못해요. 확산이 마음대로 안 되는 거예요.
원하는 통로로만 전달되게 되는 거죠. 단단한 껍데기가 생기니까 갑자기 생명의 종류들이 많아져요.
-그렇겠네요.
-눈 커지고 갑자기 많이 나타나는 거예요. 그전에 지층 보면 그전에는 다 말랑말랑한 거 있잖아요.
말랑말랑한 거는 커질 수가 없잖아요. 물컹물컹하고.
그러니까 바로 그 이래 지층까지는 생명이 거의 없어요. 지층에.
그런데 딱 그 지층부터 엄청나게 많은 생명들이 있는 거예요.
대폭발한 것처럼, 빅뱅 한 것처럼. 그 지층을 보고 찰스 다윈이 깜짝 놀라요.
도대체 이때 무슨 일이 생겼길래 갑자기 폭발을 하는가.
자기는 진화가 이런 거야, 조금씩 조금씩 점진적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무슨 폭발이 일어났어.
혹시 내가 잘못 안 게 아닐까, 생각했단 말이에요.
이때가 생명의 역사를 1년으로 치면 11월 4일쯤 되는 순간입니다.
생명의 역사 1년인데 11월 4일쯤 돼서야 덩어리가 생기는 거야.
그때를 고생대의 시작이라고 하는 거예요.
지구의 역사를 지질시대로 표현하거든요. 지질시대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눕니다.
옛날 생명의 시대, 중간 생물의, 새로운 생물의 시대, 왜 이렇게 나누었을까요?
살고 있는 생명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에요.
예전에는 초등학교 졸업했다고 다 중학교 갔나요? 그거 아니잖아요.
초등학교 6년 했어? 수고했다, 졸업하자. 그런데 중학교 가야 하는데 중학교 자리가 없어,
반만 가자, 미안해. 중학교 3년 했어? 수고했어, 졸업하자.
왜냐하면 고등학교 자리가 없어, 반만 고등학교 가자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어떻게, 초등학교 입학하면 무조건 고등학교 가야 하잖아요.
12년 의무 교육이에요. 어차피 끝까지 가야 할 거 한 번에 졸업시키면 되잖아요.
왜 6년, 3년, 3년 나눠서 귀찮게 졸업식을 세 번이나 하게 하냐는 말이에요. 그 이유가 있죠.
각 나이에 따라 배워야 할 내용과 학습 체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곳에서 같은 선생님께 배울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나눠야 했던 거예요.
그만큼 생명도 완전히 다르거든. 그런데 고생대의 시작점이 약 5억 4100만 년 전이에요.
38억 년 전부터 생명이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33년은 뭐 하다가 5억 4100만 년부터 고생대인데?
이때 지구에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눈이 생긴 거예요.
-눈?
-eye?
-눈?
-eye. 주로 이거예요. 삼엽충 같은 애들이에요. 눈이 없을 때는 생명에게 목표가 없었어.
누구를 쫓아갈지 누구를 도망갈지 몰라. 입으로 아, 벌리고 몸에 여러 개 구멍 뚫고 있으면
누가 내 입이나 구멍에 들어오면 내가 맛있게 먹고 내가 재수 없게 누구의 입나
구멍에 들어가면 재수 없게 죽고 그런 거였어요.
-굉장히 수동적이었네요.
-그렇죠. 그런데 눈이 딱 생기니까 어떻게 해? 삶의 목표가 생기는 거예요.
내가 누구를 쫓아가야 할지, 누구를 또 도망가야 할지를 알게 된 거죠.
헤엄을 쳐야 해, 헤엄을 치려고 하니까 어떻게 해.
지느러미가 어떤 부속도 생기고 색깔과 모양도 다양해지고 점점 커지기 시작한 거죠.
눈은 정말로 모든 것을 바꿔버렸어요. 동물들이 빛에 반응하기 시작했잖아요.
벌레 같은 물컹물컹한 동물들이 갑옷을 둘렀고 경고색을 갖고 위장을 하기 시작했던 거예요.
바로 이때부터 엄청나게 다양한 생명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옛날에 캄브리아기 갑자기 나타나서 다윈을 곤혹하게 했던 화산의 대폭발이 뭐였냐,
눈의 탄생부터 촉발된 거라는 거죠.
-눈 때문이겠네요.
-눈이 없었으면 보이지 않으니까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을 거야. 다를 필요도 없는 거예요.
그런데 눈의 유전자가 갑자기 생겼냐, 그렇지는 않거든요. 이미 유전자는 있었습니다.
옛날에 눈을 만드는 스위치가 켜지지 않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스위치를 딱 켰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모든 생명이 눈을 갖게 되죠.
-그런데 저 스위치는 어떻게 켜지는 거예요?
-우연히 켜지는 거예요. 진화가 목표가 없어요. 목표가 없이 우연히 그렇게 되는 거예요,
우연히. 다시 지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구의 한 가운데에 내핵 있고 외 있고 맨틀, 지각이잖아요.
맨틀이 고체예요, 고체인데 움직여요. 그런데 맨틀 위에 뭐가 있어요.
-지각.
-지각 있잖아요. 맨틀이 이럴 때 그 위에 있는 대륙들도 같이 움직이겠죠.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 대륙의 분포가 바뀝니다.
오늘날의 대륙 분포, 3억 년 전의 대륙 분포, 5억 년 전의 대륙 분포예요.
대륙의 분포가 바뀌니까 어떻게? 바닷물의 흐름이 달라지겠죠.
바닷물의 흐름이 달라지니까 기후가 바뀌는 거예요.
기후는 생명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존 조건이에요. 그러니까 기후가 바뀌었어.
거기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가장 중요한 생존 조건이 바뀌었으니까 어떻게 해요?
살고 있는 생명들이 달라지는 거예요. 새로운 생명이 생기는 거예요.
새로운 생명이 생기는 걸 뭐라고 그러죠?
-교체, 세대교체?
-진화.
-진화.
-진화.
-진화라고 하는 거예요, 진화.
-진화.
-새로운 생명이 생긴 게 진화예요. 그러면 진화가 일어나려면 그전에 어떤 사건이 있어야 할까요?
-멸종을 해야죠.
-중요한 말입니다.
-없어져야 나온다.
-없어져야 해.
저는 스스로 자부하기를 대한민국을 비롯해서 겸손하게 표현하면
저는 아시아 최고의 과학관 관장이었다고 생각해요.
서대문자연사박물관 5년. 한 다음에 하루도 안 쉬고 서울시립과학 관장 4년 또 하고
하루도 안 쉬고 3년 동안 국립과천과학 관장을 했겠어요.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 나밖에, 아시아에 나밖에 없어요.
-아니에요. 그 말은 틀렸어요. 세계 최고의 관장님이세요.
-겸손하게 표현했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그거는 제 자부심이지 제 동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잖아요.
동료들은 다른 분을 관장으로 모시고 싶었어, 그분 자격도 있어. 관장이 못 왔어요.
왜 못 왔을까요?
-떡하니 버티고 계셨으니까.
-맞아요, 그 이유예요.
내가 떡하니 버티고 있거든. 그러니까 못 모시고 와. 그런데 내가 나가자마자 다 모시고 오는 거예요.
-지금 관장님이 멸종을 해야 새로 들어올 수 있다, 이 말이네.
-맞습니다, 맞습니다. 생명이,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진화가 되려면 그전에 무슨 일이 있어야 하냐.
멸종을 해야 하는 거예요, 멸종. 멸종이 나쁜 게 아니에요.
멸종을 해야, 누군가 자리를 지켜줘야 생명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가끔가다가 대멸종이라는 게 있어요.
-대멸종.
-대멸종은 뭐냐 하면 단체로 멸종하는 거예요.
-다 죽었네.
-다.
-그렇죠. 오르도비스기가 지난 다음에 갑자기 생명들이 한 85%가 멸종합니다.
-85%.
-뭔 일이 일어났을까? 이때 지구가 얼음덩어리가 되어 버려요.
어차피 생명들은 다 바닷속에만 살고 있었거든요.
지구 육상에는 아무도 안 살고 있는 거야.
그런데 왜 바다가 얼었기로서니 속까지 다 얼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위에만 얼었을 거 아니야? 왜 생명의 85%가 멸종할까.
-햇빛 차단?
-맞아, 반사.
-햇빛 차단? 생각해 봅시다. 바다가 이렇게 있었어요.
얕은 바다, 대륙봉에 깊은 바다 있단 말이에요. 주로 바다 생명들은 대륙봉에 사는 거예요.
그런데 원래 이렇게 잘 있었는데 갑자기
지구가 어떻게 돼요? 얼음덩어리가 되어 버렸어. 그러면 어떻게 해요?
바다로 내려가야 할 물이 내려가지 못하고 육지 위에 빙하로 있는 거잖아요.
바닷물이 높이가 어떻게 되겠어요?
-내려가겠죠.
-낮아지잖아요. 그러니까 살 수 있는 지역이 서식지가 확 줄어든 거예요.
그러니까 옛날에 30평짜리 아파트에 10명이 살고 있었어, 바글바글 대면서.
충분히 살 수 있죠. 그런데 갑자기 집이 13평으로 줄어들었어. 다 살 수는 없는 거예요.
몇 명 나가야 하잖아요.
-좁죠.
-딱 그런 상황이 된 거예요. 이때, 오르도비스기 때.
그러면서 생명들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지금도 북극의 빙산이 줄어드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남극의 빙하가 녹는 게 커다란 문제거든요.
고생대 끝에는 무려 세 번째 대멸종이 있었는데 그때는 생명의 95%가 멸종합니다.
-거의 다 죽었구나.
-페름기 대멸종.
-95%나 멸종했다는 뜻은 100마리 가운데 5마리가 살아남았다는 뜻이 아니에요.
-종이 사라졌다는.
-그렇죠, 맞아요. 100마리 가운데 95마리가 죽은 게 아니라 100종류 가운데 95종류는
1마리도 살아 남지 못하고 싹 다 죽어서 멸종을 했고 나머지 다섯 종류가 남았는데
잘 살아남은 게 아니라 거의 다 죽었지만 멸종만 당하지 않은 상태예요.
-목숨만 붙어 있네요.
-이게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고 종이 그만큼 없어졌다는 거는.
-그렇죠. 위기에 빠진 거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95%가 멸종했나.
딱 세 번째 대멸종 첫 번째 이유가 이거예요. 판게아 초대륙이 만들어졌습니다.
-대륙.
-대륙이 만들어졌는데 왜 살기 어려운데?
-화산이 폭발해서.
-대륙이 다 모이니까요. 살기 좋은 해안선이 줄어든 거예요.
-물과 땅이 맞닿은 선들이 줄어든다는.
-대륙이 커지니까.
-주로 바닷가는, 해안선은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먹을 게 많은 데예요.
그런데 대륙이 합쳐지니까 어떻게 해. 해안선이 줄어들었어.
절대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 줄어들었잖아요.
그다음에 주로 내륙 한가운데가 늘어났는데 내륙 한가운데 주로 뭐가 많습니까?
사막이 많잖아요. 살기 좋은 해안선은 줄고 사막이 늘어났어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지금 산소 농도가 21%잖아요.
그런데 고생대에서 중생대로 넘어갈 때는 한때 산소 농도가 33%였어요.
-엄청 높네요.
-산소 농도가 엄청 높아서 생명들 너무 좋았던 거야.
조금만 먹어도 막 달려도 지치지 않고 산소 많으니까 조금만 먹어도 무럭무럭 자라고 그랬어요.
이때는 잠자리가 메가네우라는 잠자리가 있었는데요.
날개 펼치면 1m 50이에요. 70, 70, 60cm.
그다음에 아르트로플레우라라는 노래기가 있어요.
-노래기?
-노래기가 뭐냐 하면.
-지네 비슷하게 생긴 거, 조그마한 거.
-지네 비슷하게 생긴 거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두께 10cm, 폭 30, 40cm. 길이 3m, 5m야.
-뱀이지 뱀.
-뱀보다 더 커요. 머릿속으로 생각해 봐요. 머리 위로 1m 50짜리 잠자리 날아가고
가랑이 사이로 3m, 5m짜리 지나가고.
-가랑이 사이.
-굳이 이쪽으로. 무섭네요.
-우리 쪽에서 뭐야, 하겠지만 그 당시 생명에게는 천국인 거예요. 살기 너무 좋아.
산소 농도가 지금보다 낮은 20%까지, 20% 떨어진 거야. 살 수가 없죠.
35%에 적응했던 생명체가. 점점점 생명들이 바뀌어 가게 되는 거야.
멸종하고 진화하고, 멸종하고 진화해야 하는데. 이게 또 다가 아니었어요.
화산이 터집니다. 그림에서 오렌지색 부분이 시베리아 트랩이라는 건데 트랩이 뭐냐 하면
지질학에서 말하는 트랩은 현무암덩어리예요.
현무암 보려면 어디 가야 합니까?
-(함께) 제주도.
-제주도 가면 시커먼 돌, 다 현무암덩어리예요, 화산암이에요.
그런데 시베리아에 현무암덩어리는 크기가 유럽 크기만해.
그러니까 두께는 평균 두께가 한라산 높이가 1950m인데 그 정도 되는 거예요.
한라산 높이의 현무암덩어리가 유럽만큼 있는 거예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화산이 터졌을까요?
저기 뭐 판교 아래쪽에 사는 친구들은 위쪽에 무슨 일이 났는지 몰라.
하지만 슬금슬금 슬금 자기들이 동료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죠.
왜냐하면 화산에서 화산재가 나오면서 햇빛을 가리고 광합성 안 되고 추워지는 거예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거기에서는 이산화황, 염소, 불소, 이산화탄소 같은 게 막 나오는 거예요.
그게 산성 물질이잖아요. 바다를 산성화시켜요. 토양도 산성화해. 거기에 이산화탄소는 또 뭐예요?
-온실.
-온실가스잖아요. 더워지는 거예요. 생명이 죽으면 썩잖아요.
썩을 때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되고 산소가 없는 환경 있잖아요,
바다 깊은 곳, 땅 깊은 곳에서 죽으면 메탄이 돼요, 썩으면.
바다 깊은 데는 메탄이 많은 거야.
그런데 화산에서 이산화탄소가 계속 나오니까 어때요, 지구가 더워지잖아요.
더워지니까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메탄아이스가 떠올라요.
떠올라서 공기 중에 메탄이 나와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구는 점점 더워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쪽으로는 지구는 산성화되고 지구는 더워지고 있는 거예요.
이런 게 다 모여서 세 번째 대멸종이 온 거예요.
-다 죽여버리는.
-그러면서 고생대에서 중생대로 바뀌는 거예요. 이때 본격적으로 공룡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공룡도 결국 멸종하고 말잖아요. 그때 공룡이 멸종하는 게 다섯 번째 대멸종이에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공룡의 멸종에 관한 이론이 100가지도 넘었어요.
이게 뭐냐 하면 쓸 만한 이론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에요.
100가지 중에 뭐냐 하면 공룡들이 상사병에 걸렸어요.
-상사병.
-공룡들이 미쳤나 봐요도 있고 아무도 거기 신뢰를 갖지 않았어요.
-귀엽다.
-지금 초등학생들도 다 알아요. 공룡이 왜 멸종했냐. 또 쳐다보면서 그거를 질문이라고 하신다 이래요.
-질문이라고.
-6600만 년 전에요.
지름 10km짜리 거대한 운석이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에 꽝 부딪혔잖아요.
그러면서 멸종한 거죠. 다 알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그게 단순하게 일어난 것이 아니었던 거예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공룡의 멸종은 2단계로 나뉘는데 그전에 먼저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인도의 데칸권에서 화산이 터져요.
이때 공룡이 확 멸종합니다. 그런데 끝장 나지는 않았어.
-조금 남아 있었어요.
-조금 남아 있었어. 그런데 이때 운석이 부딪히니까 끝장 나 버리는 거예요.
-아예 명줄을 다 끊어버렸군요.
-그렇죠.
그런데 재미있는 게 뭐냐 하면 화산이 터지기 전이나 화산이 터져서 멸종이 시작된 다음이나
공룡의 생물량은 그대로예요.
-생물량은 그대로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만약에 이때 공룡이 10억 마리 살고 있었다면
공룡의 멸종이 시작된 다음에는 여전히 10억 마리 살고 있는 거예요.
10억 마리가 그대로 10억 마리야. 그게 뭐가 멸종이야. 멸종 맞아요.
-종이 없어잖아요.
-그렇죠. 멸종이라는 게 뭐예요. 마릿수가 줄어든 게 아니잖아요.
종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거예요. 종의 다양성이 떨어진 생태계는 어떤 생태계예요?
아픈 생태계. 비실비실한 생태계, 허약한 생태계잖아요.
이렇게 허약할 때 운석이 부딪히니까 끝장 나고 말았던 거죠.
만약에 이때 화산이 터졌을 때 종의 다양성을 조금 더 많이 유지하고 있었다면
운석이 부딪혀도 끝장 나지 않고 좀 남아 있겠죠, 그렇겠죠.
-다 죽지는 않았을 거다.
-그렇죠. 그렇다면 우리한테는 재앙이죠. 우리는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공룡들이 다 멸종해 주셨기 때문에 우리가 등장할 수 있었던 거예요.
공룡의 멸종은 내가 아무리 공룡을 좋아해도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던 거죠.
생명의 역사 38억 년을 1년여라 한다고 그랬잖아요.
1년 중에 사람이 등장한 시점은 12월 31일 오전 10시였습니다.
700년 전에.
-마지막 날이네요.
-진짜 조금밖에 안 되네요.
-그렇죠.
-너무 작다.
-오전 10시에 한 공통 조상에서 한 새끼는 침팬지 조상이 되고 다른 새끼는 인류의 조상이 된 거야.
또 오후 4시가 되니까 직립을 했어, 사람이. 두 발로 걷기 시작했어.
밤 11시 40분이 되니까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했어. 이미 다른 이유들도 많이 있었던 거죠.
-진짜 얼마 안 됐는데.
-11시 50분에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바깥으로 나왔어.
나왔더니 다양한 인류들이 있어. 그걸 다 죽여.
-다 죽여, 다 죽여.
-얼마 만에? 5분 만에.
-5분 만에.
-그러고서 그 5분 후인 자정에 보물선을 탄 거죠. 봅시다.
지금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겪고 있습니다.
-겪고 있다고요?
-네, 여섯 번째 대멸종은 대략 1950년부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인류세라고 그래요, 우리는.
-인류세.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된 거예요. 멸종 속도가 이렇게 엄청 빨라지고 있어요.
-선장님 의견이십니까?
-아니에요. 이거 과학적인 거죠. 내가 뭐 어떻게 뭘 어떻게 해.
-그러면 지금 이제 진행되고 있다는 거는 인간의 멸종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 인간만 멸종되는 게 아니라 종이 단순히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있잖아요. 한 25년 전부터 멸종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때 과학자들이 뭐라 하면 여섯 번째 대멸종은 짧으면 500년 길면 1만 년쯤 걸릴 것 같아, 이랬어요.
그런데 그때도 제가 보기에는 1만 년은 좀 터무니없이 긴 것 같고.
500년은, 500년은 말이야. 과학자들이 시민들.
-(함께) 겁주려고.
-너무 짧게 잡은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어쩌면 500년도 충분히 긴 거 아니야라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놀랍다.
-왜 온도가 오르는 게 과학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최근에 한 18개월 동안 확 올랐어요.
생각보다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래도 또 생각해 보니까 있죠.
지난 다섯 차례 대멸종을 보니까 세 번째 대멸종이 가장 심각했잖아요.
그때도 5%는 살아남았잖아요. 이번에도, 이번에도 뭐 5% 살아남을 때 인간만 끼면 되지.
그게 뭐가 걱정이야.
-그걸 우리 마음대로 못 하니까.
-괜찮아, 우리는 굉장히 멋진 장면을 볼 거야. 다른 생명들은 다 사라졌어.
거기에 새로운 생명들 막 생겨날 거 아니에요. 우리 되게 멋진 파노라마를 볼 거예요.
그런데 역사가 가르쳐 준 게 있더라고요.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보니까 그 당시의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어.
또 생물 양이 가장 많은 생물도 반드시 멸종했어. 그런데 지금 최고 포식자가 누구야?
-(함께) 인간.
-인간이에요. 생물 양이 가장 많은 생물도 누구야?
-(함께) 인간.
-인간이에요. 그러니까 역사가 가르쳐준 데,
자연사가 가르쳐준 데에 따르면 우리는 이 여섯 번째 대멸종을 통과할 수.
-없다.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걱정을 하는 거죠. 우리가 달팽이, 지렁이, 풍뎅이,
직박구리가 걱정돼서 여섯 번째 대멸종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문제 때문에 걱정을 하라는 거예요. 이제 인류사로 갑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려면 흔히 두 가지가 있었어요.
기원전 1만 년에 일어났던 농업 혁명과 증기 기관까지 시작된.
-산업 혁명.
-산업 혁명이 있었어요.
만약에 산업혁명이 없었다면 지구 인구는 기껏해야 10억 명에 불과했을 거예요.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에 인구가 80억이나 늘어난 거예요.
그러니까 산업혁명이 정말 대단한 거죠. 산업혁명이라는 게 뭘까.
한 줄로 요약한다면 산업혁명이란 석탄과 석유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강력한
에너지원을 마음껏 쓰게 된 거예요.
덕분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 됐는데 그 결과가 뭐냐면 이산화 탄소예요.
한 1억 6000만 년 동안 지구 대기의 이산화 탄소 양은 0.02% 정도였는데
최근에 한 100년 사이에 우리가 좀 만든 거예요.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 거예요.
1억 6000만 년 동안 꼼짝도 안 한 것을 확 바꿔버렸어요.
-대단하다.
-대단한 거죠. 그러니까 문제도 일으켰으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노력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숫자가 중요해요. 많은 분들이 종의 다양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달라고 하는데요.
동물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안 그래요.
동물들은 농사짓기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구성이 바뀌었을 뿐이에요.
만 년 전에는 척추동물의 99.9%가 야생동물이었어요. 0.1%만 인간, 가축이었어요.
그런데 99.9%였던 야생동물이 3%로 줄어들고 0.1%밖에 안 됐던 인간과 가축이
97%이 된 거예요. 97% 가운데 32%가 인간이고 65%가 가축이에요.
32%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 몇 종류입니까?
-한 종류요.
-한 종류예요. 세 종류라고 하시면 큰일 나요. 한 종류예요.
65%를 차지하는 가축 몇 종류입니까? 세볼까요?
소, 염소, 양, 말, 돼지 다섯 종류 있어요. 개, 고양이는 아시죠.
그리고 또 뭐 있습니까? 알파카, 라마.
-낙타.
-낙타, 뭐 하여튼 뭐 있죠. 토끼, 오리 뭐 10여 종 되는 거잖아요. 수십 종밖에 안 되는 거예요.
이 이야기는 뭐냐면 1만 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동물의 다양성이 엄청나게 떨어진 거예요.
종의 다양성이 떨어졌어요. 허약한 생태계, 아픈 생태계, 비실비실한 생태계예요.
마지막 한 방, 마지막 한 방이 이산화탄소였는데 너무나도 떨어지니까
마지막에 살짝 부딪혀도 끝난 겁니다.
-위기네요.
-지난 5차례 대멸종을 보니까 그 대멸종이 왜 생겼냐면 기후 변화 때문에 왔어요.
그런데 이 기후 변화의 원인은 뭐냐면 자연적인 거였어요.
화산이 터지든지 운석이 부딪히든지 대륙이 합쳐지는 거예요.
그 당시 생명들이 할 수 있는 게 있었을까요?
-없었죠.
-없었죠.
-속수무책이에요. 그들의 책임도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의 원인도 마찬가지로 기후 변화야.
그런데 이 기후 변화의 원인은 누구죠?
-인간.
-인간에게 있죠.
-인간이에요. 그러니까 너무나 좋은 거야.
-그러네요.
-그렇죠?
-이게 우리가 노력만 하면 바꿀 수 있는 거잖아요.
-맞아요. 만약에 지금도 원인이 뭐 자연적인 거다. 우리가 할 게 없어.
우리가 운석을 막겠어요.
-기도만 해야지.
-터지고 있는 화산을 밀어내겠어요. 인간이 문제니까 너무나 간단한 문제인 거예요.
우리만 변하면 되는 거예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속도가 중요해요.
빨리 해야 해요. 많은 분들이 지구가 멸망했어, 지구가 아파요, 지구 좀 고쳐주세요,
지구를 살립시다.
하는데 지난 5차례 대멸종을 보니까 지구는 아파 본 적이 없어, 지구는 망한 적이 없어.
거기에 살고 있던 생명들이 문제지.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지구가 아플까요?
-아니요. 우리가 아프죠.
-그렇죠. 우리가 아픈 거예요. 지구는 걱정할 게 없어요.
지구는 앞으로 50억 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있을 겁니다.
거기에 살고 있는 생명이 달라질 거지. 50억 년 지나면 태양이 커져서 지구를 삼킬 거예요.
그전까지 지구는 안녕해요. 우리는 지구 걱정할 게 아니라 누구 걱정할 때야?
-내 걱정.
-우리 걱정할 때야. 그런데 나만 혼자 걱정하면 되는 게 아니야.
다른 생명도 종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하니까 다른 생명들도 같이 지켜야 하죠.
왜 다른 생명을 왜 지키냐? 우리가 사회 동포 주위를 지키는 게 아니라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것.
-그런데 진짜 오늘 선장님 말을 들으니까 그냥 마저 지구 온도 안 올라가게
환경 보호 힘써야지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가 이렇게 대멸종 시기를 가르쳐주면서
말씀을 하시니까 확 와닿는 것 같아요.
-좀 더 발등에 불똥 떨어진 느낌이 납니다.
-좋습니다. 오늘의 강의 또 한마디로 정리를 해 주신다면요?
-우리는 이미 보물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도를 가지고 있는데 망설일 게 뭐예요?
저기에 있다는 거를 아는데 거기를 항해하면 됩니다. 지금 당장.
-라잇 나우.
-라잇 나우.
-행동하자. 지금 당장.
-출발.
-당장.
-알겠습니다. 오늘 두 분도 느낀 거 많았을 것 같아요.
-들으면서 어찌 됐건 나 하나쯤이야 이런 생각도 가지고 많이 살았고. 빨리 내가 차를 바꿔야겠다.
기름 드는 차 말고. 전기차로.
-중요합니다.
-와이프랑 빨리 잘 상의해서 차를 빨리 바꿀 수 있도록.
-이거 약간 차 바꾸고 싶어서. 약간 이용해 먹는 것 같은데.
-일석이조입니다. 일석이조입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아까 맨 처음에 우리가 지구의 멸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때 인욱 씨가 지구가
다 부서지는 거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지구 걱정할 때가 아니고
입주자인 우리를 먼저 걱정해야겠구나.
그래서 저는 선장님이 말씀해 주셨듯이 지구를 걱정하기보다 우리를 위해서 조금 더 이기적으로
생각해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 조금 더 빨리 움직여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한번 더 해봤습니다.
-저는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 이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어.
-다 죽어. 다 죽어.
-이 유명한 대사가 바로 떠오르더라고요. 여섯 번째 대멸종, 이미 시작됐습니다.
-진행 중이에요.
-아름다운 지구에 오래오래 함께 우리가 살려면 행동, 라잇 나우.
지금부터 시작을 진짜 해야 할 때는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지식항해 여기에서 마무리 해보고요.
외치면서 끝내 보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찾아라.
-(함께) 보물지도.
-라잇 나우.
-선장님, 그러면 이탈리아에서 날아오신 건가요?
-네.
남편은 가이드로 바빴고 저는 이탈리아에서 처음 겪는 모든 육아의 상황이 다 힘들었어요.
못하겠다. 엄마가 너무 보고싶다고. 아이가 저의 말에 대답하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슬퍼하지 말라고 엄마의 엄마를 대신해서 내가 온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되게 약간 이탈리아적인 표현인 것 같은데.
-맞아요.
조금 놀라실 것 같은데 초등학교 5년이라고 그랬잖아요. 5년간 반과 선생님이 같아요.
-그냥 한 반에서?
-한 반에서 5년을 가요.
이탈리아 도착해서 지금 두 아이와 함께 이탈리아에 살아가고 있는
19년 동안 과정들을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