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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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지도 - 홍길동전은 최초의 한글 소설? (유광수 / 연세대학교 교수)

등록일 : 2025-01-02 16:35:58.0
조회수 : 452
-보물이 되는 지식을 찾아 떠납니다. 펼쳐라.
-(함께) 보물지도.
-오늘도 두 분께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을 해 보겠습니다.
두 분이 생각하시기에는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들 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아무래도 만화책?
-만화책.
-만화책!
-만화책!
-어질어질합니다.
-만화책.
-만화책!
-만화책보다 더.
-만화책 중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들이 있잖아요.
-저는 제 주위가 거의 운동, 야구하는 친구들이라서 야구 만화책을 많이 보더라고요.
-되게 편파적입니다.
-야구 만화책, 야구 만화책 뭐 유명한 거 있어요?
-뭐지? 다이아몬드 뭐.
-다이아몬드 뭐.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잘 모르네요.
-만화책을 별로 안 좋아해서.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는가.
-나한테는 아니고.
-제가 보기에는 김치나 고추장이 아닐까.
일단 정말 거의 안 먹은 사람이 없을뿐더러 항상 밥상에 올라오니까.
-그럴 수 있겠네요.
-꾸준히 사랑받는 것.
-두 분이 말한 것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들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고전문학인데요.
오늘 선장님을 모시고 우리나라 고전문학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장님 모셔볼게요. 선장님.
-(함께) 나와 주세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고전문학 하면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무슨 생각이 떠오르세요?
-그냥 고전적이고 뭔가 딱딱할 것 같은 느낌.
-옛날 것.
-딱딱하다, 옛날 것. 또요?
-한자로 적혀 있을 것 같다.
-한자로 적혀 있는 것도 있고 한글로도 적혀 있는 것도 있지만 그 한글도 읽으면 잘 이해가 안 되고요.
저는 고전문학 하면 주변에서 들었을 때 가장 많은 들은 이야기가 뭐냐 하면 재미없어요.
-재미없어요.
-재미없습니다.
재미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뭐냐 하면 그때 그 시절의 사람들의 느낌은 다 사라지고
그냥 결과만 가지고 보기 때문에 재미가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고전은 의무처럼 되어 버렸어요.
왠지 고전을 모르면 조금 이상할 것 같고 한국을 조금 싫어하는 사람 같기도 하고.
한국 사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하면서 고전 하면 뭔가 부담감이 느껴져요.
그런데 사실은 부담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좋은 게 많아요. 또 가치 있는 게 많습니까.
그것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요. 고전이 필요한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너무너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고전이요?
-네. 지금 나에게 너무너무 깊은 감동과 지금 나에게 굉장히 유익하니까
필요하지 유익하지 않은 거를 시험 보시지 않으실 거잖아요.
고등학교는 이미 시절이 다 지났잖아요.
고전문학 우리가 공부할 것도 아니고요. 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고전문학을 고전문학으로 제대로 알려면 그때 그 시절로 가야 합니다.
-어떻게 가요?
-배를 타고요.
-오늘 배를 타고 가는군요.
-배를 타고 가야 합니다. 그때 그 시절로 가야 해요.
그때 그 시절로 갈 때 제일 중요한 게 뭐냐 하면 지금 여기를 잠시 잊고 가셔야 해요.
여기 거는 놓고 거기는 어떻지 하고 한번 가보셔야 해요.
여기 생각을 가지고 가시는 게 아니라 거기도 사람이 살았고
그때 사람도 즐거웠고 행복했고 하는 곳을 운전을 해 가면서
쭉 가시면 정말 살아서 춤추는 엄청나게 아름다운 춤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 저희가 뿅 이렇게 하면 우리 감독님들께서 CG로.
-CG로.
-한복 입혀주시나요?
-또 어려운 거 시키고 있네.
-우리 해 보자, 해 보자, 해 보자. 해 보자.
-(함께) 하나, 둘.
-셋.
-(함께) 뿅.
-색깔이 휘황찬란한데요?
-이제 준비가 됐습니다.
-준비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전문학 작품 중에서 정말 이거는 잊을 수 없어
또는 제대로 본 적도 없고 읽은 적도 없지만 이 작품은 내가 알아 하는 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게 뭐죠?
-고전문학들 중에요?
-한국 고전문학 그러면 생각하는 작품 이름을 한번 이야기해 보세요.
-심청이?
-심청가.
-심청전, 심청전, 심청가.
-토끼전.
-토끼전.
-코치님.
-흥부전.
-흥부전.
-다 이야기했는데요.
-많지, 얼마나 많은데.
-나 모르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이름.
-그 동사무소 가면 있는 아이.
-맞아요, 맞아요.
-아저씨, 홍길동.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동사무소에 가 있으면 쓰여 있는 사람 이름, 홍길동.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왜 오랫동안 홍길동이 영웅으로
또 홍길동전이 민족의 고전으로 계속 이어져 왔었는데
요즘 들어 별로 의미 없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 하는 이야기 속에도 담겨 있고요.
-궁금하다.
-그다음 홍길동전을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거 있지 않습니까?
그거하고는 꽤 많이 다른 이야기를 오늘 들으시게 되실 겁니다.
-교과서에는 없는 이야기?
-교과서에는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것을 제가 이걸 공부하고 연구했으니까
이게 맞아라고 말씀을 드리지 않을 거고요.
오늘 같이 항해하시는 선원분들과 모든 분들이 스스로 들어보시고 진짜 그런가,
안 그런가를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정말 오늘 항해의 마지막에 아시게 될 홍길동은 영웅인가 아닌가에서
진정한 큰 감동을 느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오늘 홍길동전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우리가 이때까지 알고 있던 홍길동전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의 홍길동전 그동안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잖아요.
-그렇습니다.
-기대됩니다.
-홍길동전은 안팎으로 불온하고 불길한 시선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안팎으로.
-안팎으로요?
-안팎으로 다?
-홍길동전이라는 작품을 놓고 바깥에 둘러싸고 있는 불길한 시선들이 있습니다.
-불길한 시선이요?
-불길하고 하시든 조금 다른 말로 불편한 시선들이 있어요.
-불편한 시선들.
-홍길동전 하면 학교에서 배울 때 제일 먼저 뭘 배우셨나요?
-최초의 한글 소설.
-맞습니다. 맞습니다.
홍길동전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또 홍길동전이 중요하게 된 이유는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고 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배웠어요.
그러면 왜 최초의 한글 소설인가요.
어떤 근거가 있어야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고 배우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학교에서는 왜 홍길동전을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고 가르치나요?
-남아 있는 한글 소설들 중에 가장 오래된 거니까.
-비슷합니다.
-누가 소문처럼 야, 그게 제일 먼저 적은 거래 이렇게 해서 다 그게 소문이 사실화된 거예요.
-굉장히 정말 정확한 접근을 하셨어요.
홍길동전이 최초의 한글 소설이 된 건 허균이 지었기 때문에 최초가 된 겁니다.
-지은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지정할 수 있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정확하세요. 근거가 딱 하나 있습니다. 택당 이식이라는 분이 계셨어요.
택당 이식이라는 분이 그냥 많은 이야기 중에 허균에 대한 이야기의 언급이 그 안에 있어요.
내용이 뭐냐 하면 수호전을 지은 사람은 도적을 미화했다는 것을 생각해서
그 자손들이 다 벌을 받았다.
그런데 허균과 그의 무리들이 자기 수호전을 너무 좋아해서 수호전에 나오는
도적들의 호칭을 가져다가 자기들끼리 서로 부르며 낄낄 웃으며 다니면서
그런 짓들을 했고 역사상 보면 그들이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켰었다.
그런데 이 허균이 수호전을 모방해서 홍길동전을 지었다고 언급했어요.
-이식 선생님이요.
-택당 이식이라는 분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이른 시기에 허균에게서 공부를 배웠던 분이거든요.
그러니까 허균과 관련이 있는 분이에요.
이 이후에도 조선시대 내내 홍길동전은 허균이 지은 거야라는 언급이 몇 개가 있어요.
-그러니까 이식 선생님의 기록 말고도요.
-말고도요.
그런데 그다음 기록들은 어떤 거냐 하면 옛날 분들이 글 쓰는 방법은 여기저기서 들었던 거,
당신이 봤던 책에 있는 걸 그냥 옮겨적는 거예요.
표절이 아니라 아는 거를 많이 가져다가 잘 정리하는 스타일식으로 옛날 분들은 책을 적었어요.
후대분들이 적은 건 택당 이식 선생이 쓴 택당집에 있는
기록을 봤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지금 홍길동전을 지은 작가는 허균이다라는 거의 유일한 증거이자
기록은 택당 이식이 쓴 글이 전부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정확하세요. 이게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뭐냐 하면 허균 선생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홍길동전을 빼고 나서도 글을 많이 쓰셨어요.
시를 보고 시에 대해서 풀이하는 글도 쓰셨고요.
또 우리가 보기에 소설하고 비슷한 전이라는 걸 썼어요.
남궁선생전. 장생전 이런 것처럼 다섯 편의 작품을 쓰셨는데 그거는 다 한문으로 쓰셨습니다.
허균 선생이 쓴 글들은 홍길동전을 제외하면 다 한문으로 쓰셨어요.
다 한문으로. 아무튼 우리는 거기까지만 잠시 하고 나중에 다시 정리하기로 하고요.
-점점 의심이 생기는데요.
-있는 그대로 어느 편을 들 필요도 없고요.
이렇게 허균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지었는데라는 건 조선시대 내내 쭉 나왔는데
그러면 택당 이식 선생님은 뭐라 그랬죠?
홍길동전은 허균이 지었어라고 하셨어요. 우리 거기에 뭐가 없죠?
홍길동전은 허균이 한글로 지었어 이렇게 말하진 않으셨어요.
홍길동전은 허균이 한문으로 지었어. 이 얘기도 안 하셨어요.
-그냥 지었어.
-그냥 지었어예요.
여기서 너무 당연한 택당 선생님은 진짜 허균이 쓴 걸 봤으니까
또는 그렇게 생각하시니까 쓰셨겠죠.
그분이 만약에 보셨다면 한문으로 쓴 걸 보셨을까요?
한글로 쓴 걸 보셨을까요?
-진짜 물어보고 싶네요.
-물어보고 싶으시죠?
다른 문제라면 이런 건 연구자들이나 학자들에게 아무 의문도 되지 않습니다.
택당 이식은 한학을 하셨고요. 한글로 쓰신 글은 없고 한문으로 다 쓰셨죠.
당연히 허균이 썼다면 한문으로 썼을 테고 한문으로 쓴 걸 보셨을 테고
그거는 한문으로 쓴 홍길동전일 거야라고 학자들은 당연히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렇지 않고 한글로 썼을 거야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는.
그렇게 된 가장 중요한 게 뭐냐 조선시대 내내 홍길동전을 한글로 썼는지
한문으로 썼는지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거든요. 누구에게 중요하죠?
우리들에게만 지금 중요합니다.
-문제 풀어야 하니까.
-문제 풀어야 하고요.
이게 최초의 한글은 누구 거냐라는 것이 되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던 우리들에게만 중요한 겁니다.
옛날 분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나도 안 중요한데.
-안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거? 하나도 안 중요합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그걸 의미화시켜서 가져온 것입니다.
왜 가져왔는가 필요하니까. 어디에 필요하냐?
우리의 삶에 실제 필요하기보다는 그렇게 가져온 것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입장에서
필요하니까 가져온 겁니다.
그리고 그걸 계속 재생산했던 거죠.
그러면 허균의 홍길동전은 한글로 지어졌어라는 걸 최초로 말씀하신 분이 누구냐.
김태준이라는 분입니다.
김태준이라는 분이 동아일보에 1930년대에 조선소설사라는
우리나라 전체 조선 소설의 역사에 대한 걸 칼럼을 연재하셨어요.
1930년대는 일제강점기죠. 1930년입니다.
그때 막 하시면서 이분이 제목을 적으셨어요.
한글 소설 홍길동전, 이렇게 해서 홍길동전이 한글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허균이 지었어라는 것을 말씀하셨어요.
우리의 수없이 많은 문화를 다 뒤지면 홍길동전은 허균이 지은 거야를
최초로 말한 사람은 택당 이식 선생님 조선시대 분이고요.
한글로 지었어를 최초로 말한 사람은 1930년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김태준 선생님입니다.
이분이 나중에 이거를 모아서 1933년 책으로 내셨어요.
그러니까 33년이 아니라 빨리 해도 1930년에 이분이 한글로 홍길동전을
허균이 지었어라고 얘기하신 역사상 최초의 분이십니다.
그러면 너무 당연히 질문하고 싶잖아요. 무슨 근거로 한글로 쓰셨다 그랬을까?
이런 게 질문이 되고 있잖아요.
-이분 살아 있나요?
-돌아가셨죠.
돌아가셔서 여쭤볼 수도 없고 이분이 계시는 동안에 돌아가셨는데
이분은 한글로 썼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으셨어요.
-진짜요?
-이분이 그러면 허균이 홍길동전을 한글로 지었다고 그러면서 제시하셨던 건
앞서 봤던 택당 이식의 그 기록뿐이에요.
그다음에 더 중요한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사람들이 조선 사람들을 제대로 지배하기 위해서 사고 방식을 막 연구했거든요.
옛날얘기도 막 수집하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 가져다가 막 하고.
막 조선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읽는 홍길동전은 베스트셀러였어요, 당대에도.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였습니다. 그래서 그거를 일본어로 번역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일본어로 번역을 한 건 일본에 소개하려고.
1926년 호소이 하지메가 일본어로 번역했습니다.
그러면 번역하면 이거에 대해서 어떻게 해요?
한국을 잘 지배하고 한국을 잘 이해하고 한국을 잘 분석하기 위해서 한 거니까
뭐가 있다면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분도 역시 허균이 지었다는 언급은 안 하셨어요.
안 했다 그래서 허균이 아닌 건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 냉정해요.
처음에 하는 얘기는 냉정한 겁니다. 허균 언급 아직 안 했어요.
-객관적으로.
-그다음에 중요한 사람이 누구냐면
1927년 경성제국대학교 교수였던 다카하시 도루라는 분이 있습니다.
꼭 기억해야 할 유명하고 중요한 언급을 했어요.
1927년이니까 우리 아까 1930년 최초로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언급했던
김태준보다 빨리 쓰신 거죠.
-3년 빨리.
-미리 이야기하면 다카하시 도루는 경성제국대학교 교수였고
김태준 선생은 경성제국대학교 학생이어서 사제 관계였고요.
이분하고 이분하고 같이 공부한 게 틀림없습니다.
나중에 두 분이 같이 공동 보고서도 써냈어요.
그러니까 다카하시 도루에게서 김태준 선생이 배운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거는 논란의 여지가 없어요.
다카하시 도루가 근대에 들어와서는 최초로 택당 이식의 홍길동전이
허균이 지었어라고 하는 순간 쭉 와서 근대에서는.
홍길동전은 허균이 지었다라고 언급하셨어요. 최초로.
언급하면서 그 근거로 뭘 이야기했냐면 우리가 아까 봤던 택당 이식의 기록을 가져왔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하면서 그거를 배운 김태준 선생이 그걸 가지고
그다음에 한글 소설 얘기를 했겠구나 이렇게 알 수 있겠지만
사실 다카하시 도루 선생이 말했던 곳을 보면 뭐라고 돼 있냐 하면 이렇게 돼 있습니다.
지금 조선의 많은 사람이 읽고 있는 홍길동전은 택당 이식의 글에 의하면 허균이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택당 이식이 본 것은 한글로 지어진 홍길동전이 아니라 아마도 한문이었을 것이다.
그 한문 원본은 언제 사라졌는지는 모른다.
-이 교수님의 제자인.
-김태준.
-김태준 님은.
-왜 한글로 썼다고 한 거예요?
-한글로 쓴 것이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강화시킨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이.
-그러면 같이 사제 관계인데 스승은 한글인지 한문인지 알 수 없다고 썼고.
-정확하게는 한글로 썼을 수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오히려 스승은.
-그 시대에는 한글로 소설을 쓴다는 게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글로 쓴 것을
택당 이식이 언급할 수가 없고 허균이라는 사람의 문학이나 그 사람이 쓴 글을 보면
이 정도의 현재 우리가 보는 호풍환우하고 호부호형을 못 하고 했던
이런 내용의 소설을 허균이 지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아마도 한문으로 쓴 어떤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후대에 와서 이렇게 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원본은 지금은 없다. 이렇게 언급하셨어요.
그리고 이게 문학을 조금만 공부하고 조선시대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너무나 당연히 그렇게 판단하는 게 훨씬 더 논리적이고 타당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꾸로 정했기 때문이에요.
한글 소설, 최초는 뭐지? 홍길동전. 왜? 허균이니까.
허균이 홍길동전을 지었을 수는 있지만 한문으로 지었다 그러면
최초의 한글 소설이 홍길동전이라는 게 사라지죠.
그러니까 절대로 홍길동전을 허균이 지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허균이 홍길동전을 지었는데
한글로 꼭 지었어까지를 3개를 꽉 묶어야 하는 문제였어요.
이 중 한글만 빼버려도 단순한 문제고 사실은 그게 훨씬 더 본질에 가까울 수도 있고
아니면 허균이 홍길동전을 전혀 짓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그런 문제가 생기고 말았던 거죠.
-결과에 끼어 맞추기 위한.
-그렇습니다.
-그러면 여기까지 정리를 하자면 홍길동전은 허균이 썼다는 것은
택당 이식의 기록에 있는 게 유일하고 한글로 쓰였다는 이야기는
김태준 선생님이 쓴 글이 유일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근거가 무엇이냐는 언급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나 우리가 타당하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글인가 아닌가 정도는.
너무 당연한 것에 대해서 이 이야기가 논리적으로는 타당한데
이럴 때마다 제일 먼저 맞부딪히는 의견은 이런 겁니다.
당연히 알고 있는 거잖아.
한글로 그걸 한글이냐 아니냐, 그걸 뭐 하러 아무 문제 없는 걸 왜 자꾸 까발라서 막 해,
그러면 시끄럽기만 하고 정신만 없지. 왜 그래?
-왜 들쑤시냐.
-그렇습니다. 그 시각이 제일 먼저 있는 거예요.
그런데 학문은 약간 옆으로 차치하더라도 학문도 마찬가지지만 고전은 늘 진실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해석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해석할 거고요.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그곳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에요.
그 보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자에게만 그 보물이 의미 있게 찾아지는 거죠.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저 돌멩이, 내지는 흙.
먼지 쌓인 쓰레기 정도처럼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고전이 재미가 없고 재미가 있고를 떠나서 가치가 있고 없고의 가장 큰 것은
원래 그랬던 의미를 있는 그대로 보느냐 안 보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보물이 될 것이냐, 아니면 쓸데없는 돌멩이가 될 것이냐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홍길동전 내부에 있는 작품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이야기부터 한 겁니다.
내부의 이야기를 들으시면 분명히 깜짝 놀라실 거고요.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왜 그렇게 외부에 있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보려고 했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연구자들은 아주 일찍부터 홍길동전을 연구하면서 괴로웠습니다.
홍길동전 앞부분 내용하고 뒷부분 내용이 잘 안 맞는 거예요.
-연결이 잘 안된다는 거죠?
-네. 홍길동전 앞부분 내용은 쉽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호부호형을 못 하는 서자로 태어났습니다.
태어나서 너무나 불우하고 괴로운 삶이 있어서 나가서 활빈당을 만들어서
탐관오리들을 징치하고 그래서 높이 병조판서를 받고 그까지가 바로 전반부입니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하냐면 해외로 넘어갑니다.
-해외로.
-해외로 가서 어떻게 하냐면 일단 율도국이라는 나라를 정복합니다.
-율도국이라는 나라가 원래 있었어요?
-있었습니다. 율도국을 만드는 게 아니라 율도국이라는 나라를 정복해요.
그래서 거기에 왕이 됩니다. 그게 어쩌라고요? 홍길동전에 분명하게 쓰여 있습니다.
율도국은 왕이 나빠. 그래서 이 왕 때문에 백성들이 괴로워.
그러니까 이 왕을 없애자.
또는 왕을 갈아치우고 착하고 능력 있는 홍길동이 왕이 되자고 한 것이 아닙니다.
율도국은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는 나라였어요.
-잘 살고 있는데.
-잘 먹고 잘사는 나라였습니다. 그 나라를 홍길동이 쳐들어갑니다.
-침략자네, 침략자.
-정확합니다.
-침략자.
-침략자로서 정복자로서 쳐들어가서 전쟁을 하는데 너무 쉽게 이기는 게 설명이 쓰여 있습니다.
서술자가.
뭐라고 쓰여 있냐면 율도국은 너무나 오랫동안 평화로웠기 때문에 전쟁하는 법을 몰라서
쉽게 질 수밖에 없었고 율도왕은 나쁜 왕도 아니었어요.
그러나 율도왕을 죽이고 홍길동이 왕이 되었습니다.
-왜 죽이기까지 한대?
-왕이니까요. 마음이 좀 불편해지시죠?
-저는 율도국이라는 이상 국가를 건설한 건 줄 알았어요.
-저도 고등학교 다닐 때 그렇게 배웠습니다.
제가 대학에 가서 읽어보니까 그렇게 되어 있지 않고
이 판본만 그런가 보다 해서 다른 판본도 다 봤거든요.
모든 판본이 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이 부분이 되게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어요.
이렇게 착한 의적 홍길동이 앞부분에 왜 후반부에 이렇게 나쁜 정복자 홍길동이 되었지?
-사회생활 하다 보니까 약간 사회화된 거예요. 찌든 거지.
-찌든 거. 그럴 수 있어요.
-처음에는 정의로웠다.
-정의였다. 왜 그런 것 같습니까? 우리 코치님?
-이만큼 해줬는데 뭔가 남는 게 없으니까. 남는 게 없으니까.
-좋아요. 역시 정확하게 본질을 방향을 정확히 나침반을 가지고 지도를 찾으러 가고 계세요.
맞습니다. 남는 게 없다. 좋은 지적이십니다.
-잘 사는 나라를 정복해서.
-그렇습니다.
-대물림받고 살자.
-맞습니다.
-왜 맞아요, 이게? 왜 맞아요?
-말씀하시고도 이게 왜 맞는지 모르시겠죠. 이제 아시게 될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좀 굉장히 앞서 나간 소설이다. 왜냐하면 같은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잖아요.
처음에는 정의로웠다가 명예, 권력, 맛을 보니까 사람이 변하는 거예요.
-그렇지.
-그래서 홍길동이 나중에는 처음에는 좋은 의도였지만 말년은
그렇게 권력을 누렸다 하는 게 저는 오히려 현실적입니다.
-저거 봐, 이렇다니까. 너무나 정확하고 타당한 설명을 하시고요.
너무나 정확하게 방향을 보시잖아요.
그런데 이런 말씀을 하시면 좋아하시겠어요, 안 좋아하시겠어요.
-안 좋아하죠.
-왜 안 좋아할까요?
-영웅이 돼야 하니까요, 홍길동은.
-그때 생각하는 영웅이라는 관념은 어떤 관념일까요?
작품 속에 있는 진짜 홍길동의 영웅.
그 작품을 썼던 진짜 작가가 생각하는 영웅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만들어낸 영웅의 틀에 막 갖다 집어넣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진짜 실제로 홍길동전 베스트셀러였어요.
그 당시 조선시대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이 홍길동전을 읽고 감동했다니까요?
그들이 왜 감동했는지를 모른다니까요.
그냥 벗어놓은 옷이나 보는 거라니까요. 그리고 외우는 거예요.
그러니까 홍길동전이 불편한 것은 다 빼고 사실 불편한 게 아닌데
설명을 안 해주고 그냥 이상하다고 하고.
그런데 왜 다른 소설, 고전소설을 보면 이런 캐릭터가 많거든요.
그런데 홍길동전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의도적으로 좋은 영웅을 만드냐면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의 영웅인 홍길동을 그렇게 이상하게 보면 안 되잖아라는
정말 이 관념이 이렇게 만들어낸 거예요.
-홍길동 영웅 아니야.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영웅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홍길동은 진짜 영웅이에요.
그 진짜 영웅인 걸 못 찾아낸 거라니까요, 우리가. 왜 못 찾아냈느냐. 엉뚱하게 보고 있으니까.
-찾아내자, 찾아내자.
-그렇습니다.
-찾아내자, 찾아내자.
-우리 같이 빨리 열심히 달려가서 찾아내도록 하겠습니다.
-갑시다, 선장님.
-빨리 가시죠.
-문학에서 전 세계 문학에서 영웅의 탄생이라는 구조가 있어요.
영웅이라는 캐릭터는 반드시 이래야 해. 어떤 거냐.
영웅은 태어날 때부터 보통 인간이 아니야.
다른 사람 그냥 태어나는데 얘는 태어날 때 아주 신기하게 태어나.
-태몽이 있거나 알에 있거나. 꿈을 꾸거나.
-꿈을 꾸거나. 신기하게 태어나야만 영웅이에요. 이게 첫 번째, 기이하고 신기하게 태어나.
그리고 두 번째 어떡하냐. 어려서 괴로움을 겪어. 그런데 그것을 열심히 노력해서 극복해.
-극복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충성을 해. 그래서 잘 먹고 잘살아. 이게 영웅이 일생을 살아가는 거예요.
-맞아요.
-그래서 이거를 영웅의 일생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홍길동이야말로 영웅의 일생이야라고 설명했어요. 봐라!
서자로서 청룡의 꿈을 꾸고 태어났잖아!
그리고 서자로서 어려서 고생해서, 호부호형도 못 하고 괴로워서 결국 가출했잖아!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활빈당을 만들고 뭐 만들어서
결국 영웅을 했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잘했잖아라고 해서 영웅의 탄생이라고 말한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막 말하면서 뒷부분이 좀 찜찜하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 작품을 다 전체를 안 보고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국가와 민족이 찜찜하죠?
이 앞부분도 찜찜해요. 영웅의 탄생이라는 거는 기이하고 특별하게 태어나야 하거든요.
홍길동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아십니까?
-서자로 태어났죠.
-서자, 얼자잖아요.
-우리 그것만 알아요. 서자와 얼자. 서자와 얼자를 잠깐 말씀드리면.
-서얼.
-옛날에는 4개의 단순한 신분이 있어요. 양반, 중인, 평민, 천민. 그래서 처와 첩이 있고요.
처는 공식적으로 양반은 양반끼리 결혼한 처가 있고요.
첩은 그냥 데려다가 부인으로 삼는, 거의 종 수준으로 삼는 첩이에요.
이 첩들은 당연히 양반이 첩이 되지 않습니다.
중인이나 평인이나 천민이 돼요.
그런데 이 첩도 원래 신분이 뭐냐에 따라서 여기에 또 차별이 있어.
그래서 그 여자가 중인 출신이냐, 평민 출신이냐, 천민 출신이냐에 따라서 자기들끼리 또 싸워.
어느 날 아버지 홍 판서가, 제일 중요한 거 뭐냐? 낮에.
-낮에.
-낮에.
-낮에.
-낮이 제일 중요해요. 낮에 잠을 자요. 우리 뭘 아셔야 하냐 하면요.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사냐 하면 안방, 안채에는 여인들이 삽니다.
여자들이 살고요. 남자는 안채에 살지 않고 이 바깥에 있는 사랑채, 사랑방이라는 데.
-사랑채.
-요즘은 없는데, 사랑채에 살아요.
그래서 여기에 오는 친구도 여기서 만나고 종도 만나고 여기서 사세요.
여기서 사시면서 여기서 주무시기도 해요.
사랑채의 남성의 공간, 안채는 여성의 공간입니다.
낮에는 어디 있느냐, 남자들은. 그러니까 사랑채에 있는 거예요.
-사랑채에.
-너무 당연히. 홍 판서께서 사랑채에서 공부를 하셨는지, 뭘 했는지 모르겠는데 낮잠을 주무셨어요.
낮잠을 막 자고 있는데 갑자기 꿈에 청룡이 나타난 거야.
청룡이 막 나타나서 달려들면서 막 하는 이런 꿈을 딱 꾸고서 딱 깬 거예요.
너무 상서롭잖아. 그 순간 생각이 딱 나는 거야. 이건 태몽이다.
-태몽이다.
-청룡의 꿈을 꿨다.
이건 분명히 엄청난 자식을 하늘에서 나에게 주시려는 거라고 생각해서 이분이,
지금 낮이었잖아요? 일어나서 안채로 가세요. 왜?
-무서워서.
-자식을 낳아야 하니까.
-무서워서.
-태몽, 태몽, 태몽. 안 무서워, 태몽은.
-아이, 무서워하면서.
-태몽은 안 무서워.
-우리 홍 판서님께서.
-태몽은 안 무서워.
-태몽이다, 아이를 만들어야겠다.
-나 아이를 만들어겠다. 그래서 딱 일어나서 지금 언제라고요?
-낮이요.
-낮에, 낮에. 기억하세요. 낮에 안채로 가서. 우리 다 알아.
꿈 이야기를 이렇게 하면 꿈의 효력이 사라지잖아.
-꿈 이야기하면 안 돼요.
-꿈 이야기하면 안 돼.
-안 돼, 안 돼.
-꿈 이야기하면 안 돼. 꿈 이야기 안 해요.
그러니까 말은 못 하고, 크흠 가서 지금 뭐라고? 낮에.
-낮에.
-안채에 부인이 있죠? 부인을, 크흠.
-에헴.
-에헴.
-각본에 써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손을 잡고 하려니까. 부인 입장이 되어 봅시다.
안채에 있는데 갑자기 언제?
-(함께) 낮에.
-남편이 들어와. 들어오더니 갑자기 손을 잡고 옷을 벗기려고 하고,
밤에 하는 일을 하려고 해요. 그 부인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이이가 미쳤나?
-적당히 해!
-그렇습니다.
-적당히!
-그렇죠. 그래서 그렇게 써 있어요. 뭐라고 써 있냐 하면, 허허.
-뭐 하노?
-원문에, 그렇죠! 뭐 하노?
젊고 혈기가 폭발하는, 호르몬 폭발하는 애들이나 하는 짓이지!
대감처럼 체통이 높으신 분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당연히 이야기예요. 당연한 이야기. 하고 뿌리쳐요. 이게 이상합니까?
-아니요.
-별 이상할 게 없어요.
-그럴 수 있어요.
-뿌리치고 나오는데 이 판사도 답답하겠지.
내가 청룡 꿈꿨는데 이게 진짜 답답해라. 그런데 말은 못 해, 말하면 어떻게 해?
꿈의 효력이 사라질까 봐. 그래서 원문에 쓰여 있습니다, 뭐라고 쓰여 있냐면,
저 부인의 어리석은 답답함 때문에.
쯧쯧쯧 하면서 할 수 없이 다시 사랑방으로 나왔어.
앉아서 울적한 마음에 이렇게 앉아 있는데 그때 마침 차를 들이려고,
춘섬이에요, 이름이.
쭉 춘섬이가 차를 가지고 들어오는데 이렇게 보니까 애가 예뻐.
그래서 얘가 괜찮은 것 같아서 걔 손을 잡고, 그래서 관계를 가져요.
-그게 길동이 어머님이구나.
-그래서 임신을 해서 낳은 사람이 홍길동입니다.
여기서 너무 당연한 질문 한 가지를 하겠습니다.
내가 낮에 꿈꿨어, 얘기하면 효력이 사라지는 건 알겠어.
그런데 꼭 낮에 내가 성관계를 해야 해요?
-아니요.
-청룡 꿈의 효력이 고작 1시간이야? 꿈꿨어, 내가 그러면 어떻게 하면 돼? 기다렸다가.
-밤에 하면 돼.
-그렇습니다.
-아니면 꿈에서 청룡이 귓속말로.
-지금 해야 해.
-이거 3시간짜리야, 이렇게 하고 간 거죠.
-3시간짜리라고 했다면 그건 좋은 꿈은 아니야.
-그래요?
-그 정도 3시간짜리 영웅은 필요가 없어.
-그러면 청룡이 3시간, 이렇게 말하기에는.
-3시간이다.
-그러진 않으셨겠죠.
-안 그랬어요. 너무 당연한 질문, 저는 당연히 이 부분을 지적했고 이걸 갖고 논문을 썼었는데요.
아무도 질문하지 않은 질문이 뭐냐, 왜?
홍길동을 영웅으로 봐야 하니까, 영웅의 탄생으로 봐야 하니까.
그런데 이거는 홍판서가 기다렸다, 밤에 가서 동침하면 돼요.
그런데 그러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뭘까요?
하나밖에 없어요, 이유는, 뭐죠?
-성격이 급해서.
-본처랑 해서, 낳기 싫어서.
-아깝다.
-에이~
-너무 남자의 시각으로 접근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본질은.
-성욕.
-홍판서가 자다가 꿈꿨어. 꿈은 꿨겠지, 그런데 갑자기 성욕이 들끓는 거야.
그래서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이 사람의 본질이었어요.
이렇게 말하면, 과도한 해석이세요라고 할까 봐, 그러면 생각해 봅시다.
그래서 자기는 지금 청룡 꿈은 핑계일 뿐이고 지금, 이 낮에 성욕을 해결하고 싶어, 그럴 수 있잖아요.
-홍판서 파워.
-그거 하고 싶었던 거야, 아니면 그거 좋아.
그런데 그걸 안 했다고, 부인이 너무 어질지 못해, 이건 꿈 때문이라는 건 싹 다 핑계라는 이야기예요.
왜냐, 자식을 못 낳았잖아요, 본부인하고. 그래서 춘섬하고 관계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무슨 생각 했죠?
태몽이 틀림없고 이게 틀림없이 신령한 꿈이라고 생각하면
이 애에게서 태어날 애가 안타깝지만 서자지만 얘는 누구예요?
-나의.
-청룡 꿈을 가지고 태어난 중요한 인물이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이 시비 춘섬을 첩으로 삼아야죠.
-안 삼습니까?
-제가 그래서 원문을 읽어보시라는 거예요. 다 쓰여 있어요, 청룡 꿈에 애를 낳을 사람이야.
-맞아.
-너 따로 여기 써, 밖에 다니지 말고 너는 종이지만 이제 바깥일 하지 마,
이래야 하잖아요.
-그렇죠.
-홍판서 부자야, 밑에 사람도 많아, 그래야 하죠? 그러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둬요, 그냥.
-왜요?
-챙겨주지 않아?
-신경 쓰지 않는 거지, 그런데 이 춘섬이, 종들은 밖에 아무 데나 다녀요.
그리고 종들은 아무하고도 말합니다, 남자고, 여자고.
사대부 부인들이나 말 못 하지, 그리고 사실 많은 온갖 일을 합니다.
스스로 조신하여 바깥을 나가지 않고 사람들과 말을 가려서 하고
자기 몸을 조신하게 하는 것을 보고 비로소 춘섬을 데려다가 첩으로 삼습니다.
-그렇게 춘섬이 행동하니까 기특하게 여겨서 뒤늦게 첩으로 삼는 거예요?
-맞습니다, 맞습니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큰 겁니다.
청룡 꿈이 너무 신령해서 뛰어난 인물을 분명히 만들어야 해서,
그것도 즉시 3시간짜리, 1시간짜리도 즉시, 아무 데서 할 수 없이 거긴 못했지만
내가 춘섬을 통해서 애를 낳겠구나라고 했으면 당장 너 이제 몸 조심히 하고
아무 데나 다니지 말고 이제 알았지, 다른 일 하지 말고 일로 오라고 해야 하는데
홍판서는 그러지 않습니다.
즉, 결론적으로 보면 홍길동전 앞부분의 내용은 홍판서는 어떤 사람이냐, 성욕이 들끓었던 거고.
-그 순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이러이러한 문제를 했던 거죠.
이 문제가 왜 중요하냐면 홍길동이 정말 영웅적인 출생을 했냐는 거예요.
말로는 영웅적인 거라고 했지만 이 사람이 실제 태어난 건
아무도 이 사람이 태어나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슬퍼.
-홍길동이 나중에 뭐라고 했냐면 가출을 하잖아요, 가출을 왜 한다고 알고 계십니까?
적서 차별이 너무나 슬퍼서 적서 차별의 슬픔을 벗어나서 가출을 했다,
이렇게 알고 계시는데 맞는 말이지만 틀립니다.
우리가 옛날 시대를 몰라서 그러는데 양반들은 뭐가 없냐?
세금의 납부 의무가 없어요.
-좋다.
-춘섬이 다른 종하고 결혼해서 애를 낳아요. 얘는 뭡니까? 천민이 돼요.
평생 노동을 해야 하고요.
천민들은 물론 세금을 내지 않고 혹시 평민으로 올라가면 세금을 내야 해서 세금 내는 게 힘들어서
도적이 되고 도망 가고 이런 정도거든요.
그런데 정말 호부호형을 못 한다 해도 얘가 뭐가 돼요?
빠져서 저게 되는 거야. 양반이 되면 신분이 엄청나게 상승한 겁니다.
-그렇지.
-춘섬 입장에서 왜 홍판서의 그런 관계를 가지려는 걸 거부하지 않냐 하면.
-모성애지.
-나하고는 상관없지만 내 자식만은 굉장히 좋은, 말씀하신 것처럼
모성애로서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거예요.
그래서 홍길동이 너무나 울분이에요. 저는 벼슬도 못 해요.
서자여서 못 하거든요. 저는 너무 힘들어요.
이런 말할 때 양반가에 그런 사람이 너 한둘이냐.
너 왜 그런 마음을 먹어? 먹고살 만하다니까요.
죽을 때까지 먹고살 수 있고요. 양반 행세할 수 있고요. 노동 안 해도 되고요.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살 만하다니까요.
재벌집 적자는 아니어도 재벌집 서자여서
그래도 이런 기업 한두 개 가질 수 있는 것처럼 편안하단 말이에요.
-배가 불렀네.
-그렇죠, 그런데 왜 가출하냐고요?
배가 불러서가 아니라 집안에서 홍길동을 살해하려는 모의가 일어나죠.
-홍길동을 살해하려 한다고요?
-죽이려고.
-다른 첩이 있었는데 누구냐 하면 곡산 출신의 기생이었던 첩이 있었습니다.
춘섬보다 먼저 첩이 돼 있어요. 그런데 첩은 그들의 신분에 따라서 계급이 달라진다 그랬잖아요.
몸종하고 기녀 중에 누가 더 신분이 낮냐 하면 다 천민이지만.
-몸종이 낮지.
-아니요, 기녀가 훨씬 밑이에요.
그런데다가 얘는 길동까지 낳으니까 총애받는다고 해서
원래 총애받던 곡산 출신의 기생인 초란이라는 여자가.
-초란.
-홍길동을 죽일 생각을 막 꿈꿔요. 그런데 그냥 죽이면 어떻게 됩니까?
우리가 아는 대로 자객을 보내서 죽이려고 하거든요.
함부로 그랬으면 실제 홍길동을 죽여도 그런 일을 꾸민 이 여자는 어떻게 돼요?
자기도 죽겠죠. 그래서 어떻게 되냐?
-어떻게 죽여야 해요?
-홍판서의 부인과 홍판서의 부인에게서 난 차기 이 집의 가부장이 되어야 할 아들.
그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설득합니다.
-이간질하는구나.
-언젠가 화가 될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무당이 와서 점을 쳤는데 나쁘게 말하게 하고 이래서 홍길동을 죽여 없애야지
안 그러면 저놈이 집안의 화가 돼서 역적이 되면 우리 다 죽습니다라고 계속 말을 해요.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어떻게 되느냐. 집안 전체에서 홍길동을 죽이기로 허락해요.
-홍판서도요?
-홍판서는 몸져누워 있었고요. 방임합니다.
-방임.
-그러면 그 사람은 어떻게 할 거예요? 내가 태어났어.
내가 이렇게 태어나기를 바랐던 거는 아니야.
어떤 철학자가 말한 것처럼 모든 인간은 던져진 존재다, 그런 말을 했어요.
내가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내가 자라고 싶어서 자란 것도 아니고
내가 이 모양으로 이렇게, 이렇게 좀 곤란하게 태어나고 싶어서도 아니고
그냥 낳았더니 이럴 뿐인 거야. 나는 이렇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그랬더니, 태어났더니 능력은 뛰어나. 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상관없는데 마음도 뛰어나.
실제 내가 쟤네보다 훨씬 잘해. 그런데 못하는 게 있어.
그 정도뿐만 아니라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아.
-서러워, 서러워.
-아버지도 내가 무슨 영혼이 아니라 아버지도 이렇게, 이렇게 해서 태어났고
이름도 길동이잖아요. 길동이 뭡니까? 똥 이런 거 있잖아요.
-길에 있는 똥.
-길동, 길에서 주워 오는 똥 같다, 이런 뜻입니다.
막 짓는 말이에요, 막 짓는. 막동이, 길동이, 개똥이. 천하게 지은 이름입니다.
우리 홍길동, 홍길동, 홍길동 하니까 대단한 것 같지만 길동이라는 이름 자체는 그냥 천한 이름이에요.
-고길동도 그랬어요?
-그렇습니다, 고길동도. 천한 이름이에요, 길동이라는 이름은.
즉 아무도 생각 않고 심지어 친모도 너 그 정도면 그래도 살 만한데 왜 그래.
우리 살다 보면 나는 너무너무 속상한데 부모님이 제대로 이해 못 해 주는 게 당연히 있거든요.
그 모습이 홍길동에게 있는 거야. 엄마는 내가 너 할 수 있을 만큼 했잖아.
그 말씀이 맞는데 엄마, 저 사람들이 저 죽이려고 해요라고까지는 말을 못 하는 거야.
홍길동은 어떤 존재냐? 이 세상 모든 사람.
그 집안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는 자식이
왜 태어났어라는 시각을 태어날 때부터 평생을 받고 자란 사람이 바로 홍길동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나와서 활빈당이 됩니다.
적서 차별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정말 탐관오리들 혼내줍니다. 그렇게 한 결과가 뭔가요?
홍길동이 활빈당 만들면서 계속해서 외쳤던 게 뭡니까? 나를 병조판서로 만들어 달라였습니다.
-병조판서.
-서자는요. 벼슬을 못 나가고요. 벼슬을 나가도 병조판서 된다는 거는 힘든 겁니다.
그 이야기는 뭐냐. 싸워도 포도대장도 혼내주고요. 나쁜 탐관오리도 혼내고요.
자기 마음대로 정말 백성들을 위해서 하는 일을 해요.
그런데 그 목표가 백성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잖아.
너희가 만들어내고 너희가 체제에서 만들어낸 좋다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을 내가 한 번에 이렇게 다 할 수 있어.
내가 다 했잖아! 그러니 나를 인정해 줘.
그래서 처음 말한 것처럼 학자들이 앞부분과 뒷부분이 충돌한다고 했던 이유가 뭐냐 하면
결국 해외로 가는 게 이상한 거야.
적서 차별이 문제였으면 이 조선 내 적서 차별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탄원이라도 해야 하는데 안 했습니다.
탐관오리가 문제면 구조적인 혁파하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홍길동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주장했던 거는 뭐냐 하면 나를.
-병조판서.
-그렇죠. 나를 병조판서로 인정해. 홍길동은 왜 해외로 가느냐.
자기가 병조판서가 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이는 거는 맞지만
진짜로 홍길동이 병조판서로서 활동할 수 없는 거는 너무나 잘 압니다.
혼자 합니까? 밑에 군사들이 따라줄 거예요?
이 홍길동이 보이고 싶은 거는 나처럼 뛰어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이 체제와
심지어 이렇게 아무도 원하지 않는 출생을 했던 내가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었던 거고 나를 인정해달라는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정욕구를 가지고 있는 거죠.
홍길동이 원했던 거는 뭐냐. 백성들이 잘살면 물론 좋아요.
탐관오리가 없어지면 물론 좋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할 수 있다는, 의적으로서 활동 안 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의적으로서 활동하는 목표는 뭐냐. 정치가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나 내가 여기서 이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내가 왕이 되어서 나만의 내 스타일의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서
너희는 기껏해야 병조판서나 뭐에서 끝나겠지만 나는 진짜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어라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지위인 왕이 되는 모습까지를 보여주려고 한 겁니다.
그게 아까 코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서 정복한 거고 내가 이것을 잘할 수 있다,
나 이것까지 할 수 있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죠.
사실은 홍길동전은 앞부분과 뒷부분이 균열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네요.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자, 모든 자가 핑계로 만들어낸 자,
내 핑계로 성욕 때문에 나온 어떤 존재의 근거가 있다면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죠.
그런데 이놈이 심지어 똘똘하고 똘똘하고 똘똘하고 똘똘한데 눌려 지내면 되는데
눌려 지내지도 않고 저는요, 저는요, 저는요 해요.
주변의 모든 사람이 얘가 다 불편해. 너 왜 태어났니?
그런데 심지어 왜 태어났는데 좀 바보스러우면 찌그러질 텐데 찌그러지지도 않아.
능력이 뛰어나서. 너 왜 그러니. 친모조차도 좋은 마음이지만 얘야, 그 정도만 해라.
그 어머님의 말씀은 맞습니다. 너 이 정도면 좋잖니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 부분을 뛰어넘어서 아닙니다.
내가 여기까지 할 수 있고 나는 이런 것을 할 수 있고 정말 나를 이해해 주세요라고
끝까지 끝까지 끝까지 끝까지 보여줬던 사람이 바로 홍길동이었던 겁니다.
-지금 보니까 이게 홍길동이 정의를 위한 어떤 영웅 이야기라기보다는
굉장히 야망이 있었던 그리고 어렸을 적 유년시절에 겪었던
그 심리적 결핍 때문에 그 야망이 좀 다른 방향으로 발현된
그냥 개인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게 홍길동 영웅성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홍길동전이 오늘날 우리에게 고전이 되어야 하는 핵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요즘 보면은요. 많은 분이 사회가 좋아졌다, 뭐 했다, 뭐 그럴 수 있다, 수없이 얘기합니다.
잘 안 들어옵니다, 홍길동이 하는 것처럼.
그래서 살다 보면 우리나라가 아직도 OECD 평균이나 뭐 이런 데 보면
여전히 우울한 분도 많으시고 힘들다는 분도 많으시고. 객관적으로 힘들 수 있고요.
정말 처참하게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숨을 스스로 내려놓는 분들도 계시고가 여전히 우리가 굉장히 높습니다.
사실 홍길동은요. 모르겠습니다.
홍길동이 처했던 상황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처참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실제로 나보다도 능력은 아니고 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아무도 칭찬 못 하는, 아무도 격려 못 하는 아무도 그 사람이 잘되길 바라는 것보다는
제발 그냥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아무도 원치 않는 그자가
자신의 힘과 능력과 노력으로 굴하지 않고 꺾이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삶을 이룩했던 모습으로서의 진정한 영웅이었던 거고,
그래서 조선시대 후기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홍길동전을 읽고 흥분했던 것이고
그 시대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이유도 역시 바로 이런 홍길동의 영웅성이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 항해를 지도를 가지고 잘 찾으셔서 보물을 좀 찾으셨나요?
-보물 찾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에는 못 봤던 다른 보물을 홍길동전에서 캐간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히려 정의로운 어떤 사회를 위한 그런 영웅이라기보다
개인 일생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니까 오히려 홍길동이라는
그 캐릭터에 조금 더 사람 냄새도 나면서 마음이 더 가네요.
-맞습니다. 맞습니다. 그렇게 모든 분이 홍길동을 보셨던 겁니다.
-그런데 논문을 쓰셨다고 했잖아요.
그 홍판서 낮잠 부분에 주목을 해서 이렇게 홍길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쓰셨잖아요.
그리고 홍길동, 허균, 최초의 한글 소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강의를 해 주시고 계시잖아요.
궁금한 게 그 선배 국문학자님들한테 안 혼나세요?
-혼나지 않습니다.
-혼나지 않으세요?
-이분들이 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타당한가, 안 타당한가 점검하시는 거지.
그런 말 하면 안 돼, 예끼! 이러진 않으십니다. 그러한 학문이 발전하지 않으니까요.
-그러시구나.
-괜히 쓸데없는 소리해서 막 머리 아프고 하는 거 아니에요.
-야, 또 고쳐야 하잖아. 막 이러실까 봐. 예끼,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하시는 분은 아무도 안 계셨습니다.
-그렇다면 일부 좀 견해가 다른 학자분들이나.
-여전히 계시죠.
-조금 충돌되는 부분들이 있나요?
-네, 있습니다. 학문이라는 거는 다수결이 아니니까요.
-왠지 이제 과거에 있던 홍길동 선생님이 현생을 바라보시면 선장님이 되게 고마울 것 같아요.
하늘나라에서 고마워, 이렇게 할 것 같아요.
-저도 고맙습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왠지 나의 오해를 풀어줘서 고마워, 이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맞습니다.
-불현듯 들었습니다. 오늘 홍길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 알려주셨는데요.
오늘 강의를 또 한마디로 정의를 해 주신다면요.
-홍길동전은 우리 민족의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고전 중의 고전인 이유는 바로 한사람 개인의, 인간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성도 있고 정체성도 있고 모든 게 있지만 그것 역시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한사람 개인의.
-개인의.
-그 사람의 꿈과 삶과 희망을 간절한 마음으로 담고 있는 영웅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영웅으로 홍길동이 다시금 또 마음에 새겨지는 그런 시간이었는데
두 분은 내가 아는 홍길동이 그 홍길동이 아니네라는 표정이었어요. 어땠어요?
-그냥 내용적으로 아까 처음에 시작할 때 선장님이 말씀하셨듯이
영웅에 대한 다른 의미로 영웅이라고 하셨는데 의로운 영웅이었던 걸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 지금으로 생각해 보면 그냥 홍길동의 성공 스토리 같은 느낌.
그런 느낌으로 바뀌어 들리게 돼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장님, 연극 재미있게 봤습니다.
-선장님이 연기력이 있으세요. 연기력이 있어요.
-그러니까. 홍길동 빙의하신 줄 알았습니다.
-아까 홍길동 엄마 빙의했을 때 최고였어요.
-정말. 만담꾼이셔, 만담꾼.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권 쌤은 오늘 어땠어요?
-제가 오늘 다 듣고 나니까 마치 요즘 드라마처럼 드라마도 추세가 바뀌잖아요.
옛날에 약간 영웅적인 그런 드라마가 아니고 뭔가 주인공이 되게 인간적이고
찌질한 면도 있고 오히려 너드 미가 있는 것처럼 정말 이런 모습들이 드러나니까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보이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요즘 추세에 더 맞지 않나.
-맞습니다.
-그래서 이게 새로 또 작품으로 만들어진다면 또 더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맞습니다.
-맞아요.
저도 확실히 이 부분에 공감을 하는 게 오히려 진짜 요즘 트렌드에
앞서 나간 고전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명작은 다시 봐도 또 재미있는 게 명작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홍길동전은 확실히 명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봤던 홍길동전.
여러분께서도 오랜만에 이렇게 꺼내 읽어보시면서
나만의 시각으로 한번 접근해 보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오늘의 지식 항해 여기서 마무리하고요. 다음 주에도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외치면서 마무리할까요? 다음 주에도 찾아라.
-(함께) 보물지도!
-여기 앉아서 복이 막 오기를 바라는 거는 취향에 안 맞아요. 어떻게 해요?
지도를 가지고 찾아가야죠.
-선장님께서 인간 복조리가 되어서.
-그래요.
-파바바박.
-파바바박. 막 내려와요. 저기 봐! 돼지잖아!
돼지가 막 우르르르 달려가서 곳간으로 쑥 들어가더라는 거야.
-우리 집에 복이 굴러들어 왔는가.
-너도 네 복을 찾아야 할 거 아니야. 어디로 가야 복을 찾는데요? 서천서역국으로 가라니까.
-노인 한마디 듣고 바로 떠나요?
-그렇죠.
-나무 짐을 하나를 안 하고 2개를 만들었어요. 깨어났더니 하나만 남아 있는 거야.
그걸 옥황상제가 가져간 거야.
-너무해, 옥황상제.
-이게 뭐예요! 네 복은 딱 그만큼이다. 네 복은 정해져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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