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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지도 - 로마로 엿보는 고려 말 (홍대선 / 작가 및 칼럼니스트)
등록일 : 2025-04-16 13:58:53.0
조회수 : 94
-보물이 되는 지식을 찾아 떠납니다. 펼쳐라.
-(함께) 보물지도.
-두 분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사실 요새 또 그렇지만 장유유서나 붕우유신이나 이런 사자성어나 아니면 어떤 예의나 이런 이야기할 때마다 지금이 조선시대냐.
이런 말 자꾸 하니까 그냥 그런 꼰대스러움이 생각납니다.
-조선 하면 꼰대스럽다. 버스킹도 못 할 것 같고.
-그때, 그때 만약에 버스킹을 하면 바로 포졸.
-곤장, 곤장.
-포졸들이 막 나와서.
-곤장 맞고.
-매우 쳐라 할 것 같고.
-다리 찢고.
-그럼 이제.
-다리 찢고.
-다리를 찢어요?
-이거, 이거, 이거.
-주리를 틀면서.
-주리 틀면서.
-인권 따위는 없이 그냥 아주 엄하게 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나라였을 것만 같은 이미지. 우리 인욱 씨는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뭐가 뭔지.
-별 관심 없다.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조선 별로 관심 없다.
-조선인 거는, 조선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조선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꽤 옛날이었어요. 우리가, 우리가 보진 못했어요.
-그게 언제야?
-사극 봤잖아요.
-사극 봤죠. 그게 사극이 다 조선이에요?
-한복 입고 있는 거, 한복 입고 있는 거.
-한복 입으면 다 조선이야?
-웬만하면 조선.
-일단 드라마로 거의 세상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한복 입으면 조선, 오케이.
-허준이나 세종대왕 이런 왕들이 나오는 거.
-그러면 그중에 약간 정장 끼어 나오면 이제 다른, 조선 아닌 거고.
-그때 일제강점기로 넘어간 거죠.
-최근, 약간 최근, 약간 최근.
-약간 최근. 그 부분은 이제 김두한 나오는 거.
-그래, 맞아요, 맞아요.
-오케이, 오케이.
-그전까지, 그전까지.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약간 머리가 지끈지끈 이렇게 관자놀이를 짚으시고 계시는 분이 보이십니다.
조선시대 하면 이렇게 조금 답답한 이미지,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
글쎄, 별 관심 없는데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오늘 그 편견을 이분이 깨주실 예정입니다. 오늘의 선장님 모셔볼게요. 선장님.
-(함께) 나와주세요.
-안녕하세요?
-선장님, 저희 이야기 들으셨잖아요. 조선시대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 이렇거든요.
무관심하거나 약간은 부정적이거나.
-굉장히 낡은 이미지를 갖고 있고요. 보수적이고.
-맞아요.
-원리 원칙을 지키고 갑갑한 거 있잖아요.
남녀칠세부동석. 근데 또 나쁜 이미지 중에 전쟁을 잘 못하는 나라.
-맞아요.
-라는 이미지도 있어요. 그다음에 이런 것도 있죠. 저 자를 매우 쳐라.
-맞아요.
-저는 그 장면 볼 때마다 빵 터지거든요.
-왜요?
-왜냐하면 사또가.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네가 알렸다. 모르겠는데요 그러면 저 자를 매우 쳐라. 이게 죄가 있든, 없든 굉장히 좀 너무하잖아요.
-말대꾸하면 쳐라.
-그렇죠.
-그런 게 있어.
-때리고 싶으면 때릴 수 있구나.
-그런데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제가 갖고 있는 조선의 이미지는 혁명.
굉장히 급진적인 이미지를, 저는 갖고 있어요.
-약간 많은 분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반대네요.
-의외네요.
-보통 조선을 성리학적 이상을 추구하는 국가라고 우리가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단지 성리학적 이상만 추구해서는 세계의 어떤 왕조도 500년 이상을 갈 수는 없습니다.
비록 조선이 마지막에 굉장히 비참하고 한심한 모습으로 무너졌지만 이게 어쨌든
우리 민족을 500년 동안 그럭저럭 먹고살게 하는 데 성공한 체제였단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를 보면 조선이라는 나라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조선은 왜 탄생했는가 그리고 조선의 체제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었는가.
마지막으로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여기에서 첫 번째와 세 번째 질문.
왜 탄생했고 왜 무너졌는가를 알면 우리가 조선 사회에 대해서 굉장히 깊이 알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시작과 끝을 알 수 있는.
-그렇죠. 시작과 끝을 아는 거죠. 조선을 만든 사람들이 있죠.
우리가 흔히 교과서에서 여말선초 신진사대부라고 불리는 조선을 만든 사람들은 다 고려인이에요.
-그래서 고려에서 넘어와서.
-그렇죠. 고려인만이 조선을 만들 수 있었죠.
그러면 우리는 타임머신을 한 번 더 타서 고려 말의 상황으로 우리는 가봐야 해요.
고려 말은 백성들이 살기가 아주 힘든 시기였어요.
왜냐하면 외적이 침입하고 홍건적이 쳐들어오고 원나라랑도 전쟁을 치러야 하는 그 와중에 백성의 삶은
그것만으로도 파탄이 나는 게 정상이지만 고려 말의 시대는 양극화가 너무 심했어요.
-어떤 거로 양극.
-어떤 거로 양극화가 됐나. 그러면 타임머신을 한 번만 더 타고.
-조금 더.
-자주 탄다.
-로마제국 시대로 한번 넘어가
볼게요.
-로마요?
-아직 짐 많이 못 챙겼는데, 그만큼.
-로마가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상대로 승리하고 지중해의 패권을 잡죠.
그런데 카르타고와의 전쟁은 정말 문명과 문명을 걸고 싸운 전쟁이었어요. 120년 동안 싸웠습니다.
그리고 카르타고 문명이 다시는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카르타고 내에 있는 모든 농토에 다 소금을 뿌렸습니다.
다시는 농작물이 자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민족 말살을 한 거네요, 진짜로.
-그렇죠. 민족 말살뿐만 아니라 카르타고의 역사도 거의 전해지는 게 없어요.
그런데 어쨌든 우리도 지금 남자들은 군대 갔다 오잖아요.
로마 남자들도 군대를 갔다 왔어요. 복무 기간이 20년이었어요.
-20년.
-그런데 로마의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사냥꾼도 아니고 어부도 아니고 기본적으로는 농부예요.
농사짓는 사람들이에요. 이 농사꾼들이 나이가 돼서 10대에 전쟁터에 가요.
그러면 20년 동안 싸웁니다. 그들이 야만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그러면 돌아와요.
나이 사십이 됩니다.
그때 20년 동안 방치됐던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농지를 다시 갈아엎어서 거기서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해야겠죠.
나이 사십이 돼서 사회생활을 하는 거예요.
요즘으로 치면 환갑이 다 돼서.
-그래서 노년기에 접어들어서.
-노년기에 거의 접어들어서 본격적으로
경제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건데.
-그때도 다 징집제였어요, 로마도?
-로마는 시민병, 싹 다 징집이죠.
그런데 이 사람들이 계속 가난해져서 마지막에는 노예로 전락하게 됩니다.
어떤 일이 생겼냐 하면 로마가 정복 전쟁을 하면 패배한 국가나 민족들이 그 사람들이 전쟁 포로가 되지 않습니까?
전쟁 포로가 돼서 로마에 끌려오면 뭐가 됩니까? 노예가 되죠.
-노예.
-그러면 로마 안에 노예들이 넘쳐날 거 아닙니까?
노예가 넘쳐가면 수요 공급 법칙에 의해서 노예 가격이 떨어지겠어요, 높아지겠어요?
-싸죠.
-엄청 싸지죠. 이 싼값의 노예들을 로마의 소수의 부자들이 대량으로 사들입니다. 대량으로 사들여요.
-사노비로요?
-그렇죠. 그리고 전쟁을 오래 하게 되면 원래 농토를 갖고 있던 농부들이 싸우다가 죽겠죠.
그 농토도 싸게 사들여요. 그래서 대농장을 만듭니다.
그리고 거기에 노예들을 투입해서 정말 대량 생산하게 되는 거예요, 농작물을.
그러면 내가 평범한 로마군 일개 시민이면 군대 갔다 와서 한 이만한 밭뙈기에서 로메인상추도 키우고
그다음에 보리도 키우고 밀도 키우고 하면 곡물 시장에서 경쟁이 안 돼요.
가내수공업이 공장하고 경쟁할 수 없어요.
-대기업한테 이기기가 어렵죠.
-그렇죠.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점점 가난해져요.
점점 가난해지다가 가뭄이 찾아오면 땅을 팔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자기가 부자에게 팔았던 땅에서 농사를 짓는 소작농이 돼요.
그리고 가뭄이 한 번 더 오면 노예가 됩니다.
자기 자신을 팔 수밖에 없어요. 먹고살 수 없으니까.
내가 이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면서 20년을 외국의 군대와 싸웠는데
그렇게 싸운 결과 내가 가난해지고 노예가 되면 이게 공정해요, 공정하지 않아요?
-공정하지 못해요.
-억울하죠.
-말이 안 되는 거죠. 부자들은 앉아서 돈을 버는 거예요.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라쿠스 형제라는 인물이 출현합니다.
그 유명한 호민관 직책을 형제들이 만듭니다.
-호민관.
-호민관이 어떤 일을 하죠?
-평민을 대변하는 관직입니다.
-대변하는.
-그전까지는 평민을 대변하는 관직이 로마에 없었어요. 원로원만 있었죠.
원로원은 귀족들만을 대변하죠.
그 호민관 직책을 만들기는 했지만 결국은 두 형제가 차례로 기득권들에 의해서 아주 처참하게 살해당합니다.
그래서 로마의 개혁은 좌절됐어요.
그러면 더 이상 로마는 일반 서민들이 군 복무까지 해가면서 먹고살 수 있는 체제가 못 된 거예요.
내부 개혁에 한 번 실패했죠. 남은 방법은 팽창밖에 없어요. 계속해서 팽창하는 거예요. 계속해서 정복하는 거예요.
그래서 점령지의 부와 농작물과 노예들을 계속해서 착취하는 거예요.
그러면 뭐가 생깁니까? 남아도는 외국산 밀로 만든 빵이 생기죠.
어차피 서민은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게 됐으니 이 빵을 제공하는 거예요.
사람이 밥만 먹고 빵만 먹고 살 수 없으니까 오락 거리도 제공하죠.
이게 그 유명한 빵과 서커스입니다. 빵과 서커스 외에는 답이 없어요. 서민들도 알아요. 귀족들도 알아요.
먹여 살려주는 대신 군 복무만 해줘. 이것 외에는 로마는 굴러갈 수 없는 체제가 되어버린 거예요.
옥타비아누스 황제 이래로 이집트는 로마 황제의 개인 영지였어요.
이집트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양의 밀이 빵이 돼서 로마인들을 먹여 살린 거예요.
그것이 로마 황제의 권력의 원천이었어요.
로마 시민들의 밥줄을 쥐고 있다, 이것이 빵과 서커스입니다.
그래서 이집트의 곡물이 로마 황제로 하여금 로마인들을 지배하게 했다.
그러니까 로마는 이런 해결책이 있었어요.
주변 민족들은 로마에 비해서 문명 수준이 너무 낮거나 문명 수준이 높아 봐야 그래 봐야 그리스 정도였거든요.
고려로 다시 돌아와 보면 고려도 로마와 사정이 비슷했어요.
고려 말에 얼마나 양극화가 고려 왕조 400년 동안 진행됐었냐 하면 우리 사극에 보면
고려 말에 권문세족이라는 단어들이 나옵니다.
-제가 권 씨인데 안동 권가도 권문세족의 하나였다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권문세족이 자기네들끼리 다 해먹은 사람들 아닙니까?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마 중간에 성을 샀을 수도 있어서.
-이 권문세족들은 고려의 경제를 모두 틀어쥐다시피 한, 말하자면 요즘으로 치면 재벌 연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재벌 씨.
-고려 말에 권문세족의 수장인 이인임이라는 되게 성격 나쁘고 머리도 좋은 아저씨가 있었어요.
이인임이 소유한 땅이 산맥과 강을 경계로 했다고 기록이 돼 있습니다.
거기서 수많은 노비를 거느리고 대농장을 운영했죠.
엄청나게 넓은 땅에 엄청나게 많은 노예를 투입해서 많은 작물을 생산하는 것, 그런 농장을 라티푼디움이라고 그래요.
-라티푼디움.
-라티푼디움.
-그런데 이 라티푼디움은 현대도 있어요. 브라질의 커피 농장. 가도 가도 커피밭.
-맞아요, 엄청 크게.
-그리고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사실상 노예나 다름이 없죠. 하루 임금이 1500원.
-맞아요, 맞아요. 정말 저임금으로.
-거기 기계를 들여놓지 않는 이유들이 있어요, 대농장주들이.
기계를 돌리는 전기값보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필리핀 다바오의 바나나 농장.
가도 가도 바나나만 있는 정글 지대 그리고 산악 지대에서 바나나를 따는데 안전 장비란 존재하지 않고요.
맨발에 노동자들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바나나를 수확합니다.
그 사람들은 1년에 바나나를 정작 1개도 먹지 못해요.
그들에게는 바나나가 너무 비싼 식물이에요.
-따면서 몰래 좀 먹지.
-이런 게 라티푼디움인데 라티푼디움 이야기를 한 이유는 고려 말의 상황도 라티푼디움이었다는 거예요.
브라질은 너무 땅이 풍요로워요. 아르헨티나의 팜파스 일대, 너무 땅이 풍요롭죠.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라티푼디움 농업이 굴러가는 곳은 공통적으로 굉장히 풍요로운 곳이에요.
그래야지 그 노예 노동을 수용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 환경에.
한반도는 옛날부터 척박하고 산지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있는 평야에서도 굉장히 곡물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나라였는데, 옛날부터.
우리나라가 라티푼디움을 견딜 수 있느냐.
한반도는 라티푼디움을 백성이 견딜 수 없는 땅인데 라티푼디움 체제였다는 게 문제예요.
-이미 문제가 있었네요.
-이미 문제가 있었어요. 한반도가 얼마나 척박한데요.
그래서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로마 같은 경우는 안 되겠어, 정복 전쟁 하다 생긴 내적 모순 계속 정복을 하는 것으로 해결해.
-팽창하자.
-고려가 정복 전쟁을 누구한테 하죠? 중국을 정복하나요? 내부 무슨 해결할 게 있어요?
고려와 주변 세계는 로마와 주변 세계와 비교했을 때 로마는 주변 세계를 군사력으로 다 압도했어요.
문명 수준에서. 고려는 그렇지는 못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고려는 단 한 번의 내부 개혁에 성공하지 않으면 이 한반도 문명이라고 하는 게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라는 문제 의식을 느꼈던 사람들이 바로 신진 사대부들이었어요.
우리가 흔히 조선을 설계한 사람, 이러면 정도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고려 말에 우리나라는 농지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첫 번째 한계가 끝났어요.
조선은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느냐.
한정된 지극히 적은 농업 생산량을 가지고 5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먹여살리게 하려면 양극화를 없애야 해요.
그러니까 전국에서 생산된 쌀, 보리, 이런 곡물을 어떻게 전국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부의 재분배. 조선은 부의 재분배를 위해서 탄생한 나라예요.
-저 때 이미 권문세족이 땅이며 곡물이며 이런 것들을 다 차지하고 있을 때니까 이것을 다시 재분배를 시키자 하는 필요한 시점에서 등장했다는 거죠?
-그렇죠.
그래서 저는 꼭 정도전이 아니었더라도 30년 후든, 40년 후든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타났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공자 논어가 있고 맹자라는 고전이 있지 않습니까?
-공자, 맹자.
-공자, 맹자할 때. 맹자는 당시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 같은 새빨간 책이었어요.
그런데 정몽주가 정도전에게 몰래 맹자를 넣어줘요.
맹자는 급진적인 혁명 사상이 담긴 책이거든요.
그래서 정도전이 그 맹자를 탐독하면서 이 사람이 그때 처음 이 세상을 뒤집어엎어야겠구나라고 하는 혁명가가 되기 시작해요.
-자극 받았네요.
-굉장히 자극을 받았죠. 그래서 조선 성리학의 기본 근간은 맹자예요.
그래서 이 신진 사대부 세력은 이성계와 손을 잡죠.
그래서 신진 사대부들의 철학과 이성계의 무력이 만나서 쿠데타에 성공하고
조선 왕조가 세워지는데 조선이 빵 하고 생기지 않았습니다.
일단 태조 이성계는 고려 국왕 자리에 올랐어요, 일단.
그런데 이때 국제적인 정식 타이틀은 고려권지국왕. 고려국왕대행이었어요.
권지국왕일 때 권문세족을 포함한 모든 기득권의 토지 문서를 다 꺼내서 저작을 위해서 몇날 며칠을 불태워버립니다.
토지 소유권을 다 없애버려요.
-증빙 서류를 다 없애버렸네요?
-그때 반발이 없었나요?
-반발이요? 그러니까 이성계가 필요했죠. 이성계는 당시 동아시아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던 장수였어요.
그러니까 이성계가 필요했죠. 이성계 없이 그런 거 하려고 했다가.
-바로.
-이 사람들 다 유배 두세 번씩 다 갔다온 사람들이에요, 신진 사대부들이.
그래서 토지 소유권 부자들의 토지 소유권을 다 불태워서 없애버린 후에 1392년에 조선이 정식으로 건국됩니다.
조선은 혁명에 의해서 태어난 굉장히 급진적인, 사회주의적인 국가예요.
그래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의 땅이 다 돌아갑니다.
-정말 공산주의적인 발상으로 쫙 뿌린 그런 느낌인가요?
-맞습니다. 경자유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자성어 중에.
그 땅에서 농사를 짓는 바로 그 사람이 농사 짓는 그 땅을 소유하는 것이 옳다라고 하는 게 경자유전이라는 말이에요.
경자유전의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실현됐던 때가 바로 조선의 건국이었어요.
-조선 말이랑 상당히 다르네요.
-그래서 조선의 재분배 혁명이라고 하는 것은 갑자기 전국에 있는 자영업자들이
다 건물주한테 세 내면서 건물세 내면서 장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갑자기 그 매장 공간이 자기 것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갑자기 가난한 사람들이 월세에 살고 있었는데 그 집이 갑자기 자기 집이 된 거고요.
모든 가족에게 자가 주택이 갑자기 마련된 거예요.
그 정도로 굉장히 급진적이고 지금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대변혁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프랑스 혁명이니 영국의 명예혁명이니 하는데 20세기 이전에 전 세계에서 이토록 급진적인 혁명은 없었어요.
조선혁명이 가장 급진적인 혁명.
-저는 이거를, 조선을 혁명으로 말하는 자체가 되게, 되게 신기합니다. 저는 이런 표현을 처음 들은 것 같아요.
-지금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이행은 조선 사회에서 지금 현대 사회로 바뀌는 것만큼의 엄청난 차이였어요.
그래서 우리 어르신들이 하는 말씀 중에 고릿적이라는 표현 있죠?
어디 그 고릿적 이야기를 하고 있어. 낡아 빠진 옛날 옛적 이야기를 고릿적이라고 하잖아요.
고릿적은 고려 적이라는 뜻이에요.
-왠지 그런 느낌이 나더라고요.
-고려일 때 조선인들이 생각하기에 조선은 근대 국가고 고릿적은 거기는 전근대 시대인 거예요.
-어디 고릿적 이야기를.
-지금 우리가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거예요.
고리짝이 고리타분함을 표현하는 대명사 격인 단어인 것은 조선 초기에 고려인이었다가
조선인이 된 사람들이 얼마나 사회 변화를 크게 느꼈는지를 알 수가 있어요.
단순히 왕조가 교체된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 조선을 세운 신진 사대부들은 대부분 단 한 명의 제자였어요.
목은 이색이라고 하는 유학자였어요.
-이색.
-이색.
이 목은 이색이라는 분은 원나라에 건너가서 과거 시험을 쳤는데 당시에는 원나라가 세계 중심이었어요.
세계 중심 제국이었는데 거기에서 1등을 했어요.
그러니까 공부 세계 1등을 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나서 원나라에서 적당히 벼슬살이를 하다가 다시 고려로 귀국을 했어요.
-수재였네요.
-전 세계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에요.
이 사람의 수업료가 얼마나 비쌌겠어요?
그냥 좀 그 동네에서 유명한 한학자에게 1:1 과외를 받는다고 해도 논을 팔고 집, 밭을 판다고 했어요, 옛날에.
이 비싼 수업료를 누가 내줘요?
-부모님.
-그렇죠, 부모님이 내주죠. 무슨 뜻이냐.
조선을 세운 신진 사대부들은 다 권문세족의 자제들이었어요.
즉, 그들은 그들 스스로 자기들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을 기득권을 없애는 혁명을 한 거예요.
-그런 선택 쉽지 않은데.
-그렇죠. 왜냐하면 이들이 철학자이기 때문에 그래요.
저는 이게 철학이 갖고 있는 위대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은 현대인의 관점을 가지고 과거를 해석해요.
저는 세대 구분을 하면 X세대인데 저도 X세대의 기준으로 MZ들을 판단하죠.
그러니까 꼰대 소리를 듣죠. 현대인도 사실은 조선인들에 대해서 꼰대짓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조선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상업 자본이 발달 안 하고 말이야. 자본주의.
이런 게 발달을 안 하고 일본의 애도 시대처럼 그런 상업 자본이 발달했다면
우리가 자본주의를 좀 더 빨리 도입을 해서 우리가 서양 문물로 더 빨리 받아들였을 것이고 과학 기술, 특히 군사, 무기 같은 거.
우리가 일본에 먹히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이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걸 굉장히 감사해요. 덕분에 제가 잘 살고 있죠.
그런데 제가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걸 감사하는 이유는 이 자본주의 사회가 2차산업혁명 이후에 사용했기 때문에 그래요.
2차산업혁명 이전에는요.
농경국가는 그 해에 그 나라에서 생산된 곡물의 양 전체가 그 나라가 갖고 있는 그 해의 국부의 96%죠.
자산은 한정돼 있습니다.
이거를 가지고 다 골고루 잘 나눠서 잘 먹고 잘살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상업 자본이 발달하면 어떻게 됩니까?
인플레이션이 생기죠.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곡물은 기본 재화니까 가격이 올라요, 안 올라요?
-가격이 오르죠.
-올라요.
-가격이 오르죠. 그러면 서민들은 굶어요, 안 굶어요?
-굶어요.
-굶죠. 무역이 발달하고 상업이 발달하면 수출과 수입이 늘죠.
수출을 무엇으로 합니까? 수출도 쌀로 하겠죠.
-쌀로.
-수입을 할 때 그 외국에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치품 무엇으로 결제합니까? 결국은?
-쌀?
-결국은 모든 부는 쌀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쌀로 비단을 산 거예요?
-곡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그렇죠.
그래서 조선은 의도적으로 상업을 억제합니다.
자본주의의 발달을 억제해요. 자본주의의 발달을 억제한 거는요.
자본주의를, 경제를 잘 아는 사람만 경제 성장을 억제할 수 있어요.
오히려 조선에서는 신진 사대부들은 경제 전문가들이었어요.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지식으로 경제 성장을 인위적으로 억제한 거예요.
그런데 이게 세대가 계속 지나면서 시간이 흐르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냐면
조선의 사대부들은 나중이 되면 경제를 정말 모르는 사람이 돼요.
그런 부작용도 있었던 거죠.
2차 산업 사회가 시작되기 전에 상업 자본의 발달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예가 일본의 에도시대예요.
에도시대가 임진왜란 끝나고 나서부터 에도시대가 펼쳐지죠.
에도시대 동안 일본은 상업 자본이 엄청 많이 발달했습니다. 자본주의가 많이 발달했어요.
일본 전체 역사상 에도시대의 평균 신장이 가장 작았습니다.
-키가 가장 작았다.
-왜요?
-왜냐하면 경제가 발달하니까요.
-경제가 발달하면 키가 작아져요?
-네, 경제가 발달하면 상업 자본이 발달하죠.
상업 자본이 발달하면 무역이 활성화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거예요. 인플레가 생겨요.
-못 먹어서?
-곡물 가격도 똑같이 올라요. 서민들은 못 먹어요.
그리고 영주들 부자들이 중국의 사치품을 사기 위해서 일본의 쌀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거죠.
그러면 일본 국내 전체 쌀 보유량은 줄어들죠.
그러면 쌀값은 더 오르죠. 농민들은 더 굶죠.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에도시대에 마비키라는 풍습이 생깁니다.
-마비키?
-마비키 솎아내기라는 뜻인데요. 엄마가 자기가 낳은 갓난아기를.
베개로 눌러서 질식사시키는 것을 마비키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식구들이 입이 늘면.
-굶으니까.
-굶으니까.
-그러니까 조선은 그것을 경계했던 거죠?
-경계했죠. 그래서 조선이 얼마나 상업자본의 발달을 경계했냐면 원래 조선 초기에 이앙법이 금지됐었어요. 이앙법이 뭐냐 하면 모내기.
-모판을 키운 다음에 하잖아요.
-그렇죠. 그게 이앙법인데 그런데 원래 조선은 합법적으로는 직파법만 해야 해요.
직파법이 뭐냐 하면 말 그대로 씨를 바로 뿌리는 거예요.
조선을 세운 사람들은 물론이고 고려시대 사람들도 이앙법을 할 줄 알았어요.
이앙법이 생산성이 더 좋아요.
-더 효율적인 방법.
-더 효율적이죠. 쌀이 더 많이 생산돼요.
그런데 일부러 직파법을 했던 거예요. 더 원시적인 농법인.
왜냐하면 쌀이 더 많이 생산돼서 잉여 생산물이 생기면 그 잉여 생산물을 독점하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죠.
양극화가 진행되잖아요.
그래서 양극화가 진행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 이앙법을 금지했던 거예요.
-부의 축적을 막으려고.
-부의 축적을 막으려고.
그래서 고려청자와 여러분 조선백자를 생각하시면 고려청자는 엄청나게 화려하죠.
조선백자는 수수한 가운데 장식도 없고 은근히 풍미가 드러나게 되죠.
도자기뿐만 아니라 조선의 모든 가구나 어떤 가옥의 형태도 그 영향을 받아요.
부자인 티 내면 못난 사람 되는 거예요.
문화적으로도 그런 게 자리 잡힌 거예요.
그래서 조선의 미술품과 의복이라고 하는 것은 고려시대와 전혀 다른 거예요.
당시는 독재 대부분이 먹고 사는 거잖아요.
얼마나 조선이 신경을 썼냐 하면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쳐들어왔잖아요.
그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는 사극 영화 과장된 게 너무 많아요.
기득권들, 부자들, 양반들 이런 사람들은 막 도망가는 걸로 나오죠.
그리고 국가가 돌아보지도 않았던 민초들.
민초들이 죽창 들고 일어나서 알아서 싸워서 나라를 지키는 걸로 되어 있는 데가 많잖아요.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의병들이 아니에요?
-의병을 다 조직한 사람은 다 양반들이에요.
-이분들이 리더들은 대부분.
-다 양반들이고 특히나 전직 관료들이 의병을 조직했어요.
그럼 일반 백성들은.
심지어 노비들까지도 양반들이 조직한 의병에 포함되거든요.
그럼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체제에 조선 체제에 그렇게 도움받는 사람들도 아니었죠.
특히 노비들도 마찬가지고요. 왜 그랬을까요?
처음에 일본 점령군은 점령지에서 조선 사람하고 잘 지내보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사이 나빠져서 서로 좋을 게 뭐예요. 맞잖아요.
그래서 농민들은 정부나 관아에 조세를 바쳐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본 점령군은 조선에서 조세 파격 바겐세일에 들어갑니다.
-자기들이 이렇게 지배를 하면 조세를 덜 거두겠다.
-그렇죠.
-이런 식으로요?
-세금 까주겠다.
-임진왜란 직전에 일본의 조세 평균은 67%였어요.
-너무 많이 거둬가는데요.
-그렇죠. 67%였어요, 통상 70.
그래서 이게 기본이었기 때문에 일본군 장수들은 조선 사람들한테 특별히 잘해줘야지.
조세를 40%를 물립니다. 엄청나게 낮춘 거죠.
그런데 그때 당시에 조선의 기본 세율은. 10%였어요.
그러니까 일본군들은 잘해 주려고 잘해 줬는데 우리나라 농민들, 심지어 노비들까지도 생각하기에는 이거는 아닌 거예요.
-개떡 같은 소리야.
-그렇죠, 역시 오랑캐는 오랑캐구나. 이러고 있는데 저기서 양반 어르신이 의병을 조직했대.
그러면 들어가 싸우는 거죠. 어떻게 40%를 내고 삽니까? 이런 거예요.
이 말은 뭐냐 하면 임진왜란은 정확하게 1592년에 일어났어요.
-1592
-조선이 세워진 게 1392년입니다. 정확하게 200년 있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났거든요.
200년 동안 건전한 세율을 유지했다는 건 대단한 거예요.
지금 대한민국이 생겨난 지가 80년이잖아요.
200년 동안 농민들이 왜적이 쳐들어왔을 때 조건 없이 의병이 될 만한 체제였다.
일반 서민들, 심지어 천민들까지도 생각하기에
이 체제가 목숨 바쳐 지킬 가치가 있는 체제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대단한 겁니다.
-이미 일본이 쳐들어오기 전에 200년 동안 너무나 이상적인 체제로 잘되고 있었다는 거네요.
-그거의 단점도 있었죠. 200년 동안 전쟁다운 전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약체야.
-조선군의 전술이라든지 실전 경험, 이런 건 다 200년 전이었어요.
일본은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계속계속 전법이 개발되고 업그레이드되고 서로 경쟁하고
그리고 우리나라를 침공한 왜병들, 일본군들을 보면 다 전국시대 한복판에서,
전쟁터에서 다 10년, 20년씩 살아남은 베테랑들이 왔어요.
그러니까 처음에 우리가 밀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병사들에게 실전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죠.
-그렇죠.
-그래서 우리가 조선을 흉보고 조선에 대해서 안타까워할 때 조선이 망한 마지막 모습만 보잖아요.
조선이 망한 마지막 모습만 보면 한심하죠.
그렇지만 조선의 마지막이 조선시대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아요.
조선왕조 건국 200년째를 살고 있는 농부에게 조선은 실패한 체제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조선이 멸망하기 15년 전을 사는 농부에게 조선은 실패한 체제였죠.
우리가 로마 제국이 무너진 모습만 보고 로마 시대 전체를 평가하면 말이 안 되죠.
-그렇죠.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조선을 이해할 때 우리가 조선시대 전체를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애초에 조선이 왜 탄생한 국가였는지를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조선은 결국 무너지게 됩니다.
우리는 단지 서구 열강의 침입부터 시작된 왜세의 침략 때문에 조선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데 맞는 말이죠.
그런데 사실 조선의 몰락은 내부의 균열로부터 비롯이 됐습니다.
한 사회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뀔 때는 그것은 언제나 경제적인 문제로 바뀝니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조선은요, 1670년과 1671년 두 해에 걸쳐서 경신대기근이라고 하는 절망적인 기근을 맞습니다.
-완전 흉작.
-흉작인 정도가 아니고요. 쌀이 전멸했고요, 보리가 전멸했고요.
우리나라에 거의 나지 않는 밀도 전멸했어요.
그리고 모든 농사가 다 망했을 때 마지막으로 짓는 곡물이 피예요.
그래서 옛날에 피죽도 못 먹는다는 말이 있어요. 피도 전멸했고요.
못 먹으면 어떻게 됩니까?
면역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니까 감기 같은 거 걸리고 전염병이 도는 거예요.
겨울에 추위를 막으려면 솜옷을 입어야죠.
솜은 목화를 따야지 솜이 되죠? 목화도 전멸했습니다.
그래서 조선 사람들이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단적으로 남의 묘를 파기 시작해요.
수의를 꺼내서 입기 위해서.
-너무 추워서?
-너무 추워서.
-그 정도였어요?
-네, 이런 경신대기근이 전국을 덮쳐요. 이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냐 하면 왕족도 굶어 죽었어요.
왕의 호위 무사도 굶어 죽었고요. 지금으로 치면 장관들도 굶어 죽었어요.
엄청난 사건이었죠. 그렇게 경신대기근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폭풍이 지나가게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죠. 재산도 부자도 왕족들도 굶어 죽었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재물을 축적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창고에 쌀과 보리와 좁쌀을 쌓아두지 않고 있었다는 뜻이에요.
어떤 뜻일까요? 쌀을 쌓아두면 어떻게 돼요?
쌀의 유통량은 줄어들죠? 그러면 쌀값은 어떻게 돼요?
-올라가죠.
-올라가요.
-올라가죠.
쌀값이 올라갔을 때 내 쌀을 팔면 나는 부자가 되죠.
일부로 재산을 축적하지 않고 있었던 거예요.
쌀을 쟁여두지 말자. 곡물을 쟁여두지 말자.
곡물을 쟁여두는 것은 백성을 괴롭히는 것이다.
백성이 먹고사는 걸 방해하는 거기 때문에.
조선의 기득권, 지배층은 적어도 경신대기근 이전까지는 나름대로 조선이 탄생한 그 이유,
그 이유가 갖고 있는 도덕성을 갖고 있었던 거예요. 대단한 거예요.
2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걸 갖고 있었다는 거는 대단한 겁니다.
-그런데 왠지 지금은 지금은 선장님이 이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니 이 이후에 좀 이상하게 변하나 보죠.
-이후에 조선은 전혀 성격이 다른 국가가 됩니다.
먼저 한번 다 같이 사이좋게 굶어 죽어 보니. 직파법 때려 쳐.
무조건 쌀을 많이 생산하고 볼일이죠. 이제 전국적으로 이양법이 유행을 하게 됩니다.
한번 다 같이 사이좋게 굶어 죽어 보니까. 무조건 많이 생산하고 볼일인 거예요.
-맞아.
-그러다 보니까 잉여 생산물이 남죠? 그 잉여 생산물이 생기면 부자들은 언제 다시 가뭄이 올 지 모르잖아요?
그걸 창고에 차곡차곡 축재를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재산을 축적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이양법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양법은 생산력은 좋은데요.
한 번 가뭄이 오거나 한 번 병충해가 오잖아요.
벼들이 전멸하는 문제가 있어요. 가끔가다 가뭄이 왔어요.
벼가 전멸했어요. 쌀은 부자들의 창고에 밖에는 없어요, 이제 나라에.
그러면 부자들은 그 쌀을 빌려주죠. 뭘 받고?
이자 놀이 하는 거죠. 고리대를 받고.
부자들은 앉아서 계속해서 부자가 될 수밖에 없게 된 거예요.
그리고 경신대기근 이후에 노비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굶어서 준 건가요, 아니면 다른 문제인가요?
-노비는 옛날에 가족으로 쳤어요.
조선의 법제가 노비를 주인 가족의 구성원으로 돼 있어요. 노비라고 하는 건.
그래서 만약에 내가 노비를 때려죽였어, 그러면 아버지가 자식을 때려죽인 것과 비슷해요, 패륜이에요.
이때 주인의 입장에서는 가뭄이 들었을 때 노비를 책임지기 싫은 거예요, 이제.
나 살기 바쁘고 내 처자식 먹여 살리기 바쁜데 노비까지.
그러니까 경신대기근 이후에 노비를 가졌던 사람들이 자꾸 노비를 해방시켜주려고 그래요.
그런데 노비들은 경신대기근과 같은 전국적인 재난이 닥쳤을 때 주인이 있으면
내가 노비면 먹고 사는 문제를 주인에게 맡길 수 있잖아요.
그래서 경신대기근 이후에 노비가 되려는 양민들과 노비를 받지 않으려는 양반 지주층의 기싸움이 벌어집니다.
-양민들이 오히려 노비가 되려고 해요?
-그럼요. 왜냐하면 조선시대 노비는 공민이었어요.
법적 보호를 받는, 자기 권리를 갖고 있는 공민이었어요.
-저 정도면 노비 할 만한데?
-그 정도면 노비 할만하죠. 그러니까 노비가 되는 건 메리트가 있죠.
-엄청 좋네.
-조선시대에. 그런데 노비를 거두는 건 메리트가 없죠.
-없어.
-그래서 점진적인 노비제 해체 국면에 들어가게 돼요.
경신대기근 이후에. 그러면 노비 없이 내가 부자라서 일 안 하고 그냥 먹고살고 싶은데.
일 안 하고 떵떵거리고 살고 싶은데. 노비가 없으면 누가 일해주지? 소작농이 일해주면 되죠.
복잡하게 내가 대농장을 소유하고 관리하고 경영하고 노비들을 부려가면서
그러다가 농사 실패하면 다 내 책임이고 내가 손해 감수해야 하잖아요.
그러지 말고 나는 땅 소유권만 갖고 있고 그 땅을 땅 없는 농부한테 빌려주면 되죠.
-임대.
-임대를 하는 거죠.
그러면 소작농은 자기가 생산한 소출에서 40%, 50%, 60%를 떼줘야 하니
아무리 지주가 미워도 열심히 일해야 자기도 먹고 살 수 있죠.
그러니까 자기는 이제 안방에 누워서 가만히 있으면 돼요. 일도 소작농이 대신 하는 거예요.
노비를 뭐 하러 부립니까? 이렇게 편한 방법이 있는데.
지주 입장에서는 꿀이죠. 그 와중에 조선은 계속해서 인구는 늘어요.
그런데 한반도라고 하는 땅은 농사를 지었을 때 땅에 영양분이 계속해서 쓸려 나가는, 사라지는 암반 구조를 가졌어요.
즉 조선은 맬서스 트랩에 걸리게 됩니다.
맬서스 트랩은 어떤 사회가 처음에는 인구가 늘면 늘수록 그 인구들이
협동하고 같이 일하고 하면서 생산성도 좋아지고 인구가 늘면 지식의 양도 늘고
인구가 늘면 늘수록 더 그 사회는 풍요로워지고 먹고살 만해지다가 어느 순간
그 사회를 받치고 있는 자연환경이 그 인구를 떠받치지 못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
-한도 초과인 거네요.
-그렇죠, 그렇죠.
-그러면 그 사회는 멸망에 치닫는다. 이게 맬서스 트랩이에요.
맬서스 트랩 이론은 현재는 폐기됐습니다. 왜 폐기가 됐을까요?
-자연환경을 능가할 수 있는.
-지금은 2차 산업 시대이기 때문에 그래요.
그런데 2차 산업 시대 전에는 모든 생산력이라는 건 사람의 인력과 자연의 결함물이에요.
농사를 짓든 수렵을 하든 계속해서 땅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유지를 시켜주는,
공장에서 찍혀져 나오는 화학 비료라는 것도 없어요.
조선은 맬서스 트랩에 걸려 있는 나라가 돼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굶주리는 게 당연한 시대가 돼요.
현대 한국인들은 조선시대가 굉장히 오랫동안 변화가 없는 고증된 시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조선 사람들이 만들어낸 조선 속담이에요.
왜 10년이면 강산이 변할까요?
-영양분이 다 빠져나가서?
-조선시대 말기가 되면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는 선비들이 이순신 장군이 싸웠던 격전지를 방문해요.
명량해전, 한산도 대첩. 그런데 난중일기랑 안 맞아요. 왜 안 맞을까요?
개간을 해서 그래요. 지형이 바뀌어 있는 거예요.
-진짜 강산이 변하네.
-그렇게 처절하게 개간을 하고 계속해서 경작지를 늘려나가려고 했는데도 18세기,
19세기가 되면 조선의 쌀 생산량은 점점 줄어들어요.
인구는 늘어가는데, 왜? 조선 땅 자체가 점점 고갈되는 거예요.
땅의 기운 자체가 고갈되는 거예요. 하도 좁은 땅에 농사를 많이 지어서.
거기다가 지금 말씀드렸던 양극화.
그래서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조선 말에 조선을 방문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조선에는 착취하는 사람과 착취당하는 사람 오직 두 종류의 사람만 있다.
경신대기근 말고 조선을 망하게 했던 또 하나의 주범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탕평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왜요?
-붕당정치 하면 어떤 느낌 드시죠?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이런 거요.
-탁상공론하고.
-붕당정치가 옳았다고 저는 믿지 않을 수 없어요.
붕당정치는 백성의 피가 흐르지 않는 내전이에요. 말로 하는 전쟁입니다.
일본과 비교해 보면 일본의 전국시대를 보면 백성이 싸움에 동원돼요.
전투, 전쟁에 동원되는 비용도 다 백성이 다이묘들에게 뜯겨서 착취당해서 마련되죠.
붕당정치를 해서 일반적인 농사짓는 백성에게 어떤 손해가 돌아가죠?
-없어요.
-붕당정치는 굉장히 좋은 정치예요. 기본적으로 좌의정은 요즘으로 치면 여당 당수 우의정은 야당 당수로 보시면 되고
정권이 교체되는 걸 환국이라고 해요. 정권 교체, 환국이라고 하는데.
보통 환국이 한 번 일어나면 30명은 유배 갑니다.
평생 그 정권이 그대로 있지 않아요. 다시 정권 교체가 될 거 아니에요.
그럼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또 관료를 하는 거예요.
이 제도가 좋은 건 뭐냐 하면 언제, 내가 쫓아낸 쟤가 언제 다시 돌아와서 나를 처벌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심한 부정부패, 심한 잔인성은 가지고 있을 수 없게 된 거예요.
-함부로 하지는 못하겠네.
-함부로.
-함부로 못 했다.
-즉 붕당 정치는 말로 하는 내전인데 서로가 서로를 선을 넘지 않도록 견제하는 내전이에요. 그런데.
-그걸 없애버렸네.
-영조는 붕당을 없애버렸죠. 그 과정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실제 영조가 느끼기에는 비효율적이었겠죠. 영조는 엄청 무서운 사람이었어요.
카리스마적인 인물이었잖아요.
영조는 신하들이 이 사람을 되게 무서워했기 때문에 영조는 이거 탕평, 붕당 정치가 왜 필요해.
그냥 내가 시키면 다 일렬종대로 서서 따라 하란 말이야. 그게 통했어요.
영조 다음에 정조 때에 이르러서 정조는 영조만큼 무서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정조는 조선 4대 천재가 정조잖아요.
이 사람이 워낙 천재이기 때문에 붕당 정치 없어도 탕평책만으로 자기가 다 할 수 있었어요.
붕당, 정당이 없어지면 요즘으로 치면 대통령 독재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모든 것을 왕이 책임지고 왕의 권한 아래 있는 것은, 그런 제도는 정말 뛰어난, 강력한 왕이 있을 때만 통해요.
그다음 왕들은 영조처럼 무섭지도 않았고 정조처럼 천재도 아니었어요.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순조.
-이런 사람들이 그 탕평책이 갖고 있는 강력한 왕권을 풀로, 맥스로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은 붕당이 없어진 상태에서 일당 독재가 되게 됩니다.
-노론.
-노론 일당 독재가 되는 거죠. 왕을 노론이 대체하는 거예요.
그리고 노론 내에 당내의 투쟁에서 최종적으로 안동 김씨가 승리하면서 세도 정치가 시작됩니다.
-안동 김씨.
-붕당 정치가 사라지고 세도 정치가 시작되니까 견제가 없어져요.
이제는 선을 지킬 필요가 없어요. 선을 세게 넘기 시작하죠.
국가를 사유화하고 매관매직을 하고 나라가 망하죠.
조선은 10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망할 준비를 마친 나라가 된 거예요.
조선은 유교적이어서 멸망했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데 최초의 건국 이념 그걸 잘 지키지 못해서,
더 이상 유교적이지 못해서 멸망한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조선이 실패한 마지막 모습이 조선 왕조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조선 말기가 되면 얼마나 사람들이 먹고사는 게 불가능해진 사회가 됐는지 말씀드렸죠.
메소스트랩에 걸려있었어요. 사실 이 메소스트랩에 우리 민족은 200년, 300년 더 먼저 걸렸어야 해요.
그 시간을 조선은 연장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비록 조선이 망할 만큼 망할 때가 돼서 갑자기 그 서구 열강이
침범을 하고 그중에서 하필이면 기분 나쁘게도 우리가 역사 기간 내내 우리가 오랑캐로 무시했던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굴욕을 겪었지만 어쨌든 우리 민족을 살려서 2차 산업 사회로 우리 민족을 패스했어요.
조선 왕조는.
그러니까 조선 왕조는 우리 민족의 생존 기간을 늘린 나머지 우리 민족이 성공한 현대 사회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런 면에서 조선은 결과적으로는 큰 틀에서 성공한 체제였다고 저는 믿어요.
그래서 조선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조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감정을 정하기 전에, 좋아하고 싫어하기 전에 먼저 이해를 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것은 감정을 먼저 정합니다.
저거 싫어할까, 좋아할까. 그러고 나서 자기가 싫어하는 감정, 좋아하는 감정의 근거를 찾아요.
그러지 말고 먼저 내려놓고, 감정을 내려놓고 총체적인 이해를 한 다음에
그다음에 좋아할지 싫어할지 결정해도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1강, 조선이란 무엇인가에서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먼저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을 갖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사람이 이 방송을 통해서 조선과 화해할 준비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약간 조선에 대해서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는 분들은 오늘 공연을 듣고
새로운 조선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 같고.
또 조선에 무관심했던 분들도 우리의 과거인 조선은 그런 나라였구나하는 관심이 생기는.
-나 지금 되게 좋게 인식됐거든요, 듣고.
-지금 관심이 좀 가죠?
-되게 지금 내 머릿속에 좋게 조선은 좋은 거야.
-사실 조선이 많이 변화할 수 있었던 시점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조선시대로 선장님이 돌아가셔서 딱 하나를 바꿀 수 있다면 혹시 바꿔보고 싶은 게 있으실까요?
-저는 수양대군이 쿠데타에 성공해서 세조가 된 계유정난을 한번 막아보고 싶어요.
-나는 왕이 될 상인가 했던 그 수양대군을.
-그렇죠. 아니야, 탕. 이걸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계유정난 없이 조선 사회가 얼마나 더 잘 됐었을지를 한번 확인해 보고 싶어요.
-왜요?
-왜냐하면 조선의 건국이념 그다음에 조선 초기에 잡혀 있었던 체제,
이런 것들을 세조가 쿠데타로 얻은 권력을 유지하고 또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많이 흐트러트려 놓아요.
그래서 세조가 의외로 망친 게 되게 많아요.
-알겠습니다. 오늘 우리 선장님이 조선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주셨는데 한마디로 오늘 강의를 정리를 해 주신다면요?
-감정을 먼저 정할 필요가 없다. 이해가 먼저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선을 판단하기 전에 이해부터 하자. 알겠습니다.
오늘 두 분도 새로운 옛날이야기 들었던 것처럼 좀 흥미롭게 함께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말씀하신 대로 베이스가 없었기 때문에 이해를 먼저 하고 들은
사람으로서 초반부터 속속들이 상세하게 알려주셔서 저는 너무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그러면 조선시대로 만약에 돌아갈 수 있다면 인욱 씨는 어떤 신분을.
-노비.
-노비가 딱 맞다.
-노비를 이렇게 긍정적인 시각으로.
-노비가 법적 보호를 받기는 했지만.
-한 가지 빼먹었어요?
-인권의 사각지대이긴 했습니다. 사각지대이긴 했어요.
-중요한 걸 빼먹으셨네. 인권의 사각지대였대요.
-다시 생각해야겠어요.
-저는 왕 어떻습니까, 왕?
-왕.
-임금님.
-왕은 아니에요.
-왜요?
-총대 메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떡밥을 뿌렸는데 안 무시네요.
-왜요, 왜요? 왕 별로예요? 저는 왕 하고 싶어요.
-다음 시간에.
-다음 시간에.
-왕 하고 싶으세요? 알겠습니다. 왕 시켜드릴게요.
-다음 시간에 왕.
-다음 시간에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어요.
-알겠습니다. 일단 왕이 되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다음 시간에.
-다음 시간에.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경환 씨는 어떻게 들으셨어요?
-저는 사실 처음에 조선 하면 떠오르는 것 했을 때 정말 낡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확실히 많이 바뀐 것 같고요.
조선, 생각보다는 살 만했구나.
그리고 저는 만약에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면 그 사대부, 신진사대부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멋있죠, 혁명가들이죠.
-되게 갑자기 멋있게 느껴져서.
-그럼요.
-알겠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왜 헬조선이라는 말이 있죠.
물론 여기서 헬조선은 과거 조선을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런 말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지식 항해를 마친 이쯤에서 다시 한번 묻고 싶은데요.
여러분에게 조선이란 어떤 곳인가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지식 항해는 여기에서 마치고요. 다음 이 시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찾아라.
-(함께) 보물 지도!
-뭐야, 뭐야? 100분 토론을 하루에 3번이요? 잠은 나는 언제 자냐. 집에 좀 가거라.
-조선의 왕은 공무원이었습니다.
-왕이면 그냥 무조건 왕 아닙니까?
-우리 한국은 민원의 나라죠. 그리고 이 민원의 특징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이에요.
-북 때리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조선 최고 맛집이에요. 웨이팅이 6개월이었어요. 그리고 계속 북 쳐.
-내 말 좀 들어주시옵소서.
-왕을 괴롭혀도 됩니까?
-괴롭혀도 되는 사회가 조선이었어요.
-스트레스.
-그러면 조선의 왕은 권력이 강했을까요, 약했을까요?
-약하죠.
-복지가 없사옵니다.
-되게 불쌍해.
-그런데 실무 능력. 이 실권은 왕이 세계 최고였어요. 조선 왕이.
-과연 향원이는 왕을 계속하고 싶을 수 있을 것인지.
-생각을 바꿀 것인지.
-두구두구두구.
-(함께) 보물지도.
-두 분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사실 요새 또 그렇지만 장유유서나 붕우유신이나 이런 사자성어나 아니면 어떤 예의나 이런 이야기할 때마다 지금이 조선시대냐.
이런 말 자꾸 하니까 그냥 그런 꼰대스러움이 생각납니다.
-조선 하면 꼰대스럽다. 버스킹도 못 할 것 같고.
-그때, 그때 만약에 버스킹을 하면 바로 포졸.
-곤장, 곤장.
-포졸들이 막 나와서.
-곤장 맞고.
-매우 쳐라 할 것 같고.
-다리 찢고.
-그럼 이제.
-다리 찢고.
-다리를 찢어요?
-이거, 이거, 이거.
-주리를 틀면서.
-주리 틀면서.
-인권 따위는 없이 그냥 아주 엄하게 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나라였을 것만 같은 이미지. 우리 인욱 씨는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뭐가 뭔지.
-별 관심 없다.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조선 별로 관심 없다.
-조선인 거는, 조선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조선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꽤 옛날이었어요. 우리가, 우리가 보진 못했어요.
-그게 언제야?
-사극 봤잖아요.
-사극 봤죠. 그게 사극이 다 조선이에요?
-한복 입고 있는 거, 한복 입고 있는 거.
-한복 입으면 다 조선이야?
-웬만하면 조선.
-일단 드라마로 거의 세상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한복 입으면 조선, 오케이.
-허준이나 세종대왕 이런 왕들이 나오는 거.
-그러면 그중에 약간 정장 끼어 나오면 이제 다른, 조선 아닌 거고.
-그때 일제강점기로 넘어간 거죠.
-최근, 약간 최근, 약간 최근.
-약간 최근. 그 부분은 이제 김두한 나오는 거.
-그래, 맞아요, 맞아요.
-오케이, 오케이.
-그전까지, 그전까지.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약간 머리가 지끈지끈 이렇게 관자놀이를 짚으시고 계시는 분이 보이십니다.
조선시대 하면 이렇게 조금 답답한 이미지,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
글쎄, 별 관심 없는데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오늘 그 편견을 이분이 깨주실 예정입니다. 오늘의 선장님 모셔볼게요. 선장님.
-(함께) 나와주세요.
-안녕하세요?
-선장님, 저희 이야기 들으셨잖아요. 조선시대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 이렇거든요.
무관심하거나 약간은 부정적이거나.
-굉장히 낡은 이미지를 갖고 있고요. 보수적이고.
-맞아요.
-원리 원칙을 지키고 갑갑한 거 있잖아요.
남녀칠세부동석. 근데 또 나쁜 이미지 중에 전쟁을 잘 못하는 나라.
-맞아요.
-라는 이미지도 있어요. 그다음에 이런 것도 있죠. 저 자를 매우 쳐라.
-맞아요.
-저는 그 장면 볼 때마다 빵 터지거든요.
-왜요?
-왜냐하면 사또가.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네가 알렸다. 모르겠는데요 그러면 저 자를 매우 쳐라. 이게 죄가 있든, 없든 굉장히 좀 너무하잖아요.
-말대꾸하면 쳐라.
-그렇죠.
-그런 게 있어.
-때리고 싶으면 때릴 수 있구나.
-그런데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제가 갖고 있는 조선의 이미지는 혁명.
굉장히 급진적인 이미지를, 저는 갖고 있어요.
-약간 많은 분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반대네요.
-의외네요.
-보통 조선을 성리학적 이상을 추구하는 국가라고 우리가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단지 성리학적 이상만 추구해서는 세계의 어떤 왕조도 500년 이상을 갈 수는 없습니다.
비록 조선이 마지막에 굉장히 비참하고 한심한 모습으로 무너졌지만 이게 어쨌든
우리 민족을 500년 동안 그럭저럭 먹고살게 하는 데 성공한 체제였단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를 보면 조선이라는 나라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조선은 왜 탄생했는가 그리고 조선의 체제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었는가.
마지막으로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여기에서 첫 번째와 세 번째 질문.
왜 탄생했고 왜 무너졌는가를 알면 우리가 조선 사회에 대해서 굉장히 깊이 알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시작과 끝을 알 수 있는.
-그렇죠. 시작과 끝을 아는 거죠. 조선을 만든 사람들이 있죠.
우리가 흔히 교과서에서 여말선초 신진사대부라고 불리는 조선을 만든 사람들은 다 고려인이에요.
-그래서 고려에서 넘어와서.
-그렇죠. 고려인만이 조선을 만들 수 있었죠.
그러면 우리는 타임머신을 한 번 더 타서 고려 말의 상황으로 우리는 가봐야 해요.
고려 말은 백성들이 살기가 아주 힘든 시기였어요.
왜냐하면 외적이 침입하고 홍건적이 쳐들어오고 원나라랑도 전쟁을 치러야 하는 그 와중에 백성의 삶은
그것만으로도 파탄이 나는 게 정상이지만 고려 말의 시대는 양극화가 너무 심했어요.
-어떤 거로 양극.
-어떤 거로 양극화가 됐나. 그러면 타임머신을 한 번만 더 타고.
-조금 더.
-자주 탄다.
-로마제국 시대로 한번 넘어가
볼게요.
-로마요?
-아직 짐 많이 못 챙겼는데, 그만큼.
-로마가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상대로 승리하고 지중해의 패권을 잡죠.
그런데 카르타고와의 전쟁은 정말 문명과 문명을 걸고 싸운 전쟁이었어요. 120년 동안 싸웠습니다.
그리고 카르타고 문명이 다시는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카르타고 내에 있는 모든 농토에 다 소금을 뿌렸습니다.
다시는 농작물이 자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민족 말살을 한 거네요, 진짜로.
-그렇죠. 민족 말살뿐만 아니라 카르타고의 역사도 거의 전해지는 게 없어요.
그런데 어쨌든 우리도 지금 남자들은 군대 갔다 오잖아요.
로마 남자들도 군대를 갔다 왔어요. 복무 기간이 20년이었어요.
-20년.
-그런데 로마의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사냥꾼도 아니고 어부도 아니고 기본적으로는 농부예요.
농사짓는 사람들이에요. 이 농사꾼들이 나이가 돼서 10대에 전쟁터에 가요.
그러면 20년 동안 싸웁니다. 그들이 야만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그러면 돌아와요.
나이 사십이 됩니다.
그때 20년 동안 방치됐던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농지를 다시 갈아엎어서 거기서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해야겠죠.
나이 사십이 돼서 사회생활을 하는 거예요.
요즘으로 치면 환갑이 다 돼서.
-그래서 노년기에 접어들어서.
-노년기에 거의 접어들어서 본격적으로
경제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건데.
-그때도 다 징집제였어요, 로마도?
-로마는 시민병, 싹 다 징집이죠.
그런데 이 사람들이 계속 가난해져서 마지막에는 노예로 전락하게 됩니다.
어떤 일이 생겼냐 하면 로마가 정복 전쟁을 하면 패배한 국가나 민족들이 그 사람들이 전쟁 포로가 되지 않습니까?
전쟁 포로가 돼서 로마에 끌려오면 뭐가 됩니까? 노예가 되죠.
-노예.
-그러면 로마 안에 노예들이 넘쳐날 거 아닙니까?
노예가 넘쳐가면 수요 공급 법칙에 의해서 노예 가격이 떨어지겠어요, 높아지겠어요?
-싸죠.
-엄청 싸지죠. 이 싼값의 노예들을 로마의 소수의 부자들이 대량으로 사들입니다. 대량으로 사들여요.
-사노비로요?
-그렇죠. 그리고 전쟁을 오래 하게 되면 원래 농토를 갖고 있던 농부들이 싸우다가 죽겠죠.
그 농토도 싸게 사들여요. 그래서 대농장을 만듭니다.
그리고 거기에 노예들을 투입해서 정말 대량 생산하게 되는 거예요, 농작물을.
그러면 내가 평범한 로마군 일개 시민이면 군대 갔다 와서 한 이만한 밭뙈기에서 로메인상추도 키우고
그다음에 보리도 키우고 밀도 키우고 하면 곡물 시장에서 경쟁이 안 돼요.
가내수공업이 공장하고 경쟁할 수 없어요.
-대기업한테 이기기가 어렵죠.
-그렇죠.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점점 가난해져요.
점점 가난해지다가 가뭄이 찾아오면 땅을 팔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자기가 부자에게 팔았던 땅에서 농사를 짓는 소작농이 돼요.
그리고 가뭄이 한 번 더 오면 노예가 됩니다.
자기 자신을 팔 수밖에 없어요. 먹고살 수 없으니까.
내가 이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면서 20년을 외국의 군대와 싸웠는데
그렇게 싸운 결과 내가 가난해지고 노예가 되면 이게 공정해요, 공정하지 않아요?
-공정하지 못해요.
-억울하죠.
-말이 안 되는 거죠. 부자들은 앉아서 돈을 버는 거예요.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라쿠스 형제라는 인물이 출현합니다.
그 유명한 호민관 직책을 형제들이 만듭니다.
-호민관.
-호민관이 어떤 일을 하죠?
-평민을 대변하는 관직입니다.
-대변하는.
-그전까지는 평민을 대변하는 관직이 로마에 없었어요. 원로원만 있었죠.
원로원은 귀족들만을 대변하죠.
그 호민관 직책을 만들기는 했지만 결국은 두 형제가 차례로 기득권들에 의해서 아주 처참하게 살해당합니다.
그래서 로마의 개혁은 좌절됐어요.
그러면 더 이상 로마는 일반 서민들이 군 복무까지 해가면서 먹고살 수 있는 체제가 못 된 거예요.
내부 개혁에 한 번 실패했죠. 남은 방법은 팽창밖에 없어요. 계속해서 팽창하는 거예요. 계속해서 정복하는 거예요.
그래서 점령지의 부와 농작물과 노예들을 계속해서 착취하는 거예요.
그러면 뭐가 생깁니까? 남아도는 외국산 밀로 만든 빵이 생기죠.
어차피 서민은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게 됐으니 이 빵을 제공하는 거예요.
사람이 밥만 먹고 빵만 먹고 살 수 없으니까 오락 거리도 제공하죠.
이게 그 유명한 빵과 서커스입니다. 빵과 서커스 외에는 답이 없어요. 서민들도 알아요. 귀족들도 알아요.
먹여 살려주는 대신 군 복무만 해줘. 이것 외에는 로마는 굴러갈 수 없는 체제가 되어버린 거예요.
옥타비아누스 황제 이래로 이집트는 로마 황제의 개인 영지였어요.
이집트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양의 밀이 빵이 돼서 로마인들을 먹여 살린 거예요.
그것이 로마 황제의 권력의 원천이었어요.
로마 시민들의 밥줄을 쥐고 있다, 이것이 빵과 서커스입니다.
그래서 이집트의 곡물이 로마 황제로 하여금 로마인들을 지배하게 했다.
그러니까 로마는 이런 해결책이 있었어요.
주변 민족들은 로마에 비해서 문명 수준이 너무 낮거나 문명 수준이 높아 봐야 그래 봐야 그리스 정도였거든요.
고려로 다시 돌아와 보면 고려도 로마와 사정이 비슷했어요.
고려 말에 얼마나 양극화가 고려 왕조 400년 동안 진행됐었냐 하면 우리 사극에 보면
고려 말에 권문세족이라는 단어들이 나옵니다.
-제가 권 씨인데 안동 권가도 권문세족의 하나였다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권문세족이 자기네들끼리 다 해먹은 사람들 아닙니까?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마 중간에 성을 샀을 수도 있어서.
-이 권문세족들은 고려의 경제를 모두 틀어쥐다시피 한, 말하자면 요즘으로 치면 재벌 연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재벌 씨.
-고려 말에 권문세족의 수장인 이인임이라는 되게 성격 나쁘고 머리도 좋은 아저씨가 있었어요.
이인임이 소유한 땅이 산맥과 강을 경계로 했다고 기록이 돼 있습니다.
거기서 수많은 노비를 거느리고 대농장을 운영했죠.
엄청나게 넓은 땅에 엄청나게 많은 노예를 투입해서 많은 작물을 생산하는 것, 그런 농장을 라티푼디움이라고 그래요.
-라티푼디움.
-라티푼디움.
-그런데 이 라티푼디움은 현대도 있어요. 브라질의 커피 농장. 가도 가도 커피밭.
-맞아요, 엄청 크게.
-그리고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사실상 노예나 다름이 없죠. 하루 임금이 1500원.
-맞아요, 맞아요. 정말 저임금으로.
-거기 기계를 들여놓지 않는 이유들이 있어요, 대농장주들이.
기계를 돌리는 전기값보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필리핀 다바오의 바나나 농장.
가도 가도 바나나만 있는 정글 지대 그리고 산악 지대에서 바나나를 따는데 안전 장비란 존재하지 않고요.
맨발에 노동자들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바나나를 수확합니다.
그 사람들은 1년에 바나나를 정작 1개도 먹지 못해요.
그들에게는 바나나가 너무 비싼 식물이에요.
-따면서 몰래 좀 먹지.
-이런 게 라티푼디움인데 라티푼디움 이야기를 한 이유는 고려 말의 상황도 라티푼디움이었다는 거예요.
브라질은 너무 땅이 풍요로워요. 아르헨티나의 팜파스 일대, 너무 땅이 풍요롭죠.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라티푼디움 농업이 굴러가는 곳은 공통적으로 굉장히 풍요로운 곳이에요.
그래야지 그 노예 노동을 수용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 환경에.
한반도는 옛날부터 척박하고 산지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있는 평야에서도 굉장히 곡물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나라였는데, 옛날부터.
우리나라가 라티푼디움을 견딜 수 있느냐.
한반도는 라티푼디움을 백성이 견딜 수 없는 땅인데 라티푼디움 체제였다는 게 문제예요.
-이미 문제가 있었네요.
-이미 문제가 있었어요. 한반도가 얼마나 척박한데요.
그래서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로마 같은 경우는 안 되겠어, 정복 전쟁 하다 생긴 내적 모순 계속 정복을 하는 것으로 해결해.
-팽창하자.
-고려가 정복 전쟁을 누구한테 하죠? 중국을 정복하나요? 내부 무슨 해결할 게 있어요?
고려와 주변 세계는 로마와 주변 세계와 비교했을 때 로마는 주변 세계를 군사력으로 다 압도했어요.
문명 수준에서. 고려는 그렇지는 못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고려는 단 한 번의 내부 개혁에 성공하지 않으면 이 한반도 문명이라고 하는 게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라는 문제 의식을 느꼈던 사람들이 바로 신진 사대부들이었어요.
우리가 흔히 조선을 설계한 사람, 이러면 정도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고려 말에 우리나라는 농지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첫 번째 한계가 끝났어요.
조선은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느냐.
한정된 지극히 적은 농업 생산량을 가지고 5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먹여살리게 하려면 양극화를 없애야 해요.
그러니까 전국에서 생산된 쌀, 보리, 이런 곡물을 어떻게 전국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부의 재분배. 조선은 부의 재분배를 위해서 탄생한 나라예요.
-저 때 이미 권문세족이 땅이며 곡물이며 이런 것들을 다 차지하고 있을 때니까 이것을 다시 재분배를 시키자 하는 필요한 시점에서 등장했다는 거죠?
-그렇죠.
그래서 저는 꼭 정도전이 아니었더라도 30년 후든, 40년 후든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타났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공자 논어가 있고 맹자라는 고전이 있지 않습니까?
-공자, 맹자.
-공자, 맹자할 때. 맹자는 당시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 같은 새빨간 책이었어요.
그런데 정몽주가 정도전에게 몰래 맹자를 넣어줘요.
맹자는 급진적인 혁명 사상이 담긴 책이거든요.
그래서 정도전이 그 맹자를 탐독하면서 이 사람이 그때 처음 이 세상을 뒤집어엎어야겠구나라고 하는 혁명가가 되기 시작해요.
-자극 받았네요.
-굉장히 자극을 받았죠. 그래서 조선 성리학의 기본 근간은 맹자예요.
그래서 이 신진 사대부 세력은 이성계와 손을 잡죠.
그래서 신진 사대부들의 철학과 이성계의 무력이 만나서 쿠데타에 성공하고
조선 왕조가 세워지는데 조선이 빵 하고 생기지 않았습니다.
일단 태조 이성계는 고려 국왕 자리에 올랐어요, 일단.
그런데 이때 국제적인 정식 타이틀은 고려권지국왕. 고려국왕대행이었어요.
권지국왕일 때 권문세족을 포함한 모든 기득권의 토지 문서를 다 꺼내서 저작을 위해서 몇날 며칠을 불태워버립니다.
토지 소유권을 다 없애버려요.
-증빙 서류를 다 없애버렸네요?
-그때 반발이 없었나요?
-반발이요? 그러니까 이성계가 필요했죠. 이성계는 당시 동아시아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던 장수였어요.
그러니까 이성계가 필요했죠. 이성계 없이 그런 거 하려고 했다가.
-바로.
-이 사람들 다 유배 두세 번씩 다 갔다온 사람들이에요, 신진 사대부들이.
그래서 토지 소유권 부자들의 토지 소유권을 다 불태워서 없애버린 후에 1392년에 조선이 정식으로 건국됩니다.
조선은 혁명에 의해서 태어난 굉장히 급진적인, 사회주의적인 국가예요.
그래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의 땅이 다 돌아갑니다.
-정말 공산주의적인 발상으로 쫙 뿌린 그런 느낌인가요?
-맞습니다. 경자유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자성어 중에.
그 땅에서 농사를 짓는 바로 그 사람이 농사 짓는 그 땅을 소유하는 것이 옳다라고 하는 게 경자유전이라는 말이에요.
경자유전의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실현됐던 때가 바로 조선의 건국이었어요.
-조선 말이랑 상당히 다르네요.
-그래서 조선의 재분배 혁명이라고 하는 것은 갑자기 전국에 있는 자영업자들이
다 건물주한테 세 내면서 건물세 내면서 장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갑자기 그 매장 공간이 자기 것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갑자기 가난한 사람들이 월세에 살고 있었는데 그 집이 갑자기 자기 집이 된 거고요.
모든 가족에게 자가 주택이 갑자기 마련된 거예요.
그 정도로 굉장히 급진적이고 지금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대변혁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프랑스 혁명이니 영국의 명예혁명이니 하는데 20세기 이전에 전 세계에서 이토록 급진적인 혁명은 없었어요.
조선혁명이 가장 급진적인 혁명.
-저는 이거를, 조선을 혁명으로 말하는 자체가 되게, 되게 신기합니다. 저는 이런 표현을 처음 들은 것 같아요.
-지금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이행은 조선 사회에서 지금 현대 사회로 바뀌는 것만큼의 엄청난 차이였어요.
그래서 우리 어르신들이 하는 말씀 중에 고릿적이라는 표현 있죠?
어디 그 고릿적 이야기를 하고 있어. 낡아 빠진 옛날 옛적 이야기를 고릿적이라고 하잖아요.
고릿적은 고려 적이라는 뜻이에요.
-왠지 그런 느낌이 나더라고요.
-고려일 때 조선인들이 생각하기에 조선은 근대 국가고 고릿적은 거기는 전근대 시대인 거예요.
-어디 고릿적 이야기를.
-지금 우리가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거예요.
고리짝이 고리타분함을 표현하는 대명사 격인 단어인 것은 조선 초기에 고려인이었다가
조선인이 된 사람들이 얼마나 사회 변화를 크게 느꼈는지를 알 수가 있어요.
단순히 왕조가 교체된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 조선을 세운 신진 사대부들은 대부분 단 한 명의 제자였어요.
목은 이색이라고 하는 유학자였어요.
-이색.
-이색.
이 목은 이색이라는 분은 원나라에 건너가서 과거 시험을 쳤는데 당시에는 원나라가 세계 중심이었어요.
세계 중심 제국이었는데 거기에서 1등을 했어요.
그러니까 공부 세계 1등을 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나서 원나라에서 적당히 벼슬살이를 하다가 다시 고려로 귀국을 했어요.
-수재였네요.
-전 세계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에요.
이 사람의 수업료가 얼마나 비쌌겠어요?
그냥 좀 그 동네에서 유명한 한학자에게 1:1 과외를 받는다고 해도 논을 팔고 집, 밭을 판다고 했어요, 옛날에.
이 비싼 수업료를 누가 내줘요?
-부모님.
-그렇죠, 부모님이 내주죠. 무슨 뜻이냐.
조선을 세운 신진 사대부들은 다 권문세족의 자제들이었어요.
즉, 그들은 그들 스스로 자기들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을 기득권을 없애는 혁명을 한 거예요.
-그런 선택 쉽지 않은데.
-그렇죠. 왜냐하면 이들이 철학자이기 때문에 그래요.
저는 이게 철학이 갖고 있는 위대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은 현대인의 관점을 가지고 과거를 해석해요.
저는 세대 구분을 하면 X세대인데 저도 X세대의 기준으로 MZ들을 판단하죠.
그러니까 꼰대 소리를 듣죠. 현대인도 사실은 조선인들에 대해서 꼰대짓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조선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상업 자본이 발달 안 하고 말이야. 자본주의.
이런 게 발달을 안 하고 일본의 애도 시대처럼 그런 상업 자본이 발달했다면
우리가 자본주의를 좀 더 빨리 도입을 해서 우리가 서양 문물로 더 빨리 받아들였을 것이고 과학 기술, 특히 군사, 무기 같은 거.
우리가 일본에 먹히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이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걸 굉장히 감사해요. 덕분에 제가 잘 살고 있죠.
그런데 제가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걸 감사하는 이유는 이 자본주의 사회가 2차산업혁명 이후에 사용했기 때문에 그래요.
2차산업혁명 이전에는요.
농경국가는 그 해에 그 나라에서 생산된 곡물의 양 전체가 그 나라가 갖고 있는 그 해의 국부의 96%죠.
자산은 한정돼 있습니다.
이거를 가지고 다 골고루 잘 나눠서 잘 먹고 잘살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상업 자본이 발달하면 어떻게 됩니까?
인플레이션이 생기죠.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곡물은 기본 재화니까 가격이 올라요, 안 올라요?
-가격이 오르죠.
-올라요.
-가격이 오르죠. 그러면 서민들은 굶어요, 안 굶어요?
-굶어요.
-굶죠. 무역이 발달하고 상업이 발달하면 수출과 수입이 늘죠.
수출을 무엇으로 합니까? 수출도 쌀로 하겠죠.
-쌀로.
-수입을 할 때 그 외국에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치품 무엇으로 결제합니까? 결국은?
-쌀?
-결국은 모든 부는 쌀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쌀로 비단을 산 거예요?
-곡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그렇죠.
그래서 조선은 의도적으로 상업을 억제합니다.
자본주의의 발달을 억제해요. 자본주의의 발달을 억제한 거는요.
자본주의를, 경제를 잘 아는 사람만 경제 성장을 억제할 수 있어요.
오히려 조선에서는 신진 사대부들은 경제 전문가들이었어요.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지식으로 경제 성장을 인위적으로 억제한 거예요.
그런데 이게 세대가 계속 지나면서 시간이 흐르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냐면
조선의 사대부들은 나중이 되면 경제를 정말 모르는 사람이 돼요.
그런 부작용도 있었던 거죠.
2차 산업 사회가 시작되기 전에 상업 자본의 발달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예가 일본의 에도시대예요.
에도시대가 임진왜란 끝나고 나서부터 에도시대가 펼쳐지죠.
에도시대 동안 일본은 상업 자본이 엄청 많이 발달했습니다. 자본주의가 많이 발달했어요.
일본 전체 역사상 에도시대의 평균 신장이 가장 작았습니다.
-키가 가장 작았다.
-왜요?
-왜냐하면 경제가 발달하니까요.
-경제가 발달하면 키가 작아져요?
-네, 경제가 발달하면 상업 자본이 발달하죠.
상업 자본이 발달하면 무역이 활성화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거예요. 인플레가 생겨요.
-못 먹어서?
-곡물 가격도 똑같이 올라요. 서민들은 못 먹어요.
그리고 영주들 부자들이 중국의 사치품을 사기 위해서 일본의 쌀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거죠.
그러면 일본 국내 전체 쌀 보유량은 줄어들죠.
그러면 쌀값은 더 오르죠. 농민들은 더 굶죠.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에도시대에 마비키라는 풍습이 생깁니다.
-마비키?
-마비키 솎아내기라는 뜻인데요. 엄마가 자기가 낳은 갓난아기를.
베개로 눌러서 질식사시키는 것을 마비키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식구들이 입이 늘면.
-굶으니까.
-굶으니까.
-그러니까 조선은 그것을 경계했던 거죠?
-경계했죠. 그래서 조선이 얼마나 상업자본의 발달을 경계했냐면 원래 조선 초기에 이앙법이 금지됐었어요. 이앙법이 뭐냐 하면 모내기.
-모판을 키운 다음에 하잖아요.
-그렇죠. 그게 이앙법인데 그런데 원래 조선은 합법적으로는 직파법만 해야 해요.
직파법이 뭐냐 하면 말 그대로 씨를 바로 뿌리는 거예요.
조선을 세운 사람들은 물론이고 고려시대 사람들도 이앙법을 할 줄 알았어요.
이앙법이 생산성이 더 좋아요.
-더 효율적인 방법.
-더 효율적이죠. 쌀이 더 많이 생산돼요.
그런데 일부러 직파법을 했던 거예요. 더 원시적인 농법인.
왜냐하면 쌀이 더 많이 생산돼서 잉여 생산물이 생기면 그 잉여 생산물을 독점하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죠.
양극화가 진행되잖아요.
그래서 양극화가 진행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 이앙법을 금지했던 거예요.
-부의 축적을 막으려고.
-부의 축적을 막으려고.
그래서 고려청자와 여러분 조선백자를 생각하시면 고려청자는 엄청나게 화려하죠.
조선백자는 수수한 가운데 장식도 없고 은근히 풍미가 드러나게 되죠.
도자기뿐만 아니라 조선의 모든 가구나 어떤 가옥의 형태도 그 영향을 받아요.
부자인 티 내면 못난 사람 되는 거예요.
문화적으로도 그런 게 자리 잡힌 거예요.
그래서 조선의 미술품과 의복이라고 하는 것은 고려시대와 전혀 다른 거예요.
당시는 독재 대부분이 먹고 사는 거잖아요.
얼마나 조선이 신경을 썼냐 하면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쳐들어왔잖아요.
그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는 사극 영화 과장된 게 너무 많아요.
기득권들, 부자들, 양반들 이런 사람들은 막 도망가는 걸로 나오죠.
그리고 국가가 돌아보지도 않았던 민초들.
민초들이 죽창 들고 일어나서 알아서 싸워서 나라를 지키는 걸로 되어 있는 데가 많잖아요.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의병들이 아니에요?
-의병을 다 조직한 사람은 다 양반들이에요.
-이분들이 리더들은 대부분.
-다 양반들이고 특히나 전직 관료들이 의병을 조직했어요.
그럼 일반 백성들은.
심지어 노비들까지도 양반들이 조직한 의병에 포함되거든요.
그럼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체제에 조선 체제에 그렇게 도움받는 사람들도 아니었죠.
특히 노비들도 마찬가지고요. 왜 그랬을까요?
처음에 일본 점령군은 점령지에서 조선 사람하고 잘 지내보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사이 나빠져서 서로 좋을 게 뭐예요. 맞잖아요.
그래서 농민들은 정부나 관아에 조세를 바쳐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본 점령군은 조선에서 조세 파격 바겐세일에 들어갑니다.
-자기들이 이렇게 지배를 하면 조세를 덜 거두겠다.
-그렇죠.
-이런 식으로요?
-세금 까주겠다.
-임진왜란 직전에 일본의 조세 평균은 67%였어요.
-너무 많이 거둬가는데요.
-그렇죠. 67%였어요, 통상 70.
그래서 이게 기본이었기 때문에 일본군 장수들은 조선 사람들한테 특별히 잘해줘야지.
조세를 40%를 물립니다. 엄청나게 낮춘 거죠.
그런데 그때 당시에 조선의 기본 세율은. 10%였어요.
그러니까 일본군들은 잘해 주려고 잘해 줬는데 우리나라 농민들, 심지어 노비들까지도 생각하기에는 이거는 아닌 거예요.
-개떡 같은 소리야.
-그렇죠, 역시 오랑캐는 오랑캐구나. 이러고 있는데 저기서 양반 어르신이 의병을 조직했대.
그러면 들어가 싸우는 거죠. 어떻게 40%를 내고 삽니까? 이런 거예요.
이 말은 뭐냐 하면 임진왜란은 정확하게 1592년에 일어났어요.
-1592
-조선이 세워진 게 1392년입니다. 정확하게 200년 있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났거든요.
200년 동안 건전한 세율을 유지했다는 건 대단한 거예요.
지금 대한민국이 생겨난 지가 80년이잖아요.
200년 동안 농민들이 왜적이 쳐들어왔을 때 조건 없이 의병이 될 만한 체제였다.
일반 서민들, 심지어 천민들까지도 생각하기에
이 체제가 목숨 바쳐 지킬 가치가 있는 체제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대단한 겁니다.
-이미 일본이 쳐들어오기 전에 200년 동안 너무나 이상적인 체제로 잘되고 있었다는 거네요.
-그거의 단점도 있었죠. 200년 동안 전쟁다운 전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약체야.
-조선군의 전술이라든지 실전 경험, 이런 건 다 200년 전이었어요.
일본은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계속계속 전법이 개발되고 업그레이드되고 서로 경쟁하고
그리고 우리나라를 침공한 왜병들, 일본군들을 보면 다 전국시대 한복판에서,
전쟁터에서 다 10년, 20년씩 살아남은 베테랑들이 왔어요.
그러니까 처음에 우리가 밀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병사들에게 실전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죠.
-그렇죠.
-그래서 우리가 조선을 흉보고 조선에 대해서 안타까워할 때 조선이 망한 마지막 모습만 보잖아요.
조선이 망한 마지막 모습만 보면 한심하죠.
그렇지만 조선의 마지막이 조선시대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아요.
조선왕조 건국 200년째를 살고 있는 농부에게 조선은 실패한 체제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조선이 멸망하기 15년 전을 사는 농부에게 조선은 실패한 체제였죠.
우리가 로마 제국이 무너진 모습만 보고 로마 시대 전체를 평가하면 말이 안 되죠.
-그렇죠.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조선을 이해할 때 우리가 조선시대 전체를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애초에 조선이 왜 탄생한 국가였는지를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조선은 결국 무너지게 됩니다.
우리는 단지 서구 열강의 침입부터 시작된 왜세의 침략 때문에 조선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데 맞는 말이죠.
그런데 사실 조선의 몰락은 내부의 균열로부터 비롯이 됐습니다.
한 사회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뀔 때는 그것은 언제나 경제적인 문제로 바뀝니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조선은요, 1670년과 1671년 두 해에 걸쳐서 경신대기근이라고 하는 절망적인 기근을 맞습니다.
-완전 흉작.
-흉작인 정도가 아니고요. 쌀이 전멸했고요, 보리가 전멸했고요.
우리나라에 거의 나지 않는 밀도 전멸했어요.
그리고 모든 농사가 다 망했을 때 마지막으로 짓는 곡물이 피예요.
그래서 옛날에 피죽도 못 먹는다는 말이 있어요. 피도 전멸했고요.
못 먹으면 어떻게 됩니까?
면역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니까 감기 같은 거 걸리고 전염병이 도는 거예요.
겨울에 추위를 막으려면 솜옷을 입어야죠.
솜은 목화를 따야지 솜이 되죠? 목화도 전멸했습니다.
그래서 조선 사람들이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단적으로 남의 묘를 파기 시작해요.
수의를 꺼내서 입기 위해서.
-너무 추워서?
-너무 추워서.
-그 정도였어요?
-네, 이런 경신대기근이 전국을 덮쳐요. 이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냐 하면 왕족도 굶어 죽었어요.
왕의 호위 무사도 굶어 죽었고요. 지금으로 치면 장관들도 굶어 죽었어요.
엄청난 사건이었죠. 그렇게 경신대기근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폭풍이 지나가게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죠. 재산도 부자도 왕족들도 굶어 죽었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재물을 축적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창고에 쌀과 보리와 좁쌀을 쌓아두지 않고 있었다는 뜻이에요.
어떤 뜻일까요? 쌀을 쌓아두면 어떻게 돼요?
쌀의 유통량은 줄어들죠? 그러면 쌀값은 어떻게 돼요?
-올라가죠.
-올라가요.
-올라가죠.
쌀값이 올라갔을 때 내 쌀을 팔면 나는 부자가 되죠.
일부로 재산을 축적하지 않고 있었던 거예요.
쌀을 쟁여두지 말자. 곡물을 쟁여두지 말자.
곡물을 쟁여두는 것은 백성을 괴롭히는 것이다.
백성이 먹고사는 걸 방해하는 거기 때문에.
조선의 기득권, 지배층은 적어도 경신대기근 이전까지는 나름대로 조선이 탄생한 그 이유,
그 이유가 갖고 있는 도덕성을 갖고 있었던 거예요. 대단한 거예요.
2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걸 갖고 있었다는 거는 대단한 겁니다.
-그런데 왠지 지금은 지금은 선장님이 이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니 이 이후에 좀 이상하게 변하나 보죠.
-이후에 조선은 전혀 성격이 다른 국가가 됩니다.
먼저 한번 다 같이 사이좋게 굶어 죽어 보니. 직파법 때려 쳐.
무조건 쌀을 많이 생산하고 볼일이죠. 이제 전국적으로 이양법이 유행을 하게 됩니다.
한번 다 같이 사이좋게 굶어 죽어 보니까. 무조건 많이 생산하고 볼일인 거예요.
-맞아.
-그러다 보니까 잉여 생산물이 남죠? 그 잉여 생산물이 생기면 부자들은 언제 다시 가뭄이 올 지 모르잖아요?
그걸 창고에 차곡차곡 축재를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재산을 축적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이양법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양법은 생산력은 좋은데요.
한 번 가뭄이 오거나 한 번 병충해가 오잖아요.
벼들이 전멸하는 문제가 있어요. 가끔가다 가뭄이 왔어요.
벼가 전멸했어요. 쌀은 부자들의 창고에 밖에는 없어요, 이제 나라에.
그러면 부자들은 그 쌀을 빌려주죠. 뭘 받고?
이자 놀이 하는 거죠. 고리대를 받고.
부자들은 앉아서 계속해서 부자가 될 수밖에 없게 된 거예요.
그리고 경신대기근 이후에 노비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굶어서 준 건가요, 아니면 다른 문제인가요?
-노비는 옛날에 가족으로 쳤어요.
조선의 법제가 노비를 주인 가족의 구성원으로 돼 있어요. 노비라고 하는 건.
그래서 만약에 내가 노비를 때려죽였어, 그러면 아버지가 자식을 때려죽인 것과 비슷해요, 패륜이에요.
이때 주인의 입장에서는 가뭄이 들었을 때 노비를 책임지기 싫은 거예요, 이제.
나 살기 바쁘고 내 처자식 먹여 살리기 바쁜데 노비까지.
그러니까 경신대기근 이후에 노비를 가졌던 사람들이 자꾸 노비를 해방시켜주려고 그래요.
그런데 노비들은 경신대기근과 같은 전국적인 재난이 닥쳤을 때 주인이 있으면
내가 노비면 먹고 사는 문제를 주인에게 맡길 수 있잖아요.
그래서 경신대기근 이후에 노비가 되려는 양민들과 노비를 받지 않으려는 양반 지주층의 기싸움이 벌어집니다.
-양민들이 오히려 노비가 되려고 해요?
-그럼요. 왜냐하면 조선시대 노비는 공민이었어요.
법적 보호를 받는, 자기 권리를 갖고 있는 공민이었어요.
-저 정도면 노비 할 만한데?
-그 정도면 노비 할만하죠. 그러니까 노비가 되는 건 메리트가 있죠.
-엄청 좋네.
-조선시대에. 그런데 노비를 거두는 건 메리트가 없죠.
-없어.
-그래서 점진적인 노비제 해체 국면에 들어가게 돼요.
경신대기근 이후에. 그러면 노비 없이 내가 부자라서 일 안 하고 그냥 먹고살고 싶은데.
일 안 하고 떵떵거리고 살고 싶은데. 노비가 없으면 누가 일해주지? 소작농이 일해주면 되죠.
복잡하게 내가 대농장을 소유하고 관리하고 경영하고 노비들을 부려가면서
그러다가 농사 실패하면 다 내 책임이고 내가 손해 감수해야 하잖아요.
그러지 말고 나는 땅 소유권만 갖고 있고 그 땅을 땅 없는 농부한테 빌려주면 되죠.
-임대.
-임대를 하는 거죠.
그러면 소작농은 자기가 생산한 소출에서 40%, 50%, 60%를 떼줘야 하니
아무리 지주가 미워도 열심히 일해야 자기도 먹고 살 수 있죠.
그러니까 자기는 이제 안방에 누워서 가만히 있으면 돼요. 일도 소작농이 대신 하는 거예요.
노비를 뭐 하러 부립니까? 이렇게 편한 방법이 있는데.
지주 입장에서는 꿀이죠. 그 와중에 조선은 계속해서 인구는 늘어요.
그런데 한반도라고 하는 땅은 농사를 지었을 때 땅에 영양분이 계속해서 쓸려 나가는, 사라지는 암반 구조를 가졌어요.
즉 조선은 맬서스 트랩에 걸리게 됩니다.
맬서스 트랩은 어떤 사회가 처음에는 인구가 늘면 늘수록 그 인구들이
협동하고 같이 일하고 하면서 생산성도 좋아지고 인구가 늘면 지식의 양도 늘고
인구가 늘면 늘수록 더 그 사회는 풍요로워지고 먹고살 만해지다가 어느 순간
그 사회를 받치고 있는 자연환경이 그 인구를 떠받치지 못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
-한도 초과인 거네요.
-그렇죠, 그렇죠.
-그러면 그 사회는 멸망에 치닫는다. 이게 맬서스 트랩이에요.
맬서스 트랩 이론은 현재는 폐기됐습니다. 왜 폐기가 됐을까요?
-자연환경을 능가할 수 있는.
-지금은 2차 산업 시대이기 때문에 그래요.
그런데 2차 산업 시대 전에는 모든 생산력이라는 건 사람의 인력과 자연의 결함물이에요.
농사를 짓든 수렵을 하든 계속해서 땅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유지를 시켜주는,
공장에서 찍혀져 나오는 화학 비료라는 것도 없어요.
조선은 맬서스 트랩에 걸려 있는 나라가 돼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굶주리는 게 당연한 시대가 돼요.
현대 한국인들은 조선시대가 굉장히 오랫동안 변화가 없는 고증된 시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조선 사람들이 만들어낸 조선 속담이에요.
왜 10년이면 강산이 변할까요?
-영양분이 다 빠져나가서?
-조선시대 말기가 되면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는 선비들이 이순신 장군이 싸웠던 격전지를 방문해요.
명량해전, 한산도 대첩. 그런데 난중일기랑 안 맞아요. 왜 안 맞을까요?
개간을 해서 그래요. 지형이 바뀌어 있는 거예요.
-진짜 강산이 변하네.
-그렇게 처절하게 개간을 하고 계속해서 경작지를 늘려나가려고 했는데도 18세기,
19세기가 되면 조선의 쌀 생산량은 점점 줄어들어요.
인구는 늘어가는데, 왜? 조선 땅 자체가 점점 고갈되는 거예요.
땅의 기운 자체가 고갈되는 거예요. 하도 좁은 땅에 농사를 많이 지어서.
거기다가 지금 말씀드렸던 양극화.
그래서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조선 말에 조선을 방문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조선에는 착취하는 사람과 착취당하는 사람 오직 두 종류의 사람만 있다.
경신대기근 말고 조선을 망하게 했던 또 하나의 주범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탕평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왜요?
-붕당정치 하면 어떤 느낌 드시죠?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이런 거요.
-탁상공론하고.
-붕당정치가 옳았다고 저는 믿지 않을 수 없어요.
붕당정치는 백성의 피가 흐르지 않는 내전이에요. 말로 하는 전쟁입니다.
일본과 비교해 보면 일본의 전국시대를 보면 백성이 싸움에 동원돼요.
전투, 전쟁에 동원되는 비용도 다 백성이 다이묘들에게 뜯겨서 착취당해서 마련되죠.
붕당정치를 해서 일반적인 농사짓는 백성에게 어떤 손해가 돌아가죠?
-없어요.
-붕당정치는 굉장히 좋은 정치예요. 기본적으로 좌의정은 요즘으로 치면 여당 당수 우의정은 야당 당수로 보시면 되고
정권이 교체되는 걸 환국이라고 해요. 정권 교체, 환국이라고 하는데.
보통 환국이 한 번 일어나면 30명은 유배 갑니다.
평생 그 정권이 그대로 있지 않아요. 다시 정권 교체가 될 거 아니에요.
그럼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또 관료를 하는 거예요.
이 제도가 좋은 건 뭐냐 하면 언제, 내가 쫓아낸 쟤가 언제 다시 돌아와서 나를 처벌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심한 부정부패, 심한 잔인성은 가지고 있을 수 없게 된 거예요.
-함부로 하지는 못하겠네.
-함부로.
-함부로 못 했다.
-즉 붕당 정치는 말로 하는 내전인데 서로가 서로를 선을 넘지 않도록 견제하는 내전이에요. 그런데.
-그걸 없애버렸네.
-영조는 붕당을 없애버렸죠. 그 과정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실제 영조가 느끼기에는 비효율적이었겠죠. 영조는 엄청 무서운 사람이었어요.
카리스마적인 인물이었잖아요.
영조는 신하들이 이 사람을 되게 무서워했기 때문에 영조는 이거 탕평, 붕당 정치가 왜 필요해.
그냥 내가 시키면 다 일렬종대로 서서 따라 하란 말이야. 그게 통했어요.
영조 다음에 정조 때에 이르러서 정조는 영조만큼 무서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정조는 조선 4대 천재가 정조잖아요.
이 사람이 워낙 천재이기 때문에 붕당 정치 없어도 탕평책만으로 자기가 다 할 수 있었어요.
붕당, 정당이 없어지면 요즘으로 치면 대통령 독재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모든 것을 왕이 책임지고 왕의 권한 아래 있는 것은, 그런 제도는 정말 뛰어난, 강력한 왕이 있을 때만 통해요.
그다음 왕들은 영조처럼 무섭지도 않았고 정조처럼 천재도 아니었어요.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순조.
-이런 사람들이 그 탕평책이 갖고 있는 강력한 왕권을 풀로, 맥스로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은 붕당이 없어진 상태에서 일당 독재가 되게 됩니다.
-노론.
-노론 일당 독재가 되는 거죠. 왕을 노론이 대체하는 거예요.
그리고 노론 내에 당내의 투쟁에서 최종적으로 안동 김씨가 승리하면서 세도 정치가 시작됩니다.
-안동 김씨.
-붕당 정치가 사라지고 세도 정치가 시작되니까 견제가 없어져요.
이제는 선을 지킬 필요가 없어요. 선을 세게 넘기 시작하죠.
국가를 사유화하고 매관매직을 하고 나라가 망하죠.
조선은 10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망할 준비를 마친 나라가 된 거예요.
조선은 유교적이어서 멸망했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데 최초의 건국 이념 그걸 잘 지키지 못해서,
더 이상 유교적이지 못해서 멸망한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조선이 실패한 마지막 모습이 조선 왕조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조선 말기가 되면 얼마나 사람들이 먹고사는 게 불가능해진 사회가 됐는지 말씀드렸죠.
메소스트랩에 걸려있었어요. 사실 이 메소스트랩에 우리 민족은 200년, 300년 더 먼저 걸렸어야 해요.
그 시간을 조선은 연장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비록 조선이 망할 만큼 망할 때가 돼서 갑자기 그 서구 열강이
침범을 하고 그중에서 하필이면 기분 나쁘게도 우리가 역사 기간 내내 우리가 오랑캐로 무시했던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굴욕을 겪었지만 어쨌든 우리 민족을 살려서 2차 산업 사회로 우리 민족을 패스했어요.
조선 왕조는.
그러니까 조선 왕조는 우리 민족의 생존 기간을 늘린 나머지 우리 민족이 성공한 현대 사회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런 면에서 조선은 결과적으로는 큰 틀에서 성공한 체제였다고 저는 믿어요.
그래서 조선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조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감정을 정하기 전에, 좋아하고 싫어하기 전에 먼저 이해를 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것은 감정을 먼저 정합니다.
저거 싫어할까, 좋아할까. 그러고 나서 자기가 싫어하는 감정, 좋아하는 감정의 근거를 찾아요.
그러지 말고 먼저 내려놓고, 감정을 내려놓고 총체적인 이해를 한 다음에
그다음에 좋아할지 싫어할지 결정해도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1강, 조선이란 무엇인가에서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먼저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을 갖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사람이 이 방송을 통해서 조선과 화해할 준비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약간 조선에 대해서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는 분들은 오늘 공연을 듣고
새로운 조선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 같고.
또 조선에 무관심했던 분들도 우리의 과거인 조선은 그런 나라였구나하는 관심이 생기는.
-나 지금 되게 좋게 인식됐거든요, 듣고.
-지금 관심이 좀 가죠?
-되게 지금 내 머릿속에 좋게 조선은 좋은 거야.
-사실 조선이 많이 변화할 수 있었던 시점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조선시대로 선장님이 돌아가셔서 딱 하나를 바꿀 수 있다면 혹시 바꿔보고 싶은 게 있으실까요?
-저는 수양대군이 쿠데타에 성공해서 세조가 된 계유정난을 한번 막아보고 싶어요.
-나는 왕이 될 상인가 했던 그 수양대군을.
-그렇죠. 아니야, 탕. 이걸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계유정난 없이 조선 사회가 얼마나 더 잘 됐었을지를 한번 확인해 보고 싶어요.
-왜요?
-왜냐하면 조선의 건국이념 그다음에 조선 초기에 잡혀 있었던 체제,
이런 것들을 세조가 쿠데타로 얻은 권력을 유지하고 또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많이 흐트러트려 놓아요.
그래서 세조가 의외로 망친 게 되게 많아요.
-알겠습니다. 오늘 우리 선장님이 조선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주셨는데 한마디로 오늘 강의를 정리를 해 주신다면요?
-감정을 먼저 정할 필요가 없다. 이해가 먼저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선을 판단하기 전에 이해부터 하자. 알겠습니다.
오늘 두 분도 새로운 옛날이야기 들었던 것처럼 좀 흥미롭게 함께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말씀하신 대로 베이스가 없었기 때문에 이해를 먼저 하고 들은
사람으로서 초반부터 속속들이 상세하게 알려주셔서 저는 너무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그러면 조선시대로 만약에 돌아갈 수 있다면 인욱 씨는 어떤 신분을.
-노비.
-노비가 딱 맞다.
-노비를 이렇게 긍정적인 시각으로.
-노비가 법적 보호를 받기는 했지만.
-한 가지 빼먹었어요?
-인권의 사각지대이긴 했습니다. 사각지대이긴 했어요.
-중요한 걸 빼먹으셨네. 인권의 사각지대였대요.
-다시 생각해야겠어요.
-저는 왕 어떻습니까, 왕?
-왕.
-임금님.
-왕은 아니에요.
-왜요?
-총대 메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떡밥을 뿌렸는데 안 무시네요.
-왜요, 왜요? 왕 별로예요? 저는 왕 하고 싶어요.
-다음 시간에.
-다음 시간에.
-왕 하고 싶으세요? 알겠습니다. 왕 시켜드릴게요.
-다음 시간에 왕.
-다음 시간에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어요.
-알겠습니다. 일단 왕이 되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다음 시간에.
-다음 시간에.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경환 씨는 어떻게 들으셨어요?
-저는 사실 처음에 조선 하면 떠오르는 것 했을 때 정말 낡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확실히 많이 바뀐 것 같고요.
조선, 생각보다는 살 만했구나.
그리고 저는 만약에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면 그 사대부, 신진사대부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멋있죠, 혁명가들이죠.
-되게 갑자기 멋있게 느껴져서.
-그럼요.
-알겠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왜 헬조선이라는 말이 있죠.
물론 여기서 헬조선은 과거 조선을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런 말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지식 항해를 마친 이쯤에서 다시 한번 묻고 싶은데요.
여러분에게 조선이란 어떤 곳인가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지식 항해는 여기에서 마치고요. 다음 이 시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찾아라.
-(함께) 보물 지도!
-뭐야, 뭐야? 100분 토론을 하루에 3번이요? 잠은 나는 언제 자냐. 집에 좀 가거라.
-조선의 왕은 공무원이었습니다.
-왕이면 그냥 무조건 왕 아닙니까?
-우리 한국은 민원의 나라죠. 그리고 이 민원의 특징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이에요.
-북 때리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조선 최고 맛집이에요. 웨이팅이 6개월이었어요. 그리고 계속 북 쳐.
-내 말 좀 들어주시옵소서.
-왕을 괴롭혀도 됩니까?
-괴롭혀도 되는 사회가 조선이었어요.
-스트레스.
-그러면 조선의 왕은 권력이 강했을까요, 약했을까요?
-약하죠.
-복지가 없사옵니다.
-되게 불쌍해.
-그런데 실무 능력. 이 실권은 왕이 세계 최고였어요. 조선 왕이.
-과연 향원이는 왕을 계속하고 싶을 수 있을 것인지.
-생각을 바꿀 것인지.
-두구두구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