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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기억 시즌3 - 제11화 신관용류가야금산조

등록일 : 2023-11-20 17:27:07.0
조회수 : 376
-악기라는 것은 연주를 해서 음이 있잖아요.
그 음이 내 마음이거든요.
그 음이 상대방 귀에 전달돼서 아, 좋다.
그 교감이 안 되면 예술을 못 하죠.
우조는 아주 남성적이라고 그래요.
아주 무게가 있고요. 평조는 거뜬거뜬하게. 즐겁게 할 수 있는 거고요.
계면은 아주 가슴 아리게 하는 아픔이 있는 성음.
그런데 신관용류는 어떤 틀을 벗어나 버려요, 아예.
우조, 계면, 평조를 넘나들어요.
틀에 매이지 않고 자유자재로.
그러니까 내 감정대로 연주를 해가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난해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신관용 선생님은 자기 나름대로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신관용류를 만들게 된 거죠.
이분의 연주를 들으면 모든 이들이 울었다 그래요.
다른 산조는 열두 번째 줄 다 쓰거든요?
신관용류는 열두 번째 줄 안 써요.
열한 줄만 써요.
그건 왜냐하면 열두 번째 줄을 쓰면 깊은 맛이 안 나요.
열한 번째 줄을 눌러서 흘러내리면서 한을 내는 거죠.
깊이 있는 음을 흘러내리니까.
연주를 하면서 감정이 나오니까.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떻게 표현하기 힘들어요.
휘모리장단은 아주 경쾌하죠.
오묘한 음들이 나와요.
과거에는 천대시했잖아요.
당골래 이런, 그러니까 숨겼다고요.
우리 아버님께서는 그 많은 땅을 팔아서 다른 데로 옮기셨어요.
그런 당골래 소리를 안 들으려고.
옮기셔서 가야금을 하신 거죠.
어머니께서는 못 하게 했는데 형님들도
못 하게 했어요, 저를요.
음악을.
너는 아버지를 닮아서 될 수 있으면 하지 말아라.
그런데 듣고 자란 것이 몸에 배었는데 그만둘 수 없잖아요.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다 듣고 자랐는데.
이미 다 배우고 있었는데요.
그 가락을 지금도 연주하고 있어요.
-(노래) 네가 내 사랑
옹헤야
어쩔씨구 옹헤야
잘도 논다 옹헤야
잘도 논다 옹헤야
-아무래도 무겁죠.
왜냐하면 그전에는 그냥 연주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물론 그런 문화재가 되겠다는 그런 욕심은 없었어요.
보유자를 받고 나니까 어깨가 무겁죠.
그렇다고 신관용류를 포기할 수 없잖아요.
대를 이어야 하니까요.
(노래) 함평 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보랴 허고
제주 어선
빌려 타고
해남으로 건너갈 적
흥양에 돋은 해는
보성을 비쳐 있고
고산의 아침 안개
-예술이라는 것은 보면 다 똑같을 거예요.
힘들고 어려워요.
그런데 그 속에서 나의 예술 세계를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것은 자기의 아픔이 크지 않고서는 못 해요.
제 길이나 다른 제자들이 길을 간다고 해도 고통스러움을 제가, 가슴이 아파요.
그들이 가는 길이 힘들지만 제가 열심히 해서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은 제 삶이고 생명이죠. 영원히 죽을 때까지 해야 하고.
이건 저와 영원히 죽을 때 같이 가는 거죠, 이거는.
제 호흡과 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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