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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 부산에서 이북의 손맛을 느끼다

등록일 : 2023-05-16 13:22:31.0
조회수 : 431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땅, 북한.
오늘은 이 부산에 이북 음식을 제대로 한다는 곳이 있다는 풍문을 따라서 온천장역 앞으로 한번 나와 봤습니다.
사장님이 남한살이 한 8년 차라던가, 뭐라던가.
따님이랑 같이 한다는 풍문도 있고요.
아무튼 제대로 된 이북 음식이란 어떤 건지 제가 그 풍문을 한번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시죠.
-(해설) 이곳은 풍문의 근원지 부산 금정구의 부곡동.
과연 동네 주민들은 이북 음식의 정체를 알고 있을까요?
-여기 한번 물어볼까?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혹시 이 동네 이북 음식하는 데 아세요?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세요?
어디 가서 찾아야 하지?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혹시 이 동네에 이북 음식하는 데 어디인지 아세요?
-잘 모르겠는데요.
-잘 모르...
혹시 이 동네 이북 음식하는 가게 있어요?
잘 아시는...
-있죠.
-어디요?
-이 앞에 여기 있잖아요.
-(해설) 수소문 끝에 찾은 이북 음식점. 곧장 내부로 들어가 봅니다.
-여기인가 봐요.
인테리어가 되게 약간 이북 느낌이 살짝 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옛날의 그 아날로그의 느낌도 살짝 묻어 있는 것 같고.
-(해설) 점심시간을 맞아 식당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한데요.
함흥냉면, 아바이순대 등 우리가 흔히 알던 이북 음식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그 맛은 어떨까요?
-이북 음식은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 거예요?
-TV에 보면 함흥냉면, 평양냉면 이야기해서 부산에도 이런 게 있나 싶어서.
그래서 부산에도 함흥냉면도 있고 평양냉면도 있을까 싶어서 그래서 왔어요.
-드셔보시니까 어떠세요?
-다 먹고 난 뒤에 감칠맛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해설) 이때 식당 한편에서 순대를 만들고 있는 풍문의 주인공들을 발견.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여기가 그 이북 음식하는 데 맞아요?
-맞아요.
저는 한국에 온 지 14년이 되었고요.
북한 음식을 한 지는
4년 차 된 황현정입니다.
-(해설) 이북에서 건너온 황현정, 황수영 모녀.
-그러면 옆에는 따님이신가요?
-네, 맞아요.
-웃는 모습이 두 분이 너무 닮았어요.
-감사합니다.
-지금 한국에 오신 지 10년이 조금 넘었다고 하셨는데 혹시,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떻게 우리 한국으로 오게 되셨는지 한번 여쭤봐도 될까요?
-한국에 오게 된 게 다 고난의 행군 시작되고 살기 위해서 그냥 돈 벌기 위해 넘어왔다가 넘어갈 수 없으니까
그래도 말이 통하고 또 서로 문화적인 이런 게 통하는 대한민국으로 오는 게 맞다 해서
제가 솔직히 먼저 왔고 딸은 한국에 온 지 이제 6년 차 들어섰어요.
-(해설) 야속한 상황 탓에 두 모녀가 다시 만나기까지 자그마치 1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는데요.
그동안 못다 한 정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원래 북에 있을 때 요리를 하시던 분이세요?
-아니요.
저는 무대 생활했어요.
아빠가 다니는 회사에 한 세대 가장이 다니는 회사에 저희가 자녀들도 취직을 하거든요.
선전일꾼으로서 자녀들이 채용이 가능하다고 하면 그다음에 기업소 선전대.
한마디로 청년기동예술선전대 이런 명칭을 가진 회사에서 전문 반유급 단체로
예술 활동을 하는 단체에 제가 당선돼서 그때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활동을 했던 거죠.
-내려오셔서도 예술 활동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북한에서 제가 배웠던 게 그거밖에 없잖아요.
봉사를 했던 게 참 아무것도 없이 우리가 빈손에 온 탈북민들을 정말 너그러이 품어준 우리 국민들.
얼마나 고마워요.
우리가 뭔가를 해 줘야겠는데 우리 힘밖에 없잖아요.
돈은 없고.
그래서 딸도 아직 북한에 있지 낙후된 엄마, 아빠도 뭔가를 좀 당당하게 살고 있는 엄마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봉사단을 꾸렸고
저희 봉사단 이름은 통일희망봉사단.
어쨌거나 남과 북이 빨리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통일희망봉사단으로 하고 저희는 봉사를 한 지 12년 됐습니다.
-(해설) 현정 씨는 이북에서 활동했던 예술단 경력을 바탕으로 공연 봉사, 급식 봉사 등을 다니고 있는데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민요 등을 부르며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두 분 이제 남한에서 지내신 지는 5년?
-5년 조금 넘었습니다.
-그래요.
남한과 북한 차이가 되게 크죠? 저는 사실.
-하늘과 땅 차이예요.
생활에 들어가 보면 너무나도 대한민국이 살기 좋고 정말 찬물에서 손빨래 하나 정말 사시사철 따뜻한 물, 찬물 골라 쓸 수 있고 너무나도.
-전기하고.
-24시간 내가 전깃불 켜놔도 상관이 없고.
-남한에서 이북 음식점을 하고 계신데 식생활이나 문화도 되게 다르지 않아요?
음식 같은 거는 어떻게 다르던가요, 와 보시니까.
-제가 처음에 왔을 때는 못 먹었어요, 음식을.
음식마다 너무 단 거예요.
-달...
-너무 달아서.
음식이 왜 이렇게 달아요 하니까 일본 음식 문화가 많이 들어와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못 먹고 있다가 제가 순대가 먹고 싶은데 순대라고 써놓은 집에 들어가 보면 다 이상하게 당면이 들어가 있는 거예요.
우리의 이북 순대는 찹쌀 들어가고 그다음에 무청 들어가고 시래기, 시래기 들어가고 그래서 조금 담백하고 깊은
맛이 있는데 여기는 그냥 당면이 다 들어가서 당면, 이거를 순대라고 먹는다고 해서 그래서 제가 에라.
-내가 하자.
-돼지 창 파는 데 알고 내가 직접 하자 해서 그러고 14년 전부터 그냥 순대를 하기 시작했고 순대를 하니까 손님들이 너무 좋아하고.
-(해설) 때마침 오늘이 일주일에 한 번 아바이순대를 만드는 날, 진짜 함경남도 아바이순대 만드는 과정 한번 살펴볼까요?
-이 많은 걸 직접 이렇게 다 만드시는 거예요?
-네, 직접 다.
-남한 순대랑 어떤 게 제일 달라요?
-무시래기, 무청, 무청이랑 그리고 찹쌀, 고기 북한에는 고기가 귀하니까 돼지 내장 같은 게 들어가요.
간 안 들어가요.
-내장 특수 부위 이런 것.
-그렇죠, 그렇죠.
그런 것도 들어가요.
-이거 하얀 것, 이거 뭐예요?
-돼지기름.
-돼지기름을 또 이렇게 넣어요?
-네, 돼지기름 들어가면 고소한 맛도 나고 촉촉하고 맛있어요.
-이제 더 들어갈 것 있어요?
-네, 선지랑 그리고 찹쌀 들어가요.
그 두 개만 들어가요.
-(해설) 들어가는 재료부터 달라도 너무 다른 오리지널 아바이순대.
무청, 선지, 찹쌀 등을 넣어 진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라는데 직접 추억을 더듬어 만드는 함경남도 음식,
그 맛이 점점 궁금해집니다.
잘 삶은 아바이순대와 가자미식해의 조합은 이 집의 대표 메뉴 중 하나.
드디어 차려진 이북 음식 한 상.
과연 그 맛은요.
-그러니까 이게 진짜 찐 이북 음식이라는 거잖아요.
저도 진짜 처음 먹는 건데 일단은 순대가 아까 돼지기름을 넣어서 그런지 윤기가 촤르르 한 게
그리고 당면이 아니고 대신에 안에 밥알이 이렇게 들어가 있어요.
지금부터 이북 음식을 천천히 한번 즐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해설) 먹기 좋은 한 입 크기의 아바이순대, 매콤한 가자미식해 조합부터
특유의 감칠맛이 매력적인 함흥냉면까지 이북에서 건너온 모녀의 손맛, 저도 한번 맛보고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심심하면서도 자극이 없는 맛이 되게 신기한데요.
특히 순대 같은 경우에는 기름기가 되게 반질반질해 느끼하지 않을까 했는데 되게 담백해요.
이게 바로 이북 음식의 포인트인가 봐요.
이렇게 접하기 힘든 이북 음식을 이북 사람이 직접 만들어서 이렇게 제공을 해 주니까 그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소문 따라 풍문 따라 두 모녀가 직접 만든 이북 음식 여러분께 한번 소개를 해봐 드렸습니다.
이북 음식 자체도 참 신기했지만요.
두 모녀의 가슴 깊은 절절한 따뜻한 이야기가 아마 여러분의 마음까지 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두 분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한 추억 많이 많이 만드시면서
우리 부산 시민 여러분께 이북 음식 널리 널리 전파할 수 있기를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오늘도 풍문으로 들었소, 검증.
-(함께) 완료.
-(해설) 여러분도 가깝지만 먼 땅, 진짜 이북 음식의 맛이 궁금하시다면 두 모녀의 식당 방문해 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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