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장터

수상한 손님 - 경남 고성시장 편

등록일 : 2023-09-15 09:17:43.0
조회수 : 417
-(해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비가 이렇게 쏟아질 줄이야.
-뭐야?
오늘은 좀 나이가 많은 언니네.
앞머리도 있네, 이 언니는.
이렇게 갑자기 시간이 많이 흘러버린 거야?
그러면 어때, 시장 놀러 왔으니까 또 구경하고 그러면 시간이 금방 가겠지?
가볼까, 오늘도.
-(해설) 휴일을 맞아 무작정 집을 떠나온 이곳은 경상남도의 남쪽 끝.
사라져 버린 공룡들과 옛 가야인들의 터전이었던 경상남도 고성입니다.
오랜 전통과 역사가 깊이 스며든 땅인 만큼 시장도 남다른 분위기를자아냅니다.
이곳에서 첫 번째로 만난 시장 사람은 생선가게 사장님입니다.
-요즘 반찬 뭐 많이 먹어요?
-반찬은 민어, 조기.
-민어, 조기.
-제일 많이 나가고 그다음에 부세 조기.
-이런 거는 어떻게 해요?
-이거는 한 마리에 5000원.
이거는 6000원.
-6000원이요?
-네.
여기...
-이런 거는 뭐예요?
-여기, 똑같은 거예요.
이 옆에 거하고.
그런데 이거는 보통 제사용으로 많이 나가는.
크기가 많이 크잖아요.
제사상에 많이 나가는 거예요.
-그러면 이거 그냥 오늘 사가서 나중에 그냥 바로 구우면 돼요?
아니면 따로 간 안 해도 돼요?
-네, 간은 다 되어 있습니다.
-(해설) 줄지어 자리 잡은 여러 수산물 가게 중에서도 단연 이곳이 눈에 띈 이유가 있다.
바로 사장님의 화려한 머리색인데 이제는 가게 간판과도 같아서 어두운색으로는 못 돌아간다고 한다.
-고맙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많이 파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머리 예뻐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날씨 요정인 내가 뜨니 쏟아지던 비도 그새 뚝 하고 멈췄다.
비가 내린 덕분에 축축해진 공기와 바다 냄새가 만나 더 강렬한 인상을 느낄 수 있다.
먹음직스러운 건어물이 보기 좋게 정렬되어 있는 이곳은 고성시장의 새내기 점포이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여기는 건어물 파는 건가 봐요?
-네, 맞습니다.
-먹어볼 수 있어요?
-네, 여기서 드세요.
여기 있습니다.
-맛있겠다.
이거는 뭐예요?
-학꽁치포입니다.
-학꽁치.
이거는 뭐예요?
-이거는 오징어로 만든 육포.
오징어 육포.
오육포.
-이거 보관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냉동을 하셔야 합니다.
직장을 다녔었는데 전 직장에서 담당하던 업무가 건어물 관련 업무라서
조금 아는것도 있고 경험이 많다 보니까 그래서 경험을 살려서 건어물 가게를 하게 됐습니다.
-(해설) 먹음직스럽게 포장된 건어물을 보니 손이 안 갈 수가 없다.
이것도 탐나고 저것도 탐나는 걸 보니 사장님의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다.
현재는 가게에서 혼자 하니까 물건 발주부터 포장, 판매 이런 것을, 모든 걸
다 혼자서 책임져야 하니까 조금 중 간에 빠트리는 부분도 있고 한데 지금은 조금
숙달이 돼서 조금 낫습니다, 지금은.
-(해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한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닐까?
자영업을 시작한 초보 사장님이 일궈낸 이 공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제1의 고향입니다.
그리고 직장생활 때를 제1의 인생이라고 한다면 저에게 고성시장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해 준 뜻깊은 곳입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많이 파세요.
-고맙습니다.
-많이 파세요.
-고맙습니다.
-전도 있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이모, 이거 주문 들어온 거예요?
그냥 파는 거예요?
-판매하는 거예요.
-어떻게 해요, 이런 거는?
-모둠전으로 팔아요.
-모둠전.
종류별로요?
-네.
-이거 하나 먹어봐도 돼요?
-드세요, 드세요.
-지금 비올 때 또 찌짐 하나 먹어야지.
-예쁘니까 큰 걸로 먹어.
이거는?
-새우네요?
새우전.
-위에 새우전이에요.
-전으로 한 거구나.
이모, 여기 고성시장에 맛있는 거 뭐 있어요?
고성, 여기에 좀 이렇게 먹고 가려고요.
-여기 돌아가면 칼국수 집 유명한 데 있어요.
-칼국수 한번 먹고 가야지.
-전도 많이 먹어.
육전도 많이 먹어.
-고마워요.
사가야 하는데.
이모, 또 올게요.
-고맙습니다.
-시장 손칼국수가 맛없기란 쉽지 않지.
여기인 것 같은데.
이미 입소문이 난 맛집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부터 끼니를 때우기 위해
자리를 잡은 손님들이 정말 많다.
고성 시장에 마지막 종착지는 16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사람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 국숫집이다.
-이모, 주문할게요.
-하세요.
-뭐 많이 먹어요?
-칼국수.
또 요즘 여름에는 콩국수.
콩국수는 콩 직접 갈거든요.
-아주 좋아요?
-우리 국산콩 100%.
보는 앞에서 다 줍니다.
우리는 가짜 아닙니다.
-일단 칼국수 한 개 먼저 주세요.
-(해설) 화려한 기술보다는 오직 손맛과 정성으로 승부하는 손칼국수.
그 맛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그래서 어깨 너머로 엄마한테 하는 걸 배워서.
-(해설) 타고난 손맛으로 고성시장의 명물이 된 손칼국수.
여름에는 시원한 콩국수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난 지조 있게 뜨끈한 칼국수를 선택했다.
-맛있겠다.
-맛있게 드세요.
-고맙습니다.
-(해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맛을 자랑하는 국수 한 그릇.
국물이 그 맛을 증명한다.
-국물 찐이다, 진짜.
-(해설) 어렸을 때 엄마 손잡고 찾았던 시장 국숫집이 생각나는 맛인데.
배고플 때 먹어서 그런가,
면발이 쉬지 않고 쭉쭉 들어간다.
-저는 제2의 고향이 여기 고성인데 여기 오니까 사람들도 좋고 인심도 좋고
그냥 여기서 또 좋은 사람들 도 만나고 이웃들도 좋고 하니까 여기 살아야겠다는생각으로 그냥 살고 있어요.
-잘 먹었다.
더워.
이모, 잘 먹고 갑니다.
-잘 가.
-다음에 또 올게요.
-잘 가.
-(해설)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전통과 변화가 공존하는 곳.
시장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자 포근한 사람 냄새가 가득한 경남 고성시장.
다음에 또 놀러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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